인간이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가진 작가님에게 부모님은 무슨이름을 원하는지 물어봤고, 대뜸 소설가라 불리면 좋겠다 대답했다. 어려운 이름이라 생각한 그녀의 아버지는 소설가가 되는 방법 딸에게 얘기해줬고 작가님은 일상에서 자신의 이름을 갖게 해줄 소재들로 써내려간 글들로 엮긴 책이라 했다.우선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책이었다.메데이아 런닝 클럽은 임용고시에서 떨어진 후 아영이 아영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마라톤에서 찾고 친구들과 알게된 남자 한명과 마라톤을 같이 뛰는 이야기였고,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은 주변인이 음식을 하지 말라고 말리는 유리는 아내의 도리를 지키기 위해 남편의 생일 상을 차리는 버라이어티한 이야기였고, 크로스핏 독서 수업은 크로스핏을 시작한 기간제 교사가 느끼는 크로스핏과 독서의 이야기였는데, 운동근육과 독서근육이 별반 다르지 않은가 싶은 이야기였다. 국가 고시는 요즘 세대를 잘 반영하는 소재였다고 생각하며, 이 별의 이름은도 이별하면 머리위에 별이 생긴다는 소재가 왠지 귀여웠다. 이외에도 독특한 소재의 단편들이 담겨 있는 책이었다.이중 기억에 남는건 완벽한 미역국을 끓이는 방법이었다.유리는 7년전 대학 동기 엠티에서 해장라면을 끓였다가 5명이 넘는 희생자를 발생시킨 요리 학살자다. 그녀가 요리한 근처에 올리고당과 세제병 비슷한것이 옆에 있었기에 모두 그걸 넣을을거라 아직까지도 의심받는 그녀는 아내의 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그 날 부터 남편에게 아내의 도리를 지키기위해 이번 생일상 만큼은 손수 준비하겠다 다짐한다. 물론 지인 케이가 뜯어 말려보지만 말려지지 않자 넣을 재료만 넣으라 당부하며 요리가 시작된다. 미역국은 생각보다 간단한 음식이지만 유리에겐 쉽지않은 일이었다. 한번 시작된 요리는 초보자를 기다려주지 않고 물은 끓고 고기는 타며, 미역은 한없이 불어나기만 한다. 친구가 경고한 레시피를 챙겨보지도 못하고 물과 기름 그리고 열기의 환상을 조화를 끝으로 유리는 유리의 도리를 탄생시킨다.이 사건 이후 탄생한 (잘하는일만 하면되지라는) 유리의 도리가 새삼 옳다고 느꼈고, 꼭 여자라고 요리를 잘해야하나라는 내 생각과도 부합했다. 생각보다 요리는 어려운 행위이다. 미역국이 쉬운 요리에 속한다며 사람들이 쉽게 이야기하다보니 단순한 사람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도전하게 되는 요리 중 하나다. 하지만 주방에 들어서는순간 레시피를 펼쳐서 행하다보면 전쟁같은 시간이 흐르게되고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결혼을 하고나면 여자들은 요리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이듯 이름도 역할도 하나이상 추가된다. 유리처럼 요리학살자가 되고나면 잘하는 사람이 요리를 하게 되는일 그리고 그게 꼭 요리가 아내의 도리일 필요없는 일로 바뀌지 않을까 싶었고 그래서 참 기억에 남는 에피였다.일상속 소재의 조금은 기발한 발상이 엮인 글들을 읽고 작가님에게 꼭 소설가라고 불러주고싶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