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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홀로 선 나무 - 조정래 산문집
조정래 지음 / 문학동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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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문학인'으로 살아있다.

몇 주 전에 완독한 <태백산맥>의 감동적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그의 첫 산문집인 <누구나 홀로 선 나무>를 접하게 되었다. 역시 조정래라는 작가가,<태백산맥>이라는 걸작이 그냥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음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역사적 사실과 자료들을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고 정리해서,자신의 오롯한 문학적 신념대로 힘겹게 이루어 낸 작품이 <태백산맥>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미처 그런 배경에 대해 잘 모르고 열 권이나 되는 대하소설을 읽었다는 게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산문집을 먼저 접하고 <태백산맥>을 읽었더라면 그 소설 한 구절, 한 구절이 내겐 더 소중하게 와닿았을텐데......하지만 이 산문집을 통해서 이렇게라도 '인간 조정래'작가를 만나게 된 걸 감사할 따름이다.

'왜 문학을 하는가.'라는 소제목 속에 조정래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인간의 인간다운 세상을 위해 인간에게 기여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숭고하고 보람스러운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진정한 문학,참된 문학은 역사를 변혁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길을 따라 남은 생애를 살고자 한다.-(117쪽)

명색이 국어와 문학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난 문학이 무엇인지,또 왜 해야하는지 이토록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던가. 고개를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조정래 작가의 스승인 서정주 시인이 그에게 반면교사였다면 내겐 조정래 작가가 정면교사가 되어 준 셈이다. 안일하게 문학공부를 하는 내게 반성할 기회를 준 이 책이 더없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직 읽지 못한 <아리랑>과 <한강>을 구해 이 겨울내내 손에서 놓지 못할 즐거운 예감이 든다. 도서관에서,따뜻한 아랫목에서,기차 안에서...나는 인간 조정래를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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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정신건강 전단향 1
이동식 지음 / 한강수 / 198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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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게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심리학에 관련된 서적을 여러 권 읽어봤지만, 이 책처럼 동양의 도(道)나 불교와 연관하여 인간 정신을 이야기한 책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부의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큰 제목에서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글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인 '아무 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말을 연상시켰다. 2부에서는 큰 제목을 '가정이 사람을 낳고 세계를 만든다.'라고 하며 가정의 소중함을 피력하고 있다.

1부,2부라는 큰 틀 속에 짧은 에피소드 식으로 필자의 생각과 사례들을 여러 편 담고 있는데,이런 특성 때문에 이 책을 책가방에 넣고 다니며 시간나는 틈틈이 읽을 수 있었다.

다소 우스운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거나 큰 정신병을 껴안고 사는구나.'하는 생각과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자신도 혹시 작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상념 속에 빠져들기도 했다.

보통, 학교나 사회생활 가운데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비중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한다. 부모와의 관계,이성과의 관계,그리고 선후배나 친구,동료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책은 원만하지 못한 인간관계로 괴로워하고 있는 이들에겐 무엇보다 좋은 조언자이자 지침서가 될 것이다. 필자가 직접 상담한 정신치료의 임상사례들을 토대로 엮었기에 우리네 마음을 무엇보다 솔직하게 꼬집고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첫째는 독자들이 사실적이고 더 실감나게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상사례의 내용이 다소 빈약하다는 것이다. 정신과 상담사례라고 하면 인간의 정신을 다루고 있는 만큼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과 결과가 뒤따를텐데 사례들을 너무 단순화시켜 놓았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몇 몇 사례의 내용들은 마음에 잘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둘째는 문장들 속에 애매모호한 표현들이 많이 보였다는 것이다. 물론 내 이해력이 부족했을 수도 있지만,어떤 구절에서는 이 필자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이해가 안돼 여러 번 되풀이해서 읽어보아야만 했다. 애매한 문장과 구절은 필자가 독자에게 전하려고 하는 뜻이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수정된다면 더 괜찮은 책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쨌든 위와 같은 아쉬움들도 있지만 필자인 이동식 박사님의 정신의학 분야에 대한 방대하고 뛰어난 지식과 동양적 생활철학들은 높이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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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 1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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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교 3학년 때,국어를 담당하고 계셨던 담임선생님은 수업이 다소 지루해질 만하면 가끔 선생님이 지금 읽고 있는 또는 읽었던 책이야기를 해주곤 하셨다. 그 때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해 주신 <태백산맥>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했으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된다. 그 이야기는 그 당시 빨갱이,빨치산,공산당이라는 말만 들어도 무턱대고 잔악무도하고 나쁜사람으로 치부하며 지극히 부정적인 시각만을 가졌던 내게,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며 한민족이었다는 사실을 미약하게나마 깨닫게 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제도권 교육의 틀 속에 갇혀 교과서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또다른 진실'을 그 선생님은 재밌는 이야기로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풀어냈던 것이다.

  언젠가 나도 그 책을 꼭 한 번 읽어봐야지 했던 것이,대학생이 되고 군대를 갔다온 후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우연히 도서관 책꽂이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불현듯 중학교 때 그 선생님이 생각났고 난 꼬박 두 주간을 <태백산맥> 열 권과 함께 숨쉬며 보냈다. 그 두 주간의 시간은 마치 내가 일제식민지에서 해방이 되고 여순사건이 일어난 후 6.25전쟁이 종결되는 약 5년간의 파란만장한 세월을 여러 등장인물들과 실제 함께 산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때론 가슴 아팠고 때론 진한 감동과 깨달음에 몸서리치기도 한 시간들이었다.

  어쩌면 평범한 소읍에 지나지 않을 '벌교'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수많은 개성있는 인물을 등장시켜 근현대사에서 좌,우익의 이념대립과 분단과정을 민중의 삶을 통해 여실히 보여준 작가의 놀라운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소 억센 전라도 사투리가 생경하게만 느껴졌는데,읽은 책의 권 수가 늘어나면서 어느새 그들은 내 친숙한 이웃이 되어 있었다.내가 쓰고 있는 경상도 사투리처럼.

  난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 당시 왜 수많은 민중들이 빨치산이 되었는지,또 될 수밖에 없었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아니 알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게 더 옳은 표현이겠다.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러웠으며 책장을 넘기는 내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하는 의문이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대치,강동식,동기 형제,서인출,마삼수 등과 같은 소작인들은 처음부터 공산주의니 사회주의라는 이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인간답게 먹고 살아보겠다는 기본적인 생존본능에서 지주들과 부조리한 사회에 저항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어쩌면 살기위해,처자식을 굶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우리들 중 누가 감히 그들에게 '빨갱이'라며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염상진과 염상구 형제 간의 극단적 이념대립 관계를 통해,한핏줄을 타고난 형제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 시대상황과 잠시 잊고 있었던 우리의 분단현실을 자각하기도 했다. 또한 중도적 민족주의라는 입장에 서있는 김범우를 통해 어느 한 곳으로 치우치려는 편협한 내 생각을 다잡기도 했다.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완전무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지금껏 진실이라고 믿어왔고 배운 것에 거짓이 숨어 있을 수 있고,또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진실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난 이 <태백산맥>을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이 책을 더욱 빛나보이고 감동적이게 했던 건,작품 곳곳에 배어 있는 '사랑'이었다. 어쩌면 인륜상 이루어져서는 안 될 정하섭과 소화의 사랑에 묘한 긴장감과 애잔한 감동을 느끼기도 했다. 안창민과 이지숙의 관계가 그러했고 심재모와 순덕이,천점바구와 김혜자,김동혁의 강경애에 대한 사랑도 그러했다. 거칠고 메마른 이념대립 속에서도 사랑은 싹트고 있었고 그 '사랑'은 내가 <태백산맥>을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었던 이유이자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제야 중학교 때 그 선생님이 우리들에게 왜 <태백산맥>이야기를 해 주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같다.나도 그때 그 선생님의 심정으로 이 책을 다른 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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