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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글샘 > 이래서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댔지...

사랑의 시작

모든 일이 그렇듯이 사랑도 첫술에 배가 부르길 바랄 수는 없다.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녀가 내게 다가올 때까지, 그녀가 마음을 열 때까지, 그리고 그녀가 사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될 때까지.
한 발자국씩 한 발자국씩 천천히 다가서야 한다.
우리들의 사랑이 아름다워지는 것보다 상처받는 일이 더 많은 것은
성급한 사랑의 열정이 칼과 가시가 되어 우리들의 사랑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는 것!
그러다 그 기다림마저 사랑하게 되는 것!
그것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랑의 시작이다.

- 고도원의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는다》중에서 -

* 사랑의 열매도 기다림 끝에 열립니다.
조급하거나 성급하면 열매가 채 익기 전에 떨어집니다.
사랑은 무한한 기다림입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사랑을 시작할 때 기다릴 줄 모르면, 나중에 더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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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원씨 감사합니다. 기다림에 지쳐 쉬고 싶을 때, 그래도 기다림의 미학을 가르쳐 주시는 이 샘물같은 쪽지에 저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고도원이란 이름으로 제게 힘을 주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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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캠퍼스를 터벅거리며 내려오는 그 어깨가 무거웠다. 재잘거리는 주변의 시선을 부러움으로 둘러보며 그렇게 나는 지하철 역을 향해 걸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시인은 말했다. 어쩌면 그 말은 맞는 것도 같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태어나는 그 순간 나를 가능케 했던 어머니와 분리되는 경험부터 하니까. 나를 남이 아닌 나로 받아들이는 그 일은 어린 아이였던 내게 그다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라는 존재를 인정하기까지 필요했던 무던히도 많은 시간들 덕에 난 사람 사귀는 방법을 잊어야만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길 어느 한 자락에서 자신의 인연을 찾아가는 그 순간까지도 난 나를 감당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도 애써야만 했다. 어쩌면 시인은 나와 같은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서는 삶에 대한 달콤함도 씁쓸함으로 점철되어 나온다. 인생의 곳곳에서 분명 웃어야 했던 적도 있었을 법 한데, 그는 그 모든 것을 외로움으로 포장해 토해낸다. 설레이던 기다림이 혼자 남은 상실감으로 변질되기도 하고, 사랑했던 이가 의미없는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기록되어지고. 내가 사랑을 몰라서 외로웠다면 그는 사랑을 알아서 외로워야만 했다. 내가 사랑하는 방법을 몰라 애정에 굶주려야만 했다면 그는 사랑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사랑에 실패해야만 했다. 비록 이유는 다르지만, 나도 그리고 그도, 우린 모두 세상에 혼자 남겨진 존재였다는 점에서 일종의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토록 애타게 부르고 팠던 이름이 입가에 맴돌아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그는 부정확한 발음의 뇌성마비 송 씨의 입을 빌어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내뱉고 있었다. 그것은 그리움이었지만 그 그리움은 아픔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나간 시절을 생각하는 것은 아프다고

이제 겨우 스물 넷. 성공하기 위해선 되도록 앞자리에 줄을 서야 한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내게 말씀하시는 부모님. 그 말씀 따라 난 항상 되도록이면 앞 좌석에 앉으려고 노력해왔다. 하지만 그 앞자리를 가능케 만들었던 많은 이들은 내가 아니었고, 우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남이었고, 난 둘 혹은 그 이상으로 살았을지도 모르는 지난 날의 언젠가를 그리워하고 있다. 결국 인생은 혼자여도 된다, 그저 줄만 잘 서면 된다는 식의 가르침에 익숙해져 내 안에 싹트고 있던 외로움의 나무를 보지 못했었다. 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사랑해선 안 된다고 굳게 믿어왔지만, 지금 이 순간은 사랑이 그립고, 또.. 사랑하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혼자일 수 밖에 없을지라도, 나만은 둘 혹은 그 이상이고 싶다고, 지독스럽게도 부정해보고픈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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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쌤 2004-04-2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사랑해선 안 된다고 굳게 믿어왔지만, 지금 이 순간은 사랑이 그립고, 또.. 사랑하고 싶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혼자일 수 밖에 없을지라도, 나만은 둘 혹은 그 이상이고 싶다고, 지독스럽게도 부정해보고픈 밤이다...>
참 마음에 깊게 와닿는 말이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다... 나도 사랑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두렵다... 다시 사랑이란 걸 할 수 있을까... 아니... 아니... 지독히 진실된 사랑을 하고 싶은 밤이다...
 
 전출처 : 이강옥 > 연탄 가스에 중독되던 날들을 회상하며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 스스로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모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책의 세계는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박완서 선생의 <자전거 도둑>이나 권정생 선생의 <몽실언니>, 그리고 최근 널리 알려진 김중미 선생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은 환상과 사치의 세계에 물든 동화의 분위기를 씻어내고 가난한 우리의 이웃 아이들을 등장시켜 위대한 사실주의 문학의 승리를 이루었다. 나는 그런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감동시킬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먼저 감격하곤 하였다.

성윤석 시인이 짓고 김애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연탄도둑}도 우리나라 동화의 이 동화의 이 자랑스런 계열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깊고 그윽한 자비의 마음을 갖춘 성 시인은 서울 상일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들 가슴 한 켠에 숨겨져 있는 눈물 샘을 자극한다. 우리 사회의 가난과 황폐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영혼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가르친다. 그리고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오히려 절망의 바닥에 이르게 될수록 기적같이 희망의 빛과 온기가 되살아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연탄 구멍 22개는 숨구멍이다.'는 마지막 경구는 연탄 가스에 중독되어 방바닥에서 뒹굴곤 했던 우리 세대의 유년기를 맑고 밝게 부활시키는 주문이다. 먼저 부모님들이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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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쌤 2004-03-0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과 교수님이신 이강옥 선생님이라 확신한다. 이 곳에서 선생님의 글을 발견하게 돼서 무척 기쁘다. 이 선생님을 통해 알라딘 서점을 처음 알게 되었고 지금은 선생님의 '한국고전문학 강독'강의를 듣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드님이 좋은 새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들었다. 언제나 선생님의 강한 부성애와 스승애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또 감동한다. 선생님! 제가 군에 있을 때 보낸 편지... 기억해 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또 제대후 찾아뵙지 못한게 널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선생님께선 이렇게 제자 한 명 한 명을 다 기억하고 계신데...... 열심히 공부하며...선생님의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훌륭한 선생이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
 
 전출처 : kimji > 떠난 길,에서_10


 

 

 

 

 

 

 

 

 

 

 


죽은 이들도 바라보는 바다

산모롱이 돌 때 나타난 어두운 수평선을 지배하던
집광등이 나는 싫었다, 너무 환한 빛이
마치 죽은 자가 들고 있는 등불인 양 나의 긴 해안에 켜졌다
그 등불의 儀式은 울음인가 음악인가
그러나 맑은 다음날
산모롱이에서 문득 세상과 몸 바꾸며
일망무제 넓어지는
코발트빛 손가락들이 내 머리카락 깊숙이 들어와
빛의 풍차 속으로
어디선가 들리는 우레와 함께 급히 데불고 갔을때
죽은 사람의 기억은 실핏줄 아래 또렷해진다, 그들의 등불은
죄다 폭죽처럼 터진다, 그들은
검은 옷을 갈아입는다
바다는 길떠날 사람마저 코발트빛과 뒤섞여
처음 바다를 바라본 마음처럼 물끄러미 언덕에 세운다

           송재학, 『푸른빛과 싸우다』, 문학과지성사, 1994


 


 

 

 

 

 

 

 

 

 

 그 바다 앞에서 너를 죽이고 왔어야 했다.

 

 

 

 

::: 20040222, 제주_OLYMPUS C-700uz
::: 김광민, 슬픈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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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쌤 2004-03-0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바다 앞에서 널 죽이고 왔어야 했다...... 아... kimji 님의 깊고 깊은 슬픔을 보는듯 하네요.. 님의 서재에선 언제나 투명한 그리움의 향기가 묻어 납니다. 깨끗한 물방울 뒤에 비친 우울한 바다....그 바다를 보며 눈물 흘렸을 님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어떤 아픔을 간직한 분이라고 감히 짐작할 수 없으나, 님... 부디 힘내세요... 님의 아픔을 제 서재로 살짝 훔쳐 갑니다. 님의 아픔과 슬픔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빌며.....

kimji 2004-03-02 0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 감사합니다.
나눠주시고픈 마음, 또한 감사합니다.
 
 전출처 : 느티나무 > 잠기는 눈을 부릅뜨고...

   오늘 경주로 향하던 걸음이 우연하게도 딴 곳으로 향했다. 경주는 지난 일요일에도 다녀온 곳이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니까... 사실, 경주를 다녀와도 환상적인 답사 코스를 구성할 수 있었지만... 오늘 아니면 다녀오기 힘든, 방학하면 꼭 다녀오고 싶었던... 그곳에 다녀왔다.

   경주 다음으로 생각한 곳은 경남 창녕이었다. 창녕도 작은 경주답게 유형/무형 문화재로 가득한 곳이다. 화왕산성, 용선대, 관룡사로 이어지는 화왕산 코스도 멋지고,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시내 답사도 아주 맛깔나게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마다하고 다녀온 곳의 사진을 몇 장 올려놓는다. 여행기는 며칠 후에...(아마도 월요일쯤!) 오늘 거기엔 눈발이 거세게 날렸다. 그럼 여기서 질문? 사진 속의 여기는 어디일까요? ㅋㅋ


마을에 눈이 내린다


이쯤되면 짐작?

 


가천다랭이마을


유구포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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