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이강옥 > 연탄 가스에 중독되던 날들을 회상하며

나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아침 저녁으로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이 스스로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부모의 목소리로 전달되는 책의 세계는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하는 것 같다. 박완서 선생의 <자전거 도둑>이나 권정생 선생의 <몽실언니>, 그리고 최근 널리 알려진 김중미 선생의 <괭이부리말 아이들> 등은 환상과 사치의 세계에 물든 동화의 분위기를 씻어내고 가난한 우리의 이웃 아이들을 등장시켜 위대한 사실주의 문학의 승리를 이루었다. 나는 그런 책을 읽어주며 아이를 감동시킬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 먼저 감격하곤 하였다.

성윤석 시인이 짓고 김애영 작가가 그림을 그린 {연탄도둑}도 우리나라 동화의 이 동화의 이 자랑스런 계열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나는 판단한다.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깊고 그윽한 자비의 마음을 갖춘 성 시인은 서울 상일동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들 가슴 한 켠에 숨겨져 있는 눈물 샘을 자극한다. 우리 사회의 가난과 황폐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영혼을 아프게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가르친다. 그리고 어떤 절망적 상황에서도, 오히려 절망의 바닥에 이르게 될수록 기적같이 희망의 빛과 온기가 되살아난다는 것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연탄 구멍 22개는 숨구멍이다.'는 마지막 경구는 연탄 가스에 중독되어 방바닥에서 뒹굴곤 했던 우리 세대의 유년기를 맑고 밝게 부활시키는 주문이다. 먼저 부모님들이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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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쌤 2004-03-04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과 교수님이신 이강옥 선생님이라 확신한다. 이 곳에서 선생님의 글을 발견하게 돼서 무척 기쁘다. 이 선생님을 통해 알라딘 서점을 처음 알게 되었고 지금은 선생님의 '한국고전문학 강독'강의를 듣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드님이 좋은 새 담임 선생님을 만나게 된 이야기를 수업 시간에 들었다. 언제나 선생님의 강한 부성애와 스승애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또 감동한다. 선생님! 제가 군에 있을 때 보낸 편지... 기억해 주신 것만도 감사합니다. 또 제대후 찾아뵙지 못한게 널 죄송스러운 마음입니다. 선생님께선 이렇게 제자 한 명 한 명을 다 기억하고 계신데...... 열심히 공부하며...선생님의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도록 훌륭한 선생이 되겠습니다.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