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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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생은 바닥을 치고 나서야 행복을 깨닫는 걸까? "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 환자들이 우러러보고 )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 남편도 의사, 두 딸도 의대 진학 ),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여의사 엘렌. 하지만 그녀는 술고래에 드라마 중독자이고, 사무치게 외로움을

탄다. 남편은 스키 중독자이기에, 중년의 부부들이 종종 그렇듯, 각자 알아서 살아간다.

그러나, 외로움 탓이었을까? 아니면 토레 ( 진료실에 있는 해골 모형 ) 의 말처럼, 포기할 수 없던 욕망과 정념 탓이었을까? 대학 시절 만났던 30년전 전 남친과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인 바람을 피우게 된 그녀는,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걸 잃게 된다.

주인공 엘렌은 말하자면,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 몰래 뻔뻔하게 바람을 피웠고, 입에서 술을 떼어 놓고는 살 수가 없다. 한때 저지른 실수로 인해 현재는, 남편에게 집을 넘겨주고 병원에서 먹고 자고 있는 신세가 된 엘렌.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의 삶은 무참히 짓밟힌 웨딩케잌처럼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제 50줄 중반에 접어든 엘렌은 두 얼굴을 가진 의사이다. 웃는 얼굴로 환자들에게는 잘 자고 잘 먹고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징징거리는 환자들을 경멸한다. 환자들을 대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기만 한다. 들어주기만 해야하는 자신의 직업이 지긋지긋하달까?

그녀는 가정의학과 의사이기에 온갖 다양한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찾아오는데, 예를 들자면 한 치질에 걸린 환자는 너무 아프다는 이유로 볼 일을 보고 제대로 닦지도 않은채 병원에 와서 병실을 구린내로 가득 채우고

어떤 어린 여성은 부모님이 매년 같은 장소로 휴가를 가서 ( 무려 프랑스의 니스 ) 너무 우울하다고 울기까지한다.

본인이 더 울고 싶은 주인공 엘렌. 그녀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미쳐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더 미쳐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병실엔 해골 모형이 하나 있는데, 그 모형에 토레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그와 계속 대화하는 그녀. 생각보다 토레는 매우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는 바보같은 엘렌의 실수를 지적하며 놀리는 걸 좋아한다. 알콜 중독자에 가까운 엘렌이 미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토레와의 시간이 엉망진창에 가까운 엘렌의 삶에서 유일한 자기 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다.

병원 업무와 결혼 생활에 지쳐 있는 엘렌, 설상 가상으로 미친 것 같은 환자들이 계속 진료실로 몰려들며

그녀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요동치는 엘렌의 이중생활이 계속될 수 있을까?

엘렌 자신이 의사이지만 진정 치료받아야 할 것 같은 위기에 빠진 그녀 엘렌.. 과연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괴랄한 두 얼굴의 의사와 나사 풀린 이웃들의 환장 콜라보!

인간 본성의 불균형을 해독시키는 묘약같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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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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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났던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시오.

자네의 목소리로 원본을 상쇄시켜 없애버리는 것이오.

할 수 있겠소?" - 고스트 프리퀀시 중 -

신종원 작가는 세 편의 매혹적인 소설을 통해 “규칙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소설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알레고리”를 선보이며 “낯선 놀라움을 유발하는 대신 낯선 세계를 수립하는 데 성공

한다" - 이소 문학평론가 -

책을 다 읽긴 했는데, 막상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안개에 파묻힌 여행자처럼 막막한 느낌이다.

풀기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대학생 같기도 하고, 초등학생 수준 밖에 안되는 사람이

대학생들의 전공 서적을 읽은 느낌이 든다. 머리에 그냥 퀘스천 마크만 맴돌고 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을까?

온통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고지를 받아본 것처럼 매우 당황스럽다.

우선, 책에 대한 평론가의 글을 읽고 [알레고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알레고리]란 추상적 관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기법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감정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알레고리를

이용한 것인가?

이 책에는 3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첫 번째 소설인 [마그눔 오푸스] 는 큰 깨달음이라는 뜻인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양계진 씨는 손자의 태몽을 꾼다.

호랑이 띠인 그녀는, 꿈속에서 금빛 호랑이가 되어 빛나는 잉어를 낚아올리는데, 가져가지 말라는 한 늙은 거북이의

경고를 무시한다. 말하자면, 자연 혹은 우주 안에서 한 생명을 훔쳤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후로 꿈만 꾸면

마치 저승사자를 상징하는 듯한 용왕에게 끌려가서 훔친 물건을 되돌려놓아라는 협박을 받는다.

작가는 우리의 생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혹은 원죄와 속죄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소설인 [아나톨리아의 눈]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따르는

게임 같았다. 저자는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를 기반으로, 그 숫자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을 나열한다. 마치 신이 주사위를 던져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세 번째 소설인 [고스트 프리퀀시]가.. 많이 어려웠다. 상당히 난해했던 소설이다.

한 시인과 소설가는 일부러 고른 듯한 한 폐가에 만나서 목소리를 녹음한다.

수십 년 동안 그 폐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음성이 남아있는 듯한 곳에서

온라인을 통해 낭송회를 개최하고 난 뒤에,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자꾸만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한 소설가는 이미 예전에 사망한 한 발명가의 목소리까지 듣게 된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소설가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목소리는 굽이치는 파흔을 남기게 마련이며, 그러므로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잉크를 빌려 목소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안티 노이즈로 사용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소설가는 다시 불을 끈다. 주위를 더듬어 의자에 다가가 앉는다. 거기서 그가 하는 것은 단지 듣는 것이다. 어둠 또는 희미한 분광의 심박을 헤아려보듯, 작은 녹음기의 두 귀를 앞으로 내민 채.

- 고스트 프리퀀시 중 98~99쪽-

하나하나 눈도장을 찍으며 읽었는데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매우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소설 [고스트 프리퀀시]

블랙홀을 향해 달려가는 음향 신호의 굉음으로 가득 차 있고, 어디에 수렴하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탄생과 소멸의 마주치는 공간으로 향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매우 어려웠지만 작가의 세계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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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드는 법 아르망 가마슈 경감 시리즈
루이즈 페니 지음, 안현주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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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물 너무 좋아하는데 이 시리즈는 몰랐어요. 꼭 읽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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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스트넛맨
쇠렌 스바이스트루프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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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해된 피해자들과 함께 남겨진 밤 인형

그리고 그 인형에서 발견된 실종된 아이의 지문.

전대미문의 살인자 ' 체스트넛맨' 은 누구인가?

덴마크 출신의 작가, 쇠렌 스바이스트루프의 장편 소설 [더 체스트넛 맨] 은 인간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스릴러 소설이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덴마크의 인기 수사 드라마인 [킬링]을 제작하고 각본까지 썼다고 한다. 또한 요네스 뵈 작가의 [스노우맨] 영화 각본 작업에도 참여했다니, 스타 작가의 탄생인가? 이 소설은 스토리 구성의 짜임새가 돋보이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한 미치광이 연쇄 살인범이 덴마크를 휘젓고 다니며, 끔찍한 살인 사건을 일으킨다. 그는 범죄 현장에 오묘한 표식을 남기고 가는데, 그것은 바로 손으로 만든 작은 인형이다. 제목처럼 " 더 체스트넛 맨 ", 즉 성냥개비와 밤 껍질 2개로 만들어지는 인형인데, 사지가 절단된 시체 옆에 놓여있는 작은 인형이라니.....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벌어지는 연쇄 살인을 막기 위해서 전담반이 꾸려지는데, 매우 뛰어난 사건 해결 능력을 가진 베테랑 여형사 툴린과 유로폴에서 근무하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해고되어 전근을 온 형사 헤스가 팀을 이루어 이 사건을 맡게 된다. 멍해보이기도 하고 주위를 신경쓰지 않는 듯한 분위기의 헤스..... 툴린은 그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 미스터리와 같은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잠시 마음을 접어둘 수 밖에 없다.

마치 직소퍼즐을 맞추듯 조금씩 사건의 단서와 정황들을 맞춰가는 그들. 아직은 희미하지만 퍼즐이 맞춰짐에 따라 조금씩 큰 그림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글의 후반으로 가게 되면, 갑자기 애매모호했던 모든 것이 드러나며 사건의 정황이 확실해진다. 조사가 진행이 됨에 따라, 독자들은 겉으로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다 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1989년 할로윈의 어느날, 덴마크의 어느 지방에 근무하고 있던, 은퇴를 앞둔 한 경찰관이 멀리 떨어진 농가로 순찰을 나가게 된다. 그러나 별 생각 없이 나갔던 순찰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는 경찰관. 집으로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한 명씩 발견되는, 무참하게 살해된 가족 구성원들. 엉망이 된 장소를 둘러보던 그는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없다는 사실을 꺠닫고 칠흑같이 어두운 지하실을 내려가게 되는데......

이 책은 범죄 소설이자 심리 스릴러이다. 북유럽 범죄 소설의 특징인, 다소 음산하고 어두운 배경에 매우 복잡한 사연을 가진 등장인물까지 등장한다. 이쪽 저쪽 흩어져있는 퍼즐과 같은 단서를 맞춰나가는 동안,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여러 사건이 빵빵 터지면선 독자들을 책 안으로 끌고 들어가는 힘이 있는 책이다.

작가는 책 안에 경찰의 사건 조사 문제와 정치적 역학 그리고 튤린과 헤스 형사의 개인사까지 잘 버무려서 재미있게 펼쳐놓았다. 훌륭한 스토리 외에도 조금씩 바뀌어가는 등장 인물들의 케미도 볼 만 하다. 생각과 비밀이 많아 보이는 헤스는, 똑부러지고 차분한 성격의 툴린과 의외로 어울리기 때문이다. 법의학을 기반으로한 과학적 추리 방법을 시도하는 정통 범죄 스릴러를 읽어 보고 싶다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서스펜스와 스릴이 넘치는 강력한 스토리텔링이 독자들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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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네 산부인과
고다 도모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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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와 아이, 모든 가족에게 보금자리가 되어 주는 진료소,

일명 언니 산부인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여기 아주 특별한 병원이 있다. 아기가 탄생하면 병원 스탭들이 모두 모여서

산모를 위해 아카펠라를 불러주고, 출산 이후 산모가 산후 우울증과 같은 심리 문제에

시달리지 않도록 밀착 케어까지 해주는 곳.

이곳의 이름은 바로 " 오네 산부인과 " 이다.

" 오네 " 는 우리말로 " 언니 " 라는 뜻이다.

얼떨결에 이 병원에 오게 된 주인공 다나바치 쓰구오는 사실 병원 분위기에

제대로 적응을 못하고 있다. 진료 시간이 아닐 때는 탱크톱 차림에 돌고래같은

높은 목소리를 내는 원장님 ( 남자 ) 이 있고, 190센티가 넘는 우락부락한 남자 조산사는

진한 화장을 하고 몸짓과 손짓이 여간 여성스럽지가 않다.

알고보니, 이 병원에는 다양한 성 소수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회에서 낙인찍히고 상처입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들은 병원의 이익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끌어안으려 노력한다.

처음에 적응못하고 얼떨떨해했지만 조금씩 병원 스탭들에게 마음을 여는 쓰구오.

진정한 의료인이 어때야 하는지를 그들로부터 배워간다.


사실 쓰구오는 여러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예전 병원에서 담당했던 한 산모가 산후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여

그 일에 충격을 받은 그는 스스로의 무능력을 자책하며 한동안 집에서 칩거를 했던 것이다. 그 뿐 아니라, 같은 산부인과 의사인 어머니는 자신에게 엄격하기만 하고

제대로 된 사랑을 베풀어주지 않아서, 쓰구오는 인간 관계에 서툴기만 하다.

하지만 이 " 언니 산부인과 " 로 옮겨온 뒤부터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환자에게 진심을 다하고, 자신과 비슷한 상처를 드러내며 공감해주는 스탭들 덕분에

쓰구오는 조금씩 마음을 열고 산모의 출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소통하는 의사가 된다.

이 책은 어쩌면 쓰구오라는 한 인물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스토리인 동시에 " 오네 산부인과 "에서 출산이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는 여러 산모 이야기를 통해

탄생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동시에 위대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병원 이야기는 삶과 죽음을 다루므로 다소 진지해질 수 있는데

이 책은 특수한 환경 ( 남다른 개성을 가진 병원 스탭들 ) 과

쓰구오가 가진 특별한 능력 ( 책을 보면 알게됨 ) 덕분에 재미있었다.

발랄한 남자 원장님의 진두 지휘 아래 똘똘 뭉쳐서

기계적이지 않고 인간적인 출산, 그리고 힐링이 되는 치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 오네 산부인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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