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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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났던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시오.

자네의 목소리로 원본을 상쇄시켜 없애버리는 것이오.

할 수 있겠소?" - 고스트 프리퀀시 중 -

신종원 작가는 세 편의 매혹적인 소설을 통해 “규칙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소설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알레고리”를 선보이며 “낯선 놀라움을 유발하는 대신 낯선 세계를 수립하는 데 성공

한다" - 이소 문학평론가 -

책을 다 읽긴 했는데, 막상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안개에 파묻힌 여행자처럼 막막한 느낌이다.

풀기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대학생 같기도 하고, 초등학생 수준 밖에 안되는 사람이

대학생들의 전공 서적을 읽은 느낌이 든다. 머리에 그냥 퀘스천 마크만 맴돌고 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을까?

온통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고지를 받아본 것처럼 매우 당황스럽다.

우선, 책에 대한 평론가의 글을 읽고 [알레고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알레고리]란 추상적 관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기법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감정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알레고리를

이용한 것인가?

이 책에는 3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첫 번째 소설인 [마그눔 오푸스] 는 큰 깨달음이라는 뜻인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양계진 씨는 손자의 태몽을 꾼다.

호랑이 띠인 그녀는, 꿈속에서 금빛 호랑이가 되어 빛나는 잉어를 낚아올리는데, 가져가지 말라는 한 늙은 거북이의

경고를 무시한다. 말하자면, 자연 혹은 우주 안에서 한 생명을 훔쳤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후로 꿈만 꾸면

마치 저승사자를 상징하는 듯한 용왕에게 끌려가서 훔친 물건을 되돌려놓아라는 협박을 받는다.

작가는 우리의 생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혹은 원죄와 속죄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소설인 [아나톨리아의 눈]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따르는

게임 같았다. 저자는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를 기반으로, 그 숫자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을 나열한다. 마치 신이 주사위를 던져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세 번째 소설인 [고스트 프리퀀시]가.. 많이 어려웠다. 상당히 난해했던 소설이다.

한 시인과 소설가는 일부러 고른 듯한 한 폐가에 만나서 목소리를 녹음한다.

수십 년 동안 그 폐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음성이 남아있는 듯한 곳에서

온라인을 통해 낭송회를 개최하고 난 뒤에,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자꾸만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한 소설가는 이미 예전에 사망한 한 발명가의 목소리까지 듣게 된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소설가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목소리는 굽이치는 파흔을 남기게 마련이며, 그러므로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잉크를 빌려 목소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안티 노이즈로 사용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소설가는 다시 불을 끈다. 주위를 더듬어 의자에 다가가 앉는다. 거기서 그가 하는 것은 단지 듣는 것이다. 어둠 또는 희미한 분광의 심박을 헤아려보듯, 작은 녹음기의 두 귀를 앞으로 내민 채.

- 고스트 프리퀀시 중 98~99쪽-

하나하나 눈도장을 찍으며 읽었는데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매우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소설 [고스트 프리퀀시]

블랙홀을 향해 달려가는 음향 신호의 굉음으로 가득 차 있고, 어디에 수렴하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탄생과 소멸의 마주치는 공간으로 향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매우 어려웠지만 작가의 세계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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