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는 코미디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서련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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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 지는 거고,

웃기면 이기는 거야.”


가끔 SNS를 볼 때면 원글보다 댓글이 더 웃길 때가 있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어떻게 저런 말을 떠올릴까? 나는 가끔 천재적인 개그 감각을 가진 일반인들을 그렇게 만난다. 코미디란 어쩌면 그다지 특별할 게 아닐지도 모른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에도 웃음의 소재는 숨어 있다.


소설 <장르는 코미디>를 읽다가 나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렸다. 코미디 팀을 만들어 대회에 나가려는 네 명의 여학생들의 좌충우돌을 따라가보니, 우리 자신에게 충실한 것이 어쩌면 제일 웃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느낀다.


“결국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웃기려 할 때는, 자기 자신이 되어 웃기는 게 가장 효과가 좋다는 얘기다.”   -204쪽 -


주인공 임하리는 개그맨 출신인 아빠보다 더 유명한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녀는 인간을 알아야 웃길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인문학을 공부하려고 하고 독보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명문 대학을 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작 코미디 페스티벌에 팀으로 참가해야 하는데, 함께 나갈 친구가 없다.


좌충우돌 끝에 모인 아이들이 개성이 넘친다. 유도를 해서 덩치가 소도 때려잡을 듯한 양금영은 다꾸를 좋아하고 목소리가 여리여리하다. 김사라는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며 교복 대신 나이키 운동복을 입기 위해 새벽에 등교한다. 여기에 흰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자퇴생 이혜완까지.... 나름 모범생인 임하리와 접점 없는 아이들이 모였으니 처음부터 손발이 맞을 리가....


웃기려고 쓴 대본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아이들은 티격태격한다. 대본 때문에 끙끙대던 와중에 금영과 사라가 싸우고, 이를 쳐다보던 하리는 이 모습에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싸우는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던 것! 자신들이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대본으로 만드는 아이들... 과연 이들은 대회에 참여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일단 주인공들이 ‘정체성의 불안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시점에 놓인 아이들 아닌가? 성적과 친구 관계,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고민으로 가득한 아이들인데 이들이 모여서 누군가를 웃기겠다고 머리를 맞대고, 싸웠다가, 화해하고, 좌절했다가 다시 도전한다.


엉망진창이었던 팀 워크였지만 함께 하는 가운데 우정은 피어나고 결국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좌충우돌, 우당탕탕, 뭔가 웃기고 신나는 소동의 한가운데 순수하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청춘의 한때가 있다.


읽다 보니 문득 내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학교 축제를 맞아 가장 친한 친구 4명이 팀을 짜서 노래대회에 나갔고 수학여행 때는 장기 자랑으로 패션쇼도 했다. 긴장도 많이 했지만 함께 준비하고 무대에 서는 동안 친구들과 부쩍 가까워졌고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과 자신감도 얻었다. 그래서인지 이 아이들의 도전이 남일 같지 않았다.


이 책을 청소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기분이 들 때 이 오합지졸 친구들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히며 뭔가를 만들어냈지 않은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좌절도 하고 성취감을 느끼면서 그렇게 자란다. 공부만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 어설프고 사랑스러운 코미디 도전기 <장르는 코미디>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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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 - 인생의 굴레마다 찾아온 뜻밖의 해답
우인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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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이 상하는 이유는 꼭 큰일이 생겼기 때문만은 아니다. 업무 단톡방에 남긴 내 말에 아무도 반응하지 않고, 일요일 저녁이 되면 다음 주에 대한 걱정이 밀려오거나, 월급날 분명 빵빵하게 채워졌던 통장이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는 일들.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마음을 산란하게 만든다. 별것 아니라고 누르거나 넘기려 할수록 오히려 신경은 더 날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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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왜 이런지 부처님께 물었습니다>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흔들리는 마음을 불교의 언어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처음에는 오래된 불교 경전 속 가르침이 지금 우리가 겪는 문제와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까 수천 년 전 부처님 말씀이 지금의 내 마음을 정확하게 짚어주는 듯했다. 시대와 사는 모습은 달라졌지만, 사람이 무엇을 걱정하고 어디에 집착하며 왜 괴로워하는지는 크게 변하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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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누군가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그에 대한 답을 듣는 상담 형식으로 전개된다. 일체유심조, 공, 아귀 등 불교 용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이야기 속에 담긴 내용은 현재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민과 감정 그리고 해결책이다. 평소에 나도 겪었던 익숙한 상황을 먼저 만나고 그에 연결된 가르침을 읽다 보니 낯선 용어가 한결 쉽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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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서 "주말인데 마음은 벌써 월요일에 가 있어요'라는 사연은 '도거'라는 불교 용어로 설명된다. 마음이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과거에 대한 후회로 분주해지는 현상을 가리키는 '도거' 우리는 쉬는 날에도 다음 주의 일을 걱정하고 몸만 쉬고 있을 뿐 마음은 여전히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리 걱정한다고 내일의 문제가 해결되는가? 걱정하는 시간에 에너지만 소모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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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원숭이의 괴롭힘을 그냥 당해주는 물소 왕의 이야기를 통해 '걱정'을 털어내는 법을 알려준다. 원숭이의 괴롭힘에 별 대응을 하지 않은 물소 왕처럼 우리도 걱정이 찾아왔다고 해서 거기에 매달리거나 억지로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것이 왔다가 지나가도록 두라는 것이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걱정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 마음을 생각했다. 불안해하는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지금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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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소리는 괜찮은데 유독 옆자리 동료의 키보드 소리가 거슬린다는 고민도 흥미로웠다. 책은 이를 모든 것은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와 연결해 들여다본다. 매달 반복되는 카드값의 굴레를 ‘윤회’와 목마름을 뜻하는 ‘갈애’로 풀어내는 대목도 있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불교 용어들이 직장 생활과 소비 습관 속으로 들어오니 그 뜻이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과 함께, 그 상황에 반응하는 내 마음과 반복되는 습관도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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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가 이렇게 일상에 가까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좋다. 종교를 쉽게 풀어내는 방식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내게는 그동안 어렵게 느꼈던 가르침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거창하게만 여겼던 말씀이 단톡방과 사무실, 주말 저녁과 카드 명세서 앞에서 느끼는 마음을 설명해 주니 불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매일 겪는 작은 고민에 적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쉽고 실용적인 책이었다. 삶의 지혜를 얻어 갈 수 있는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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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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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 엄금 - 변사한 대학생의 핸드폰 ㅣ 엄금 시리즈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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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떠올릴 것 같다. '실화'라는 말만 붙어도 공포가 두 배는 더 크게 느껴진다.


 이런 면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기록한 듯한 모큐멘터리 형식의 <스와이프 엄금>은 독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다.


이야기는 주인공 잇시키 가즈마가 오컬트 동아리 선배인 야에가시의 제안으로 '도메키의 동네'를 조사하면서 시작된다. 폐가로 가득한 유령 마을인 그곳에는 섬뜩한 소문이 떠돈다. 마을에 발을 들이기만 해도 온몸에 눈이 달린 괴물 '도메키'의 저주를 받아 죽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콧방귀를 뀌던 가즈마도 앞서 마을을 찾아갔던 사람이 정신적 이상을 보이다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크나큰 공포에 휩싸인다. 


여기에 정체 모를 검은 옷의 여인까지 자꾸만 그의 눈에 띈다. 도메키의 저주는 정말 존재하는 걸까? 가즈마 앞에 나타나는 그 여인은 과연 누굴까?


"핸드폰을 여는 순간, 예기치 않은 공포가 밀어닥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읽는 내내 책이 아니라 핸드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카톡처럼 누군가와 대화를 주고받는 장면이나 GPS로 장소를 찾는 화면이 익숙해서인지, 마치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까지 더해지니까 페이지를 넘기는 손길이 마치 화면을 스와이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에 늘 들여다보던 핸드폰의 익숙한 화면으로 이야기를 접하니 공포가 한층 더 가깝게 다가온다.


폐허가 된 건물과 그곳에 그려진 거대한 눈동자,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검은 옷의 여인까지..... 누군가 자신을 늘 쳐다본다고 느끼는 주인공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도 자꾸 주위를 살피게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뭔가 음습하고 소름 끼치는 시선이 주변에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스와이프 엄금> 일상에 스며든 공포를 진하게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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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이프엄금 #치넨미키토 #북다 #일본장르소설 #북다방 #북다방1기 #호러소설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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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분까지 내 책임이라니 - 아무래도 난 너 때문에 화가 난 것 같은데
오원 지음 / 스테이션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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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억울해!”를 외치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연상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는 남의 감정에 얽매이지 않기를

깨달아버린 저자가 세상과 나를 분리하고, 독립하여,

진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 후 즐거운 마음으로

한 말인 듯 하다.


저자 오원씨는 요가와 명상을 수련하는 사람으로 현재는

간호사 되기 위해서 늦깎이 대학생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동떨어지지 않았음을 깨달은 후 공부를 시작하였기에

아주 재미있게 몰입하여 할 수 있다고 한다.


그의 책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을 내 식대로 풀어보자면

그의 글은 맑게 흐르는 시냇물 같기도 하고

나뭇 가지들을 살살 간질이면서 지나가는 산들 바람 같기도 하다.

읽는 동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지고 촉촉하게 젖는 느낌이다.


그런데 읽다보니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실 나에게는 마음 속 깊은 곳에 감춰둔 상처가 있다,

초등 6학년 때 이유없이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

내 기억으론, 나중에 그 아이들과 화해하고 어울린 것 같은데

마음 속엔 그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대인 관계 공포증 비슷하게 남았다.


그래서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일에 큰 공감을 했다.

미술부인 자신을 괴롭힌 음악부 남자 아이들....

그 아이들을 제대로 제재하지 않은 선생님께 소리를 지르고

심하게 항의를 한 저자.


비록 선생님의 잘못이 있긴 했지만 소리를 지른 일은

자신의 책임이 맞다는 것을 인정을 하고 또한 그 아이들이 변해서

사과할거라는 기대를 아예 접게 되면서 저자는 정신적으로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첫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이 책은 이처럼 '정신적 해방' '심리적 자유' '자아 성찰과 독립'

등 과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고

'진정한 마음의 평화'에 가닿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에 쏙 들어온 문구들을 적어보자면,


“타인의 반성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영락없이 그들의 노예로

살게 된다.” -15쪽-


“마침내 타인의 손아귀에서 내 감정의 주도권을 빼앗아 오는

가장 강력하고 홀가분한 해방의 선언인 셈이다” -17쪽-


“좋은 차는 이렇듯 몇 번을 거듭해 우려도 오래도록 제맛을

내는 법이다” - 79쪽 -


그런데 이 책은 줄곧 마음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서 얘기했던 것처럼 저자는 요가와 명상을 열심히 하는 수련자이고

간호대학 학생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요가’라는 운동의

매력과 그것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고 있다.


성공에 미쳐 달려가던 저자를 멈춰 세워 주었던 것도,

숨을 더 깊고 편안하게 쉴 수 있게 해줬던 것도,

부정적인 감정도 그저 종류가 조금 다른 감정이라는 사실도,

끊임없이 불안을 양산하는 뇌를 잠재워준 것도

모두 요가 덕분이라고 말하는 저자.


"정말로 요가는 몸을 비틀고

기이한 동작을 하는 게 아닌가 보다.

후회도 걱정도 없는, 지금 내 상태가 요가 같다."

-121쪽-


책에는 풍경과 사람들을 담은 사진들도 있고

저자가 직접 쓴 자작시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 사람들이 웃고 있는 표정을 찍은 사진들과

계절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사진 그리고 마음을 담은

시들도 참 좋다.



기회가 된다면 제주에서 저자가 진행하고 있다는 그 프로그램

<리트릿>에 나도 한번 참석해보고 싶다.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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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가 살인사건
아시베 다쿠 지음, 구수영 옮김 / 더블샷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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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가 살인사건>을 완독했다.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매우 흥미진진해서 푹 빠져서 읽었다. 1900년대 초부터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45년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고 재미있었다.


번창했던 한 가문이 쇠락하는 과정을 따라갈 때는

대하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여러 트릭이 맞물린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풀어가는 대목에서는 정통 추리소설의 재미가.

여기에 전쟁이 개인과 가족에게 남긴 비극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역사 드라마의 맛도 있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오마리가라는 세계관 안에서 이 모든

이야기가 어우러지기에 참으로 풍부한 스토리텔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잡화상으로 시작한 오마리가는 화장품 사업으로 크게

번창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장남 센타로가 실종되는

불행도 겪는다.  사환 소년과 함께 전쟁을 묘사한 파노라마관

을 찾았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센타로.


그리고 시간은 수십년을 건너뛰고 이제 오마리가 집안은

실종된 장남의 누이인 기요에가 데릴사위를 들여서 낳은

네 남매가 어느덧 훌쩍 자라 있다.


그러나 전쟁의 그림지가 이들의 삶을 뒤흔든다.  장남

다이치로는 결혼했지만 군의관으로 중국 상하이로 가게 되고

차남 시게히코 역시 징집되어 전쟁터로 끌려간다. 또한

전쟁의 여파로 화장품 사업마저 기울며 오마리가는 점점 쇠락한다.


그런데 그렇게 생기를 잃어가던 집안에서 기괴한 살인사건이

되면서 이상한 활기가 돋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살인 현장

- 기묘한 소품들과 이상한 자세 - 등등 그런데 이 미스터리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오마리가 내부에 수십년째 감춰져있던

추악한 비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떠올린 키워드는 ‘비밀’ '이름' ‘실종’ ‘도깨비’ 

그리고 ‘주택 구조’였다.  특히 1층과 2층으로 나뉜 구조, 깊숙한 곳에 있는 

별채  등으로 이뤄진 일본 저택의 구조가 흥미로웠다.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어떻게 오가고, 공간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어쩌면 오래된 저택의 구조 자체가 기묘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수상한 그림자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증언이 겹쳐지면서 이 공간은 뭔가를 숨기고 있는 곳으로 읽힌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겹겹이 베일에 둘러싸여있던 가문의 비밀이다. 

밖으로 새어 나오지 못한 채 오래 묵어온 비밀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데, 

마치 꽁꽁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탄식을 하게 되었다. 

‘아, 이 일이 이렇게 된 것이구나’


한때는 번성했던 가문 ‘오마리가’ 그러나 전쟁 속에서 마치 석양처럼 저물어가는 

이 집안의 분위기가 내내 쓸쓸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살인사건이 발생하며 

조용하던 집안에 묘한 활기가 돈다. 어둡게 가라앉아있던 이 가문에 미스터리라는 

긴장이 스며드는 부분이 매력있다.

 

이외에도 내 생각에는 <오마리가 살인사건>는  전쟁으로 삶을 빼앗기고 비극을 

겪어야 했던 일본의 평범한 사람들을 애도하는 이야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당시와 일본 군국주의, 전쟁의 참상은 뗄레야 뗄 수 없고 사람들은 그렇게 죽어갔다.


동시에 이 책은 초기 일본 추리소설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서양 고전 

추리소설들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마지막에 

이 책의 본질을 드러내는 듯한

추리 과정이 재밌었다.


"나를 제외한 여기 있는 모두가 탐정소설 속에 있기 때문이야"

- 516쪽-


한 가문의 흥망성쇠와 시대의 비극, 정교한 퍼즐을 풀어가는 즐거움까지 

한 권에 담겨 있다. 읽는 동안 여러 번 감탄했고, 마지막까지 참 재미있게 

읽었던 추리소설 <오마리가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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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가살인사건 #아시베다쿠 #더블샷출판사 

#일본장르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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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bleshotpress 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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