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지음 / 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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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시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시골집의 높은 턱에서 굴러떨어지셔서

복합골절을 입으시는 바람에, 손자의 집으로 병간호를 받으러 오셨다.

시어머니도 현재 대상포진으로 병원에 다니시는 중이라 손자며느리인

내가 병간호에 당첨되었다.



시할머니를 돌보며 느낀 흥미로운 사실은, 나는 어느 정도 감정적인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반면 할머니와 가까운 손자인 남편은

걱정과 짜증 사이를 오가면서 자꾸만 예민하게 군다는 것이다.



결국 내가 적당히 하라고 경고를 했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아픈 가족을 대하는 일이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된다.

걱정하는 마음이 초조, 불안, 짜증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민지 저자의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은 이처럼 환자가 된

가족의 병간호와 돌봄에 대한 이야기이자 삶과 죽음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생전에 텔레마케팅 일을 하셨다. 사람들로 가득한

좁은 작업장에서 일하시던 중 코로나19에 걸리신 어머니는 결국

병원에 입원하시게 된다.



입원 중에도 딸과 카카오톡을 주고받고 영상 통화도 나누었던 어머니.

저자는 당연히 어머니가 곧 나으리라 생각했지만

어머니의 상태는 곧 위중해졌고 좀 괜찮아졌다가도 심각한 상태를 반복하다가

결국 돌아가시게 된다.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마음은 온통 상실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 19쪽 -



정말 남 얘기 같지 않았다. 아픈 가족을 둔 사람에게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일조차 쉽지 않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마음 한쪽은 계속 그 사람에게 가 있다.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에도

혹시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두려운 마음.



그러나 저자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글을 썼다. 그래도 문장 사이사이로 그녀의

절망과 슬픔, 분노 등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아버지가 작별 인사를

하라는 저자에게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걱정과 두려움을 감당하지 못한 그 마음,,, 갑자기 시할머니에게 예민하게

굴던 남편의 얼굴이 둥실 떠오른다. 오죽했으면 그렇게 벌컥 화를 냈을까

하는 마음이 들고 아버지가 안쓰러워졌다.



그런데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자에게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밀려왔다.

장례식을 정하고 서류와 절차를 챙기고 망연자실한 아버지도 돌봐야 했던

외동딸 민지 씨. 친구처럼 가까웠던 어머니를 잃은 저자의 마음은 누가

돌봐주나? 저자의 지독한 슬픔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다행인 것은, 늦게 얻은 외동딸인 저자가 생전에 어머니와

여행을 다니면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점이다.

IMF 이후 무력해진 아버지를 대신하여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으로

지내며 고생만 했던 어머니.. 그런 엄마에 대한 측은한 마음도

있었지만 함께 즐거웠던 기억이 글 안에 가득하다.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은 돌봄 노동과 병간호를 해야 하는 당사자의

입장,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그리고 죽음 이후에 남겨진 일들 등

여러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덤덤한 저자의 갈비뼈 아래 숨겨져있던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내내 글을 타고 흐른다.



이제 저자는 남겨진 가족을 챙긴다. 아버지의 식사를 챙기고

16살 고양이의 골절을 치료한다. 그리고 가족에 대한 가치관을 중심으로

연인 관계도 재조정에 돌입했다. 뭔가 틈틈이 올라오는 상실감을 달래면서 

삶을 조정해가는 저자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상실 앞에서 우리는 서툴 수밖에 없다.

과연 죽음에 대처하는 마음 자세라는 걸 미리 준비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늘 덤덤하게 서로를 대하는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했던 책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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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10-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정말 정성스럽게 잘 쓰셔서 댓글 남겨요.
시어머니도 아닌 시할머니를 손자며느리가 간병을 했다는것도 대단하시고요.
이젠 돌보는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도 필요할것 같아요.
저도 이 책 너무 좋더라구요.

토토엄마 2026-10-09 11:31   좋아요 0 | URL
앗 감사드립니다 ^^ 저도 책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자가 아주 진솔하게 잘 썼더라구요. 슬픔을 안 보이려 애쓰며 덤덤하게 썼던데 저는 저자의 아픔이 아주 크게 다가오더라구요. 애써서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