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닮아 예쁜가?
권태현 지음, 이선미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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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읽는 즉시 동심을 느끼게 만드는 그림책이 있다. 동글동글한 얼굴에 웃상을 가진 아이들은 선생님의 질문에 일단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선생님의 질문이란 바로, “자기가 안 예쁘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 봐요!”였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모두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이 귀여운 동화책은 스스로를 사랑하고, 외모에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들의 미소로 가득하다.


선생님은 주인공 나우에게 누굴 닮아서 그렇게 예쁜지를 가족을 보고 관찰해서 일기에 써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나우는 머릿속으로 모든 가족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그리고 아빠. 집에 오자마자 손거울을 들고 식구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관찰도 하면서 자신이 누구를 닮았는지 물어보는 나우. 엄마의 반응은, “호수 같은 엄마 눈을 닮았지” 였고 아빠의 반응은 “멋지고 잘생긴 코가 아빠랑 똑같잖아”


엄마와 아빠의 세심하고 친절한 대답에도 영 만족을 못 한 나우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 누구 닮았어?” 할머니는 귀엽고 예쁜 입을 강조하고 할아버지는 식구 모두를 닮아서 나우가 예쁘다고 칭찬한다. 나우의 가족 모두 나우의 질문 폭격을 귀찮아하지 않고 오히려 귀여워하면서 받아주는 모습이 너무 따뜻하게 전달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의 인성 발달에 있어서 어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떠올리게 된다. 아이의 질문에 진심을 담아 답해주는 어른들, 못생겼다는 아이의 팩폭에도 너털웃음을 짓는 할아버지.. 그렇게 사랑이라는 양분과 물을 듬뿍 받아 쑥쑥 자라는 나우라는 꽃은 이제 자신의 사랑을 위험에 처한 길고양이에게 나누어 준다. 그렇게 나우는 어른들 덕택에 사랑을 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란다.


문득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속담이 생각나기도 하고, 대가족 체제에서 부모가 바쁘면 손자와 손녀를 돌봐주던 할아버지와 할머니 얼굴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랑받고 자란 아이들은 그 자체로 빛이 나고 예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존재를 이렇게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니.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따뜻한 스토리와 귀여운 그림체를 가진 <누굴 닮아 예쁜가?>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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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형 살인 - 중국의 장기 적출 산업과 미국 최대 적국의 진정한 실체를 파헤치다
얀 예킬렉 지음 / 에포크미디어코리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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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드러낸 참상 앞에서

이제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주문형 살인>을 읽으면서 정말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과연 문명이 발전한 21세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눈물마저 났다. 종교와 신념을 억압하는 것만으로도 용납하기 힘든데 신념을 꺾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문과 학대뿐 아니라 살아 있는 인간의 몸에서 장기를 적출하다니? <1984>에서 읽은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니... 몸서리가 쳐진다.


이런 생각과 동시에 약 20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전에 경험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도심에 나가면 중국 공산당의 파룬궁 탄압을 규탄하며 시민들에게 지지 서명을 부탁하던 무리가 있었다. 아주 끔찍한 사진들의 전시도 기억난다. 그러나 이렇게 심각한 일이었는지 상상도 못했다. 제대로 그들의 호소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던 일이 후회로 남는다.


이 책은 저널리스트인 얀 예킬렉이 사람들의 증언과 인터뷰 그리고 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의 강제 장기 적출 문제를 추적한 탐사 기록이다. 그저 괴담으로만 알고 있던 것이 "진실"로 드러나니 경악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경악스러운 점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범죄 시스템을 구축하고 또 여러 나라에서 이 시스템을 이용하여 의료 혜택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선진국이 나서서 범죄를 덮어주고 함께 누렸다는 것 아닌가? 출판사 소개에 등장하는 "국가가 주도하고 산업화된 살인 체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보다 이념이나 권력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먼저 앞서는 것이 너무 무섭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사례가 정말 많았고 그 결과도 상당히 파괴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력자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과 문화혁명 등으로 인해서 전통이나 문화의 파괴가 있었지만 그것보다도 죄 없는 사람들이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SF 소설이지만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를 다룬다는 소설 <삼체>를 꼭 읽고 싶어졌다.


파룬궁이라는 종교뿐만 아니라 가족, 책, 영화 등 전통이나 문화적인 요소도 국가에 대한 개인의 저항심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똑같이 탄압해온 것은 아닐까? 개인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묻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권력을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소설 <1984>가 아주 명확하게 그런 부분을 꼬집고 있고 사실 우리에게는 이를 증명할 북한이라는 나라도 있다. 북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인권 유린이 심각한 곳이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 아래에서 개인이 얼마나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그리고 인간이 오직 이익을 위한 도구로 취급받는 사고방식이 너무 끔찍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까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당연시하면 절대로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용되는 권력을 비판하고, 개인의 신념과 자유를 지키고, 부당한 일에는 당당하게 저항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새삼 느낀다. 권력을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와 시민사회의 역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생각도 든다. <주문형 살인>을 읽는 동안 다시 한번 다짐한다.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인권 탄압을 그동안 외면해왔는데, 이제는 우리 모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리는 자유가 소중한 만큼, 타인의 고통에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야겠다고 다짐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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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 - 단돈 100만 원으로 월 30만 원 버는
배지원.노우진 지음 / 다산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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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제 이야기의 중심은 확실히 주식 투자이다. 주변에서 누가 큰 수익을 거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시작해야 하나 싶어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러나 막상 공부하려고 하면 낯선 용어가 발목을 붙잡는다. 책을 읽어도 여전히 헷갈리는 게 너무 많다. 이런 주린이를 위한 책 어디 없나?


그러던 찰나에 만나게 된 책 <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은 이런 나조차도 아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이다. 물론 모든 내용을 단번에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복잡한 내용은 덜어내고 초보자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점만 요약해서 잘 챙겨 담은 느낌으로 다가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이 바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아라"였다. 결국 주식투자란 싼 가격에 사서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는 진리를 말해주고 있는 문장이 아닐까?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잊고 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무엇이 싼 가격이고, 어떤 기업이 앞으로 성장할지를 알아보는 일인데, 이 책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공모주"라는 표현에서 미래가 창창한 아이를 키우는 듯한, 혹은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고 성장을 지켜보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물론 새로 상장하는 기업이라고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니기에, 기대감만으로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 안목을 지금부터 길러놓으면 앞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설명이 쉬워서 금방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장에서 무신사처럼 친숙한 기업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평소에 입고 먹고 사용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선택하라는 주장!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또한 좋아하는 브랜드를 넘어서 그 회사가 앞으로 어떤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는 일도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이 공모주 투자에 관심을 가질 아주 적절한 시기라고 하는 부분도 설득력 있게 읽혔다. 현재 정부 방침에 변화가 생기면서 주식 시장이 개인 투자자에게 좀 유리한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쪼개기 상장 사라지고 적은 돈으로도 청약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 아주 새로웠다. 주식 투자는 목돈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새로운 발견이었다.


그리고 주식 투자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흐름과 정부 정책을 잘 살펴보라는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결국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라는 말 아닌가? 북극항로에 관한 소식이나 반도체 공장 건설 소식이 이제는 그저 뉴스로만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산업이 앞으로 유망할지 계속 살펴봐야 결국 주식 투자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뒷부분의 3장과 4장에서는 새내기주 BEST 30과 공모주 투자 실전을 만날 수 있다. 기업마다 사업의 기본 체력과 투자 포인트를 정리해놓아, 앞에서 읽은 내용을 구체적인 회사에 대입해 보기 좋았다. 실제 청약 과정도 단계별로 알려주니 처음 도전하는 사람에게 아주 유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념 설명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까지 안내한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은 주식이 어렵고 투자하는 것이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발판이 되어주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금방 주식 투자가 쉬워지지는 않겠지만 단계별로 뭔가를 시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친숙한 기업에 관심을 가지고, 산업과 정책의 흐름을 읽어낸 뒤 기업의 가치와 청약 조건을 확인하기. 여전히 주식을 잘 모르지만 발가락 정도는 담가 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 특히 주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공모주 투자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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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쫄지 마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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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절대 쫄지 마!>는 유명 작가 스티븐 킹의 신작 스릴러이다.  소설 속에는 두 가지 범죄가 한꺼번에 펼쳐진다. 잘못된 판결로 억울하게 감옥을 갔다가 목숨을 잃은 앨런 더프리에 대한 일종의 정의 구현을 하겠다는 한 남자. 그는 죄 없는 이 13명을 죽이고 죄있는 자 1명을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왜 하필이면 이 숫자인지 미스터리했다.


그리고 여성의 낙태 권리를 주장하는 여권 운동가 케이트와 그녀의 비서를 집요하게 스토킹하고 목숨을 위협하는 여성으로 보이는 범인. 락스 테러에 탄저균 등등 가도 너무 가는 이 범인의 의도와 목적은 무엇인가. 동시에 나중에 이 두 사건이 어떤 식으로 만나게 될지 너무 궁금했다.


내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소설 속 세계를 천천히, 그러나 아주 촘촘하게 쌓아 올리기 때문이다. 탄탄한 세계관 덕분인지 사건에 좀 더 개연성이 부여되고 동시에 사건 너머로 보이는 미국이라는 사회와 인간의 모습이 아주 풍부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단 이 책의 경우도 ‘범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사회의 모순이나 병적인 면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주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건 조작을 서슴지 않는 검사나 정의 구현을 위해 거의 ‘묻지 마 살인’에 가까운 살인 파티를 벌이는 범죄자. 그리고 종교적 정치적 신념을 두고 갈등하는 세력들....


소설에 아주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일단 탐정 홀리 기브니가 아주 매력 있다. 체구도 작고 이젠 머리도 희끗희끗한 중년 여성인데 상당히 영리하고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날쌘 경호원 역할까지 담당한다. 하나를 들으면 백을 아는 그녀를 보니 현대판 셜록 홈스 느낌이었다.


범인의 이상 심리에도 관심이 갔다. 좀 비뚤어진 영웅 심리를 가진 혹은 종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극단주의자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정도의 변태적인 심리라면, 한국의 극단 주의자들은 명함도 못 내미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고 이들의 성향상 정치적 도구의 역할로도 쓰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특히 섬뜩했던 점은, 어처구니없긴 하지만 처음에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살인을 신중하게 시도한 범인이 뒤로 갈수록  살인 충동에 휘둘린다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진짜로 길에서  만난 아무나 죽인다. 한마디로 살인귀로 변해가는 모습이  너무나 소름이다.


<절대 쫄지 마>는 범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과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미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처음에 범인이 누구인지 보여주긴 하지만 끝까지 다 읽어봐야 범인의 정체가 비로소 드러난다. 범인의 다음 행동과 홀리의 범인 추적을 지켜보는 긴장감이 소설의 큰 재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모이고 속도가 붙으면서 몰입감이 더 생긴다. 과연 명탐정 홀리와 친구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맹목적인 신념이란 게 얼마나 무서운지를 보여주는 듯한 흥미로운 소설 <절대 쫄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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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쫄지마 #스티븐킹 #영미장르소설 #스릴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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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
정형남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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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단절된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온기로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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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으로 가는 길>을 읽으며 처음에는 우인이라는 젊은이의 사연이 궁금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는 무슨 이유로 자신에게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의 ‘우인’이라는 호를 붙이고 산 중턱의 암자까지 들어왔을까? 그런데 마치 산길을 오르다 길을 잃듯, 책을 읽다 보면 그 궁금증도 잠시 잊게 된다.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과 그것을 묘사하는 유려한 문장에 이끌려 자꾸만 눈길이 머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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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이른 대목에서 이 소설의 중심에 놓인 ‘소중한 인연’을 예고하는 듯한 사건이 벌어진다. 온 산을 뒤덮을 듯 세차게 내리는 눈을 뚫고 한 여인이 암자를 찾아온다. 신해라는 이름의 그녀는 산의 절경에 이끌려 무작정 산을 올랐다가 눈 때문에 내려가는 길을 잃은 것이다. 고립과 고독을 자청한 우인의 생활에 찾아든 뜻밖의 존재라고 할까. 여기에 스님과 과부의 옛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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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이 그곳에서 도옹, 유종과 맺는 관계도 주변 풍광만큼이나 아름답게 그려진다. 젊은 시절 법학을 공부했다는 고기 잡는 노인 도옹은 삶의 이치를 깨우친 도인처럼 느껴진다. 도시에서 살다가 부모의 흑염소 식당을 운영하며 염소를 방목하는 유종도 마치 그 풍경의 일부처럼 어우러진다. 욕심 없이 순리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담백하다. 그러나 오 형사가 등장하면서 이 조화로운 풍경에 어두운 그림자가 깃든다. 독재 정권 아래 동지들과 함께 저항하다 쫓기는 우인의 사정이 드러나고, 그가 깊은 산속까지 들어온 이유도 짐작하게 된다.

​

이 소설은 서사가 복잡한 편은 아니다. 내게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만큼이나 문장을 읽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다. 우인이 산과 바다를 바라보고 느끼며 살아가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조금씩 자연의 빛깔로 물들어가는 듯하다. 고색창연한 문장 사이에 등장하는 낯선 어휘들도 예스러운 느낌을 더한다. 순우리말인지 지역 방언인지 궁금해하며 뜻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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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에 머무는 동안에는 구도적인 분위기가 그를 따라다닌다. 우인은 어쩌면 외롭더라도 속세를 등지고 홀로 걷는 구도의 길을 선택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그의 삶에 운명처럼 신해가 들어오고 그 지역 사람들과의 정겨운 관계가 쌓이면서 삶의 방향도 조금씩 달라진다.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즐거움을 누리다가도 ‘인연’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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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책 표지에 적힌 “세상과 단절된 고독 속에서도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온기로 다시 살아간다”라는 문장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눈 덮인 산속의 암자까지 찾아든 한 사람과, 자연의 일부처럼 곁에 머무는 사람들을 떠올리면 ‘인연’의 따뜻함이 또 느껴진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 읽기 시작했지만, 책을 덮고 나면 우인이 만난 사람들과 그 인연이 그의 삶에 남긴 변화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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