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천국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10
에밀 졸라 지음, 티모테 르 베엘 그림, 윤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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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이 다 알았으면 해서 하는 말이에요"


나는 7년째 코숏 수컷 고양이를 모시고 살고 있다. 

처음엔 실내 생활을 갑갑해 하는 것 같아서 유모차에 태워 

몇 번 산책을 나가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괴로워하는 비명소리뿐.


여러 책과 방송을 섭렵한 끝에 고양이에게는 산책이 필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하루 루틴만 철저하게 지켜주면 

된다는 사실을 또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귀여움만 지켜주면 

될 일!!


책 <고양이들의 천국>에서 주인공인 통통한 앙골라 고양이는

집의 포근함과 생고기의 육즙이라는 행복에 지겨워진다.

그러다 길거리 고양이들의 야성을 보고는 그만 반해버려서

살짝 열린 부엌 창문을 통해 밖으로 달아난다.


독서 내내 나는 나의 또 다른 반려묘의 일탈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때 되면 신선하고 맛있는 생고기를

대령하는 환상적인 집에서 탈출을 꿈꾸다니! 

'이 녀석 고생 좀 해봐라'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독자들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듯, 이 "온실 속 화초"인

살찐 고양이의 개고생이 펼쳐진다. 몸이 녹아내리는 듯 

따뜻한 햇볕과 부드러운 진흙의 감촉도 잠시, 우리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거리의 고통을 실감하게 된다.


너무 배가 고파서 어느 다락방에 있는 갈빗살을 훔쳐먹으려다

빗자루로 등짝 스매싱을 당하고 예쁜 암고양이에게 접근했다가

다른 수고양이에게 목을 깨물린다. 이외에도 극심한 추위와 

고양이를 잡아먹는 거리의 남자까지... 두려움으로 벌벌 떠는 우리의 주인공


결국 그를 돌봐주던 늙은 고양이의 안내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주인공은 그에게 함께 집에 들어갈 것을 제안하는데....


"나처럼 자유로운 고양이들은 고기나 깃털 쿠션을 얻기 위해

자유를 포기하는 짓은 절대 안 해..... 잘 가."


자유를 포기하고 사랑받으며 배부르게 사는 삶 그리고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지만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삶.. 

과연 우리는 이 둘의 삶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


인간들처럼 고양이들도 나름의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법. 생고기와 따뜻한 쿠션을 포기할 수 없는

앙골라 고양이와 자유롭게 삶을 구가하는 늙은 고양이


애초에 둘에게는 다른 삶이 준비되어 있던 것은 아닐까?


내용도 귀엽지만 이 책은 특히 그림체 자체가 너무나

황홀하다. 고양이의 자세와 표정을 옆에서 직접 보고 연구한 것처럼 

그림이 아주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매우 아름답고 

아련한 느낌을 전달한다.


어른들이 봐도 흠뻑 빠져들게 되는 스토리와 삽화를 가진

<고양이들의 천국>을 이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비롯하여

동물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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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고양이들의천국 #에밀졸라 #티모테르베엘 #르온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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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 - 정보·선택·용기로 완성하는 마지막 삶의 설계
박동자 지음 / 예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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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병원에 안 가고, 집에서 죽게 방치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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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들수록 존엄한 죽음에 대해서 자꾸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죽음으로 가기 이전, 노년이 되면 겪게 될 여러 과정들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누구나 벗어날 수 없는 노년의 삶과 죽음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가 되었을까? 개인들의 마음의 준비가 평소에 되어 있어야 하겠지만 사회 시스템도 그만큼 갖춰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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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는 사회보장기관에서 보험과 돌봄 관련 현장 업무를 35년간 담당한 박동자 씨의 저서이다. 그는 재직 중 1년간 독일의 건강보험, 수발보험 등 사회보장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인터십을 밟으면서 독일 사회보장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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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책은 마냥 죽음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펼치기 보다는 죽음, 건강, 관계, 경제라는 이 4가지 질문으로 완성되는 노년의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가정형 호스피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장기요양서비스, 치매 돌봄, 통합돌봄, 국민연금과 주택연금 등 다양한 제도가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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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단순히 제도의 명칭과 이용 방법만 나열하지 않고, 24명의 전문가와 당사자가 들려주는 경험을 통해 그 제도가 한 사람의 삶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다. 독일의 사회보장제도와 한국의 현실을 나란히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딱딱한 제도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실제로 있었던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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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집에서 세 딸의 돌봄을 받으며 세상을 떠난 췌장암 환자의 사례였다. 딸들은 어머니가 좋아하던 원피스를 입혀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물론 가족과 환자 본인에게는 애틋하고 뜻깊은 작별의 시간이었지만 자택 사망 신고 후 출동한 경찰이 환자의 사망에 대해서 가족을 취조하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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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통해서 나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치는 일이 개인의 바람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본인의 뜻은 물론이거니와 가족의 이해와 준비, 의료진의 도움, 행정제도와 사회적 인식까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좋은 제도를 만들고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널리 홍보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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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소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치매돌봄을 위한 ‘통합 돌봄’ 제도, 노년의 건강을 위한 건강 100세 운동교실, 그리고 건보료 폭탄을 피하는 방법이라든지 아주 쏠쏠하고 알찬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부분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남은 가족이 감당할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치료의 지속 여부는 미리 밝혀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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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는 노후 준비라고 하면 우선 경제적인 준비부터 떠올리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건강을 어떻게 관리할지, 도움이 필요할 때 어떤 제도를 이용할지, 누구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 마지막 순간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를 미리 생각하고 계획을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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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니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노년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고 죽음을 존엄하게 맞이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마지막 그날까지 나답게,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시해주는 책 <나는 내 집에서 죽을 수 있을까?>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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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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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이스
미치 앨봄 지음, 유혜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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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순간을 두 번 살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까?


<트와이스>를 읽는 동안 나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너라면 과연 어느 시절로 돌아갈 거니?”

가족이 모두 건강했던 시절, 웃음이 넘쳤던 어린 시절,

동네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어느 한때. 아름답고 빛나는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갔다.


이 책의 주인공 알피에게는 어머니의 가문을 통해 대대로 전해진 

특별한 능력이 있다. 특정한 시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만 해도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 여행 능력이다.


어린 시절 알피는 친구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부끄러운 일을 겪으면 

그 순간으로 돌아가 상황을 바로잡는다.

처음에는 그 목적이 비교적 단순하고 분명했다고 할까.


그러나 알피가 본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진다. 

그는 여러 시점을 넘나들며 운명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꾼다. 

이미 일어날 일을 알고 과거로 돌아가기에 실패를 피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마치 신이라도 된 듯 운명을 통제하는 알피의 모습은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현재 시점의 알피는 도박 사기 혐의로 조사관과 마주하고 있다. 

확률적으로 도무지 불가능한 결과를 얻은 그에게 조사관은 의심과 냉소가 

가득한 질문을 던진다. 알피는 말로 설명하는 대신 빽빽한 기록으로 

가득 찬 노트를 조사관에게 내민다.


조사관은 그 기록을 읽으면서 조금씩 알피의 기묘한 삶 속으로 빠져든다. 

과연 알피는 혐의에서 벗어나 원하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까?


알피는 과거로 돌아가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까지 마음대로 바꾸어 놓지는 못한다.

운명이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문득 삶은 흐르는 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흐르는 물에 

발을 적시거나 몸을 담그며 즐거운 한때를 보낼 수는 있지만, 물을 한곳에 

고정하거나 그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흐르는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알피의 능력은 처음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축복처럼 보인다. 

후회스러운 선택을 뒤집고 실패를 성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 알피는 어쩌면 신이 되고자 했던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은 아닐까?


<트와이스>는 독자에게 “과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우리는 

과연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고 묻는 작품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정답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면 과거를 바꾸는 것보다 삶의 순간을 

그때마다 충실히 누리고, 그 순간을 기억 속에 소중히 간직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은 많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던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이상한 용기도 솟아난다. 그러나 흘러간 물을 붙잡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 물에 몸을 담갔던 행복한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다.


영화 <어바웃 타임>을 보는 듯한 아련한 느낌도 있고

과거를 넘나들면서 갖가지 선택과 모험을 하게 되는 알피에게

빠져들게 되는 소설 <트와이스> 불완전하더라도 삶을 좀 더 사랑하고픈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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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바산장 살인사건 ㅣ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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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곳, 그 사람들이 모이면 반드시 누군가 죽는다.

잔혹한 동요 "머더구스" 는 저주인가, 축복인가"


의문에 싸인 오빠의 죽음, 곳곳에 흩어진 사건의 단서

무엇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미스터리한 암호의 의미..

오빠는 왜 나오코에게 엽서를 보냈고 "마리아 님은 집에 언제 돌아왔지?"라는

이상한 문장을 남겼을까?


도무지 떨쳐낼 수 없는 오빠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풀기 위해

여행에 나선 나오코와 친구 마코토 이야기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오빠 고이치가 머더 구스라는 이름의 산장에서 독극물을 먹고

자살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를 도무지 믿기 힘든 여동생 나오코는

친구 마코토에게 다시 그곳으로 가서 사건을 재조사해 보자고 제안한다.

나오코의 열정에 마음이 움직인 마코토.


산장의 그 어떤 것도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각 객실에 걸려 있는 벽걸이 속 머더 구스 동요와 투숙객들이 대화 중 무심코 흘리는

이야기들 그리고 산장 전체와 객실 구조 등등 나오코와 마코토는 발품을 팔고

머리를 굴리며 1년 전 사건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게 되는데....


역시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머더 구스 동요의 노랫말 속에

숨어 있는 그 "암호" 가 아닐까? 벽걸이 장식이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 바로 이 소설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너무나 막연하고 이리저리 흩어져 있던 노랫말 속 단서들이 조금씩 서로 연결되고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어떤 의미를 갖게 되면서 독자들은 앞부분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무심코 지나쳤던 노랫말에도 의미가 있기에!


그리고 이것이 밀실 미스터리라는 점도 수수께끼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객실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이라니...

이것이야말로 정통 밀실 미스터리의 기본!


그러나 몇 가지 아쉬웠던 부분을 말하자면, 우선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그들의 개성이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 조금 줄어도 될 뻔했다.


그리고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스릴감이나 긴장감 혹은 공포스러운

상황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 고립된 산장이라는 측면에서 좀 더 주인공들이 경악할 만한

소소한 사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과거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들을 읽는 듯한

그런 재미가 있다. 한마디로 고전 추리 미스터리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암호, 산장 구조, 밀실 트릭 등 나오코와 마코토의 활약에 의해 미스터리의 베일이

천천히 벗겨지는 과정이 재미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경우 후반기에는 주로 사회파 미스터리를 쓴 걸로

알고 있기에 1986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약간 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수수께끼와 퍼즐 그리고 암호를 해체하는 재미가 있다. 따라서 복잡하게

꼬여있는 뭔가를 풀어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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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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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죠?

신이 계시다면 이럴 순 얷어."


<붉은사슴뿔버섯>을 읽는 동안 마음이 계속 갑갑하고

먹먹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주인공 윤희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유독 가혹해 보였다.


윤희는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할머니와 충청도에서 살던 그녀는 아버지가 대구에 공장을 차리면서 

아홉 살 즈음에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그때부터 윤희의 삶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목발을 짚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오가며 사람들의 

날 선 시선과 아이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와도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유독 윤희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며 

동생과 노골적으로 차별했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가족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었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했기에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풍족했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다지 불행할 것 없는 가족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 들여다볼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비록 풍족한 편이었으나 집에 아버지의 사랑은 없었고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늘 차갑고 조롱이 섞여있었다. 

늘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던 

걸로 보였다.


그런 윤희에게 가장 따뜻한 존재는 엄마였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윤희를 아끼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삶은 그 작은 위로마저 빼앗아간다. 엄마가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윤희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던 사람을 잃는다.


윤희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인간의 굴레’라는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반면,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 한계나 가난, 가족 문제처럼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진다. 하나의 고통을 겨우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고통이 뒤따르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유를 찾기 어려운 불행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피할 수 없는 고통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인간이 

그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 내는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사슴뿔버섯>이 유독 먹먹하게 다가온 것도 이것 때문 이었다. 

처음에는 윤희라는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윤희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불행한 한 여성의 삶을 그린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진정성있게 다룬다.


"마당을 점령할 듯 여기저기 피어나던 

붉은 사슴뿔버섯은 아버지와 미란을 향한 

나와 돌아가신 엄마의 분노처럼 여겨졌다"


돈만 좇고 여자들을 만나면서 가족의 가치를 저버린 

아버지, 의지했던 엄마의 죽음과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등

어쩌면 삶은 오염된 지역에서 자라는 맹독성의 붉은사슴뿔

버섯처럼, 주인공 윤희의 어두운 마음속에 분노라는 

독버섯이 자라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삶은 반짝이는 행복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초라한 순간이나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까지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소설 <붉은사슴뿔버섯>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그 어둡고 

남루한 부분까지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읽고 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마음 속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담담하지만 진정성있는 목소리로 가시밭길 같았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자전 서사 <붉은사슴뿔버섯>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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