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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슴뿔버섯 - 서순희 장편소설
서순희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세상은 왜 이렇게 불공평하죠?
신이 계시다면 이럴 순 얷어."
<붉은사슴뿔버섯>을 읽는 동안 마음이 계속 갑갑하고
먹먹했다. 누구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간다고
하지만, 주인공 윤희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유독 가혹해 보였다.
윤희는 어린 시절 열병을 앓은 뒤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된다.
할머니와 충청도에서 살던 그녀는 아버지가 대구에 공장을 차리면서
아홉 살 즈음에 가족과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그때부터 윤희의 삶에는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목발을 짚고 한 시간이나 걸리는 학교를 오가며 사람들의
날 선 시선과 아이들의 조롱을 견뎌야 했고, 힘겹게 집으로 돌아와도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유독 윤희에게 모진 말을 내뱉으며
동생과 노골적으로 차별했고, 다른 여자들을 만나며 가족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주었다.
아버지가 공장을 운영했기에 경제적으로는 비교적 풍족했다.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다지 불행할 것 없는 가족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의 삶은 멀리서 바라볼 때와 가까이 들여다볼 때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비록 풍족한 편이었으나 집에 아버지의 사랑은 없었고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늘 차갑고 조롱이 섞여있었다.
늘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던
걸로 보였다.
그런 윤희에게 가장 따뜻한 존재는 엄마였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윤희를 아끼고 그의 마음을 헤아려 주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삶은 그 작은 위로마저 빼앗아간다. 엄마가 췌장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윤희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 주던 사람을 잃는다.
윤희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인간의 굴레’라는 말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가는 반면,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신체적 한계나 가난, 가족 문제처럼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짐을 짊어진다. 하나의 고통을 겨우 넘겼다 싶으면
또 다른 고통이 뒤따르기도 한다.
세상에는 이유를 찾기 어려운 불행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피할 수 없는 고통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인간이
그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 내는가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붉은 사슴뿔버섯>이 유독 먹먹하게 다가온 것도 이것 때문 이었다.
처음에는 윤희라는 한 사람의 기구한 운명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것이 윤희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이 작품은 불행한 한 여성의 삶을 그린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진정성있게 다룬다.
"마당을 점령할 듯 여기저기 피어나던
붉은 사슴뿔버섯은 아버지와 미란을 향한
나와 돌아가신 엄마의 분노처럼 여겨졌다"
돈만 좇고 여자들을 만나면서 가족의 가치를 저버린
아버지, 의지했던 엄마의 죽음과 믿었던 사람들의 배신 등
어쩌면 삶은 오염된 지역에서 자라는 맹독성의 붉은사슴뿔
버섯처럼, 주인공 윤희의 어두운 마음속에 분노라는
독버섯이 자라게 했을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삶은 반짝이는 행복만으로 완성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게 되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초라한 순간이나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고통까지
끌어안은 채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소설 <붉은사슴뿔버섯>은 인간의 삶을 이루는 그 어둡고
남루한 부분까지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읽고 난 이후에도 오래도록 마음 속 울림을 남기는 소설이었다.
담담하지만 진정성있는 목소리로 가시밭길 같았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가의 자전 서사 <붉은사슴뿔버섯>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