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 바일라 27
이병승 지음 / 서유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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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아마 ‘자유’라고 답할 것이다.

특히 원하는 책을 읽을 자유와 원하는 영화를 볼 자유

그리고 원하는 글을 쓸 자유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런데 어느 날 국가가 A.I.를 이용하여 우리의 말과 글을

검열한다면?  더 나아가서 위험한 생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책과 영화까지 금지한다면 과연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이런 끔찍한 

디스토피아를 그려내고 있는데, 소설 속의 한국은 언젠가부터 

사회 갈등과 혐오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검열법을 시행한다.



정부는 저항의식이나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책이나 영화를 금지하고 AI 검열 시스템 ‘아르고스’를

이용해 사람들의 언어 습관을 감시한다. 결국에는 댓글 

하나도 고심하고 신중하게 달아야 할 상황이 찾아온 것.



주인공 초월은 한 영화사의 공모전에 시나리오를 응모했다가 

보기 좋게 낙선하고 만다. 그런데 심사 과정 동안 초월의 작품은 

AI 검열 시스템에 의해서 문제가 발견되었고 곧바로 그는 

사이버 수사대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게 되는데....



이 책은 천재적 능력을 가진 초월이 어떻게 비밀 독서회의 

일원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몇 명 안되는 저항 언론인 출신의 

아버지를 둔 초월이 말과 글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일반 사람들은 그저 체제에 순응하며 조용히 살아간다. 

그러나 비밀 독서 모임에 모여든 젊은이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금지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결국 이 비밀 모임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된 정부는 군대를 동원한 

소탕작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무서웠던 점은, 작품 속 세상이 이제는

완전히 동떨어진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남의 댓글쯤이야 쉽게 감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읽는 내내 이 책을 조지 오웰 작가의 <1984>와 

비교하게 되었다. 텔레스크린과 사상경찰을 통해 시민들을 통제하는 

내용의 <1984>와 A.I.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말할 자유와 생각할 

자유를 제한하는 <문장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다른 듯 닮아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은 사실 A.I. 자체를 악마화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평소에 인공지능을 대하는 것처럼 학습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아르고스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진짜 문제는 아르고스를 자신의 사적 욕망과 권력 강화를 위해서 이용하려는 사람들인 것!



이 뿐만 아니라 또다른 재미 요소는 이 작품 속 등장인물이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는 각자의 비밀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치명적이지만 또한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비밀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금서 클럽이라는 이상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현실에 순응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이들 젊은이들에 의한 갖가지 액션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기도 한다. 과연 이들은 정부의 통제와 압박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책 읽고, 영화도 보고, 토론도 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떠한 의견도 그것이 진리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그 진리성을 알지 못한다면

억압되어서는 안된다.” 


- 존 스튜어트 밀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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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펩 토크 - 말 한마디가 팀을 살린다. 잔소리 말고 펩 토크!
우승현 지음 / 예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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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명장들의 라커룸 대화,

기업 경영으로 들어오다.

리더십에 대한 책은 많다. 리더십이란 결국 사람을 다루는 기술이고 어떤 조직의 리더이든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의 경우도 학교나 직장에서 리더의 자리에 있어봤긴 하지만 정작 리더십의 본질을 몰랐다는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리더십이란 단지 말을 잘하고, 설득력이 있는 것뿐만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스스로 깨닫게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펩 토크”란 원래 스포츠 경기에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하는 짧은 동기 부여 연설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펩 토크는 순간적인 고양감에는 효과적이지만 지속 가능한 행동 변화를 유도하기엔 다소 부족하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여기에 ‘인사이트 펩 토크’라는 개념을 더한다. 여기서 ‘인사이트 펩 토크’란 통찰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동기와 에너지를 일으키는 대화나 연설을 뜻한다고 한다. 한마디로 성장에 에너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리더십의 본질을 설명한다. 특히 스포츠 팀과 팀을 최고로 이끌었던 리더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예를 들어서 해외에 수출까지 될 정도로 유명한 바이에른 뮌헨의 코치 육성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는 리더란 후임을 잘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을 남긴 감독 펩 과르디올라는 좋은 사람을 골라내는 면접관의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리킨다. 그들은 적재적소에 인재를 보낼 수 있는 리더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역시 진정한 리더가 뭔지를 정의 내리는 대목이었다. 리더란 위에서 군림하려는 자가 아니라 겸손하고 직접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사실! 좋은 리더란 남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는 대신,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고 팀원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팀 빌딩, 셀프 온 보딩, 피드 백 등 리더가 현실적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까지 다루므로 매우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을 행사하면 조직원들이 따라옵니다.

권한을 위임하면 조직원들이 길을 만듭니다.”

<인사이트 펩 토크>는 진정한 리더란 어떤 사람인지 차근차근 알려준다. 권위를 잘 발휘하고 말을 잘 한다고 해서 좋은 리더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팀을 정확하게 움직이고, 팀원 스스로가 변화를 원하게끔 하고, 구성원의 관점과 행동을 구체적으로 바꿔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리더라고 한다. 이 책은 팀을 이끄는 리더는 물론이지만 팀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고픈 팀원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독자들을 상당히 높은 통찰력으로 이끄는 책 <인사이트 펩 토크>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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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먹고 가시게 - 한국무속 앤솔러지
김아직 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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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인간 사이를 잇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불러오는 것들

오래된 신앙, 한국무속을 재해석한 네 가지 목소리

나는 오컬트 장르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고, 특히 한국 무속을 다룬 이야기에 강하게 끌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루고, 신을 몸에 모신 채 사람들 앞에서 호령하는 무당의 카리스마가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귀신이나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정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가 분명 존재하듯이 말이다.

<골고루 먹고 가시게> 는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개성으로 한국 무속을 풀어낸 오컬트 앤솔러지다. 평소 좋아하던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웠다. 무속 연구를 위해 시골 마을을 찾은 대학원생이 겪는 기이한 체험에서부터, 돼지머리 대신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것이 고사상에 올라가는 섬뜩한 이야기까지. 작품들은 무속이라는 공통된 소재를 바탕으로 저마다 다른 공포와 미스터리를 펼쳐 보인다.

〈사람 고기를 내어드리니〉의 화자는 전국의 수귀 설화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그는 자료 조사를 위해 찾은 연목리에서 우연히 도당굿에 참여하게 된다. 외지인의 눈으로 귀신들을 맞이하던 그는 수많은 영혼들 사이에서 유독 거대하고 흉측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을 제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그는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수도 검침원 살인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무속 신앙을 다루는 글에 추리적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글이 좀 더 쫄깃쫄깃 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예상치 못했던 감동적인 반전이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금단의 술법〉의 주인공 강성찬은 학예사로 일하며 무속 문화에 관한 강연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무속 전문 잡지를 만드는 유이나를 만나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다. 유명한 만신 박금주가 소환 굿을 치르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후, 이후 특정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차례차례로 의문의 사건을 당하며 목숨을 잃고 있다 하는데... - 인과응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이야기이다. 만신이 세워놓은 치밀한 계획을 무너뜨릴 순 없었으니...

〈대운의 기운을 내리소서〉는 매년 '대운굿'을 받아야만 인생이 순탄하게 풀린다고 믿는 주수정의 이야기다. 그런데 올해 굿을 맡기로 한 무당들이 굿을 하던 도중에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도무지 통제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굿판에 스며든 사특한 귀신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 과연 이들은 대운굿을 성공적으로 거행할 수 있을까? --- 굿이 과연 운명을 뒤집어놓을 수가 있는 것일까? 우주의 질서, 대 원리 등 보이지 않는 어떤 규칙과 질서가 느껴진 이야기.

〈한밤중의 고사상〉은 범죄심리학에 깊은 관심을 가진 인수가 주인공이다. 그는 우연히 참여한 사당 투어에서 고사상 위에 놓인 충격적인 물건을 발견한다.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지만 누구도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무시당한 채 홀로 진실을 파헤치기 시작한 인수는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 귀신보다 인간이 더 무섭다는 말이 실감하는 이야기였다. 흑마술 (?)이라고 하면 될까? 사악한 능력과 탐욕이 만나면 실제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무속 신앙을 소재로 한 여러 영화들이 생각나는 책이었다. 역시 우리 민족은 예부터 보이지 않는 힘을 인정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를 짓고도 멀쩡하게 살아가는 인간들이라던가, 우주의 질서마저 망쳐가면 욕심대로 살아가겠다는 인간들을 단죄하는 무속 신앙.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 나오는 무속 이야기는 공포스럽긴 해도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결국 착한 이에게 보상을 하고 사악한 이들에겐 그에 마땅한 벌이 주어지니... 그리고 이야기 대부분이 범죄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연상하게 하는 진행 덕분에 긴장감이 있어서 재미있었다. 오컬트와 미스터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골고루 먹고 가시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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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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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워하는 집이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는 걸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내가 내 삶을 속속들이

가뿐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지원의 부모는 미국 이민자이다. 행복했으나 단단했던 가족의 뿌리가 흔들린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이후 엄마는 깊은 상실감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아직 어린 여동생 지현과 딸처럼 변해버린 엄마를 돌보는 것은 장녀 지원의 몫. 그러나 정작 자신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털어놓고 기댈 곳이 없다. 그뿐 아니라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되고 오래된 친구들과도 멀어진 상황... 모든 것이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엄마는 조지라는 백인 남성을 남자 친구로 소개한다.


가족의 해체, 인종 차별,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 책 <눈알이 제일 맛있었다>는 지원이가 처하게 된 불안하고 힘든 상황을 비춘다. 견디기 힘든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들끓게 되었던 여러 감정들 – 열등감, 분노, 외로움, 불안 등등 – 은 광기로 변해서 결국 그녀를 괴물로 만든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살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특히 눈알에 집착하는 그녀..   한동안 조지의 푸른색 눈에 집착했던 지원은 본격적으로 눈알 탈취를 시도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녀의 이 괴식(?)이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단순히 살인 욕망이라던가 식인 욕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눈알에 대한 집착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문득 두 가지가 떠올랐다. 생선 눈알을 씹으며 했던 엄마의 말 “생선 눈을 먹으면 복이 온다”라는 것과 도무지 다른 음식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그녀의 ‘허기’... 어쩌면 상실감과 억눌린 욕망이 불러온 허기는 아닐까? 혹시 눈알을 먹는 순간,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속도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연탄불 위에 올려놓은 찌개가 아주 조금씩, 느리게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전조증상을 많이 보여준다. 지원은 살점이 잘리고 피가 튀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악몽을 꾸고 대낮에 눈을 뜨고 환각을 겪게 된다. 급기야 보글보글 끓던 찌개가 끓어넘치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자그마한 칼...  이후 펼쳐지는 상황은 매우 잔인하고 끔찍하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비명을 지르게 될 만큼 아주 리얼하면서도 소름 돋는 상황이 이어진다.


주인공인 지원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다. 아마 이 책은 그녀가 평생 겪었던 어느 정도의 차별을 담아낸 게 아닐까 싶다. 미국 사회의, 특히 백인 남성의 아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과 그 시선에 대한 분노가 이 소설에 어느 정도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족은 해체되었고 큰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들과 손절한 상황... 대학에서도 학사 경고를 눈앞에 두고 있던 그녀의 뒤틀린 욕망은 결국 화려한 빛깔의 푸른색 눈알을 탐하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전달하는 호러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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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트백 억만장자 - 성공의 방식을 바꾼 파타고니아 창업자의 삶과 경영
데이비드 겔러스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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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은 단순하게, 목적은 숭고하게"


나는 괴짜들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괴짜이면서도 천재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나 그들이 일구어내는 성과들을 읽으면 재미도 있고 영감을 부여받기도 한다. 따라서 <더트백 억만장자>라는 뭔가 어울리지 않는 제목만을 보고 “아, 이건 괴짜 이야기다”라는 것을 금방 캐치했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인 이본 쉬나드의 독특한 이야기로 금방 빠져들 수 있었다.

이 사람은 원래 등반과 서핑에 미쳐살던 청년이었다. 직접 등반을 해보면서 느꼈던 장비의 문제점을 개선한 고품질의 등반 장비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최고의 장비였던 그의 제품은 당연히 소비자의 눈길을 끌었다. 말하자면 이 사람은 자유로운 자연인이었다가 사업가가 된 케이스이다. 첫 회사인 ‘쉬나드 이큅먼트’도 헛간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이본 쉬나드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노스페이스 창립자인 더그 톰킨스 이야기를 빼놓을 순 없을 것 같다. 이들이 함께한 여러 모험 이야기는 한마디로 어드벤처 영화를 방불케한다. 남미를 여행하며 군인들에게 쫓기기도 하고, 험난한 자연 속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겪기도 했다. 이런 모험을 함께 한 두 남자가 동의한 부분이 바로 “지구를 보호해야 한다” 는 것. 쉬나드는 바위 틈새에 끼워 넣는 방식의 새로운 촉을 만든다.

이렇듯 책 <더트백 억만장자>는 돈이나 명예보다는 등반과 자연에 미쳐 지냈던 한 청년이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을 일구어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마주하게 된 자본주의와 환경 보호 사이의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가 성장할수록 쉬나드는 어쩔 수 없는 내적 갈등을 겪게 된다. 그는 실제로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에세이도 썼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만드는 옷 한 벌 한 벌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명백합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성공할수록 탄소 발자국이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 쉬나드는 끝없는 성장도, 시장 점유율을 더 차지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덜 파는 것을 원하게 된다. 소비자들에게 행복의 기준을 바꾸고 소비를 줄이라고 역설한 기업 CEO라니 진짜 예상을 깨는 신선함이 보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의 좋은 면만 부각하지는 않는다. 쉬나드 가문은 환경과 직원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직원들이 주주가 되는 것은 금지했다. 전 재산을 신탁에 기부하여 수익이 환경 단체로 가게 만든 것은 감동적이지만 오랜 세월 회사를 함께 일궈온 직원들이 그 결실을 나누어 가질 기회는 철저하게 차단된 것이다.

쉬나드는 지구를 위하는 낭만주의자였지만, 동시에 직원들에게 매우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완벽주의적 경영자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군 산악전 훈련 센터에 군용 의류를 납품했던 어두운 과거나 2020년에 있었던 노조 결성으로 인한 갈등 문제도 이 기업의 다소 불완전한 모습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본 쉬나드에게는 ‘무언가를 살 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서 평생토록 써야 한다"라는 확고한 장인 정신이 있다. 소비자들이 다 지갑을 닫은 불황기에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증가했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이 책 <더트백 억만장자>는 한 CEO를 향한 찬양의 노래가 아니라 오히려 불완전하고 다소 모순적이었던 어떤 기업의 시작과 경영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이다. 그 안에는 이본 쉬나드라는 자유롭고도 모순적인 인물이 있었다. 자본주의와 환경 보호 사이를 절묘하게 줄타기 하면서 자신만의 원칙을 지켜나간 창업자의 이야기 <더트백 억만장자>를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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