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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모니카 김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4월
평점 :
“내가 그리워하는 집이란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는 걸
그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건 내가 내 삶을 속속들이
가뿐하게 이해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지원의 부모는 미국 이민자이다. 행복했으나 단단했던 가족의 뿌리가 흔들린다.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가족을 버리고 떠났다. 이후 엄마는 깊은 상실감 속에서 조금씩 무너지게 된다. 아직 어린 여동생 지현과 딸처럼 변해버린 엄마를 돌보는 것은 장녀 지원의 몫. 그러나 정작 자신의 외로움과 불안감을 털어놓고 기댈 곳이 없다. 그뿐 아니라 원하던 대학을 가지 못하게 되고 오래된 친구들과도 멀어진 상황... 모든 것이 흔들리는 이 상황에서 엄마는 조지라는 백인 남성을 남자 친구로 소개한다.
가족의 해체, 인종 차별, 스스로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 책 <눈알이 제일 맛있었다>는 지원이가 처하게 된 불안하고 힘든 상황을 비춘다. 견디기 힘든 속에서 자연스럽게 내면에서 들끓게 되었던 여러 감정들 – 열등감, 분노, 외로움, 불안 등등 – 은 광기로 변해서 결국 그녀를 괴물로 만든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을 속이고 살인 충동에 사로잡힌다. 특히 눈알에 집착하는 그녀.. 한동안 조지의 푸른색 눈에 집착했던 지원은 본격적으로 눈알 탈취를 시도하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녀의 이 괴식(?)이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았다. 단순히 살인 욕망이라던가 식인 욕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 눈알에 대한 집착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다가 문득 두 가지가 떠올랐다. 생선 눈알을 씹으며 했던 엄마의 말 “생선 눈을 먹으면 복이 온다”라는 것과 도무지 다른 음식으로는 채워지지 않았던 그녀의 ‘허기’... 어쩌면 상실감과 억눌린 욕망이 불러온 허기는 아닐까? 혹시 눈알을 먹는 순간,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전형적인 스릴러의 속도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연탄불 위에 올려놓은 찌개가 아주 조금씩, 느리게 끓어오르는 느낌이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 전조증상을 많이 보여준다. 지원은 살점이 잘리고 피가 튀는 아주 그로테스크한 악몽을 꾸고 대낮에 눈을 뜨고 환각을 겪게 된다. 급기야 보글보글 끓던 찌개가 끓어넘치는 순간,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자그마한 칼... 이후 펼쳐지는 상황은 매우 잔인하고 끔찍하다.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비명을 지르게 될 만큼 아주 리얼하면서도 소름 돋는 상황이 이어진다.
주인공인 지원은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다. 아마 이 책은 그녀가 평생 겪었던 어느 정도의 차별을 담아낸 게 아닐까 싶다. 미국 사회의, 특히 백인 남성의 아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편견과 그 시선에 대한 분노가 이 소설에 어느 정도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가족은 해체되었고 큰 힘이 되어주었던 친구들과 손절한 상황... 대학에서도 학사 경고를 눈앞에 두고 있던 그녀의 뒤틀린 욕망은 결국 화려한 빛깔의 푸른색 눈알을 탐하게 된다.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전달하는 호러 소설 <눈알이 제일 맛있단다>
“엄마는 항상 눈알이 제일 맛있는 부위라고 말했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