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테스트
황인규 지음 / 산지니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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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인류의 요람이지만,

우리가 영원히 요람에서 살 수는 없다.”


위의 문장은 단편소설집 <고스트 테스트>에 실린 단편인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에 등장한다.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을 좇아서 몸에 날개를 달아도 보고, 열기구를 만드는가 하면

행글라이더를 제작하여 잠시 공중에도 머물다가 결국엔 우주 비행에 성공하는 인류.

먼 미래에는 웜홀을 통해 전송된 외계인들의 초대장을 받고 모험을 한다.


8세기의 이븐 피르나스에서 시작하여 22세기의 천체물리학자 진우현으로 

이어지는, 그들이 누군가에게 보내는 서신으로 이루어진 작품 

"인류 비행에 관한 몇 개의 보고서"는 유명한 문장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다" 

를 떠올리게 했다. 즉,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 발전과 진보는 꿈꾸고 

실패하고 도전했던 우리 조상들의 노력 덕분이라는 것! 

 뿐만 아니라 이 단편은 "여전히 꿈꾸는 인류"라는 표현도 떠올리게 만들었다.


책 <고스트 테스트>는 같은 제목을 가진 단편을 비롯하여 총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미지의 항해"는 마치 역사 다큐멘터리 영화를

눈앞에서 직관하는 듯 생생했고 "고스트 테스트"는 선을 넘어버린 기술 발전에 대해

매혹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일으 키는 이야기이며 "만남"은 우리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고스트 테스트> 한 병원의 상담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모비딕은

평범한 인공 지능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는 인간 못지않은 자의식을

가진 존재이기에 국가 안보국은 그것을 당장 삭제해야 할 위험 요소로

바라보는데 ---- 인간과 도무지 구분이 되지 않는, 고차원의 인공지능과의 공존

그리고 위협을 느끼는 인간을 다루고 있는 작품... 이미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뭔가 굉장히 낯익은 미래라고 해야 할 듯.


<미지의 항해> 우리가 역사 과목을 통해서 배운 그 동인도 회사 소속 배들의

위험천만한 항해를 그리고 있는 단편. 선장이 총애하는 어린 선원 한스의

눈을 통해서 바라보는 이야기인데, 새 항로를 개척하려는 브로워르 호의 선장과

감독관 사이의 신경전이 아주 팽팽하다. 결국 충돌로 치닫는 그들의 갈등...

과연 승자는 누구일까? ----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현장감

날것 그대로의 모험과 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만남> 이야기의 시점은 조선 임진왜란 시기이다. 진주성이 함락되기

바로 직전, 장수들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고... 이는 현재를

살아가며 여러 상황의 책임을 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 인간은 결국 무엇을 따르게 되고, 어떤 선택을 내리는가에

의해 규정되는 존재가 아닐까?


단편소설집 <고스트 테스트>는 사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배치하고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라는

묵직하고 다소 철학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식량이 계속 줄어들고 괴혈병으로 선원이 죽어나가는 상황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견디며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는 선장과 날고 싶은 욕망에

날개를 달고 높은 곳 위에서 뛰어내렸다가 결국 목숨을 잃게 되는 

이븐 피르나스의 모습이 겹쳐진다.


인간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모험하고 실패를 거듭하지만

결국엔 꿈꾸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인 것. 그러하기에

단편 <고스트 테스트>에 등장하는 랭글러 박사와 같은 인류는

우주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우주가 진화하기 위해 지능이 필요했고, 그 지능을 선택받은 것이

호모 사피엔스였으나 이제 호모 사피엔스도 그 바통을 넘겨주어야 할 때가 왔다.

(..) 우주는 자신보다 더 똑똑한 지능을 창조하는 쪽으로 나아간다."


인류의 모험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간의 본질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좋아하는 독자, 그리고 하나의 책에 다양한 장르 (SF, 역사, 탐험..)가 있는 것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단편 소설집 <고스트 테스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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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제인의 모험
호프 자런 지음, 허진 옮김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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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시피강을 따라 흐르는 장대한 서사

인생은 충분히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독립적이고 강한 의지를 가졌지만 눈물과 웃음도 많은 인간적인 소녀 메리 제인.

낯선 세상에 뛰어들어 모험을 하고 위기를 맞는 이야기 <메리 제인의 모험>

아직은 어리기에 미숙하고 실수도 많지만 어려움에 빠진 이모 가족을 돌보고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하려 애쓴다. 그 가운데 부쩍 성장하게 되는 메리 제인...


전염병과 내전 그리고 물자 부족으로 뒤숭숭한 19세기

미국 북부.. 메리 제인은 엄격하고 깐깐한 엄마와

인자하고 자상한 할아버지 모파와 함께 부족하지만 행복한

삶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남부에 살고 있던 이블린 이모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오면서 메리 제인의 험난한 여정이 시작된다.


하는 일이 너무 많은 엄마 대신에 이블린 이모에게 가게 된

메리 제인.. 배 티켓값을 사기당하는 등 곤란을 겪지만 미시시피강의

마스코트와 같은 걸리니언 호의 여자 선장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여행을 

마치게 되는 메리 제인...

하지만 이블린 이모 가족이 겪는 불행은 생각보다 더 큰 것이었는데....


소설 <메리 제인의 모험>의 재미는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꺾이지 않는 소녀” 주인공 메리 제인 덕분이 아닐까?

고작 14세이지만 팔을 걷어붙인 채 어른들도 힘겨워할 일들을

씩씩하게 해치운다. 그리고 이 책은 19세기 혼란스러웠던

미국 사회 – 전염병의 공포, 물자 부족, 노예 제도의 잔인함 -

등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준다.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생생함!


<메리 제인의 모험>은 세상과 만나고 부딪히고 이해하면서

비로소 성장하는 한 소녀의 “성장 소설”이다. 누군가에게 도움받고

도움도 주며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쩌면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종교라는 겉모습만 보고 편견을 가질 수 있고,

노예제라는 잔인한 제도를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묵인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비롯한 세상 모든 메리 제인은 인간을 이해하고 

도우려고 노력한다. 반드시 피를 나누어야 가족인 것은 아니다. 

피부 색깔이 달라도 종교가 달라도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돕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이 책 <메리 제인의 모험>이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이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눈물 그리고 웃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소설, 그러나 내내 따뜻한 온도로 독자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소설 <메리 제인의 모험> 배우고 성장하며

사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내면에 큰 울림을 남길 것이다.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메리 제인의 모험>

.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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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건넨 말들 -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으로 이어지는 중동 인문 기행
백정순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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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시작과 현대의 분쟁이 맞닿은 땅

그곳에서 만난 중동의 진짜 얼굴

살다 보면 이상하게 인연이 닿는 곳들이 있다.

책 <중동이 건넨 말들>의 저자 백정순씨에게 있어서

중동 지역이 그러했다. 이 책은 그가 아랍 에미리트 원전에서

일했던 4년간 틈틈이 중동 여행을 다닌 경험과 통찰력을 모아서

펴낸 여행 에세이다.

이란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튀르키예에서 끝을 맺는데 총 8개국의

탐방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각 나라의 자연과 건축물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종교 의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중동의 모습이 보인다. 각지의 여행 마무리에는 이슬람 문화를 좀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본 지식도 소개된다.

나는 사막에서 캠핑을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인데, 이 책에는

에메랄드빛의 물이 흐르는 계곡과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바다가

등장한다. "오만"에 있다는 비마 싱크홀과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에

있는 바다가 바로 그들이다.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트 여행을 해본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

중동 하면 사막의 열기만 떠올렸던 나에게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중동 지역은 자연 경관뿐 아니라 웅장한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책에서도 신의 이름으로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한

"아부다비의 루브르"는 빛의 비를 쏟아낸다는 거대한 돔이 특징이고

그랜드 모스크들은 각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다.

사실 중동의 건축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아닐까?

이 책에서도 피라미드를 방문한 저자가 받은 감동과 아쉬움 등이 잘 실려있다.

나는 특히 저자가 피라미드를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 영원을 꿈꾼

인간의 산물"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뭔가 가슴을 울리는 비장함마저 느꼈다.

예전에 한번 방문했긴 했지만 죽기 전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피라미드!

다른 지역이 전통과 이슬람 종교라는 정체성을 진하게 드러낸다면

"두바이"는 조금 색다르게 소개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 등 두바이는 최고에 대한 집착을 하고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그리고 뒤이어 덧붙이는 말, 최고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문명이 반복해 온

본능적 욕망이 아닐까?...

중동은 엄격한 종교의식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에서는 금식 행사인 "라마단"

을 잘 설명해 준다. 이것은 단순히 금식이 아니라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는 "절제와 공감의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우리가 혹시 공동체 의식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이 신앙을 잊지 않고 사는 이유는 바로 이것 - 공동체 의식

이 책 <중동이 건넨 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여행을 다닌 박성순 저자의 편견 없는 중동 소개 글이라고 보면 된다.

그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 그리고 종교와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도 재미있게 소개된다. 한마디로 중동을 직접 가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혹은 이 책을 통해서 꼭 가고 싶은 중동의

나라를 고를 수도 있다.

신과 인간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땅인 중동

저자 백정순 씨는 돌과 모래만 보이는 척박한 공간에서도

인간의 삶을 읽어낸다. 분쟁 지역으로서가 아닌 중동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분과 그 지역의 종교나 건축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중동이 건넨 말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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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살해당할까
구스다 교스케 지음, 김명순 옮김 / 톰캣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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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하나의 비밀을 덮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지를 수 있을까?

도시괴담이나 전설 등을 통해 전해지며 우리 주위를 맴도는

유령과 귀신 이야기...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도 한 병원을

떠도는 괴담에서 시작된다. 소설가인 주인공 쓰노다는 심한 당뇨로 인한

다리 통증으로 쇼지 병원에 입원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가 머무는 4호실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다.

실제로 쓰노다는 언제부터인가 4호실에서 유령을 목격하고

이상한 소리를 듣거나 흔적을 발견한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예전에 4호실에서는 어마어마한 공금을 횡령한 후 애인과 동반자살을

시도한 한 공무원의 죽음이 있었고 또한 유령을 목격한 후

자살을 택한 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대단히 호기심이 많고 논리적 사고를 가진

쓰노다는 "유령 출몰"이라는 현상에 집착하기보다는

이 모든 이상한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그는 엄청난 범죄 사건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게 되는데...

아마도 읽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

는 단순한 유령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아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중심에는 그 누구도 밝혀내지 못할 듯한,

완전 범죄에 가까운 사건이 있고 이것을 덮기 위한 누군가의 엄청난 두뇌회전이 뒤따른다.

천재에 가까운 소설가 쓰노다! 그는 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다리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

따라서 추리는 그가 하고, 어릴 적부터 친구인 이시게 경감이

그를 대신하여 발로 뛰면서 사건의 단서를 수집한다.

기차를 타고 일본을 횡단하면서까지 조사를 이어가는 이시게 경감..

그는 아주 작은 단서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과연 그는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결정적인 단서를 가지고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소설은 말하자면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고 볼 수 있다.

범죄를 감추려는 자들과 밝혀내려는 자들 사이에 엄청난 트릭과

힘겨루기 그리고 사건을 해결하려는 와중에 공격들이 이어진다!

한 간호사가 미스터리하게 목숨을 잃고 주인공 쓰노다는 유령의

공격을 받은 후 이어서 일어난 화재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중심이 되는 사건에 얽혀있는 인물들과 이후에 이어지는

소소한 사건들도 많기에 이러한 복잡한 상황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 그러나 여기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쓰노다의 신기에 가까운 추리력과 이시게 경감의 추적 활극 덕분에

엄청나게 재미가 붙는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시작되었던 "병실 속 미스터리"는

곧 "쓰노다와 이시게 경감의 범죄 추적 활극"으로 변하게 되면서

스릴감과 긴장감을 더하게 된다. 독자들은 어쩔 수 없이 두뇌 자극을 받고

심장이 쫄깃해짐을 느끼면서 책 속으로 몰입하게 될 것이다!

소설 <언제 살해당할까>를 읽다보니 아직도 미제사건으로

남은 우리나라의 많은 범죄 사건들이 떠올랐다. 작정하고 범죄를 덮으려는 인간들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두뇌 능력을 발휘하는 듯....

우리에게도 쓰노다가 필요하다!

천재 작가 쓰노다와 행동 대장 이시게 경감 콤비의 진실을 향한

집요한 추적극 <언제 살해당할까?>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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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문체부 제작지원 선정작
복일경 지음 / 세종마루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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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때이른 죽음 그리고 두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실종

소설의 앞부분은 독자들을 복잡한 미로 속으로 끌어들인다.

중간쯤 이르러 내 예상을 약간 벗어나는 이야기....

그러나 책은 인간에게 있어서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공포를 독자들에게 드러내 보이는데....

주인공 윤주의 아버지는 사업 실패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후 윤주의 삶에 불행이 닥칠 때마다 그녀의 꿈에 나오는 아버지

그러던 어느 날 결혼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았던 시점에 윤주는

또 아버지 꿈을 꾸게 된다.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던 윤주...

그러나 출장을 갔던 남편 재훈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다.

혼자서 어린 딸을 키우고 돈도 벌어야 하는 윤주..

친정 엄마에게 부탁하지만 독립적이고 강인한 엄마는

단번에 그녀의 요청을 거절한다. 하지만 평소에도

살갑던 시어머니가 시골에 있던 재산을 모두 처분하고

윤주에게 와서 예린과 집안일을 모두 돌봐준다.

이제서야 숨통이 트이는 윤주...

그러나 평온하고 행복했던 시간도 잠시..

조금씩 이상하게 행동하고 말하는 시어머니. 심한 두통과

건망증 때문에 괴로워하던 시어머니는 급기야 쌀에 우유를

넣고 밥을 지으려 하거나 딸 예린이의 이름을 혜린이라고

잘못 부르는 등 윤주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데 ...

과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소설 <기억>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매우 안타깝고

비극적이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서 성장하는 존재가 맞지만

조금 행복해지려고 하면 불행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윤주의

삶에 뛰어든다. 남편의 이른 죽음과 부모님의 질병 그리고 치매...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는 불행이지만

너무나 현실적이라 오히려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깊고 뜨거운 사랑이라는 키워드도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마치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노릇.. 일부러 모질게 딸을 대했지만

윤주의 불행을 보면서 가슴 아파했을 엄마의 심정이 너무나

절실하게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이 소설이 본격적으로 "돌봄이라는 노동"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도 받았다. 갈수록 점점 늙어가는

우리 사회... 노년이라는 인생에는 질병과 고독 그리고 가난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다. 과연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듯한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 <기억> 귀신도 없고 핏방울 하나

튀지 않는데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공포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이다.

문제는 다른 사건과는 달리, 우리 인생에서 발생한 확률이

매우 높은 일들이라는 것! 마치 사회파 미스터리를 읽는 느낌이었다.

장르소설의 매력과 다양하고 풍부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휴먼 드라마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설

<기억>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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