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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이 건넨 말들 - 신과 인간, 사막과 문명으로 이어지는 중동 인문 기행
백정순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0월
평점 :
문명의 시작과 현대의 분쟁이 맞닿은 땅
그곳에서 만난 중동의 진짜 얼굴
살다 보면 이상하게 인연이 닿는 곳들이 있다.
책 <중동이 건넨 말들>의 저자 백정순씨에게 있어서
중동 지역이 그러했다. 이 책은 그가 아랍 에미리트 원전에서
일했던 4년간 틈틈이 중동 여행을 다닌 경험과 통찰력을 모아서
펴낸 여행 에세이다.
이란에서 시작된 그의 여정은 튀르키예에서 끝을 맺는데 총 8개국의
탐방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각 나라의 자연과 건축물 뿐만
아니라 전통문화와 종교 의식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본 중동의 모습이 보인다. 각지의 여행 마무리에는 이슬람 문화를 좀 더 깊고
넓게 들여다본 지식도 소개된다.
나는 사막에서 캠핑을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인데, 이 책에는
에메랄드빛의 물이 흐르는 계곡과 맹그로브 숲이 우거진 바다가
등장한다. "오만"에 있다는 비마 싱크홀과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에
있는 바다가 바로 그들이다. 그냥 사진으로만 봐도 너무 아름다운데
실제로 보트 여행을 해본다면 그 감동이 얼마나 클까?
중동 하면 사막의 열기만 떠올렸던 나에게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중동 지역은 자연 경관뿐 아니라 웅장한 건축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 책에서도 신의 이름으로 지어진 다양한 건축물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을 옮겨놓은 듯한
"아부다비의 루브르"는 빛의 비를 쏟아낸다는 거대한 돔이 특징이고
그랜드 모스크들은 각 국가의 정체성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존재감이 크게 다가왔다.
사실 중동의 건축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아닐까?
이 책에서도 피라미드를 방문한 저자가 받은 감동과 아쉬움 등이 잘 실려있다.
나는 특히 저자가 피라미드를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죽음을 넘어 영원을 꿈꾼
인간의 산물"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뭔가 가슴을 울리는 비장함마저 느꼈다.
예전에 한번 방문했긴 했지만 죽기 전에 꼭 한번 다시 가보고 싶은 곳, 피라미드!
다른 지역이 전통과 이슬람 종교라는 정체성을 진하게 드러낸다면
"두바이"는 조금 색다르게 소개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할리파,
세계 최대 쇼핑몰인 두바이몰 등 두바이는 최고에 대한 집착을 하고
현대적이고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다.
그리고 뒤이어 덧붙이는 말, 최고에 대한 집착은 아마도 문명이 반복해 온
본능적 욕망이 아닐까?...
중동은 엄격한 종교의식으로도 유명한데, 이 책에서는 금식 행사인 "라마단"
을 잘 설명해 준다. 이것은 단순히 금식이 아니라 굶주리는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는 "절제와 공감의 시간"이라고 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나서
우리가 혹시 공동체 의식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간이 신앙을 잊지 않고 사는 이유는 바로 이것 - 공동체 의식
이 책 <중동이 건넨 말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시간을 내어서
여행을 다닌 박성순 저자의 편견 없는 중동 소개 글이라고 보면 된다.
그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 그리고 종교와 전통문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도 재미있게 소개된다. 한마디로 중동을 직접 가지 않아도
이 책을 읽으면 간접 체험이 가능하다. 혹은 이 책을 통해서 꼭 가고 싶은 중동의
나라를 고를 수도 있다.
신과 인간이 끊임없이 대화하는 땅인 중동
저자 백정순 씨는 돌과 모래만 보이는 척박한 공간에서도
인간의 삶을 읽어낸다. 분쟁 지역으로서가 아닌 중동의 진면목을
알고 싶은 분과 그 지역의 종교나 건축 등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중동이 건넨 말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