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 - 내 삶을 가로막는 핵심 감정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로 사는 법
문요한 지음 / 서스테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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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가슴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상처와 아픔을 콕 집어내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바로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이 책 <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가 내게는 그런 책이었다.


사소한 말 한마디나 거절에도 기분이 심하게 상하고,

삶의 순간순간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허감과 불안에

시달렸다. 특히 사람들 속에 있어도 늘 겉도는 느낌...

내가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는데, 그런 지난날의 나에게 이 책은 ‘원초적 수치심’

이라는 표현을 알려주었다.


저자 문요한이 말하는 고착화된 부정적 감정, 즉 ‘핵심 감정’

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근본적 불안, 울분. 만성적 공허감

무력감 그리고 원초적 수치심. 이 목록을 읽는 순간, 나는

알아버리고 말았다. 지금까지 내 삶을 힘들고 버겁게

만들어온 감정의 정체가 바로 이 ‘원초적 수치심’이었다는 걸.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여러 상담 사례 중에서도 금융회사에

다니는 ‘연희’ 씨의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와 닿았던 것 같다.

팀장을 맡은 이후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끝없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인물.

예전에 회사에서 팀장을 맡았을 때의 내가 꼭 그랬다.


여기서 잠깐, 책에서 말하는 ‘원초적 수치심’ 에 대해

설명하자면, 이는 단순 실수에 대해 느끼는 부끄러움이라기

보다는 ‘존재 자체가 잘못된 느낌’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감각’ ‘처음부터 잘못 태어난 사람이라는 믿음’처럼

스스로에게 붙이는 부정적인 서사에 가깝다고 한다.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어릴 적 경험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남동생을 낳으려고 너도 낳았지.”

“또 딸이라고 아빠가 진짜 서운해했었어.”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졌던 엄마의 말들... 나는 아들을 기대하며 딸만

셋을 낳은 집안의 막내딸이었다.  부지불식간에 내가 나 스스로를 

무가치하게 여기도록 만든 말들이 아니었나 싶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핵심 감정들은 반복될수록

몸에 쌓이게 되고, 점차 고착화되어 성격이 되면서

결국 평생의 정체성처럼 작동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삶의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쑥불쑥 튀어나와

사람의 발목을 잡고, 끝내는 무너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좋은 정신과 의사 선생님에게

상담을 받은 기분이었다. 더 좋은 것은 이제 나의 삶을

억압하고 통제해왔던 이 ‘핵심 감정’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알고 나면 그 다음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자들처럼 그때그때 올라오는 핵심 감정을

알아차리고, 감정 관찰 일지를 쓰고, 감정을 보다 건강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해나간다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나는

분명 더 성숙하게 변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상처를 치료하려 애쓰기보다, 상처를 이해하는 쪽으로

한 걸음 옮기게 하는 책 <감정을 마주하면 길이 보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부정적 감정이 늘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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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는 기쁨 - 나의 세상에 당신의 세상이 더해졌으면 좋겠다 기쁨 시리즈 5
공림 지음, 정다운 그림 / 달로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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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추는 기쁨 — 작고 느린 것들이 건네는 용기


우리는 크고 멋들어진 것에 행복을 찾으려 하지만

책 <비추는 기쁨>은 조금 다르다. 이 책은 작지만 내면을 천천히,

그러나 충실히 채워주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너무 크거나 화려한 것보다는 작고 소박한 것이

오히려 무의식을 흔들고 상상력을 깨운다는 저자의 말은

이 책의 전체 주제를 잘 드러낸다.


저자 공림씨는 흙과 나무가 있는 숲을 사랑하고

도예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자연 친화적이고

다소 느린 삶의 방식이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책은 총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비우다”

2부 “연결하다” 그리고 3부 “꽃이 피다”의 목차는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하나의 흐름과도 같은 듯.


1부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힌 글은 “민달팽이의 집은 어디인가?”

였다. 비를 피할 수 있는 집이 있음에 감사하는 저자의 마음

나도 항상 느끼는 것이라 많이 공감했다. 우리는 집과

소유에 지나치게 매달리지만 집을 포기한 민달팽이는

최소한으로도 살아간다. 그 단순함 속에서 저자가 발견하는

정신적 자유! 아주 유쾌하게 읽힌 글이다.


2부와 3부에서는 사람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더

깊어진다. 2부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발견한 “우연”이라는

삶의 선물과 순간순간 변주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장면이 좋았다. 그리고 3부에서 감자와 고구마

이야기에서 코로나로 인해서 딸이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을 아빠인 저자가 해결해주는 이야기가

뭔가 덤덤한 듯 다정하게 다가왔다.


<비추는 기쁨>은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비추는 글이다.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삶

자연과 가까이 머무는 태도, 느리게 살아가는 삶 그리고

동물과 식물에게까지 닿아있는 애정이 아주 자연스럽다.


굳이 더 빛나야만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 책 <비추는 기쁨>

곁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들여다보고 기쁨과 행복을 발견해볼 것을

권유하고 있는 듯 하다. 작지만 소중한 나의 삶을 위한 책 <비추는 기쁨>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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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 - 투자의 초석을 쌓는 부자 수업
김치형 지음 / 포르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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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4세의 구두가 명품 경제의

시작이다? 미술관에서 배우는 돈의 비밀


시간을 내서 경제 공부를 하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사실 이 분야가 약간 어렵고 복잡하게

다가와서 지금은 거의 포기 상태인데, 이 책의

제목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를 읽고는

눈이 번쩍 뜨이는 듯 했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경제 공부를 할 수 있다니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그림 속에는 다양한 시대와 공간 그리고 다양한 인물에

관련된 스토리텔링이 숨어 있다. 당연히 경제와 관련한

이야기를 그림이 품고 있는 것도 당연하다.


저자 김치형씨는 한국경제TV에서 15년간 기자 생활을

하며 증권, 금융, 산업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해 왔고

현재는 경제 전문기자이자 진행자라고 하는데, 이 책에는

그가 현장에서 건져 올린 최근 경제 이슈들이 아름답고

예술적인 명작과 함께 다루어진다. 한마디로 우뇌와

좌뇌를 동시에 자극하는 글이랄까?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뉘는데, 각각 세금, 무역,

산업 그리고 기업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예를 들자면 43쪽에는 화가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이라는

그림이 등장한다.


이 그림은 1781년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

노예들을 바다로 던져버린 종 호 학살 사건을 다루는데

산업 현장에서 노동력을 담당했던 노예들에 대한 이야기는

현재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진다.

인간을 대체할 로봇과 그런 로봇에게 세금을 물리자는 논의...

그럼 미래에 인간이 설 자리가 과연 있을까?


143쪽에 나오는 반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를 통해서는

당시 네덜란드에서 가스를 이용한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범죄나 사고가 상당히 줄었으나 상인들에게 걷는 세금이

올랐다는 점을 163쪽 제임스 헤밀턴의 <밤에 불타는 유정>을

통해서는 186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일어난 유정 폭발

사고가 있었고 이 그림이 석유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이 만들어낸 파멸을 그려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마크롱 정권의 감세 정책이 국민 삶의 질을 악화

시키는 상황 그리고 트럼프 정권의 고율 관세 영향이

왜 다이아몬드 시장에 큰 타격을 주는지 등등 이 책은

그림과 역사라는 흥미로운 요소를 잘 섞어서 좀 딱딱하고

어렵게만 다가오는 경제 지식을 잘 배울 수 있게 도와준다


미술과 경제 생활이 서로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주 친절하고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는 교양서

<한 점 그림으로 읽는 경제>를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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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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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제인 오스틴이 필요 없는 때는 없다”

살다 보면 그런 책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돌고 추천도 많이 받지만 그럴 때는 읽지 않다가 정작 영혼을 울리는 책이 너무도 필요한 쓸쓸한 가을과 겨울이 오면 반드시 집어들게 되는 책.......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뿐 아니라 이 책 루스 윌슨의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 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이 책은 주인공 루스 윌슨이 예순 살 생일에 경험하게 된 신체적 이상 증상에서 시작된다. 안정적인 가정, 긴 결혼 생활 그리고 성공적인 커리어 등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공허함과 회의감으로 무력해진 루스 윌슨. 이러한 삶의 위기에서 그녀는 도피가 아니라 “제인 오스틴 전권 읽기”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단순한 고전이나 문학사적 유산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루스 윌슨에게 있어서 오스틴은 공감을 훈련시켜주는 작가이고 인간 관계를 성찰하게 해주는 작가이다. 그녀의 독서는 이론 중심의 분석이 아니라 삶의 균열과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 스스로를 조용하게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에는 모아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장, " 하지만 책을 정독하면, 특히 헨리가 한 것처럼 다시 읽기를 하면, 두뇌에 자극이 오면서 이야기 안의 숨은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죠." 다시 읽기를 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아닐까 그러나 독서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의 과거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문장들도 눈에 띄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현실에서 쾌락을 얻기 위해, 또 쾌락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 과거에 놓치고 지나친 것들이 앞날을 밝히는 등대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

최근 나는 계절성 우울증인가? 싶은 공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인데도 불구하고... 70대에 제인 오스틴 작품들의 재독을 시작하고, 80대에 문학 독서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저자 루스 윌슨의 여정은 나와 같은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헤맨 끝에 행복까지 되찾게 된 그녀.

노년에 접어든 저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위기 - 이별, 외로움, 불안과 고독 등 - 을 겪을 때 인생을 바꾸기 보다는 인생을 다시 읽는 쪽을 택하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말하자면 문학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도는 한층 더 높여줄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이 책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를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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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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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호스트 : 환영의 집 >은 죽음을 끌어당기는 어떤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위협하지도, 노골적으로 공포를 유발하지도 않으나

마치 고여있는 물처럼 조용히 불길함을 품고 있는 적산가옥.

이 집은 죽음을 이기려 애쓰는 인간들을 지켜보며 

겹겹이 쌓인 고독과 불안으로 그들을 압박한다.


서서히 스며드는 공포로 독자들의 숨통을 조이는 책 <호스트 : 환영의 집>

으로 들어가보자.


1945년 배경의 나오. 그녀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엄마의 나라 조선으로 건너와서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조선인들을 위해 일한다. 자신을 연모하는 일본인 공장장과 결혼해서 

적산가옥에 정착하고 딸 나츠를 낳는다. 그러나 나츠가 영아돌연사로 

보이는 죽음을 맞이한 후 나오의 마음 속엔 우울과 허무함이 뿌리를 내린다.


1995년의 청소년 규호. 큰 아버지 집이 있는 청림에서 잠시 머물게 되는 규호.

그는 사촌들 그리고 한 친구와 폐가와 다름 없는 적산가옥을 몰래 방문하게 된다.

그러다 비극적인 인명 사고를 겪게 되고... 이후 엄마까지 병으로 잃은 규호의

마음에는 두려움이라는 검은 구멍이 생긴다.


2025년의 수현. 그녀는 쌍둥이 딸 실리와 실비의 엄마이다.

실비는 현재 불치병을 앓고 있다. 남편 규호의 이직으로 청림에 있는 

적산가옥에 와서 살게 된 그녀.

그러나 조용히 머물러있는 듯 보이던 집은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고,

실비와 실리는 정원에서 어떤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곳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나오, 규호 그리고 수현. 이들은 각자의 결핍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모두 어머니를 일찍 잃었다는 점. 말로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

외면했던 기억, 평생 도망쳐야 했던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장소로 응축한다면 그곳이 바로 청림에 있는 적산가옥이 아닐지...


적산가옥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그것보다는 이 집이 죽음을 “기억”하고 그것을 되풀이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하지만 죽음이 단순히 재현되는 것만이 아니라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처럼

죽음을 실제로 극복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점.


나오와 수현을 움직인 것은 인간에 대한, 정확히는 핏줄에 대한 

맹목적 이면서도 위험한 사랑이 아닐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서 죽음을 반복하는 집 적산가옥.

책 <호스트>는 독자들에게 서늘한 공포심을 안겨주지만

동시에 쓸쓸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호러장르이지만 서늘함과 쓸쓸함이라는 깊이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는 분들께 추천하는 책 <호스트>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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