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
루스 윌슨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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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제인 오스틴이 필요 없는 때는 없다”

살다 보면 그런 책을 만나게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돌고 추천도 많이 받지만 그럴 때는 읽지 않다가 정작 영혼을 울리는 책이 너무도 필요한 쓸쓸한 가을과 겨울이 오면 반드시 집어들게 되는 책....... 제인 오스틴의 작품들 뿐 아니라 이 책 루스 윌슨의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 가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이 책은 주인공 루스 윌슨이 예순 살 생일에 경험하게 된 신체적 이상 증상에서 시작된다. 안정적인 가정, 긴 결혼 생활 그리고 성공적인 커리어 등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공허함과 회의감으로 무력해진 루스 윌슨. 이러한 삶의 위기에서 그녀는 도피가 아니라 “제인 오스틴 전권 읽기”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단순한 고전이나 문학사적 유산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루스 윌슨에게 있어서 오스틴은 공감을 훈련시켜주는 작가이고 인간 관계를 성찰하게 해주는 작가이다. 그녀의 독서는 이론 중심의 분석이 아니라 삶의 균열과 흔들리는 마음 속에서 스스로를 조용하게 돌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책에는 모아두고 반복해서 읽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예를 들자면 이런 문장, " 하지만 책을 정독하면, 특히 헨리가 한 것처럼 다시 읽기를 하면, 두뇌에 자극이 오면서 이야기 안의 숨은 의미를 알아내야 한다는 도전 의식이 생기죠." 다시 읽기를 해야 하는 필연적인 이유가 아닐까 그러나 독서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나의 과거와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문장들도 눈에 띄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현실에서 쾌락을 얻기 위해, 또 쾌락 이상의 무엇을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 과거에 놓치고 지나친 것들이 앞날을 밝히는 등대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

최근 나는 계절성 우울증인가? 싶은 공허감과 무력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삶인데도 불구하고... 70대에 제인 오스틴 작품들의 재독을 시작하고, 80대에 문학 독서에 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저자 루스 윌슨의 여정은 나와 같은 여성들에게 큰 영감을 주고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헤맨 끝에 행복까지 되찾게 된 그녀.

노년에 접어든 저자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는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삶에서 겪을 수 있는 위기 - 이별, 외로움, 불안과 고독 등 - 을 겪을 때 인생을 바꾸기 보다는 인생을 다시 읽는 쪽을 택하라고 등을 떠미는 책이다. 말하자면 문학이 우리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하겠지만 우리의 삶에 대한 이해도는 한층 더 높여줄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이 책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드립니다>를 모든 독자들에게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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