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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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파이어를 만난 인간은 행복해져. 그들의 주특기거든.

꽃이 나비를 위해 아름답듯이 뱀파이어는 인간을 위해 아름다워. 

지옥에 있는 천사 같달까.”

전설이나 신화에서나 등장하는 뱀파이어. 매혹적인 외모와 눈빛으로 사람을 홀려서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그들은 너무나 공포스러운 존재로 알려져있다. 인간과 다르게,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붉은 눈동자를 가진 뱀파이어는 우리가 자고 있는 동안 찾아와서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하는 대신 피와 목숨을 앗아간다. 이런 괴물같은 뱀파이어가 한국의 현대 소설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었을까? 천선란 작가가 창조한 기괴하고도 아름다운 세계,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속으로 들어가보자.

“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취약한 부분. 그 틈을 파고 들어서 믿음을 주고 사랑도 주면서

야금야금 인간을 파억는거야. 자신에게 피를 바치도록.”

한 재활 병원에서 환자들이 고층에서 몸을 던져 자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콘크리트 바닥에 짜부러진 시체들을 봐야하는 경찰들은 이것을 그냥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얼른 마무리짓고 싶어한다. 그러나 형사인 수연은 이 사건에 대해 다소 의문을 가진다.

투신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현장에 혈흔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피가 한 방울도 없을 수가 있을까? 궁금해하는 수연 곁에 기척도 없이 불쑥 나타난 그녀, 그녀의 이름은 완다이다.

재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난주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쓴 뒤, 엄청난 빚을 남긴 부모 때문에 항상 전전긍긍하고 있다. 복리가 원금을 훨씬 뛰어넘은 상태에서 대부업체에게 연락을 받은 난주는 그 많은 대출금을 갚을 도리가 없다.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쌈짓돈이라도 벌고 있는 그녀. 죽고 난 뒤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부모와 가족의 혐오스러운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녀는, 인간이지만 괴물처럼 일그러진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완다는 어릴 적에 프랑스로 입양이 된 한국인이다. 양부모 모리스와 클리에는 완다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애정을 나누고 싶어하나, 자신의 세계 속에 갇혀 있는 듯한 딸의 마음 속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다른 아이들과 다른 외모 때문에, 거울만 보면 스스로를

괴물이라고 여기게 되는 완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자주 놀러가던 허름한 극장에서 투명하리만치 창백한 얼굴빛에 황금빛 눈동자를 가진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 이후로 완다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그녀만을 기다리게 되는데...

“ 외로움과 고독 끝에 몰린 사람들은 울지 않거든. 잊었다고 해야 할지 소용없는 걸 안다고 해야 할지. 영혼 없는 눈동자로 허공만 바라보며 하루를 까먹지. 슬플 때 눈물이 난다는거, 그래서 울 수 있다는 거, 그 나름대로 살아 있다는 의미야.(...) 그들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후각이 발달해서 그 고독한 피의 향을 맡을 수 있어,”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상적이지만 하나같이 어딘가 어긋나고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간다. 항상 외로웠던 수연은, 경찰이 된 후 인생의 동반자처럼 여겨지는 은경 선배를 만나지만 그들의 동행은 오래 가지 않는다. 난주는 성실했던 자신보다 오빠를 아꼈던 부모가 사망하면서까지 자신에게 빚까지 남긴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 완다는 입양이 된 이후부터 이방인이라는 자신, 그 괴물을 매일 거울에서 발견해야만 한다. 외롭고 허무하고 살아있으되 살아있다고 할 수 없는 그들의 삶에 나타난 존재... " 뱀파이어 " 이제 그들은 매혹적이고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존재에게 그들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 에게 진정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뱀파이어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국이라는 배경 속에 덩그러니 놓인 " 여성 " 을 이야기하는 듯한 소설이다. 태어난 순간 고향땅을 떠나서 물 속에 떨어진 기름처럼 살아야 했던 완다나 낳기만 했지 돌보진 않았던 부모 밑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던 난주를 보면서, 나의 유년기나 학창시절도 떠올랐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 맞기는 한지, 아니, 중요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긴 한지, 궁금할 때가 많았던 것 같다. 젊은 시절 나의 방황은 다 그런 의문에서 비롯된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누군가 이렇게 나에게 속삭였더라면, 나도 구원자를 향해서 손을 뻗었을지도 모르겠다.

" 나 뱀파이어야. 괴물이라는 소리야."

" 괜찮아. 나도 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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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 몬스터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크로스로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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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부딪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무엇도 진화하지 않지. 충돌이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걸 탄생시켜. 마치 별처럼 .”

혼자 살 때는 몰랐는데, 시댁에 갈때마다 긴장이 되는 걸 느낀다. 시댁 식구들이 별로 트집을 잡는 타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조마조마한 건 어쩔 수 없다. 시댁과 따로 떨어져 사는 나도 이런 맘을 느끼는데, 까다로운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하는 주인공의 아내 미야코는 오죽할까? 추리 소설의 외양을 띄고 있는 ( 그런데 알고 보면 첩보 소설에 코미디까지!! ) 시소 몬스터의 주인공인 나오토는 평범한 제약 회사 사원이고 외동 아들이다. 그 외동 아들에게 시집 온 며느리 미야코는 자신이 하는 일마다 일일이 트집잡고 완벽함을 요구하는 시어머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다.

한편, 주인공 나오토는 아버지가 신사를 다녀오던 중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로 돌아가신 후, 홀로 지내야 할 어머니를 걱정하여 아내인 미야코와 상의를 한다. 그래서 합가를 한 건데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고부 관계 때문에 여간 걱정이 아니다. 상견례 때부터 미야코에게 반감을 가졌던 듯한 어머니는, 결혼하고부터 더욱 더 미야코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누군가의 아들 그리고 누군가의 남편이라는 특수한 위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오토도 참 곤란하다.

" 저울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시소는 내려가거나 올라가기를 반복해야 하며, 어느 한쪽이 늘 같은 위치에 있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시어머니가 접시에 올라간 저울을 상상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느냐 하면 말할 것도 없이 시어머니 쪽이리라. (...)

왜 시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차분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걸까. 왜 시소를 반대 방향으로 기울이고 싶어지는 걸까."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나오토는 주로 대형 병원 원장님들을 상대로 접대를 하고 함께 골프를 치며 영업 활동을 하는데, 어느날 O 병원이라는 대형 병원 원장을 만난다. 그는 아버지의 초등학교 친구였다고 말하면서 나오토에게 친근하게 구는데, 이상하게도 아버지의 사고사에 의문을 품고 있다. 과연 그것이 사고가 맞을까? 이런 의문과 더불어, 자꾸 미야코에게 찾아오는 보험회사 직원은, 시어머니 쎄쓰와 며느리 미야코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숙명의 라이벌이라는 이상한 소리까지 하는데... 도대체 이 집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제목이 시소몬스터라 해서 매우 자극적인 내용을 상상했던 것이 사실이다. 사람을 잡아먹는다던가 아니면 “ 괴물 ” 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갈 정도의 잔혹한 연쇄 살인범 혹은 싸이코패스가 등장하는 줄 알았더니, 고부갈등이라고? 고부 갈등이야 널리고 널린 주제가 아니었던가? 아침에 TV 를 틀면 이쪽 저쪽 채널에 등장하고, 바로 옆 동네 아파트에서도 허구헌날 일어나는 그 주제가 소설의 핵심 내용이라니... 그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 작가의 완전 환상적인 스릴러 소설일거라 믿었는데, 이건 좀 아니다... 라고 생각한 순간, 예상치도 못했던 반전의 등장!!!!

처음엔 누군가를 자꾸 범죄자로 몰고 가는 스릴러 소설의 구도를 잡더니, 응? 갑자기 이건 뭐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첩보 활동이 등장하고, 그랬다가 갑자기 요절복통 재치만점 개그가 등장하는 코미디 소설 같기도 하다. 뭐라고 콕 집어 장르를 붙이기가 힘든 소설이랄까? 그러나, 소설 내내 알 수 없는 긴장감이 배 속을 간질간질 간지럽히고 내가 예상했던 스토리라인에서 갑자기 휙 궤도를 벗어나더니 뒷통수를 때리는 소설... 과연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대가 " 이사카 고타로 " 작가의 소설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적했던 기분을 한꺼번에 날려준 정말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했던 [ 시소 몬스터 ]. 꼭 읽어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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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룸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7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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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위의 문장은 니체가 자신의 저서에서 쓴 표현인데, 사실 나는 " 해리 보슈 " 시리즈 중 한 책에서 저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 책에서 해리의 풀네임 " 히에로니무스 보슈 " 를 알게 되었고, 범죄와 수사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 " 해리 보슈 " 경감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봤었다. 이제 어느덧 해리 보슈 경감도 60대에 이르게 되어서 한직은 아니지만, 수사 전면에 나서지는 않게 된 것 같다. 주로 미제 사건 수사를 맡게 된 해리 보슈. 그렇다고 콜드 케이스 ( 미제 사건 ) 수사가 중요성이 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범죄 전문 기자로써 경찰서를 드나든 경험 덕분이긴 하지만 마치 경찰 조직을 겪어본 듯한 정확하고 논리적인 사건 묘사로 유명한 해리 보슈 시리즈의 신작 " 버닝룸 " 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마이클 코넬리 작가가 첫 번째 작품을 발간한 지 22년만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이제 보슈는 미제 사건 수사반에서 가장 오래된 수사관, 즉 베테랑 수사관이 되었다. 퇴직 유예 제도, 즉 Drop 에 따른 계약 기간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터라, 해리 보슈에게는 하루하루가 마치 금쪽과도 같다. 미제 사건 전담반에서 새 반장을 맡게 된 조지 크라우더 경감은 수사 경험이 별로 없고 가장 젊은 소토 경관과 경력이 가장 오래된 해리를 파트너로 연결해준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으나, 해리는 총격 사건으로 파트너를 잃고 우울해하는 소토에게 크나큰 공감을 함과 동시에 가능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주고 싶어한다.

책의 시작에서 보슈와 소토는 10년 전에 발생했지만 바로 얼마전에 사건의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사건을 배당받는다. 10년 전에, 메르세드라는 마리아치 악단 연주자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척추에 맞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을 겪는다. 경찰은 범죄 조직 간에 벌어진 총격 사건에, 메르세드가 불운하게 당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데 당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세야스 시의원은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휠체어에 탄 메르세드를 선거 유세장에 데리고 다니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써 먹는다. 메르세드를 앞세워서 경찰이 로스앤젤레스 동부 지역을 무시하고 차별한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 정치인의 교활함이란... )

결국 세야스 의원은 시장에 당선되지만 이 총격사건은 미결로 남게 된다. 현재 시장인 세야스는 이제 주지사가 되기 위한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고 메르세드는 척추에 박혀있던 총알로 인해, 온 몸이 감염되는 바람에, 팔, 다리 하나씩을 잃다가 결국에는 감염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사망한 메르세드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분리된 총알이 과연 10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법의학 전문의의 총알에 대한 견해를 듣고 난 뒤, 총격 당시에 촬영된 영상을 확대해서 살펴본 결과, 보슈와 소토는 이 사건이 단순히 범죄 조직 간의 총격으로 인한 우연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이 사건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면서, 소설은 새로운 목적지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 중반부터 시작된다. 천천히 흘러가던 이야기는 그때부터 조금씩 물꼬를 트게 되면서 보슈와 소토는 10년전 사건의 목격자를 추적하게 되는데...

한편, 보슈는 소토가 자신의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또 다른 미제 사건을 탐문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9명의 아이들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었고 당시 소토가 죽을 뻔 했던 그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본인도 비슷한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이 있었기에 (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함 ) 보슈는 소토가 조사하는 사건에 기꺼이 도움이 되어주고자 하고 메르세드 사건 조사에 교묘하게 끼워넣을 방법을 생각해낸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전문성과 명료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아바타 ( 맞겠죠? ) 인 해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LA 라는 도시 ( 선과 악이 공존하는 ) 를 너무나 잘 묘사해낸다. 풀네임이 히에로니무스일 정도로 어두움과 광기를 마음 속에 담고 있는 해리 지만 가끔씩 농담 따먹기도 하고 싫어하는 기자들과 썸을 타는 일도 있다. ( 자신이 기자의 경험이 있음에도 기자를 엄청 싫어하는 캐릭터로 묘사됨 ) 이 작품에서 해리와 그의 파트너인 소토와의 호흡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그리고 그의 십대 딸과의 관계도 좋아 보이는데, 그녀도 경찰이 되고 싶어한다.

항상 그렇듯, 해리 보슈 시리즈는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노련한 해리 보슈 경감과 경감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기가 막힌다. 해리 보슈 시리즈만이 풍기는 카리스마가 있다. 지옥에 뛰어들 각오도 되어있는 한 남자의 범죄 수사 활극이랄까? 항상 그런 걸 보는 느낌이다. 이번 책도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보슈만의 스타일을 보는 스릴감이 있다. 그리고 막판에 드러나는 거대한 반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이야기의 뒷 부분에 해리는 낡은 신문을 넘겨보다가 화재 사건이 발생한 날에 대한 기사 그리고 그날 발생한 다른 사건에 대한 기사의 우연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는 짜맞춘 듯 논리적인 구성으로 흘러가고 이야기의 4분의 3이 지날때까지 유혈사태는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용의자와 대면을 하게 된 순간, 이야기는 폭발하듯 흘러가게 되고 해리 보슈는 수사를 망칠 수도 있을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과연 마이클 코넬리는 다음 작품을 어떤 식으로 내놓게 될 것인가? 비록 해리 보슈는 나이가 들었지만 해리와 소토의 활약이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반드시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서 또 다른 미제 사건을 해결하길 바랄 뿐이다. 또 다른 명작 범죄 소설이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 버닝 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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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주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박해로 지음 / 몽실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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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이 바탕이 되는 호러소설의 진가를 보여주시는 박해로님의 작품! 너무너무 기대됩니다. 빨리 읽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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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수상한 서재 4
하승민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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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여자였다.

언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모르는 여자였다. "

자고 있다가 갑자기 잠을 깼는데 어두컴컴한 산 속에서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구덩이를 파고 있는 나의 곁에 시체 한 구가 놓여있다고 상상해보자. 아마도 너무 놀라서 기절초풍할 것이다. 이는 이 책 [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 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 염지아 " 가 겪는 상황이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이중 인격 혹은 의학적으로 말해서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는 여성이다. 지아가 어릴 적에 눈 앞에서 어머니가 군인에게 사살당하는 충격적인 일을 겪고 난 후 그녀는 " 혜수 " 라고 불리는 제 2의 인격을 가지게 되었다. 염지아는 소심하고 겁많은 그냥 평범한 여성이지만, 엄청난 스트레스가 몰려올 경우에, 평소의 염지아는 의식의 바깥으로 밀려나고 " 혜수 " 라는 제 2의 자아가 그녀의 몸을 차지한다.

문제가 있다면, 이 혜수라는 인물이 흔히들 이야기하는 " 싸이코패스 " 라는 것이다. 굉장히 흉폭하고 난폭한 인물, 아니, 오히려 냉정하고 교활한 인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던 염지아가 하루는 다른 요양 보호사와 작은 마찰을 겪게 된다. 별 것 아닌 일이었지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던 염지아는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리고 그때 혜수가 출현하여, 상대방의 손바닥을 연필로 뚫어버린다. ( 엄청나지 않습니까? 후덜덜 ) 이로 인해 더 이상 요양원을 다닐 수도 없고,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게 된 지아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돌봐주던 재필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 지아와 혜수의 경계는 그곳에 있었다. 혜수는 은밀한 악, 어둠, 구역질 나는 뒷골목, 선한 사람의 등을 처먹는 일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는 사기꾼,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범죄자의 영역에 있었다 "

그러던 어느날, 염지아는 자신의 몸을 빌린 혜수가 그동안 재필 아저씨와 성관계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뱀 같은 혜수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직장을 잃게 만들고 저런 식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게 만들자 분노와 염증을 느낀 지아는 아버지에게 약간의 돈을 받고 집을 나온다. 그런데 집을 나오는 길에 자신이 손을 다치게 만들었던 요양 보호사의 남편인 덕호를 만나고 자신을 위협하는 덕호에게 두려움을 느낀 지아는, 일부러 칼로 자해를 하여 혜수를 불러낸다. 찢어질 듯한 웃음 소리와 함께 등장한 혜수, 그와 동시에 아득하게 멀어지는 덕호의 목소리 뒤로 혜수가 만들어낸 환영이 펼쳐진다. 돌아가신 엄마를 만났다가, 개구리같은 복장을 한 군인도 만났다가, 땅으로 꺼졌다가 하늘로 솟기도 하면서 정신을 잃었던 지아는,, 갑자기 깨어난다. 그리곤 자신의 손에 들린 삽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서울에 있던 지아는 어느새 묵진의 조대산에 내려와 있었고 낯선 여자의 시신을 땅에 파묻고 있었는데.......

푹 자고 일어났는데, 살인자가 되어있다라.... 정말 끔찍하지 않을까?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라고 시작되는 노래도 있는데, 이 다중인격이라는 병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도대체 어떤 충격과 공포 그리고 고통이 사람의 인격을 두 갈래로 만들어버리는 것일까? 두 갈래, 세 갈래 혹은 여러 갈래로.... 내가 나답게 살지 못한다는 건 정말 공포 그 자체일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내 몸을 도둑맞는 것이지 않는가? 선한 사람이면 또 몰라... 범죄자의 영역에 속하는 인물이 내 몸을 빌려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다.

정신을 차린 후 찾아간 집에서 확인한 결과, 자신이 19년동안 혜수의 정신으로 살았다는 경악할 만한 소식을 듣게 된 염지아. 그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까? 남의 손에 연필로 구멍을 내고도 아무렇지 않은, 살인을 저지르고 아무렇지 않게 구덩이에 파묻은 혜수의 그동안의 행적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제 염지아가 나선다. 이제는 혜수의 그늘에서 벗어날 때다. 굳게 마음 먹은 염지아는 묵진에 내려가게 된다. 마치 무덤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지역 묵진. 한때 번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더러운 찌꺼기로 가득한 마을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아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는 인물들이 있다. 지아가 묵고 있는 모텔의 층수를 세거나 밑에서 기다렸다가 그녀를 미행하는 인물... 그는 과연 누구이고 왜 염지아를 쫓고 있는 것일까?

지아가 묵진으로 오게 되면서, 몇몇 드러나는 사실들이 이 이야기를 더욱 더 흥미진진하게 만든다. 그러나 나머지는 읽는 사람들의 몫!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점점 흥미로워진다. 이 책의 저자 하승민은 신인 작가 답지 않게 필력이 대단히 풍부하고 이야기의 구성도 잘 짜는 듯 하다. 표현력도 풍부하고 뭐라고 할까? 이야기에 완전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염지아와 혜수 그리고 나머지 인물들에게 푹 빠져서 읽다보면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

지아는 과연 혜수를 없애고 난관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꿈 속에서도 등장할 듯한 강력한 존재감이 돋보였던 이야기 [ 나의 왼쪽 너의 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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