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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 룸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7
마이클 코널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6월
평점 :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위의 문장은 니체가 자신의 저서에서 쓴 표현인데, 사실 나는 " 해리 보슈 " 시리즈 중 한 책에서 저 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 책에서 해리의 풀네임 " 히에로니무스 보슈 " 를 알게 되었고, 범죄와 수사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 " 해리 보슈 " 경감의 활약을 흥미진진하게 살펴봤었다. 이제 어느덧 해리 보슈 경감도 60대에 이르게 되어서 한직은 아니지만, 수사 전면에 나서지는 않게 된 것 같다. 주로 미제 사건 수사를 맡게 된 해리 보슈. 그렇다고 콜드 케이스 ( 미제 사건 ) 수사가 중요성이 덜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범죄 전문 기자로써 경찰서를 드나든 경험 덕분이긴 하지만 마치 경찰 조직을 겪어본 듯한 정확하고 논리적인 사건 묘사로 유명한 해리 보슈 시리즈의 신작 " 버닝룸 " 으로 들어가본다.
이 책은 마이클 코넬리 작가가 첫 번째 작품을 발간한 지 22년만에 나온 책이라고 한다. 이제 보슈는 미제 사건 수사반에서 가장 오래된 수사관, 즉 베테랑 수사관이 되었다. 퇴직 유예 제도, 즉 Drop 에 따른 계약 기간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터라, 해리 보슈에게는 하루하루가 마치 금쪽과도 같다. 미제 사건 전담반에서 새 반장을 맡게 된 조지 크라우더 경감은 수사 경험이 별로 없고 가장 젊은 소토 경관과 경력이 가장 오래된 해리를 파트너로 연결해준다.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으나, 해리는 총격 사건으로 파트너를 잃고 우울해하는 소토에게 크나큰 공감을 함과 동시에 가능한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물려주고 싶어한다.
책의 시작에서 보슈와 소토는 10년 전에 발생했지만 바로 얼마전에 사건의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사건을 배당받는다. 10년 전에, 메르세드라는 마리아치 악단 연주자가 어디선가 날아온 총알을 척추에 맞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건을 겪는다. 경찰은 범죄 조직 간에 벌어진 총격 사건에, 메르세드가 불운하게 당했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런데 당시 시장 선거에 출마한 세야스 시의원은 선거 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휠체어에 탄 메르세드를 선거 유세장에 데리고 다니며 자신에게 유리하게 써 먹는다. 메르세드를 앞세워서 경찰이 로스앤젤레스 동부 지역을 무시하고 차별한다는 발언을 서슴치 않는다. ( 정치인의 교활함이란... )
결국 세야스 의원은 시장에 당선되지만 이 총격사건은 미결로 남게 된다. 현재 시장인 세야스는 이제 주지사가 되기 위한 선거 캠페인을 시작했고 메르세드는 척추에 박혀있던 총알로 인해, 온 몸이 감염되는 바람에, 팔, 다리 하나씩을 잃다가 결국에는 감염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사망한 메르세드를 부검하는 과정에서 분리된 총알이 과연 10년간 미제로 남아 있던 사건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법의학 전문의의 총알에 대한 견해를 듣고 난 뒤, 총격 당시에 촬영된 영상을 확대해서 살펴본 결과, 보슈와 소토는 이 사건이 단순히 범죄 조직 간의 총격으로 인한 우연한 사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들이 사건을 다른 관점으로 보게 되면서, 소설은 새로운 목적지와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구성이 중반부터 시작된다. 천천히 흘러가던 이야기는 그때부터 조금씩 물꼬를 트게 되면서 보슈와 소토는 10년전 사건의 목격자를 추적하게 되는데...
한편, 보슈는 소토가 자신의 남는 시간을 활용하여 또 다른 미제 사건을 탐문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9명의 아이들이 화재로 사망한 사건이었고 당시 소토가 죽을 뻔 했던 그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 본인도 비슷한 어린 시절의 어두운 기억이 있었기에 (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함 ) 보슈는 소토가 조사하는 사건에 기꺼이 도움이 되어주고자 하고 메르세드 사건 조사에 교묘하게 끼워넣을 방법을 생각해낸다.
마이클 코넬리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전문성과 명료함이 돋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아바타 ( 맞겠죠? ) 인 해리가 사랑해 마지 않는 LA 라는 도시 ( 선과 악이 공존하는 ) 를 너무나 잘 묘사해낸다. 풀네임이 히에로니무스일 정도로 어두움과 광기를 마음 속에 담고 있는 해리 지만 가끔씩 농담 따먹기도 하고 싫어하는 기자들과 썸을 타는 일도 있다. ( 자신이 기자의 경험이 있음에도 기자를 엄청 싫어하는 캐릭터로 묘사됨 ) 이 작품에서 해리와 그의 파트너인 소토와의 호흡은 굉장히 좋은 편이다. 그리고 그의 십대 딸과의 관계도 좋아 보이는데, 그녀도 경찰이 되고 싶어한다.
항상 그렇듯, 해리 보슈 시리즈는 나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경지에 오른 노련한 해리 보슈 경감과 경감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파트너와의 호흡이 기가 막힌다. 해리 보슈 시리즈만이 풍기는 카리스마가 있다. 지옥에 뛰어들 각오도 되어있는 한 남자의 범죄 수사 활극이랄까? 항상 그런 걸 보는 느낌이다. 이번 책도 사건의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보슈만의 스타일을 보는 스릴감이 있다. 그리고 막판에 드러나는 거대한 반전! 보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이다.
이야기의 뒷 부분에 해리는 낡은 신문을 넘겨보다가 화재 사건이 발생한 날에 대한 기사 그리고 그날 발생한 다른 사건에 대한 기사의 우연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는 짜맞춘 듯 논리적인 구성으로 흘러가고 이야기의 4분의 3이 지날때까지 유혈사태는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용의자와 대면을 하게 된 순간, 이야기는 폭발하듯 흘러가게 되고 해리 보슈는 수사를 망칠 수도 있을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는데.....
과연 마이클 코넬리는 다음 작품을 어떤 식으로 내놓게 될 것인가? 비록 해리 보슈는 나이가 들었지만 해리와 소토의 활약이 이대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반드시 다음 기회에 다시 만나서 또 다른 미제 사건을 해결하길 바랄 뿐이다. 또 다른 명작 범죄 소설이었던 마이클 코넬리의 해리 보슈 시리즈 " 버닝 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