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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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죽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좋은 엄마란 자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다.

그러니 증명할게

죽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는걸.


10년 전, 상사인 코슨 라워리의 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킬러에게 쫓겼던 니나 모건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남편과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한다. 그녀는 이름을 리아 트렌턴으로 바꾸고 텍사스에서 멀리 떨어진 메인 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제 각각 13살 11살이 된 딸 헤일리와 아들 닉은 엄마가 죽은 것으로만 알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더그가 사망을 하게 되면서 헤일리는 아빠가 생전에 가르쳐주었던 응급 상황 시에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리아 고모"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리아,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그녀는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던 중 그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걸지 않겠다고 맹세한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는 바로 리아를 도와 위장 죽음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램킨 박사"였다. "니나 모건"은 이미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과거의 악몽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코슨 라워리가 혹시나 다시 킬러를 풀지 않을까 두려워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는데, 램킨 박사가 의외의 인물에게 연락을 취하며 리아와 추적자 간의 대결로만 계획되었던 이 게임에 미스터리한 인물인, 제3자 댁스 블랙웰이 끼어들게 된다.





한편, 자신이 살고 있던 메인 주로 아이들을 데려온 리아. 이모가 아니라 10년 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엄마라고 밝히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아들 닉에 비해, 딸 헤일리는 경계심이 강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쨌든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꾸려나갈 미래를 꿈꾸는 리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두려움 없이 살아와서일까?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는 도망자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리아는 아이들에게 와이파이 사용을 허락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결국 리아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아주 익숙한 이름의 두 남자가 교도소를 가던 중 탈주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데....






손바닥 밑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상판의 차가운 감촉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편이 더 말이 되지 않나? (...)

과거의 삶이 아니라 그 삶의 더 옛날 버전, 그러니까 곤경에 처한 선량한 사람이 

경찰에 연락하고 나쁜 사람들로부터 보호받는 삶, 모든 것의 경계가 선함과 악함, 

영웅과 악당 식으로 뚜렷하며 그 두 세력들이 교차하거나 겹치거나 

서로에게 스며들지 않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

(273쪽)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이 조금씩 흘린 피 냄새를 맡으며 쫓아오는 하이에나들처럼, "니나 모건" 혹은 "리아 트랜턴"이 남긴 흔적을 찾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 그녀의 뒤를 쫓고 있다. 과거엔 운이 좋아서 죽음을 위장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리아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목숨이 그녀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킬러들의 포위망.... 여러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여가며 그녀를 쫓아오는 킬러들을 물리칠 계획이 과연 그녀에게 있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계획들인가?






여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죽음을 위장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왔던 여인이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으로 이제 그녀는 도망자 신세에서 자식을 지키는 전사로 변모하게 된다. 그동안 야생 가이드로 살아오며 배우게 된 생존 기술을 써먹어야 할 때가 왔다. 한편, 이야기는 과거 그녀의 죽음을 위장해 줬던 킬러의 아들인 댁스 블랙웰이 등장하게 되면서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킬러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면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완벽한 킬러 댁스 블랙웰, 그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뿐 아니라 IT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쉽게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없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 하는 이 남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녀를 도와서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추적자들처럼 돈을 노리고 그녀의 목을 따러 온 것일까?






<죽어 마땅한 자>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서스펜스가 넘치는, 설득력 있는 스릴러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에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리아 가족, 두 명의 킬러들 그리고 댁스 이 삼자 구도가 팽팽하게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과거 리아의 인생을 산산조각 냈던 어둠의 손길이 시시각각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고, 독자들은 리아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까 손에 땀을 쥐며 소설을 읽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빵빵 터지면서 흥미로운 반전을 선사하는 <죽어 마땅한 자>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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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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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비극 앞에서 유리처럼 깨진 위태로운

삶의 조각들을 기괴하고 아름답게 모자이크 한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의 걸작!

사상 최악의 폰지 사기 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 [글래스 호텔] 그러나 이 책은 사건을 뛰어넘는 삶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인간 본성을 꿰뚫는 듯한 이 소설은, 탐욕에 휘둘려 결국 자신의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인간들의 복잡하면서도 자기 기만적인 내면, 그 황량함을 다루고 있다. 다소 느리게 진행되는 이 소설은, 첫 도입부터 다소 쓸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세상을 등진 어머니에 대한 상실감에 시달리는 주인공 빈센트와 마약의 늪에서 헤매다가 결국 누군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빈센트의 오빠 폴의 비참한 체험 등이 묘한 분위기에 한몫한다. 이 소설엔 주인공 격인 빈센트와 오빠 폴 그리고 폰지 사기의 설계자 조너선 알카이티스 외에도 다수의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사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각자의 삶이 다소 두서없이 전개된다는 느낌이 있다. 그러나 작가의 유려한 문체와 소설 전반에 흐르는 몽환적 분위기가 압도적이라 책장은 술술 잘 넘어갔다.

파도에 휩쓸리듯 살아온 배다른 남매 빈센트와 폴은 밴쿠버 섬 최북단의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나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카이에트 호텔 동향 유리벽에 에칭 팬으로 '깨진 유리를 삼켜라'라는 다소 섬뜩하고 기괴한 문구를 새겨 넣는다. 호텔 직원들은 야간 청소 관리인인 폴이 수상하다고 지목하게 되고, 졸지에 범인으로 몰린 폴이 모든 책임을 지고 호텔을 떠나게 된다.

폴이 그만둔 이후 빈센트도 갑자기 호텔을 떠나게 되는데, 야간 매니저인 월터는 이후 신문 기사를 통해 빈센트가 호텔의 소유주인 백만장자 조너선 알카이티스와 결혼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던 빈센트는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라는 자리에 서게 되고 그 역할에 맞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막 시작된 사치와 소비의 향연이 끝나기도 전에 조너선 알카이티스가 쌓아올린 신기루, 즉 폰지 사기 행각으로 일군 그의 이른바 [돈의 제국]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글래스 호텔]은 나에겐 다소 낯선 개념인 폰지 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돈과 관련해서 거대한 속임수가 있었고 사람들은 실체 없는 막대한 이익에 이끌려 합리적이지 못한 투자를 해버린다. 돈 앞에 이성이 마비되었다고 할까? 결국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리고 가진 것을 한순간에 모두 잃어버린 사람들은 박탈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세상을 등지거나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모두가 갈망했던 [돈의 제국]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사람들이 거주하는 [어둠의 제국]이 되어버린다.

폰지 사기 사건의 주동자인 조너선 알카이티스를 비롯해서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모두가 어딘가 고장이 나 있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기도 하고 아무런 인생의 목표가 없이 물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인생을 연기하듯 살아간다. 그런데 이게 인간의 본성이지 않을까? 작가 에밀리 존 세인트 맨델은 복잡 미묘하기 그지없는 인간들의 본모습을 그야말로 생생하게 그려낸다. 과거에 저지른 일로 인해 후회하고 회한에 젖으며 죄책감에 잠 못 이루는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처음엔 [글래스 호텔]이 폰지 사기 사건을 주제로 한 스릴러 소설일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 예상과는 달랐다.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대신 이 책은 신기루 같은 욕망의 제국이 무너진 이후 남겨진 사람들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비록 나락으로 떨어졌으나 계속되는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감옥에 갇힌 조너선은 죽은 투자자들의 유령과 마주치거나 카운터 라이프 (평행우주 속 또 다른 삶)을 꿈꾸며 회한에 젖는다. 빈센트는 한 컨테이너 선의 요리사로 취직을 하여 바다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모든 재산을 투자했다가 잃은 리언은 집을 버리고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전국을 떠돈다.

과연 "깨진 유리를 삼켜라"라는 괴이한 문구를 유리창에 새겨 넣은 사람은 폴이 맞을까? 복잡한 퍼즐 같은 이 소설은 과연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까? 폰지 사기 사건이라는 폭탄이 떨어진 후 밑바닥 삶을 전전하던 리언에게 전에 있던 회사에서 일감이 하나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공해를 지나던 컨테이너선의 갑판에서 한 여성이 실종된 의문의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 과연 그녀는 누구이고 결론은 과연 무엇일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었던 소설 [글래스 호텔] 전개가 다소 느리고 호흡이 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끝까지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인간과 인생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주어진 독서 시간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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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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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짓누르는 원초적인 공포!

비밀의 문이 열리고

사상 최악의 악마들이 몰려온다

SF 와 호러가 만나 매우 독창적인 세계관을 담은 작품이 탄생했다. 이 [외눈 고개 비화]는 만약 조선에도 인간 사회에 섞여 살아가는 외계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으로 시작된 소설인 것 같다. 그러나 주제는 흥미진진할지 몰라도 내용은 공포 그 자체이다. 기괴하고 혐오스러운 외모를 가진 원린자들이 파괴와 죽음을 숭상하며 잔혹하게 인간들을 해하는 장면을 보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뭐랄까? 독자들의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낯선 세계와 이질적 존재에 대한 일종의 로망이 있고 다소 엽기적이고 잔인한 장면에 반감보다는 반가움을 느낄 독자들이라면 너무나 좋아할 책이랄까?

이 책은 소개 글에 살짝 나온 조선 러브 크래프트 코즈믹이라는 장르에 속한다. 미국의 호러/위어드 픽션 소설가인 러브 크래프트의 작품들에 큰 영향을 받았다는 말일 것이다. 실제로 책 속에 나오는 가상의 예언서 [귀경 잡록]은 러브 크래프트가 탄생시킨 가상의 서적 [네크로노미콘]과 일맥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 조정은 비밀스럽게 미래를 예언하는 [귀경 잡록]이 삿되다 하여 이를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 서적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백성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육십오능음양군자>라는 절대신의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인 힘에 대해 경고한다. 이 책 [외눈 고개 비화]는 이 책 [귀경 잡록]에 나오는 <육십오능음양군자>의 부하들인 원린자들이 어떤 식으로 평화로웠던 조선과 조선 백성들을 유린하고 난도질하는지 보여주는 증언이라고 하겠다.

태산이 무너지는 기운과 함께 나무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산악이 거대한 움직임으로 뿌리를 드러내며 회전했다.

인고의 세월 끝에 바깥으로 나올 수 있게 된 비천자들의 흥분은 격렬했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반골이던 본래의 기질을 서슴없이 드러냈다.

이제 세상은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첫 번째 소설인 [외눈 고개 비화]는 섭주 현의 사또인 "나"의 친구가 무려 40년 동안 실종 상태였다가 갑자기 나타난 지점에서 시작된다. 불운으로 인해 감옥에 갇혔던 친구 정겸은 조정에 반감을 품은 한 장군의 말을 듣고 가공할 공격력을 가진 무기를 구하러 외눈 고개로 향한다. 그러나 외눈 고개는 수백 년 전 조선의 장군인 박고헌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라진 원린자들이 만들어낸 이계의 공간!! 그로테스크한 외모에 파괴 본능만 도사린 외계 존재인 비천자들과 그들이 만든 이계 세상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정겸과 장군 무리들.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했지만 정겸이 이계에서 보낸 하루는 어느새 40년이 넘어 있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일은 살아남은 비천자들의 조선 파괴 욕망은 더욱더 커져있다는 사실인데....

▶ 40년간 실종되었다가 갑자기 나타난 친구가 이해되지 않는 말을 하며 이 나라가 위험에 처해있다는 경고를 날린다. 과연 그가 경험한 것은 현실인가? 정신적 이상으로 인간 환각인가? 악귀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괴물들이 득시글대는 세상에서 공포스러운 하루 혹은 40년을 보낸 한 남자의 이야기!

육십오능음양군자는 우주의 기운을 지배하는 자다!

너희처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은 물론, 100 년 전의 나에게도 생명을 주신 분이다.

그분이 바로 천지신명이란 말이다! (...)

이제 곧 알게 될 거다. 이제 곧 후회하게 될 거다.

나의 경고를 무시한 너희 미련한 것들!

이제 잔혹하게 처단 받을 것이다.

두 번째 소설 [우상 숭배]는 비리와 수탈을 일삼다가 함경도 함흥이라는 외지로 발령이 난 조정 대신 권윤헌의 이야기이다. 그는 관노인 바우와 함께 첩첩산중을 헤매다가 마치 원시 종교를 연상하게 만드는 열두 채의 움집을 발견하게 된다. 으스스한 분위기에 압도된 그는 움집들 옆에 있던 한 오두막집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조정에서 금지한 사특한 책인 [귀경 잡록]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삿된 책들의 존재에 놀란 것도 잠시, 여섯 개의 눈알이 달린 기괴한 탈을 쓴 낯선 남자가 도끼와 사냥한 노루를 들고 그들에게 다가오는데...

▶ 한번 쓰면 죽기 전까지 벗을 수 없는 탈과 밭에서 자라는 식인 식물들이라는 기괴한 설정에 소름이 돋았던 에피소드. 앞서 [외눈 고개 비화]에서도 느꼈지만 원시 부족의 습성을 가진 원린자들은 아주 기괴하고 기묘한 형태로 인간을 지배하고 파괴한다. 이 소설을 읽으니 육십오능음양군자의 존재가 더욱더 미스터리하게 다가왔다. 혹시 종교에서 말하는 신이 외계에서 온 존재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

이 [외눈 고개 비화]를 읽는 내내 여러 영화들이나 미드들이 떠올랐다. 엽기적인 외모를 가진 외계 종족들이 소개되는 장면에서는 [제5원소]가 떠올랐고 그들이 만들어낸 음산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이계 세상을 봤을 때는 미드 [기묘한 이야기]도 떠올랐다. 전체적으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영화들 - 판의 미로, 헬 보이 등등등-이 떠올랐달까? 사실 소설보다는 웹툰이나 영화로 제작되면 공포가 더 실감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줄거리도 흥미진진하지만 그로테스크한 외모의 원린자들과 어둡고 축축하고 음산한 이계 세상이 너무나 잘 표현되었기 때문에 영상미가 남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 물론 그 영상미에 대한 해석은 개인차가 있겠지만 말이다) 평온한 삶을 뒤집고 파괴하는 원린자들, 신비롭고 강력한 힘을 잔혹하게 사용하는 절대신의 존재 앞에 무력해지는 인간들을 보며 두려움과 동시에 이상한 환희도 느껴진다. 마치 고대 문명의 제사장과 부족들이 잔인한 신을 향해 올리는 제사와 제물들을 보고 온 느낌이 든다. 뭔가 기괴하고 낯설지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소설을 읽고 싶다면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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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래 미스터리 - 어른들을 위한 엽기적이고 잔혹한 전래 미스터리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홍정기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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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니!! 이런 장르 너무 좋아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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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현상청 사건일지 안전가옥 오리지널 18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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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다 말해 드리면 안 되는 건데,

이렇게 촉이 좋은 사람은 어차피 살다 보면 다 알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그냥 말씀을 드릴게요. 혹시 귀신 믿어요?

요괴, 이매망량, 이스시, 버닙, 에너지 생명체,

뭐 그런 종류

과연 눈에 보이는 현실이 이 세상의 전부일까? 인간을 비롯한 유기체들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존재인 걸까? 논리나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한 일들이 세상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우리는 제3의 존재, 즉 귀신, 유령, 정령, 외계인, 괴생물 등등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을 거라고 의심한다. 여러 매체에서 "미스터리" 한 사건들을 자주 다루는 것을 보면, 우리는 감이나 촉으로 다른 차원의 세계와 생명체가 존재함을 이미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 [기이현상청 사건 일지]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기이하고 초현실적인 사건들을 조사하고 추적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공무원들의 고군분투기이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온갖 불온하고 위험하고 수상쩍은 초자연적 존재와 현상, 이른바 기이들을 잘 관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이현상청]이라는 정부 조직이 있다. 엄연히 정부 산하에 있는 공무 조직인 이곳에서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 섞여서, 대한민국을 어지럽히는 기이한 현상들을 추적하고 문제의 근원을 밝힌 후 해결한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영화 [맨 인 블랙]을 보는 것 같았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멋진 제복을 입은 요원들이 지구 정복을 꿈꾸는 외계인들을 소탕한다는 그 영화처럼, 이 책 속에는 더운 여름, 개량 한복 같은 유니폼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기이현상을 해결하는 인간들 혹은 초자연적 존재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 [행정 안내] 금일 오전 11시경에 조사 목적 방문 예정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기이현상청."

단편 <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에서는 굉장히 낯선 아이스바 하나를 발견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비추면서 시작된다. 비슷비슷한 단팥 아이스바 한 무더기를 들춘 뒤 찾아낸 [사탕 초코]라는 이름의 이상한 아이스바는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에는 너무나 허술했다. 길쭉한 보라색 포장지에 어색한 꿀벌 캐릭터까지.... 더위에 지친 주인공은 이 아이스바가 단종된 제품이고 수집가에게 비싸게 팔 수 있으리라는 망상에 젖어 집 냉장고의 냉동고에 보관해두기로 마음먹는다. 이후 눈빛이 형형하고 위압감 넘치는 두 명의 아이스크림 점원이 다투는 꿈을 꾸게 되는 주인공, 깨어난 뒤 너무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때, 기이현상청이라는 낯선 정부 부처에 속한 공무원으로부터 집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는데....

▶ [알라딘]에 나오는 요정 지니는 단지를 건드리는 이의 소원을 들어준다. 욕망을 들어주는 요정과 현대 인공지능 이론이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탄생했다.

" 아뇨, 전부 잠재되어 있죠. 유전자 속에 말이에요. 몇 세기 전 조상의 영혼이 후손에게까지 유전될 수 있다면, 더 먼 조상의 영혼들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생각해 봐요."

단편 <잃어버린 삼각 김밥을 찾아서>에서는 대한민국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일루미나티의 존재를 언뜻 보여 준다. 기이현상청에 속한 공무원인 주인공 우모린은 좋게 말하면 호기심 덩어리이고 나쁘게 말하면 바람둥이라고 할 수 있다. 모린은 초현실적인 존재에 워낙 관심이 많아서 만나는 기이한 존재 모두에게 매번 마수를 뻗친다. 이번에도 일을 하다가 만난 비희라는 파충류 인간과 사귀게 되었는데 그녀는 제3광명신제품연구소라는 곳에서 일하고 있고 편의점과 대형 마트에 놓일 식품을 개발한다. 그러던 어느 날 다급하게 모린을 찾아온 비희는 임상 시험 와중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어 전량 폐기하기로 했던 삼각 김밥이 시장에 풀려버렸다며 도움을 요청하는데....

▶ 단세포 생물부터 시작해서 점점 고등 동물로 진화해온 인간의 영혼 속에 그 모든 조상들의 영혼이 압축되어 있지 않을까? 와 같은 재미있는 상상으로 비롯된 것 같은 이야기

" 흙이, 땅이 움직이고 있었다. 황토 덩어리가 떨어진 곳에서부터,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물처럼, 송영이 뒷걸음질을 치는 속도보다도 더 빠르게 퍼져 가면서. (... 중략) 저게 뭔지는 몰라도, 송영이 지닌 힘으론 죽었다가 깬들 상대할 수 없을 기이현상이란 것만큼은 확실했다."

단편 <마그눔 오푸스>에는 기이현상청 업무를 하청 받아 기이현상을 조사하는 3급 지정기이단체인 명주 영능이라는 중소기업이 등장한다. 이 회사는 전라남도 명주군에 위치해있고 직원이라고는 사장님을 포함해 딱 3명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예술 문화 단체를 설립하는 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지고 장비가 파괴되는 사건이 발생하여 직원 시니와 송영이 조사차 장소로 파견된다. 어둠이 깔릴 때까지 공사 현장에서 잠복하고 있던 직원 송영의 눈에 믿기 어려운 현상이 발생하고 그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흙더미에게 쫓기게 되는데.....

▶ 한 사이비 종교에서 누군가의 부활을 간절히 바라고 있고 어둑시니라고 알려진 한국 전통 요괴가 강력한 힘으로 그것을 제압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한계 없는 상상력이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대단히 기발한 이야기였던 [기이현상청 사건 일지]. 이 책은 귀신, 정령, 흡혈괴물, 괴현상 등등 영토, 문화, 시대에 한정되지 않는 영적 존재들인 "기이" 가 일으키는 여러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공무원들의 활약을 다루고 있다. 공무원이라는 딱딱한 직함 뒤에서, 비밀스러운 힘을 가진 채 활약을 펼치는 요원들의 스펙터클한 하루가 펼쳐진다. 실제로 이런 조직이 있어서 뉴스에 내보내지 못할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매우 독특하고 기발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소설 [기이현상청 사건 일지]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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