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선샤인 어웨이
M. O. 월시 지음, 송섬별 옮김 / 작가정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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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는 내 햇살

내 하나뿐인 햇살

넌 모르겠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부디 내 햇살을 앗아 가지 말아줘

1989년, 루이지애나주 배턴 루지에 살던 한 10대 소년은 린디라는 소녀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에 대한 사랑은 집착에 가까워서, 그는 린디의 행동반경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쓴다. 하지만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다룰 수도, 통제할 수도 없는 이 미숙하기 짝이 없는 소년은, 그저 린디를 멀리서 바라보며 그녀와의 사랑을 상상 속에 묻어두기만 한다. 그러던 어느 여름밤, 주인공이 품었던 순수함은 린디가 끔찍한 범죄의 희생양이 되면서 마치 거품이 날아가듯 날아가 버리는데....

저자는 감성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한 10대 소년의 관점에서 글을 풀어낸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는 듯한 글을 쓴 이 저자는 실제로는 어른이겠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느낀 감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그러하기에, 린디가 겪은 아픔에 대한 그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너무나 잘 표현된다. 책의 후반에 가면 어른이 된 주인공의 관점을 볼 수 있기에 덜 아프지만, 소년일 때 그가 린디를 바라보는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경험을 돌아보면서,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안타까워하거나 그때 이런저런 일들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라고 후회하기도 한다. 인간의 삶이란 뒤늦은 깨달음의 반복인가 싶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어떤 독자들이건 그들의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사실 당시에는 모든 게 단순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지 불확실하고 표현하기도 너무 힘들었다. 주인공 14세 소년도 그랬다. 햇살처럼 빛나던 한 소녀를 마음 깊이 사랑했던 한 소년. 소녀와 소년의 삶은 평범하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 소년은 사랑 고백을 하고 소녀는 애타는 그의 마음을 알아주고. 하지만 일상 속에 스며든 " 악 ", 즉 소녀에게 발생한 끔찍한 강간 사건 이후로 그들의 평범한 삶은 막을 내린다.

" 마이 선샤인 어웨이"의 글은 시처럼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단지 아름다움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소녀에게 발생한 범죄와 그것을 힘들게 바라보는 한 소년의 시각을 보여주며 인간 세상이 떠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예전에 읽었던 “가재가 노래할 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자연을 벗 삼아 홀로 지낸 한 소녀의 외로운 삶을 그렸던 “가재가 노래할 때”에는 그녀가 겪는 비극적 사건과 그 사건에 얽힌 미스터리가 동반되어 서정성에 서스펜스까지 더해졌었다. 이 책도 매우 서정적인 소설이긴 하나 린디의 강간 사건이라는 미스터리가 해결되지 않은 채로 소설의 후반까지 이어지면 독자를 궁금증으로 이끌고 소설을 계속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린디의 사건과 누나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소설은 "슬픔과 비애"로 가득 차 있다. 아마 마음이 좀 여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릴 것이다. 주인공이 가슴 깊이 사랑했던 여성들은 상처 입고 먼 곳으로 떠나버린다. 어른이 되어 좀 더 단단해진 마음의 근육을 가진 자신이 혼돈의 중심에 서 있던 14세의 자신에게 보내는 응원의 편지일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 " 마이 선샤인 어웨이".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작품성이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당신의 감성을 채워줄 책 " 마이 선샤인 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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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편 소설 쓰기 -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 창작 기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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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면서 읽다 보면 창작욕이 꿈틀대는 국내 최초 초단편 작법서 "

책을 많이 좋아하고 리뷰를 쓰는 나 같은 독자들은 직접 작가가 되어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가 문장력도 떨어지고 상상력도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바로 생각을 접는다. 어떻게 작가가 되는지,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뭐가 필요한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것도 작가의 꿈을 접게 만드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때 [초단편 소설 쓰기] 와 같은 작법서는 작가가 되는게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말은 안 되지만 ) 어렴풋한 희망을 품게 한다.

몇 년 전에 김동식 작가의 [회색 인간]을 사서 읽었는데, 소재도 기발하고 무엇보다

스토리 반전이 기가 막혀서 도대체 이 작가는 어디서 이제 나오셨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몸을 쓰는 직업에 종사하셨다가 작가가 되셨다는 점에 첫 번째 놀랐고 ( 이건 편견이긴 하지만 ) 매우 짧은 글 안에 인간의 본질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점이 굉장히 신선했다. 한동안 김동식 작가의 열광팬이 되어 SNS에서 댓글 놀이를 했던 기억도 난다.

사실 이미 출판계에는 작가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이 엄청나게 나와 있다.

그러나 이 책 [초단편 소설 쓰기]는 특정 장르에 입각해서 맞춤식의 가이드라서 그런지

그동안 읽었던 책과 너무 다르다. 다른 책들이 좀 산만하고 잡다한 정보가 많은데 반해서

이 책은 작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는 점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며 신선하다. 중간중간 기상 천외 한 작법이 등장해서 무릎을 탁 치게 할 정도라고 할까?

“ 초단편은 반드시 한 호흡에 읽을 수 있도록 독자를 붙잡아두어야 한다. (....) 한 호흡에 읽히기 위해서는 흡입력, 높은 가독성, 절단 신공, 떡밥 등이 필요하다.”

20~21쪽 -

“ 초단편 결말에는 반전이 필수다. (..)

글도 짧은데 결말까지 밋밋하다면 등산로 안내문을 읽은 것과 같다.”

-25쪽-

" [예시] 영화에서 '좀비가 마지막 인류를 멸종시키는 ' 장면에 꽂혔을 때.

' 역전시키기'를 대입 ⇒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서 인류가 멸망했던 것처럼

좀비에게도 인간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

-89쪽-

위에 쓴 내용 외에도 정말 공감되고 위트 있는 작가의 글쓰기 방법이 많이 제시되어 있다.

글을 소비만 하던 입장에서 생산하는 입장으로 바로 바꾸기는 굉장히 어렵겠지만

이렇게 친절한 가이드북을 따라서 조금씩이라도 쓰다 보면 어느새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 않을까? 지루하고 산만한 작법서에서 탈피하여 작가 지망생들에게

보다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글쓰기 방법을 제시한 책 [초단편 소설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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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살인
천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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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선택’ 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운명은 정해진 걸까?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데,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소위 평행우주론에 따르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외에도 다른 차원의 세상들이 있어서 

나의 다른 버전들이 다른 세계에서 여러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초라한 "내" 가 다른 세계에서는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니, 뭔가 짜릿하다.

이 책 [거울 살인]에 등장하는 주인공 승언은 지긋지긋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다.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이미 아이를 가져 버렸고, 

아이의 아버지는 아직 군대에 있다.

어머니는 재혼을 했는데, 새 아버지라는 사람은 결혼 이후 매우 폭력적으로 변해버려서

엄마와 동생 제언이의 몸에는 상처의 피딱지가 마를 날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기숙사에 머물던 승언은 아이를 위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러나 집구석은 쓰레기들로 엉망진창이고, 새 아버지는 아이를 가진 승언을 보고 

눈에 쌍심지를 켠다. 온갖 욕으로 시작하더니, 승언의 머리채를 잡고는 

배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새아버지.

아이를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마음에 우연히 잡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새아버지의 가슴팍을 찌른 승언은, 부릅뜬 눈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새아버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런데 그 순간, 현관문 옆에 있던 거울이 일렁이는 것을 보게 되는 승언.

거울 표면이 딱딱하지 않고 마치 호수처럼 몸이 쑥 들어가고,

거울 속에 비친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은 상황이 다르다.

도대체 뭐가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일렁이는 

거울의 반대쪽 세상으로 넘어가게 되는 승언... 

그녀에게는 이제 어떤 일이 발생하는 걸까?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거울 속을 넘나들며 

기가 막힌 상황을 맞이하는 승언을 보면서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이쪽을 가도 저쪽을 가도 어긋나기만 하는 그녀의 운명...

우리는 잘못되도록 결정되어 있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는 걸까?

거울 속 세상이라는 독특한 상상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비극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 [거울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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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의사와 미친 이웃들
니나 리케 지음, 장윤경 옮김 / 팩토리나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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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생은 바닥을 치고 나서야 행복을 깨닫는 걸까? "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 환자들이 우러러보고 ) 안정적인 가정을 꾸린 ( 남편도 의사, 두 딸도 의대 진학 ), 누구나 부러워할 것 같은 여의사 엘렌. 하지만 그녀는 술고래에 드라마 중독자이고, 사무치게 외로움을

탄다. 남편은 스키 중독자이기에, 중년의 부부들이 종종 그렇듯, 각자 알아서 살아간다.

그러나, 외로움 탓이었을까? 아니면 토레 ( 진료실에 있는 해골 모형 ) 의 말처럼, 포기할 수 없던 욕망과 정념 탓이었을까? 대학 시절 만났던 30년전 전 남친과 우연을 가장한 의도적인 바람을 피우게 된 그녀는,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걸 잃게 된다.

주인공 엘렌은 말하자면,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편 몰래 뻔뻔하게 바람을 피웠고, 입에서 술을 떼어 놓고는 살 수가 없다. 한때 저지른 실수로 인해 현재는, 남편에게 집을 넘겨주고 병원에서 먹고 자고 있는 신세가 된 엘렌.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그녀의 삶은 무참히 짓밟힌 웨딩케잌처럼 난장판이 되고 만다.

이제 50줄 중반에 접어든 엘렌은 두 얼굴을 가진 의사이다. 웃는 얼굴로 환자들에게는 잘 자고 잘 먹고 되도록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징징거리는 환자들을 경멸한다. 환자들을 대하고 있지만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기만 한다. 들어주기만 해야하는 자신의 직업이 지긋지긋하달까?

그녀는 가정의학과 의사이기에 온갖 다양한 문제를 가진 환자들이 찾아오는데, 예를 들자면 한 치질에 걸린 환자는 너무 아프다는 이유로 볼 일을 보고 제대로 닦지도 않은채 병원에 와서 병실을 구린내로 가득 채우고

어떤 어린 여성은 부모님이 매년 같은 장소로 휴가를 가서 ( 무려 프랑스의 니스 ) 너무 우울하다고 울기까지한다.

본인이 더 울고 싶은 주인공 엘렌. 그녀를 찾아오는 환자들이 미쳐 보이지만, 사실 그녀가 더 미쳐 보이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병실엔 해골 모형이 하나 있는데, 그 모형에 토레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그와 계속 대화하는 그녀. 생각보다 토레는 매우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는 바보같은 엘렌의 실수를 지적하며 놀리는 걸 좋아한다. 알콜 중독자에 가까운 엘렌이 미친 것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토레와의 시간이 엉망진창에 가까운 엘렌의 삶에서 유일한 자기 성찰의 시간일 수도 있다.

병원 업무와 결혼 생활에 지쳐 있는 엘렌, 설상 가상으로 미친 것 같은 환자들이 계속 진료실로 몰려들며

그녀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과연 요동치는 엘렌의 이중생활이 계속될 수 있을까?

엘렌 자신이 의사이지만 진정 치료받아야 할 것 같은 위기에 빠진 그녀 엘렌.. 과연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 괴랄한 두 얼굴의 의사와 나사 풀린 이웃들의 환장 콜라보!

인간 본성의 불균형을 해독시키는 묘약같은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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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프리퀀시 트리플 9
신종원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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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어났던 일들을 일어나지 않았다고 말하시오.

자네의 목소리로 원본을 상쇄시켜 없애버리는 것이오.

할 수 있겠소?" - 고스트 프리퀀시 중 -

신종원 작가는 세 편의 매혹적인 소설을 통해 “규칙 속에서 세계를 구성하는” 소설가로서

“글쓰기에 대한 알레고리”를 선보이며 “낯선 놀라움을 유발하는 대신 낯선 세계를 수립하는 데 성공

한다" - 이소 문학평론가 -

책을 다 읽긴 했는데, 막상 서평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안개에 파묻힌 여행자처럼 막막한 느낌이다.

풀기 너무나 어려운 과제를 떠안은 대학생 같기도 하고, 초등학생 수준 밖에 안되는 사람이

대학생들의 전공 서적을 읽은 느낌이 든다. 머리에 그냥 퀘스천 마크만 맴돌고 있다.

이 소설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작가는 도대체 어떤 의도로 이 글을 썼을까?

온통 기호와 상징으로 가득한 의미를 알 수 없는 광고지를 받아본 것처럼 매우 당황스럽다.

우선, 책에 대한 평론가의 글을 읽고 [알레고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아봤다.

[알레고리]란 추상적 관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물에 비유해서 설명하는 기법이라고 하는데,

예를 들자면, 주인공의 감정을 의인화해서 표현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알레고리를

이용한 것인가?

이 책에는 3개의 단편소설이 있다.

첫 번째 소설인 [마그눔 오푸스] 는 큰 깨달음이라는 뜻인데, 이 소설에서 주인공 양계진 씨는 손자의 태몽을 꾼다.

호랑이 띠인 그녀는, 꿈속에서 금빛 호랑이가 되어 빛나는 잉어를 낚아올리는데, 가져가지 말라는 한 늙은 거북이의

경고를 무시한다. 말하자면, 자연 혹은 우주 안에서 한 생명을 훔쳤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후로 꿈만 꾸면

마치 저승사자를 상징하는 듯한 용왕에게 끌려가서 훔친 물건을 되돌려놓아라는 협박을 받는다.

작가는 우리의 생명이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리고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혹은 원죄와 속죄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소설인 [아나톨리아의 눈]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소설이라기보다는 규칙을 정해놓고 따르는

게임 같았다. 저자는 주사위를 던져서 나오는 숫자를 기반으로, 그 숫자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과

사건들을 나열한다. 마치 신이 주사위를 던져서 인간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작품이다.

세 번째 소설인 [고스트 프리퀀시]가.. 많이 어려웠다. 상당히 난해했던 소설이다.

한 시인과 소설가는 일부러 고른 듯한 한 폐가에 만나서 목소리를 녹음한다.

수십 년 동안 그 폐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음성이 남아있는 듯한 곳에서

온라인을 통해 낭송회를 개최하고 난 뒤에, 그들에게 이상한 일이 발생한다.

자꾸만 들리는 누군가의 목소리... 한 소설가는 이미 예전에 사망한 한 발명가의 목소리까지 듣게 된다.

무언가 픽션이 되면 그것은 사라진다. 소설가는 이것을 잘 알고 있다. 세계 어디에서든 목소리는 굽이치는 파흔을 남기게 마련이며, 그러므로 글쓰기는 오래전부터 잉크를 빌려 목소리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안티 노이즈로 사용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소설가는 다시 불을 끈다. 주위를 더듬어 의자에 다가가 앉는다. 거기서 그가 하는 것은 단지 듣는 것이다. 어둠 또는 희미한 분광의 심박을 헤아려보듯, 작은 녹음기의 두 귀를 앞으로 내민 채.

- 고스트 프리퀀시 중 98~99쪽-

하나하나 눈도장을 찍으며 읽었는데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매우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 같은 소설 [고스트 프리퀀시]

블랙홀을 향해 달려가는 음향 신호의 굉음으로 가득 차 있고, 어디에 수렴하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탄생과 소멸의 마주치는 공간으로 향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매우 어려웠지만 작가의 세계가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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