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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살인
천지혜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10월
평점 :
“인간의 ‘선택’ 에 따라 달라지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운명은 정해진 걸까? 누군가의 말에 따르면,
마음 먹기에 따라서 운명이 바뀔 수도 있다는데, 이 소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론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소위 평행우주론에 따르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외에도 다른 차원의 세상들이 있어서
나의 다른 버전들이 다른 세계에서 여러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은가?
초라한 "내" 가 다른 세계에서는 떵떵거리며 살고 있을 수도 있다니, 뭔가 짜릿하다.
이 책 [거울 살인]에 등장하는 주인공 승언은 지긋지긋하게 일이 풀리지 않는 종류의
사람이다.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이미 아이를 가져 버렸고,
아이의 아버지는 아직 군대에 있다.
어머니는 재혼을 했는데, 새 아버지라는 사람은 결혼 이후 매우 폭력적으로 변해버려서
엄마와 동생 제언이의 몸에는 상처의 피딱지가 마를 날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대학 기숙사에 머물던 승언은 아이를 위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러나 집구석은 쓰레기들로 엉망진창이고, 새 아버지는 아이를 가진 승언을 보고
눈에 쌍심지를 켠다. 온갖 욕으로 시작하더니, 승언의 머리채를 잡고는
배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새아버지.
아이를 보호하려는 필사적인 마음에 우연히 잡은 깨진 유리 조각으로
새아버지의 가슴팍을 찌른 승언은, 부릅뜬 눈으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새아버지 옆에서 안절부절 못한다.
그런데 그 순간, 현관문 옆에 있던 거울이 일렁이는 것을 보게 되는 승언.
거울 표면이 딱딱하지 않고 마치 호수처럼 몸이 쑥 들어가고,
거울 속에 비친 저쪽 세상과 이쪽 세상은 상황이 다르다.
도대체 뭐가 뭔지 파악하기도 전에,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일렁이는
거울의 반대쪽 세상으로 넘어가게 되는 승언...
그녀에게는 이제 어떤 일이 발생하는 걸까?
독자들은 이 책을 읽는 동안, 거울 속을 넘나들며
기가 막힌 상황을 맞이하는 승언을 보면서 긴장감에 손에 땀을 쥐게 된다.
이쪽을 가도 저쪽을 가도 어긋나기만 하는 그녀의 운명...
우리는 잘못되도록 결정되어 있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없는 걸까?
거울 속 세상이라는 독특한 상상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비극적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 [거울 살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