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도시 속 인형들 1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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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특별 자치시 기술 규제 면제 특구 일명 샌드 박스

미친 과학자들의 안전한 놀이터

모든 첨단 기술들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낙원이자 지옥인 도시

전작 [테세우스의 배]를 통해 만약 한 사람이 육체와 정신으로 나뉜다면 그 둘 중 진정 그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이경희 작가의 새 작품 SF 연작 소설 [모래 도시 속 인형들]이 안전 가옥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철학적이고 근원적 질문을 던졌던 [테세우스의 배]에 비해서, 이 책은 현란한 디지털 기술에 관한 부분이 더 두드러지기에 다소 가벼워 보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사이버 폭력에 노출되는 연예인, 음모론에 의해 휘둘리는 사회, 인성보다는 성공을 먼저 가르치는 부모들의 이기주의가 낳은 괴물들 등등등 미래 이야기지만 마치 현재 한국 사회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었다.

유능하고 정의롭지만 인간관계는 빵점인 첨단수사부 검사 진강우와 신출귀몰, 변장과 추적의 달인인 민간 조사사 주혜리가 콤비를 이루어 기상 천외 한 디지털 기반 범죄를 추적하고 해결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계산적으로 서로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활약은 매우 인간적이다. 맛없는 짜장면을 만드는 중국집에서 매번 회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코믹하게 서로를 놀리거나 골려먹는 장면을 봐서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인간 복제나 사이버 테러가 벌어지는, 도덕성을 점점 잃어가고 비인간화가 진행되어 가는 이 삭막한 미래 도시에서 모든 존재를 위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간다면 면에서 그들은 정말 "인간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X Cred/t, 즉 "카이 크레디트" 주인공 카이는 여러 다른 사람들의 우수한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인간, 즉 유전 공학이라는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다. 그는 뛰어난 외모와 재능으로 단번에 유명인이 되어 디지털 세계를 활보한다. 그러나 한 몸으로 뛰어다니기엔 너무 바빴던 것일까? 카이는 자신과 꼭 닮은 복제 인간 100명을 만들고 "페어런트 101"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진짜 "카이" 도 그중에서 속해있지만 누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는 복제 인간들,, 도대체 이곳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두 번째 이야기인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의체를 지원받아 살아가는 노인들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지원받은 의체를 통해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한순간에 좀비가 되어버린 이 노인들은 인기 아이돌 Roo_D.A. 가 살고 있는 건물인 타워 팰리스를 향해 마치 개떼처럼 몰려가는데.... 의체 외엔 가진 것 없는 이 노인들이 부의 상징인 타워 팰리스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좀비화가 된다는 재미있는 설정의 이야기.

나머지 3 편의 단편인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 [슈퍼히어로 프로듀서] 그리고 [트윈 플렉스] 도 음모론에 쉽게 동요되는 인간들과 자식들 성공에 목매는 이기적인 부모 그리고 권력으로 소수자를 짓누르는 차별 어린 시선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흥미롭게 다룬다. SF 작품답게 신체에 삽입된 통신 기기 스마트팜이나 하나의 인격이 두 개의 신체를 동시에 조종하는 시술을 가리키는 트윈 플렉스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IT 기술 면에서 상당히 발전해 있는 우리 사회, 그러나 이 기술이 가진 위태로운 면이 곧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이경희 작가는 전작 테세우스의 배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평택 특별 자치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라는 특수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책 속에 아직 결론 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시리즈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 본다. 마치 배트맨의 고담 시처럼 선과 악이 서로 대결하며 펼치는 흥미진진한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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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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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자랑하던 대도시 뉴욕은 폐허가 되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쥐들의 공격과, 그에 맞서는 고양이들.

과연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누가 될 것인가?

이 행성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현재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고양이 관련 서적과 유튜브 등을 통해 행동을 보고 기분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진짜 성능 좋은 고양이 말 번역기가 나와서 우리 냥이와 하루 종일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 [행성] 속에는 제3의 눈을 가진, 우주를 아우르는, 지적이고 우아한 고양이 베스테트가 나와서 인류를 멸종으로부터 구하는 대활약을 펼친다. 모든 종들을 다스리는 지배자, 그러나 너그러운 여왕님이 되길 꿈꾸는 고양이 베스테트의 활약이 대단하다.

고양이 베스테트는 정말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고 웹 서핑도 가능하다. 또한 ESRAE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USB가 달린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 USB에는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저장되어 있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집사의 애정 문제에 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카리스마에 있다. 쥐 떼들로 인해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여러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 내고 목숨을 걸고 적지에 뛰어든다. 남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해 비웃고 조롱하기만 하고 몸을 사리는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 [행성] 속 그녀의 활약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사악한 쥐, 티무르가 이끄는 거대 쥐 군단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미국 뉴욕까지 대형 범선을 타고 온 베스테트 무리들. 그들은 뉴욕에서 쥐 떼를 박멸할 수 있는 강력한 쥐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참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은 거짓이었던가? 뱃머리에서 내다본 뉴욕은 마치 거대한 갈색 카펫이 깔린 것처럼 새까만 쥐 떼들로 뒤덮여있었다. 그 거대 미국 쥐들은 배가 떠있는 곳까지 헤엄쳐와서 베스테트 무리가 타고 온 범선을 점령하게 되고 쥐들과 교전을 벌이던 중 많은 동물들과 인간들이 목숨을 잃는다. 최후까지 남은 몇몇의 목숨도 위험해지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한 고층 건물에서 보내온 도르래를 타고 올라가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쥐 떼들은 건물까지 갉아먹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피난민과 동물들은 더 안전한 건물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이동하게 된다. 104층에 높이 541미터인 이 빌딩은 마치 미국의 축소판과 같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부족들이 각 층을 차지하고 있고 101인의 부족 대표단까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대표단의 의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인데, 이 책에서 그리 좋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 말장난 좋아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등장) 쥐 떼를 물리칠 방법을 논의하던 중, 한 IT 기술자의 도움으로 마비된 인터넷이 복구되고 그들은 한 미국 군사 기지와 접속하게 된다. 군사들을 이끄는 그랜트 장군은 탱크 5백 대를 이끌고 뉴욕에 오기로 약속을 하는데, 과연 그들은 쥐 떼를 몰아내고 뉴욕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우주, 신... 그리고 다음은 지적인 동물? 정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전략을 갖춘 우수한 고양이의 활약을 주제로 글을 썼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본다면 정말 그렇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이 책의 주된 소재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들과 사악한 쥐 떼들과의 대 전투이지만, 작가는 드러나는 주제 이면에 소통 불가능한 사회, 어디서나 차별을 만들어내는 인간들, 모아놓으면 싸우기만 하고 쉽게 포기하는 인간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약자를 억압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며 독재 정치를 찬양하는 쥐 떼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인간 본성을 지적하는 듯 했다. 겉으로 보기엔 SF처럼 보이지만 사회 비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쥐 떼들과 다른 종들의 싸움! 과연 고양이 베스테트는 인간을 무사히 멸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이 강인한 암컷 고양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주된 이야기 외에도 각 장들 사이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짧은 대목을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자칫하며 늘어지고 지루해질 수 있을 만한 전체 구도에 가볍고 흥미로운 텐션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찾아 헤매고 흡수하는 베르나르 본인의 캐릭터가 잘 녹아들어 간 요소라고 생각한다. 목이 잘린 채 살아남았던 수컷 닭 마이크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지적이고 현명한 고양이 베스테트, 그녀가 내놓은 갈등 해결 방식에 깜짝 놀라곤 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행성의 다른 모든 갈등에도 베스테트가 내놓은 해결책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번 실패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베스테트. 대단한 결단력과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프랑스에 있던 사악한 쥐 티무르까지 뉴욕으로 오게 되는데, 한때 인간의 실험동물로 고통받았던 티무르는 인간에 대한 불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상태이다. 그 뿐 아니라, 베스테트처럼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불이나 폭탄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연 이 티무르의 야욕을 꺾을 수 있을까? 세계를 멸종으로부터 구하고 그들을 지배하는 여왕님이 되고 싶어 하는 베스테트, 그녀의 목표 달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높은 의식을 가진 한 고양이가 어떤 전략으로 세계를 구하는지 알고 싶다면 오늘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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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도 살인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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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의 생각을 읽고 조종한다!

살인이 일어나는 죽음의 수학여행에서 범인을 추리해 살아남아라

추리소설가이자 생물 선생님인 윤자영 작가의 신작 [십자도 살인 사건]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 소설이다. 즐거워야 할 수학여행에 갑자기 발생한 연쇄적인 살인 사건들. 다 합해도 주민이 채 5명이 넘지 않는 이 조용한 섬 십자도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난입이 달갑지 않은 어떤 주민의 짓일까? 아니면 학교에서 시작된 갈등이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에서 더욱더 증폭되어 폭발한 것일까? 그러나 누군가의 연쇄적인 살인 행각에 모두들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이 상황에, 세심한 관찰력과 풍부한 과학 지식으로 홀로 사건을 해결하는 자가 있었으니....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인 고민환은 담임을 맡게 된 반의 말썽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그중에서도 회장인 장희종이 제일 골치 아픈 존재이다. 집안이 매우 부유한 탓에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장희종과 그의 어머니. 희종을 비롯한 말썽꾼들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희종의 어머니는 학교로 찾아와 돈으로 교장을 매수한 뒤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바꿔버린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건만 장희종이 반 아이들의 분위기를 이끌어버리고 그의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결국 섬으로의 수학여행이 결정된다.

​사실 고민환 선생님은 수학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즉각 반대를 했지만 교장과 희종의 어머니는 도박과 관련된 민환 선생님의 사생활을 미끼로 그를 협박했고, 어쩔 수 없이 수학여행을 오게 된 것.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걱정한 것처럼, 십자도에 도착하자마자 말썽을 일으키는 몇몇 학생들. 희종은 이장을 돈으로 매수하여 소주와 안주를 얻어내고,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등대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술 파티를 벌인다. 그런데 아이들이 등대에 다녀온 이후 저주에 걸린 듯 소름 끼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불량 학생인 김명신 학생이 배가 아프다며 난리를 친 후 정신을 잃고, 등대에서는 이장님이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십자도, 선생님과 아이들은 이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현직 선생님이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비행과 그 때문에 고충을 겪는 담임 선생님의 상황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가 된다. 아이들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여행을 온 듯한 선생님들의 불편한 모습과 학생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다소 위태로워 보였다. 비밀스러운 섬 십자도,, 5명이 채 되지 않는 주민들... 그러나 수학여행을 온 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살인이라니, 지극히 평범해 보였던 주민들의 모습 뒤로 드리워진 그 무시무시한 본 모습이 과연 무엇일까? 두려웠다. 하지만 만약 섬에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범이 숨어 있었다면 먼저 당하는 쪽은 취약한 쪽인 학생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속적으로 당하는 쪽이 주민들인 이유는 뭘까? 혹시 학생들 중 살인범이 숨어 있던 걸까?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속 주인공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던 누군가의 뛰어난 추리가 있고, 그 추리는 독보적인 과학 지식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다. 사실 윤자영 작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특정 과학 지식을 이용하는 살인범이 등장하고 그보다 더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하는 누군가가 등장하여 살인범의 계략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미스터리를 통쾌하게 해결한다. 이 작품에서는 사건의 주범과 해결하는 인물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어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결말이 오기 전, 누군가의 실종과 죽음에 연관되는 거대한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라.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섬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가 예상 밖으로 적었던 것과 그들의 개성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장, 이 씨 부부, 청년 회장과 자연인에 대한 보다 세심한 묘사가 있었더라면 범인 추리의 묘미가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저지른 과오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본인에게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주는 듯한 소설 [십자도 살인사건]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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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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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

먹잇감을 노리는 좀비 떼

당신도 그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평화로웠던 일상에 미스터리한 바이러스가 퍼지고, 가족, 친구, 동료는 죽어도 죽지 못한 자들이 된다. 인간성이 모두 사라진 채 본능과 공격성만 드러내는 좀비가 된 그들이 당신에게 덤벼든다면 과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 책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는 빠른 속도로 퍼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의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활약이 매우 생생하게 묘사된다. 생살이 다 뜯겨나가서 뼈가 보이고 장기를 대롱대롱 매단 채, 으르렁거리며 덤벼드는 좀비들과 그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순간순간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호러와 스릴러로 유명한 전건우 작가의 좀비 소설집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를 읽었다. 좀비를 주제로 한 5편의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으로 2002년 월드컵 축제와 편의점 그리고 고시원과 같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경이 등장하여 친숙함이 느껴지는 소설들이었다. 그래서일까? 배경이 익숙한 만큼 좀비들의 공격이 더욱더 공포스럽게 다가왔다. 월드컵 축제 동안 들뜬 기분에 광기 어린 응원을 펼쳤던 사람들의 모습과 편의점에서 일바생을 몰아붙이는 갑질 손님들 모습 등등이 피 칠갑을 한 채 사람들을 덮치는 좀비들과 오버랩되면서 더욱더 실감 나는 공포를 자아낸다.

전건우 작가의 작품과의 첫 만남은 [고시원 기담] 이었는데, 그 당시에도 느꼈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도 작가님이 사회 계층 간의 갈등과 소외층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위대와 시민들의 충돌 사이에서 말리느라 다치고 상처 입는 의경들,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사장과 손님들의 갑질을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고시원 사람들 등등등 작가는 일상이 더 공포스러운 사람들의 삶에 좀비라는 예상치 못한 공포를 한 방울 떨어뜨려놓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나 공포스러워 죽고 싶었던 현실은, 최강의 공포스러운 존재인 좀비가 나타나면서 반드시 살아내야 하는 현실이 되어버린다.

죽은 듯 자던 사이에 세상이 변했다.

감당할 수 없는 학자금 대출과 부모님이 물려준 빚과

좁아터진 고시원 생활과 거듭되는 취업 실패보다 더 끔찍한 현실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235쪽 낙오자들 중)

각 단편들은 좀비 월드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콜드 블러드]에는 정상인보다 체온이 더 낮은 탓에 좀비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연쇄 살인범을 이용해 백신을 전달하려는 정부 관계자들이 나오고 [Be the Reds]에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을 격하게 응원하느라 광기를 보이는 시민들 사이로 보이지 않게 퍼져나간 바이러스가 더 광기 어린 좀비를 만들어낸다. [유통기한]은 좀비를 피해 편의점으로 모여든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두고 다투는 내용이고 [숨결]은 좀비의 출몰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린 세상에 아이를 낳으려는 한 강한 미혼모 엄마의 이야기이다. 마지막 단편 [낙오자들]은 경쟁적인 현실에 짓눌려 억눌린 채 살아왔지만 난데없는 좀비의 출몰로 오히려 삶의 의지를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드라마, 영화 할 것 없이 k 좀비의 활약이 대단하다. 영상뿐 아니라 좀비를 주제로 하는 소설로 대단히 많이 쓰이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 전건우 작가의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가 특별한 이유는, 좀비의 출몰 그리고 일반인들과의 대치가 굉장히 설득력이 있다. 한국의 특색을 보여주는 배경이 익숙함을 전달하는 덕분에 나도 언제든지 좀비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더욱더 느껴지는 것 같다. 호러와 스릴러 장르에 특화된 작가라서 그런지,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좀비를 주제로 한 잘 만들어진 좀비 단편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다. 좀 더 한국적이고 가독성 높은 좀비물을 읽고 싶다면, 오늘 이 책 [죽지 못한 자들의 세상에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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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마땅한 자
마이클 코리타 지음, 허형은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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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위해 죽는 엄마는 좋은 엄마가 아니다.

좋은 엄마란 자식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엄마다.

그러니 증명할게

죽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는걸.


10년 전, 상사인 코슨 라워리의 아들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대가로 킬러에게 쫓겼던 니나 모건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남편과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죽은 것으로 위장한다. 그녀는 이름을 리아 트렌턴으로 바꾸고 텍사스에서 멀리 떨어진 메인 주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제 각각 13살 11살이 된 딸 헤일리와 아들 닉은 엄마가 죽은 것으로만 알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더그가 사망을 하게 되면서 헤일리는 아빠가 생전에 가르쳐주었던 응급 상황 시에 해야 할 일을 한다. 그것은 바로 "리아 고모"에게 전화를 하는 것.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란 리아,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그녀는 아이들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던 중 그녀는 절체절명의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걸지 않겠다고 맹세한 번호로 전화를 건다. 그는 바로 리아를 도와 위장 죽음을 할 수 있게 도와준 "램킨 박사"였다. "니나 모건"은 이미 죽은 걸로 되어 있지만 과거의 악몽은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자신의 죽음을 믿지 않았던 코슨 라워리가 혹시나 다시 킬러를 풀지 않을까 두려워서 전화를 했던 것이었는데, 램킨 박사가 의외의 인물에게 연락을 취하며 리아와 추적자 간의 대결로만 계획되었던 이 게임에 미스터리한 인물인, 제3자 댁스 블랙웰이 끼어들게 된다.





한편, 자신이 살고 있던 메인 주로 아이들을 데려온 리아. 이모가 아니라 10년 전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엄마라고 밝히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 상황을 잘 받아들이는 아들 닉에 비해, 딸 헤일리는 경계심이 강해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어쨌든 앞으로 아이들과 함께 꾸려나갈 미래를 꿈꾸는 리아,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두려움 없이 살아와서일까?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있는 도망자 신세임에도 불구하고 리아는 아이들에게 와이파이 사용을 허락하는 등 신중하지 못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결국 리아는 자신이 고용한 변호사가 처참하게 살해된 채 발견되었고 아주 익숙한 이름의 두 남자가 교도소를 가던 중 탈주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는데....






손바닥 밑 대리석 아일랜드 식탁 상판의 차가운 감촉에 신경을 집중하면서 

마음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경찰에 연락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편이 더 말이 되지 않나? (...)

과거의 삶이 아니라 그 삶의 더 옛날 버전, 그러니까 곤경에 처한 선량한 사람이 

경찰에 연락하고 나쁜 사람들로부터 보호받는 삶, 모든 것의 경계가 선함과 악함, 

영웅과 악당 식으로 뚜렷하며 그 두 세력들이 교차하거나 겹치거나 

서로에게 스며들지 않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했다.

(273쪽)



마치 상처 입은 동물이 조금씩 흘린 피 냄새를 맡으며 쫓아오는 하이에나들처럼, "니나 모건" 혹은 "리아 트랜턴"이 남긴 흔적을 찾아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 그녀의 뒤를 쫓고 있다. 과거엔 운이 좋아서 죽음을 위장할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리아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아이들의 목숨이 그녀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좁혀오는 킬러들의 포위망.... 여러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죽여가며 그녀를 쫓아오는 킬러들을 물리칠 계획이 과연 그녀에게 있는 것일까? 만약 있다면 그것은 어떤 계획들인가?






여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죽음을 위장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아왔던 여인이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으로 이제 그녀는 도망자 신세에서 자식을 지키는 전사로 변모하게 된다. 그동안 야생 가이드로 살아오며 배우게 된 생존 기술을 써먹어야 할 때가 왔다. 한편, 이야기는 과거 그녀의 죽음을 위장해 줬던 킬러의 아들인 댁스 블랙웰이 등장하게 되면서 더욱더 흥미진진해진다. 킬러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면서 고도의 훈련을 받은 완벽한 킬러 댁스 블랙웰, 그는 사람을 죽이는 기술뿐 아니라 IT 기술을 이용하여 사람을 쉽게 찾아내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에 가깝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없고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 다루듯 하는 이 남자가 과연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그녀를 도와서 도망칠 수 있게 도와줄 것인가? 아니면 다른 추적자들처럼 돈을 노리고 그녀의 목을 따러 온 것일까?






<죽어 마땅한 자>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서스펜스가 넘치는, 설득력 있는 스릴러이다. 매우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에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금방 읽을 수 있었다. 리아 가족, 두 명의 킬러들 그리고 댁스 이 삼자 구도가 팽팽하게 소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과거 리아의 인생을 산산조각 냈던 어둠의 손길이 시시각각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고, 독자들은 리아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다치지 않을까 손에 땀을 쥐며 소설을 읽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빵빵 터지면서 흥미로운 반전을 선사하는 <죽어 마땅한 자>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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