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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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자랑하던 대도시 뉴욕은 폐허가 되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쥐들의 공격과, 그에 맞서는 고양이들.

과연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누가 될 것인가?

이 행성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현재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고양이 관련 서적과 유튜브 등을 통해 행동을 보고 기분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진짜 성능 좋은 고양이 말 번역기가 나와서 우리 냥이와 하루 종일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 [행성] 속에는 제3의 눈을 가진, 우주를 아우르는, 지적이고 우아한 고양이 베스테트가 나와서 인류를 멸종으로부터 구하는 대활약을 펼친다. 모든 종들을 다스리는 지배자, 그러나 너그러운 여왕님이 되길 꿈꾸는 고양이 베스테트의 활약이 대단하다.

고양이 베스테트는 정말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고 웹 서핑도 가능하다. 또한 ESRAE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USB가 달린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 USB에는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저장되어 있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집사의 애정 문제에 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카리스마에 있다. 쥐 떼들로 인해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여러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 내고 목숨을 걸고 적지에 뛰어든다. 남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해 비웃고 조롱하기만 하고 몸을 사리는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 [행성] 속 그녀의 활약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사악한 쥐, 티무르가 이끄는 거대 쥐 군단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미국 뉴욕까지 대형 범선을 타고 온 베스테트 무리들. 그들은 뉴욕에서 쥐 떼를 박멸할 수 있는 강력한 쥐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참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은 거짓이었던가? 뱃머리에서 내다본 뉴욕은 마치 거대한 갈색 카펫이 깔린 것처럼 새까만 쥐 떼들로 뒤덮여있었다. 그 거대 미국 쥐들은 배가 떠있는 곳까지 헤엄쳐와서 베스테트 무리가 타고 온 범선을 점령하게 되고 쥐들과 교전을 벌이던 중 많은 동물들과 인간들이 목숨을 잃는다. 최후까지 남은 몇몇의 목숨도 위험해지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한 고층 건물에서 보내온 도르래를 타고 올라가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쥐 떼들은 건물까지 갉아먹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피난민과 동물들은 더 안전한 건물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이동하게 된다. 104층에 높이 541미터인 이 빌딩은 마치 미국의 축소판과 같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부족들이 각 층을 차지하고 있고 101인의 부족 대표단까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대표단의 의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인데, 이 책에서 그리 좋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 말장난 좋아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등장) 쥐 떼를 물리칠 방법을 논의하던 중, 한 IT 기술자의 도움으로 마비된 인터넷이 복구되고 그들은 한 미국 군사 기지와 접속하게 된다. 군사들을 이끄는 그랜트 장군은 탱크 5백 대를 이끌고 뉴욕에 오기로 약속을 하는데, 과연 그들은 쥐 떼를 몰아내고 뉴욕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우주, 신... 그리고 다음은 지적인 동물? 정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전략을 갖춘 우수한 고양이의 활약을 주제로 글을 썼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본다면 정말 그렇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이 책의 주된 소재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들과 사악한 쥐 떼들과의 대 전투이지만, 작가는 드러나는 주제 이면에 소통 불가능한 사회, 어디서나 차별을 만들어내는 인간들, 모아놓으면 싸우기만 하고 쉽게 포기하는 인간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약자를 억압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며 독재 정치를 찬양하는 쥐 떼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인간 본성을 지적하는 듯 했다. 겉으로 보기엔 SF처럼 보이지만 사회 비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쥐 떼들과 다른 종들의 싸움! 과연 고양이 베스테트는 인간을 무사히 멸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이 강인한 암컷 고양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주된 이야기 외에도 각 장들 사이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짧은 대목을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자칫하며 늘어지고 지루해질 수 있을 만한 전체 구도에 가볍고 흥미로운 텐션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찾아 헤매고 흡수하는 베르나르 본인의 캐릭터가 잘 녹아들어 간 요소라고 생각한다. 목이 잘린 채 살아남았던 수컷 닭 마이크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지적이고 현명한 고양이 베스테트, 그녀가 내놓은 갈등 해결 방식에 깜짝 놀라곤 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행성의 다른 모든 갈등에도 베스테트가 내놓은 해결책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번 실패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베스테트. 대단한 결단력과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프랑스에 있던 사악한 쥐 티무르까지 뉴욕으로 오게 되는데, 한때 인간의 실험동물로 고통받았던 티무르는 인간에 대한 불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상태이다. 그 뿐 아니라, 베스테트처럼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불이나 폭탄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연 이 티무르의 야욕을 꺾을 수 있을까? 세계를 멸종으로부터 구하고 그들을 지배하는 여왕님이 되고 싶어 하는 베스테트, 그녀의 목표 달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높은 의식을 가진 한 고양이가 어떤 전략으로 세계를 구하는지 알고 싶다면 오늘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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