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 강의 - 개정판 프로이트 전집 (개정판) 1
지크문트 프로이트 지음, 임홍빈.홍혜경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로이트의 [ 정신분석 강의 ] 는 실제로 그가 1910년대에 두 번에 걸쳐서 의사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입니다. 마치 대화하듯이 편하게 술술 읊어내는 강의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 매우 난해하여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막막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읽어가면 갈수록 이 내용을 내 삶에 일어났던 일들과 한번 연결지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제 1부는 실수 행위들제 2부는 꿈, 그리고 제 3부는 신경증에 관한 일반 이론 중 28번의 강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전에 그는 기초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되 정신분석학이란 매우 불확실한 것이라는 것을 주지시킵니다. 학문이란 것, 특히 사람 심리를 다루는 과학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우선 프로이트 박사가 제 1 부에서 다룬 실수 행위들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인간이 하는 실수 중에서 우연에 의한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무의식적으로 저지른 실수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의도가 담겨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다소 어렵긴 하나 반면 많은 사례를 들어주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 실수 행위들 ”에서 프로이트 박사는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잘못 말하기, 잘못 쓰기, 망각에 근거한 실수 등의 사례를 예로 들어줍니다. 그러면서 실수 행위란 것은 엄연히 무의식이 저지르는 심리적인 행위이고 두 개의 다른 의도들 사이에 간섭하기와 간섭받기를 통해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단원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예전에 봤던 한 영화와 제 경험이 생각났어요. 영국 영화 [ 브리짓 존스 다이어리 ]에서 주인공 브리짓은 불쾌한 눈빛을 보내는 상사의 이름을 실수로 철자를 바꿔서 부르는 바람에 그의 이름이 Pervert 가 되고 말아요. 여기서 Pervert 는 변태라는 의미지요.

또 하나는 예전에 제가 너무 다니기 싫어했던 회사가 있었어요. 출장을 너무 자주 다니고 운전을 많이 해야해서 이직을 심히 고민했던 회사인데 유독 그 시절에 열쇠를 차 안에 넣어놓고 문을 잠그는 실수를 많이 저질렀죠. 그때 부른 렉카만 해도 100대가 넘을 겁니다. 그런데 그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그런 실수를 절대로 하지 않았어요. 나의 무의식이 회사가 얼마나 싫은지를 보여준거라 봅니다.

제 2 부 꿈에서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꿈이 충족해준다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프로이트 박사가 꿈 해석을 한 이유는 주로 신경증 환자의 치료를 위한 것이었지만 건강한 사람들도 꿈이 신경증적 징후로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 꿈 ” 은 하나의 심리적 현상이고 꿈-작업은 “ 잠재적인 꿈을 외현적인 꿈으로 변환시키는 일 ” 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일종의 유아적인 단계의 꿈을 꾸는 사람들, 즉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꿈으로 꾸는 사람들도 있지만 “ 이차 가공 ” 이라는 검열을 거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에는 신중한 꿈의 해석이 필요하다고도 말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여러 번 학교에 대한 꿈을 꿉니다. 강의실을 잘못 찾기도 하고 수업을 듣지 않은 채 1학기를 몽땅 흘려보내는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가끔은 꿈 속에서 유학을 가기도 하구요. “ 꿈 ” 에 대한 프로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저는 현실에서 충족되지 못한 무의식의 발현을 꿈 속에서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유학을 간 것은 이해하지만 강의실을 잘못 찾거나 수업을 아예 듣지 못하는 꿈을 왜 계속 꾸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경우는 아마도 자기 검열에 의한 이차 가공의 꿈이라고 볼 수도 있겠어요. 프로이트가 사례로 든 한 여성의 꿈처럼 말입니다. 이 여성은 극장에 대한 꿈을 꾸었지만 결국 그 극장에 대한 이야기는 그녀의 급하게 서두른 결혼 생활에 대한 후회라고 결론이 났지요. 알쏭달쏭하군요.

제 3 부의 경우는 신경증에 대한 일반 이론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선 [ 망상 ] 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한 선량한 부인이 익명의 편지에 실린, 자신의 남편의 외도에 대한 루머를 그대로 믿어버리고 질투에 의한 망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그녀가 그러한 유전적 기질이 있다고 치부하기 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점을 파악함으로써 원래 두려움이나 소망의 형태로 망상이란 것이 그 환자에게 존재했다는 것을 드러냅니다.

프로이트는 제 3 부에서 정신분석이란 원래 신경증 환자들을 돕기 위해서 만든 치료법의 하나이므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유대 관계를 잘 조성해야 하긴 하나, 의사에게 비밀스러운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저항하는 듯한 몸짓을 보이는 환자들에 대한 분석은 매우 힘이 든다는 사실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도 파격적인 내용의 학문인데 그 당시에는 엄청난 센세이션을 몰고 온 학문이 바로 정신분석학이었으므로 사람들의 무지와 편견이 힘들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스물 한번째 강의에서 프로이트는 리비도의 발달과 성적 조직들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리비도 기능이란 마치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여러 번 모습을 바꾸며 발달해 간다고 합니다. 구순기적 충동은 다른 성감대를 통한 충동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 자가 성애적 ] 충동으로 바뀝니다. 그 이후에는 자가 성애적 단계를 벗어나게 된다고 봅니다. 특히 어머니가 사랑 대상이 되는 시기에 다다르면 아이는 억압이라는 과정을 겪으면서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라는 신경증을 앓게 됩니다. 프로이트 박사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바로 이 부분이 정신분석학에 대한 사람들의 저항을 불러일으키는데 한 몫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는 신경증 질환과 관련하여 이 “ 리비도 ”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신경증 질환에 걸리는 것은, 그의 자아가 리비도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아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가 이 과제를 처리하는 것도 쉬워집니다. 자아가 약해지면 리비도의 요구가 엄청나게 많아지는 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으며 결국 신경증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이외에도

불안 : 외부의 위험, 다시 말해서 예상했거나 예견했던 위협을 감지했을 때의 반응이며, 도망갈 때 나타나는 반사작용과 연결되어 있다. 자기 보존 본능이 표현됨. 신경증적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모든 가능성 중에서 가장 끔찍한 가능성을 예상합니다.

리비도 이론과 나르시시즘 : 잠자는 사람에게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는 리비도 분배의 원초적 상태가 재현된다. 즉 이때 스스로 만족하고 있는 자아의 내부에도 리비도와 자아의 관심이 합치된 상태에서 서로 구별될 수 없는 완전한 나르시시즘의 상태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전이 : 환자가 한 사람으로서 의사에게 다른 곳에서 일으켜진 감정을 옮기는 것. 사랑의 요구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나 저항으로 바뀌면 적대적인 공격으로도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최면술 요법 : 최면술 요법과 분석 요법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최면술이 암시와 억압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반하여 분석 요법은 증상들을 일으키는 갈등과 같은, 질병의 근원을 추적합니다. 최면술 요법은 환자를 스스로 변화시키지 않지만 분석 작업은 의사와 환자 모두 열심히 치료에 임해야 합니다. 정신분석은 질병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분석적 치유를 시도하고 환자 자신이 직접 그런 작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서문에서 말했듯, 정신분석 강의는 그 당시 지식을 갖추지 않았던 의사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입니다. 쪼개읽기에서도 썼듯이 마치 그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 강의실에 앉아 있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개념이 어려웠지만 많은 사례를 들어주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았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좀 더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꿈 부분에서는 그의 해석이 너무나 흥미로워서 다시 한번 읽고 나의 꿈을 분석해봐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 온라인 독서 모임 친구들과 함께 읽었던 프로이트의 정신분석강의, 힘들었지만 보람된 여정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이라영 지음 / 문예출판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정상 권력을 부수는 글쓰기에 대하여 ”

평생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온,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를 빌어서 살아와야했던 이 나라 여성들을 생각해본다. 미투운동 이후에 우리의 젠더 영역은 지각변동을 겪었긴 하나, 내면의 새가 깨어나서 큰소리로 지저귀기에는 아직 우리는 갈 길이 많이 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별 생각 없이 살아가다가도 문득문득 생활 속에서 느껴지는 성차별의 단면들,,, 우리는 아직 멀었다. 갈 길이 무척 멀었다고 생각한다. 평등한 인간을 성으로 나누어 범주화하고 높고 낮음의 계층을 만드는 사람들, 여성은 스스로 생각할 머리가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인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권력이 있고 없고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 여자를 위해 대신 생각해줄 필요는 없다 ]

저자 이라영씨는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 이 에세이를 쓰면서 주로 미국에서 활동한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책속에서 풀어놓고 있다. 시대도 다르고 인종도 다른 그녀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진실은 역시 공명하기 떄문인 걸까? 세월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 나 " 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잡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였지만

" 나 " 는 여성인 것이 자랑스럽고 그렇기에 여성이기 깨문에 받는 불평등이나 차별을 더 이상 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여성이기에 맞춰야할 획일성도 이제는 거부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이라영 저자가 책 속에 풀어내어 주어서 얼마나 기쁘고 통쾌한지.

이 책에는 많은 저자들의 이야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야기는 바로 저자 조라 닐 허스턴 의 이야기였다. 그녀는 작품 [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 편을 통해서 흑인 남성이 자신들의 문학에서 잘 다루지않는 젠더 권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녀가 흑인 여성으로써 느낀 감정과 흑인 여성의 사회적 위치는 [ 그들의 눈을 신을 보고 있었다 ] 의 초반에 잘 담겨 있다고 한다.

" 백인 남자는 자기 짐을 내려놓고는 흑인 남자더러 그걸 들라고 하지. 어쩔 수 없으니까 흑인 남자는 짐을 집어 들긴 하지만 그걸 짊어지고 나르지는 않아. 그냥 자기 여자 식구들한테 짐을 넘긴단다. 내가 아는 한 흑인 여자들이 이 세상의 노새란다 ."

책 속의 주인공 재니의 할머니가 백인 주인에게 노예로서 노동을 착취당했다면, 주인공 재니는 각각 3번의 결혼을 통해서 남편의 지배라는 가부장적 제도에 의한 착취를 경험하게 된다. 각 남편들은 " 여자들은 대신 생각해줄 사람이 필요해 " 라거나 " 여자의 자리는 가정이라고 하는 등 " 지금 생각하면 간이 부어도 한참 부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세번째 남편 티 케이크는 질투 때문에 그녀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다. 총을 든 남편에 대한 정당방위로 그를 쏘아죽인 재니는 법정에 서게 되고 백인 여성들이 그녀의 무죄를 주장하는 반면, 살인죄를 주장하며 무섭게 몰아붙이는 사람들은 바로 흑인 남성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운명을 좌우하는 배심원들은 백인인데,,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이외에도 " 나는 밤마다 나이트클럽에서 졸도 직전까지 놀았다 " 라며 잘 노는 여자의 전형성을 보여준 젤다 피츠제랄드의 모습도 인상깊었다. 어느 문화든 잘 노는 여성의 이미지는 타락한 여성으로 취급되는 경향이 있고 먹잇감을 노리고 유흥업소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남성들의 노리개로 전락하기도 한다 . 젤다가 살던 시절도 이와 비슷하여 대놓고 놀러다니던 젤다는 사치스럽고 남성 편력이 심한 여자로 취급받고 남편인 스콧 피츠제럴드를 정신병으로 몰아넣었다는 억울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역사란 누구의 관점에서 쓰여졌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사실을 알아보니, 스콧은 젤다의 글에 대해서 혹평하고 그녀가 글쓰는 것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니,, 전형적인 가부장적인 남자였던 것!! 심지어 젤다의 일기를 표절하기도 했다는 이야기에 혀를 끌끌 차게 되었다.

투명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이 살아온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을 위해서 글을 써온 여성 작가들의 이야기 이렇게 훌륭한 작가인데도 알려진 것이 많이 없는 여성 작가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이 만나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 젠더 감수성에 대한 교육이나 페미니즘 이론이 무엇인지에 대한 교육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많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왜 언론은 페미니즘을 기본 사회 시스템을 뒤집으려하는 테러 집단 쯤으로 묘사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여성의 몸으로 여성의 말을 하겠다는데 말이다. 너무 탐나는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게 되어서 행복하다. 앞으로도 이라영 저자의 활동을 기대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목대비 - 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광해와 인목대비의 이야기…
이재원 지음 / 살림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는 연모했고 그녀는 증오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소설가의 상상력을 더한 퓨젼 역사소설 [ 인목대비 ] 를 읽게 되었습니다. 궁이라는 다소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실록에만 부분적으로 실려있을 뿐 후손인 우리들은 이렇게 누군가의 상상력에 의지하여 우리 조상의 치열했던 삶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게 되었네요.


평생 한 여인을 사랑하였지만 그녀로부터 미움과 증오를 되돌려받은 비운의 남자 광해!

비록 품에 품을 순 없을지라도 그녀를 치열한 당쟁 속에서 지켜내고자 갈등하고 번민하는 남자의 이면을 반전이라는 트릭을 써서 잘 풀어낸 소설인 것 같아요. 이제 그의 이야기를 들여볼까요?

복사꽃 만개한 한양의 필운동 나들이에서 휘정 ( 나중에 인목대비가 됨 ) 을 처음 본 광해는 그녀에게 치명적인 끌림을 느끼고는 어머니 공빈 김씨가 물려준 한쌍으로 된 금실 나비수 향낭 중 하나를 전달하며 그녀가 입궁 하기도 전에 이미 그녀에 대한 그의 불타는 마음을 보여숩니다다. 하지만 그에게만 가슴 뛰는 연정이었을 뿐, 휘정에게는 어렴풋한 그림자로밖에 각인되지 않은 젊은 선비의 모습.


이렇게 그들의 인연의 끈은 끝끝내 이런 식으로 비껴나갑니다.


절대로 궁으로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무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광해의 부왕인 선조의 계비로 간택된 휘정. 동시에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그녀를 새어머니로 맞이하게 되면서 세자인 광해의 마음은 복잡한 심정이 된다.


4년 만에 인목대비로부터 적자인 영창대군이 출생하지만 이내 선조가 승하하게 되면서

아들 사이에는 왕위 계승에 대한 갈등이 발생하고 이들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하지만 인목대비는 세자였던 광해에게 보위를 승계토록 한다는 언문 교지를 내리며

그가 자신의 아들인 영창대군을 보호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부디성군이 되어주시오.”

“너를(영창대군) 어찌하면 좋단 말이냐. 이 어미가 너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정녕 이것뿐이란 말이냐?”

역사는 승리한 자의 입장에서 쓰여지는 것이라 우리는 광해군에 대한 사실을 어쩌면 0.0000001 프로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할 수도 있어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고 혁신을 시도한 성군이었다는 시각과 가족들을 죽이면서까지 왕위를 지켜내려고 했던 잔혹한 인물이라는 여러가지 다른 시각으로 비춰지는 왕이지요.

그러나 그에 대한 후손들의 평가가 어떠했건간에 피비린내나는 혈투와 암투가 벌어지는 궁이라는 곳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내려던 시대의 로맨티스트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목대비는 과연 광해와 당파로부터 영창대군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그리고 광해는 형제 간의 갈등과 붕당 간의 당쟁 싸움에서 얼마나 소신을 가지고

자신이 꿈꾸는 국정을 이끌어가는 성군이 될 수 있을까요?

광해와 인목대비의 이야기뿐 아니라 조선 중 후기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 추천해드리고 싶은 소설입니다.

참으로 질기고 지독한 인연이었다.

한 번도 내색한 적 없었다. 한 번도 아는 척한 적도 없었다.

필운동에 복사꽃 핀 봄날, 향낭으로 마음을 전해주던 붉은 노을 속 젊은 선비가 광해 당신이었느냐 물어본 적도 없었다.

한눈에 사랑을 가져간 열아홉 살 꽃같던 처자가 인목 아니, 휘정 당신이었노라는 고백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

질기고 기나긴 마음의 끈이자 비밀의 숲이었고, 결코 맞받아칠 수 없었던 수평선과 지평선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가슴으로 울던 짝사랑 같은 연정이었고 애증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열
아키요시 리카코 지음, 김현화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 남편의 복수를 위해 얼굴을 고치고 살인자의 아내가 되었다 ”

“ 나는 지옥에 있는 걸까, 천국에 있는 걸까

사실 너무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듯이 여자는 약하지만 마음에 복수라는 칼을 품은 여자는 그 누구보다 무서워질 수 있다. ( 영화 킬빌에 나오는 우마 서먼처럼,,, 피가 낭자하지만 정말 볼만한 영화임 )

이 책에도 폭주하는 복수 기차에 올라탄 여인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히데오의 아내 에리이다. 의사인 히데오와 꽁냥꽁냥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고 있는 듯한 그녀는 사실 히데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사랑을 연기하고 히데오와의 결혼에 골인한 사키코라는 인물이다. 에리, 아니 사키코라는 이 여자는 계속 현 남편을 어떻게 죽여야 속이 시원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도대체 그녀의 사연은 무엇이고 히데오의 죄는 무엇인가?

그가 욕조에 들어가 있을 떄 드라이기를 물에 빠뜨릴까?

음식에 독을 탈까?

자고 있는 동안에 칼로 찔러 죽일까?


어릴 적에 엄마를 잃고 이후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낸 외로운 사키코.

그녀는 고모집에 얹혀 살지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 중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년 다다토키가 나타나고 그들은 서로 운명이라 믿으며 그렇게 사랑으로 맺어진다. 결혼을 한 후 한 제약회사에 취직했던 다다토키는, 그러나, 어느 빌라에서 추락사한채 발견되고

다다토키가 죽은 현장에서 히데오라는 이름의 남자가 발견된다.


알고 보니, 다다토키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이미 6개월 전에 퇴사를 한 상태였고

그가 머무르던 빌라에서는 그가 그동안 남들에게 사기를 져질러왔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다다토키가 사기를 저지르다니,, 믿을 순 없었지만 투자 정보가 실려있는 여러 유인물과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가지고 왔던 예전의 다다토키의 모습에서

사키코는 그가 사실은 여러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집으로 돈을 가져왔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다토키에게 사기를 당한 여러 사람들 중 액수가 가장 높았던 구보카와치 히데오가

분을 못참고 다다토키를 베란다에서 밀어버린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심하게도 히데오가 다다토키를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다다토키가 자살한 것으로 수사는 종결되고 만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키코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잃고 에리라는 여성과 함께 밀폐된 텐트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지만 텐트 위에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살아남는다. 이때 그녀는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증거가 없어서 범인을 잡진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고 말겠다고.

그녀는 에리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손에 넣고 주먹을 꼭 쥔다. 반드시 살아남아 끝까지 복수한다고 생각하며.


네 인생을 대신 살아도 될까? 기회를 얻고 싶어.

그 남자의 죄를 폭로하고 싶어.

우리나라에서는 [ 성모 ] 라는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저자 아키요시 리카코.

어마어마한 반전이 큰 매력이었다는 [ 성모 ] 만큼이나 이 작품에도 그에 못지 않은 강렬한 반전이 있다. 불교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연법이라는 법칙이 이 소설에서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키코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흔히들 이야기하길 뭔가에 씌이면 " 맹목적 "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냥 다다토키에 대한 복수에 씌이는 바람에 " 맹목적 " 으로 그쪽으로만 내달린 그녀 사키코.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측가능한 반전이 아니라서 더욱 더 재미있었던 작품 [ 작열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AT TAROT 공식 한국판 - 타로카드 78장 & 한글 가이드북
줄리아 스마일리 지음, 메건 린 코트 그림, 송민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운명을 점치는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기에는 너무나 귀여운 모습의 타로 카드가 왔습니다. 그 이름은 캣 타로. 첨에 택배를 뜯어본 순간 이거 뭔가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책이 없었기 때문이죠. 예전에 타로 카드를 좀 다뤄본 제 경험상 타로 카드는 항상 안내서와 함께 하기 때문에 카드 한 상자만 달랑 온 것 같아서 심히 당황했답니다. 그런데 상자 뚜껑을 열어보니 딱 상자 크기의 조그만 안내서가 뙇! 등장했어요. 심하게 작은 크기라서 설명이 잘 되어있을지 의심했는데 알찬 설명이 잘 적혀있었습니다.






우리 코난이도 관심을 가지더군요. 거대 고양이가 나타났다!!

어쨌든 메이저 카드부터 마이너 카드까지 꼼꼼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안심했답니다. 그래서 이제는 카드 하나하나를 구경해보기로 했지요. 우선 메이저 아르카나입니다. 예쁘고 아름답고 귀여운 고양이들을 주인공으로 해서 0번 바보카드부터 21번 세계카드까지 정말 완성도 있게 그려진 카드들이에요. 정말 예뻐서 쓰기에는 아까운 정도라고나 할까요?








마이너 아르카나도 컵, 완드, 동전, 칼 등의 요소에 따라 잘 나뉘어져 있었고요.

사료 먹는 고양이, 놀이하는 고양이 이런 식으로 각 요소에 따라서 고양이의 행태로

잘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카드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물론 카드에 각 요소들의 표식이 있는 것은 당연하구요. 카드를 기념으로 가지고 싶을 만큼 예쁘고 매력있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재미로 점을 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코로나로 인해서 친구도 잘 못 만나고 항상 가까이에 있는 게 남편이다 보니까

남편을 주인공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점치는 3카드 배열법으로 그의 운명을 점치게

되었습니다.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더군요.... 그에게 발목잡혀있는 제 운명을 점치는 거나 마찬가지이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과거 카드로는 연인 카드가 나왔구요

( 지지고 볶았던 하찮은 연애 시절을 의미하는 것인가? )

현재 카드는 완드 9 가 나왔는데 편안하지만 고집세고 융통성 없다는 의미라는데

( 제 남편 성격이 그대로 나옴 ㅋㅋㅋ )

미래 카드는 비공개입니다 ㅋㅋㅋㅋㅋ

그런데 정말 맞는 카드가 나와서 저희 둘다 헉!! 했다니까요.

혹시나 타로 카드와 타로 카드 리딩에 관심이 있는 모든 회원분들께 추천하는

카드입니다.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해요.

그림의 완성도가 그야말로 끝내주거든요.

지인에게 선물로 드려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은 친구를 초대해서 리딩을 봐줘야겠군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