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엄마를 잃고 이후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보낸 외로운 사키코.
그녀는 고모집에 얹혀 살지만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 중학생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힘들게 삶을 살아간다. 그런 그녀 앞에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소년 다다토키가 나타나고 그들은 서로 운명이라 믿으며 그렇게 사랑으로 맺어진다. 결혼을 한 후 한 제약회사에 취직했던 다다토키는, 그러나, 어느 빌라에서 추락사한채 발견되고
다다토키가 죽은 현장에서 히데오라는 이름의 남자가 발견된다.
알고 보니, 다다토키는 회사 사정이 안 좋아져서 이미 6개월 전에 퇴사를 한 상태였고
그가 머무르던 빌라에서는 그가 그동안 남들에게 사기를 져질러왔다는 정황이 드러난다.
다다토키가 사기를 저지르다니,, 믿을 순 없었지만 투자 정보가 실려있는 여러 유인물과
퇴사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월급을 가지고 왔던 예전의 다다토키의 모습에서
사키코는 그가 사실은 여러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집으로 돈을 가져왔음을 알게 되었고
결국 다다토키에게 사기를 당한 여러 사람들 중 액수가 가장 높았던 구보카와치 히데오가
분을 못참고 다다토키를 베란다에서 밀어버린 것이란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하늘이 무심하게도 히데오가 다다토키를 죽였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다다토키가 자살한 것으로 수사는 종결되고 만다. 유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키코는 더 이상 삶의 희망을 잃고 에리라는 여성과 함께 밀폐된 텐트에서 연탄불을 피워 자살을 시도하지만 텐트 위에 나뭇가지가 떨어지면서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살아남는다. 이때 그녀는 생각의 전환을 시도한다. 새로운 인생을 살기로. 증거가 없어서 범인을 잡진 못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인 범인을 자신의 손으로 처단하고 말겠다고.
그녀는 에리의 신분증과 소지품을 손에 넣고 주먹을 꼭 쥔다. 반드시 살아남아 끝까지 복수한다고 생각하며.
네 인생을 대신 살아도 될까? 기회를 얻고 싶어.
그 남자의 죄를 폭로하고 싶어.
우리나라에서는 [ 성모 ] 라는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저자 아키요시 리카코.
어마어마한 반전이 큰 매력이었다는 [ 성모 ] 만큼이나 이 작품에도 그에 못지 않은 강렬한 반전이 있다. 불교에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인연법이라는 법칙이 이 소설에서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사키코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흔히들 이야기하길 뭔가에 씌이면 " 맹목적 " 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냥 다다토키에 대한 복수에 씌이는 바람에 " 맹목적 " 으로 그쪽으로만 내달린 그녀 사키코. 책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은 선과 악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양면적이고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예측가능한 반전이 아니라서 더욱 더 재미있었던 작품 [ 작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