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퍽10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 1
빅토르 펠레빈 지음, 윤현숙 옮김 / 걷는사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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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아이퍽10 을 논하기 전에 빅토르 펠벤이라는 저자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분은 Generation P 라는 소설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한다. 여기서 P 는 펩시콜라의 “ P ”를 나타내는 것이고 아이퍽10 이라는 기계가 어찌보면 현재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특정 상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아이퍽10을 이야기하기 전에 Generation P 소개를 잠시 하자면,

포스트소비에트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 빅토르 펠레빈이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자본주의 체제를 맞이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러시아 사회가 직면하고 있던 문제를 꼬집는 한편 연민을 담아 젊은 세대의 삶과 고뇌를 그리고 있는 작품. - 네이버 지식백과 중 -

유토피아를 꿈꾸었던 공산주의 체제의 급격한 몰락과 그동안 굳건히 유지해왔던 종교와도 같던 공산주의 사상이 자본주의라는 골리앗 앞에서 무너져버렸고 러시아를 비롯한 소련 연방의 사람들은 정체성의 상실과 동시에 생계 걱정을 맞닥뜨리게된다. 이 작품에 반해 아이퍽10 은 지금으로부터 수십년 후의 미래 세계를 이야기한다. 낯선 디지털 용어들과 미술계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들이 책 내용을 어렵게 하고 있지만 결국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은 맹목적으로 기술을 숭배하는 인류가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우리의 후손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아이퍽10 이라는 책의 기본 바탕을 이루는 주제는 탁월하다. 배경은 2040년이나 2050년 정도. 세상은 온통 디지털화 되어 있다. Zika 2 와 Zika 1 의 변형개체인 Zika3 가 세상을 파괴하였고 그 결과 전 세계의 보건 관계 당국에서는 인류의 직접적인 성관계를 금지했고 아이퍽 10 과 같은 기기 사용 ( ? ) 을 권장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가상적으로 성관계를 맺게한다. 그 결과 자연적인 아이를 탄생할 수 없게 세상으로 변했다. 이까지는 많은 디스토피아 영화나 문학이 다룬 부분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포르피리 페트로비치가 등장하면서부터이다. 이 글의 주요 화자인 경찰 문학 로봇인 ‘ZA-3478/PHO’포르피리 페트로비치는 일종의 디지털화된 알고리즘인데 러시아 경찰을 위해서 일하고 경찰이 의뢰한 범죄를 조사하는 동시에 경찰들을 관찰하기도 하고 그들에 대한 소설을 쓴다.

그 알고리즘은 경찰과의 계약으로 마루하 초라는 21세기 디지털 예술작품을 연구하고 소개하는 큐레이터를 위해 프리랜서일을 해주기로 한다. ( 21세기 특정 작품들이 석고라 불림 ) 그녀는 포트피리 페트로비치라는 이 디지털 알고리즘을 통해서 이 예술품들을 조사하고 시장 가치를 알아본다. 하지만 마루하 초가 프로그래밍과 관련하여 수상한 뒷배경이 있음이 책 후반에 등장한다. 포르피르가 우버라고 불리는 카메라를 타고 다니며 가상의 박물관인 로르샤흐의 탑과 여러 장소들을 다니는 동안 여러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서 쏟아지는 자기 표현에 파묻히는 부분이, 요즘 세상에 사람들이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다가 접하게 되는 상당한 양의 가짜 정보나 지식 등등을 떠올리게 만들어서 흥미로웠다.


포르피리가 마루하 초를 위해서 예술품을 조사하는 장면을 빼면 책의 나머지 부분은 그들이 일종의 연인이 되는 (?) 이야기와 다른 알고리즘 Zika 3 그리고 세계의 정치,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일종의 펠레빈의 시그너처 글쓰기 방법이기도 한 유머와 풍자 해학 등이 많이 녹여져있다. 정치적 올바름과 디지털 기기에 집착하는 왜곡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비웃는 저자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 듯 하기도 하다. ( 삼성이 등장합니다!! 무려 )

이 모든 주제들이 뒤섞이면 자칫 글이 산만해지고 주제가 산으로 갈 수도 있는데 펠빈의 경우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대중 문화의 요소들 ( 자본주의의 탈을 쓴 ) 과 스스로 지성을 발휘할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알고리즘이 만날때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를 재미있게 잘 표현하고 있는 듯 하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면서 디지털 의식, 즉 포르피리와 같은 알고리즘이나 컴퓨터 과학 데이터 과학자 등등에 대해서 철저한 조사를 기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자가 대단하는 느낌도 있다.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호불호가 정말 많이 갈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머와 풍자를 좋아하고 글 속에 숨어있는 은유를 캐낼 수 있는 사람들, 그리고 약간의 외설적인 부분을 감안하고 읽을 수 있다는 사람들, 어떤 형태로든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살아나갈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게 높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그러나 책이 약간 산만하고 갑자기 스토리가 산으로 간다거나 파편화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아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할 것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지만 흥미진진한 별난 SF 영화를 감상 한 느낌이 든다. ( 모르고 덤볐다가 혼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들처럼 ) 디지털 용어를 잘 모르고 책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뭐랄까? 이 책은 비판과 조롱이 약간 곁들어진 새로운 미래 인류 보고서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 책을 계기로 빅토르 펠레빈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Generation P를 구매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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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2 - 전2권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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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도 너무 지쳤기 때문에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힘들다는 듯 무기력했다.

그 무렵에는 모두 죽음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슬픔과 애도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못했다.

죽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었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흔한 죽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

--- p.117

이 책은 매우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동안 수마트라 지역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일본군들에 의해서 수천 마일을 행군해야했던 유럽 여성들과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절망과 비참한 상황 가운데에서도 삶에 대한 희망과 구원 그리고 사랑을 노래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니,,,,,,,,,,,,,,, 너무나 감동적인 스토리인 [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 으로 들어가본다.

소설의 첫 부분에는 누군가의 유언장에 써있는 상속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어떤 여성을 찾아헤매는 영국인 신탁 관리자가 등장하고 그가 주요 화자이다. 결국 그는 유언장의 유일한 상속인 진 패짓이라는 여성을 찾아내는데,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서 전쟁 동안 그녀가 겪었던 고난과 역경을 알게 된다. 그녀는 부모와 함께 말레이 반도에 살았었고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2차 세계 전쟁 당시 말레이 반도에 침략한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버렸다.

약 30명 정도에 해당하던 영국인 여성들과 아이들로 이루어진 포로들은 제대로 된 수용소도 갖추지 못했던 일본군들에 의해 이쪽 지역에서 저쪽 지역으로 험난한 행군을 하게 된다. 그들이 겪은 처참함과 고통은 말도 못했고 결국 그 중 많은 사람들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생존과 사망을 왔다갔다하는 그 와중에서도 진 패짓은 한 호주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전쟁이라는 혹득한 상황은 그들의 관계가 지속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수천 마일을 걸으면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진 패짓은 한 죽은 여인의 아기를 업고 걷게 된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본 호주인 조 허먼은 그녀가 당연히 결혼을 했으리라 믿게 된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이 호주남자, 불행하게도 일본군으로부터 몰래 닭을 훔쳐내어 여성들에게 준 일이 발각되어 나무 십자가에 매달리는 형벌을 받는다. 진 패짓과 여성들은 그가 당연히 사망했으리라 믿지만,,, 과연 그럴까?

저자 네빌 슈트는 [ 피리 부는 사나이 ], [ 해변에서 ] 와 같은 다른 장르의 책을 쓰기도 하셨다. 이 책으로 그는 전쟁 드라마라는 감동적이고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스토리라인은 매우 탄탄하고 신탁 관리자와 주인공 진 패짓 그리고 호주인 조 하먼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설정으로 인해서 매우 사실적이고 설득력있게 이야기가 전달된다.

주인공 진 패짓에게 돈을 남긴 외삼촌은 여성은 돈을 제대로 다룰 수 없다고 믿고 그녀가 35살이 되기까지는 유산을 다 상속받지 못하도록 만들어놨다. 그러나 현명하고 신중한 신탁 관리자의 도움으로 인해서 그녀는 자신이 받은 유산을 좋은 일에 쓸 수 있게 된다. 수마트라 지역의 한 마을에서 그녀가 받았던 친절에 대한 은혜를 갚고 한 죽어가는 마을을 되살리는데 그녀는 자신의 재산을 쓰게 된다. 네빌 슈트라는 저자를 통해서 나는 진 패짓의 단호함과 명석함 그리고 그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여성 사업가 (?) 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아름답고 용감하고 당당한 여성 진 패짓.... 그녀의 사랑 이야기도 사실 너무나 감동적이다. 사실 1권이 조금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긴 하나, 이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책의 진정한 핵심인 러브 스토리가 2권에 다 녹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울컥하는 것을 느꼈다. 예전에 존 스타인벡의 [ 분노의 포도 ] 를 읽었을 때처럼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을 또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이야기의 구성은 나무랄 것이 없고 등장인물의 호감도는 만점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 아주 옛날이지만 ) 기회가 된다면 한번 찾아봐야할 것 같다. 전쟁은 인간의 상황을 참혹하게 만들 수 있지만 또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도 인간에게 있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약하고 보호를 받아야한다고 여겨지던 여성의 몸으로 일구어낸 업적도 잘 보여주는 듯 하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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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딧세이 1
한율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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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오딧세이 ] 라는 책은 매우 흥미로웠다. 성경을 이야기하고 건축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의 접점은 어디로 가야 다다를 수 있을까? 1권에서는 백제 향단 고택과 거기서 발견된 [ 하바수네얀 공주의 일기 ] 와 [ 압바네스의 생 ] 이라는 문헌 두 가지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진 않다. 하지만 장장 7권에 달하는 책 중 어느 지점에서 반드시 두 문헌에 대한 이야기가 반드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단 1권에서는 몇 천년 전 고대 이스라엘과 인도 지역에서 발생한 일과 현 한국에서 벌어지는 프로젝트가 교차가 되며 소개된다. 과거의 이야기에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가장 의심이 많았다는 도마가 주인공이다.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등은 알았지만 제자들의 활약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에서는 유달리 의심과 강박이 심했던 도마라는 제자의 고난과 그 이후에 이어진 업적 그리고 실패 등등이 이어진다.

예수의 가르침이 있던 고대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도마의 여정은 카스트제도로 인해 고통받는 중생들의 나라 인도에 다다른다. 예수님의 제자이던 시절 소심하고 겁많고 의심많고 신경증적인 강박에 시달리던 도마였으나 한번 확신을 가지면 무섭도록 밀어붙이는 성격으로 인해 인도에서의 부조리를 목도하고 사회개혁을 부르짖게 된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계급이 공고하여 불가촉천민은 동물보다도 못한 생활을 하는 나라에서 예수님의 사랑과 평등을 외치던 도마는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버렸다.


기득권자들에 의해서 감옥에 갇혔지만 현명한 공주의 도움으로 왕과 만날 수 있게 된 도마.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귀족들과 사제들을 몰아내기위해 도마를 자신의 사위로 삼아 왕은 본격적으로 사회 개혁을 시도한다. 왕권을 강화하고 평민들의 권리 향상을 도모하려 한 왕과 도마는, 그러나, 극심한 혼란에 부딪히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교활한 귀족과 사제들이 이웃 나라에 요청하여 일으킨 전쟁에 패배하게 된다.

결국 도마는 죽고 도마의 아이를 품은 채 제 3 국으로 망명을 시도하는 공주.. 그런데 공주가 가고 있는 곳은 한국? 시대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백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삼국 시대 쯤 인 것으로 보인다.

[ 오딧세이 1 ] 는 예수님에서 제자 도마로, 도마에서 공주로, 공주에서 삼국 시대의 한국으로 이어지는 대서사의 첫 단추인 것 같다 .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책에는 과거와 현대가 교차한다. 과거의 이야기가 도마와 인도 공주 의 이야기라면 현대는 한 방송국의 무대 및 세트 디자이너로 근무하는 한수혁이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독 개성이 강하고 조직에 영합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그런지 능력자 한수력에게는 동기들의 왕따라는 괴로움이 따른다. 어느 조직이든 은근히 따돌리면서 텃세를 부리는 무리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왕따 당하는 입장에서는 참 쓰디쓴 경험일 수 밖에 없다.


직장을 다니는 일이 참 고되고 힘들다고 느껴지던 차에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로부터 한 투자개발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수혁. 펠드스파홀딩스라는 그 투자개발회사는 한수혁이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알아채고 한국에서 테마파크를 설립하는 일에 함께 하자고 그를 설득한다. 헨리 유라는 이름의 사장은 제주도에서의 테마파크 설립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사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는 인구대비 수익성을 생각해야 되기 때문에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러나 헨리 유는 제주도라는 관광지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놀러오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 모두들 한번씩은 들릴 수 있는 테마파크... 그는 그 프로젝트의 중심에서 한수혁이 이끌어가주길 바라고 있었다.

중생을 살리고 사회를 개혁하고자 했던 도마의 꿈은 물거품이 되었지만 그를 닮은 아기가 공주의 뱃속에서 숨쉬고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채 삼국 시대의 한국으로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한수혁이라는 인물이 테마파크 프로젝트를 진두진휘하려고 준비중이다. 역사와 환타지가 만나고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대서사시가 탄생한 듯 보인다. 과연 오딧세이 2권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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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지음, 강동혁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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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네히시 코츠는 유명한 논설위원이자 논픽션 작가라고 한다. 소설 [ 워터 댄서 ] 는 그의 픽션 데뷔작인데 그의 첫 작품인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척박한 환경이라는 손수건에 흑인들의 수난과 고통 그리고 기쁨과 희망이라는 주제를 한땀한땀 수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그 뿐 아니라 토니 모리슨이나 앨리스 워커 같은 다른 흑인 작가들의 작품처럼 [ 워터 댄서 ] 도 매우 신비롭고 아름다워서 나는 곧 작품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오래 전 미국 남부 지방의 노예제도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노예제도에 대한 접근법이 남다르다.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버지니아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하이람 워커라는 이름의 흑인 노예 청년인데 그는 특이하게도 백인 농장주를 아버지로, 흑인 노예를 어머니로 둔 사생아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혼혈아인 그의 발은 백인 상급자들의 세계와 흑인 노예들의 세계 각각을 밟고 서 있다. 농장주의 사생아라는 신분은 그에게 이롭기도 하지만 동시에 숨막히는 책임을 떠맡게하기도 한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헤어진 하이람은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현재 그는 18살이고 단지 어머니가 그냥 어디론가 팔려갔으리라고 추측할 뿐이다. 비상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트라우마가 어머니에 대한 정확한 기억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비록 어머니는 없지만 다른 여인이 그를 내내 길러주었고 따라서 그의 삶은 흑인 노예들이 삶을 일구고 있는 라클리스에 있다.

성장함에 따라, 그는 매우 영리하고 책임감있는 청년이 된다. 그래서인지 백인 농장주 아버지는 그에게 배다른 백인 형인 메이너드의 보호자의 위치를 맡기는데 이 형이란 사람, 예의도 모르는 무뢰한인데다가 아주 멍청한 인간이다. ( 그래서 보는 내내 속이 터짐 ) 그러던 어느날 밤 시내에 놀러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이람과 메이너드는 마차에 타고 있는 채로 구스강에 빠지게 되고 구사일생으로 하이람은 살아남지만 메이너드는 결국 실종되고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는다. 놀라운 것은 하이람이 발견된 곳이 강둑이 아니라 그가 생각지도 못한 장소라는 것이다. 하이람에게 그 어떤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날 밤 구스강에서 일어난 일로 인해서 마을 사람들은 하이람이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쑥덕거리게 되고 뒤이어 하이람은 그 유명한 " 언더그라운드 " ( 흑인 노예들이 탈출하는 것을 도와준 단체 ) 의 일원이 되는데 하이람이 어떤 식으로 " 언더그라운드 " 의 일원이 되었고 그 이후 어떤 활약을 벌였는지가 전체 책의 이야기를 차지한다. 그 외에도 하이람이 자신의 윗대 선조들처럼 시간과 공간을 비틀고 조작하는 능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암시된다. 하이람이 할 일은 그 능력을 발휘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하이람 주변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가 언제쯤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둔다. 하이람은 자유를 갈구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거두고 길러준 고향, 라클리스에 대한 집착과 굴레를 느낀다. 결국 마음 속 갈등을 해결하고 앞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것은 그의 몫이다.


하이람은 독자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이자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그의 독백 내내 그가 매우 이상적이고 강한 인성을 지닌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스스로를 항상 성찰하고 주위 인물과 상황에 대해서 관찰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생각이 깊어서 남을 배려한다. 책을 읽다보면 하이람과 하이람이 라클리스와 언더그라운드에서 사랑하는 인물들에 대해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된다.

코츠는 이야기 안에서 노예제도와 노예라는 단어가 함축하는 슬픔을 내내 묘사하고 보여준다. 노예제도라는 역사 속에서 공동체는 와해되고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 와중에 남성과 여성 그리고 아이들은 신체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고통에 시달리고 다른 누군가의 노예가 된 사람의 삶은 누군가에게 잊혀지거나 추억으로 남을 수 밖에 없을 일.

흑인들이 그동안 무엇을 견뎌와야 했던가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소설 [ 워터 댄서 ]. 그 뿐 아니라 이 소설은 눈으로 볼 순 없지만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흑인들의 영혼의 이미지를 잘 묘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들의 현실은 비록 비참하고 고통스러웠지만 코츠는 이야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 이야기 속에는 고통의 순간도 있지만 즐거움과 친밀함 그리고 심지어 가족들이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코츠가 표현하는 인물들은 절망과 슬픔 가운데에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따스함을 끝내 버리지 않는다.

천천히 시작된 이야기가 나를 삼켜서 마치 엄청나게 불어난 강물이 흐르는 속도로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강렬해서 책을 든 순간부터 중간에 끊을 수 없이 계속 읽게 만든다. 이 책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지만 동시에 매우 들뜨게도 했다. 슬픔과 비애 속에 엿보이는 삶에 대한 희망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가끔은 비참하고 패자의 삶을 살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러하기에 우리는 끝까지 싸워 이겨야할 것 같다. 감동의 물결을 전달해주는 책 [ 워터 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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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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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평범한 일반인의 경우는 책을 쓸 일 보다는 읽을 일이 더 많다. 그러다보니 막상 어떤 글을 써야할 일이 생기면 머리부터 아파지고 막막하기만 할 것이다. 어찌어찌해서 글을 쓴다 하더라도 내가 쓴 글이 술술 읽혀내려가는 그런 글이 될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글쓰기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실생활에 써먹을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신문사에서 논설위원과 기자로 지내보고 신입사원의 글을 고쳐본 경험이 있는 저자라서 그런지 양선희 저자가 쓴 [ 글맛나는 글쓰기 ] 에 나온 내용들은 귀에 쏙쏙들어왔다.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저자는 여러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우선은 좋은 문장력을 사회의 기반 시설인 인프라스트럭처에 비유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도로를 깔고 상하수도 시설을 갖추고 공장부지를 닦는 등 기반 시설부터 갖춰야 하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좋은 문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글쓰기에 필요한 컨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있을수록 좋다. 글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전체 흐름을 잡아나가는 일, 즉 테크닉은 배워가면 될 일.

일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라면? 독자가 쉽게 읽을 수 있고 빨려들어갈 수 있는 문장력, 즉 인프라를 탄탄하게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 될일이다. 저자는 그러한 일에 대해서 사자성어를 들어서 표현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면 백전불태(白戰不殆) 라.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며, 어떤 전쟁에서도 위태로워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지피와 지기는 나 스스로가 연마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글쓰기의 지피지기, 우선 지피부터 알아야 하는데 글쓰기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지피’의 대상은 언어이다. 한글을 알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잘 쓸려면 한글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본격적으로 글쓰기에 앞서 한글의 내적 질서와 숨은 기능 등 ‘한글다루기’기술부터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기초로 저자는 리듬과 호흡, 한글의 문법과 같은 규칙을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리듬은 어떻게 아는가?

저자는 원고를 다 쓴 후 입으로 작게 소리를 내면서 읽고 또 읽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읽다가 혀끝에서 덜컥 걸리거나 미끄러지듯 읽히지 않으면 일단 리듬이 꼬인 것으로 본다. 리듬을 훈련하기 위해 저자는 “3-4조를 기억하라”라고 조언한다.

문장의 호흡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호흡이란 결국 문장의 길이로 조절하는 것이 기본이다. 짧은 문장은 속도감이 있고, 긴 문장은 숨 쉴 여유를 준다.

문장을 짧게 쓰기는 많은 이점과 장점이 있지만, 이것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을 자연스럽게 ‘흐리는 물처럼’전달할 수 있도록 쓰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저자는 조언하고 있다.

맞춤법 문제는 사전과 친해지는 방법밖에 없다.

사전 없이 글을 쓴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평생을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도 매번 사전을 찾아가며 글을 쓴다. 사전 찾기는 글쓰기에 포함된 과정이다. 글쓰기의 인프라 중 어휘력과 용어 및 단어의 감수성은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 이 인프라를 늘리는 좋은 방법이 글을 쓰면서 사전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사전을 갖고 노는 것이라고 저자는 조언을 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문장력을 높이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얇지만 아주 실속있는 책이라서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다른 모든 방법보다도 제일 쉽고 적용하기 쉬운 방법을 하나 들자면, 바로 " 모방 " 이다. 사실 피카소가 세잔의 화풍을 따라한 것처럼 이 세상에 모방없는 창조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 있다. 그 책을 베껴 써보는 일에 도전해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컴퓨터로 쓰고 싶으면 컴퓨터로, 손으로 쓰고 싶으면 손으로 써도 좋다. 베껴 쓰는 동안 읽기만 했을 때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식이 확대되는 경험이다 " - 144쪽 -

"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 라는 말이 있다. 글쓰기 체질을 만들거나 훈련을 할 때는 모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저자는 당부를 하고 있다. 책은 글쓰기의 방식에 대해서 인프라 구축과 모방하기 를 특히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 각자 만의 구체적인 글쓰기 방법을 찾고 글쓰기 전략을 세우고 싶다면 저자가 말하는 지피지기의 인프라 구축법과 베껴쓰기, 즉 모방을 통한 지식 쌓기 연습을 거듭하다보면 나만의 글을 쓰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글쓰기 체질을 만들거나 훈련을 할 때에는 모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알고 있는 글쓰기 인프라와 모방의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각자만의 글쓰기의 구체적 방법을 찾고 글쓰기 전략을 세우고 싶다면 저자가 말하는 지피지기의 인프라의 구축하면서, 문장을 다듬어가는 연습을 하다보면 좀 더 세련된 나만의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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