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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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획은 마법과 같은 단어이다. 사업, 전략, 마케팅, 콘텐츠, 제품, 서비스 등 어디에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세상이 기획에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새로움’이다. 기획의 핵심은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이 힘은 생각에서 나오는데 ‘생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한 소스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생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 여행의 효용이 달라진다.

이 책에는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발견한 식음료업의 생각의 틀을 깨는 매장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식도락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과 내가 그곳 장소에의 음식과 차 그리고 칵테일 등을 음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오리지널 레시피 없이 미쉐린 스타를 단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 ‘인 시투’에서는 남의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편집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인 시투’에서는 세계 각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들의 레시피를 그대로 카피해 맛부터 플레이팅까지 똑같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은 자신의 레시피 없이 독창성을 인정받아서 미쉐린 스타를 달았다. 그것이 가능할 일인가? 15개의 미쉐린 스타 요리를 동시에 선보여 고객들이 찾아오게 하고, 레스토랑의 공간을 2개로 분리하여 당일 고객도 스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대부분의 요리가 현재 원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리바이벌 형식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명성을 쌓을 수 있도록 윈-윈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바텐더가 없는 타이베이의 칵테일 바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업의 핵심을 버림으로써 혁신을 얻게 된다. 이곳은 바텐더가 없는 칵테일 바인데,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맥주를 따르듯이 탭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게 내려 마시면 된다. 이곳은 즉석 제조가 아니라 정확한 계량을 중시한다. 이것은 바텐더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른 맛의 다름을 보완할 수 있으며 한결같은 맛을 보장한다. 또한 탭을 이용하면 손님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칵테일을 먼저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보자들을 위해 숫자만 기억을 하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칵테일을 주문해서 즐길 수도 있다.

이는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칵테일을 즐기기 위해 오는 손님들의 입장에서 업을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혁신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로봇 레스토랑 ‘하이디라오’는 매장 매출보다 고객 만족이 우선인 레스토랑이다. 접객의 끝판왕이었던 ‘하이디라오’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재료 준비와 매장 서빙을 하는 스마트한 식당을 문 열었다. 주방에서는 사람의 팔처럼 움직이는 로봇들이 재료의 입고, 조리, 관리 등을 담당하며, 홀에는 서빙 로봇이 음식을 손님들에게 전달한다. 로봇 덕분에 주문을 하고 2분이면 테이블에 요리가 배달된다. 이 스마트 식당을 도입한 것이 하이디라오의 핵심인 접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더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이면 고객이 알아서 레스토랑을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나요? 아무거나 하기 싫으신가요? 외식업을 하려고 꿈을 꾸고 있다거나 아님 기획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생각의 재료”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이 유익한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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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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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일 신문이나 TV, 인터넷 등을 통해서 뉴스를 접한다. 그리고 홍수같이 쏟아지는 정보들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취득한다. 하지만 내가 취득한 정보가 진실만을 전달하고 있다고 100%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우리에게 쏟아지는 무수히 많은 정보 속에서 숨은 그림자를 지워내고 진실만을 발견해 낼 수 있을까?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바깥세상을 볼 수 있듯이, 진실을 발굴하고 마지막 퍼즐 한 조각까지 짜 맞추며, 공익 탐정으로서 한 점 거짓 없는 탐사보도의 길을 개척해온 한 탐사 저널리스트가 있다. 이 책은 그 주인공이 탐사 저널리스트로서 고군분투했던 경험과 성장 기록을 담은 한 편의 탐사 일지이다.

“로스트 타임은 정상적인 플레이 외에 어떤 이유 때문에 지체된 시간이다.

이런 시간은 우리 사법과 정치, 경제에도 출몰한다.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누군가의 시간이 사라진다. 그때마다 그 누군가는 가슴을 친다.

그 목소리는 사라진다. 이런 면에서 로스트 타임은 자체된 시간이자 잊힌 시간이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반드시 돌려주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30년간 탐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접하게 된 다양한 사건들 중 특히 인상 깊은 36개의 사건 탐사 기록을 담고 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과 최근에 우리 사회가 직접 경험을 하였던 추악한 사건들이 너무나도 자세히 설명돼 있어서 어떤 것들은 참으로 안타깝기도 하였다.

사법제도의 한계점을 보여준 조두순 사건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던 촛불 혁명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박근혜와 최순실 게이트 사건, 아직까지도 의문투성이로 남아있는 세월호 참사 등등 우리 사회가 겪었던 참담하고 어두운 사건들의 이면과 관련된 숨은 내용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 잔혹한 동화가 만들어낸 현실의 법(조두순 사건으로 본 감형의 조건)

법은 나영이에게 등을 돌리면서 조두순에게는 손을 벌렸습니다.”(냐영이 아버지)

조두순 사건은 상식에서 벗어난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 주어진 사건이다. 피해자인 나영이 아버지가 법률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지만, “공소장을 떼오라"라는 요구를 하는 공단에 의해서 문전박대를 받게 되고, 기소권자인 검찰이 법 개정 사실을 모르고 기소를 하게 된다. 또한 재판부는 조두순이 만취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적용해 감형을 해준다.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20년이 되면 조두순은 죗값을 다 치르고 출소를 한다. 강력 범죄가 신상 공개법 이전의 범죄라서 얼굴 공개되지 않으니 당당하게 얼굴을 들고 거리를 활보할 것이다. 전자발찌 정도는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대구 어린이 황산 테러와 살인 공소시효

세상이 ‘태완이 황산 테러’, ‘대구 어린이 황산 살인’으로 부르는 사건

이 사건은 사회가 그대로 외면해버린 사건으로서 미제로 남은 사건 뒤에는 자식을 잃고 모진 시간을 고통받으며 힘들게 살아가는 피해자 가족이 있다. 태완이 어머니는 수사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을 하며 경찰∙검찰∙법원 등을 찾아다녔다. 그 결과 그녀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악성 민원인이 되었다. 이 사건으로 살인 공소시효가 폐지되었지만, 정작 태완이는 빠진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제발, 아들의 죽음이 미제로 남지 않게 해 주세요.”

태완이 어머니의 절규에 나 또한 가슴이 아려온다.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였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 밝혀져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시 희생자 가족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는 있겠지만, 로스트 타임은 이미 지나간 후인 것이다.

이 책에는 슬픔과 안타까움, 분노의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사건들이 담겨 있다. 그 사건의 이면을 하나하나 접하다 보면 내가 만약 피해자의 가족이라면 어떨까? 라는 생각과 함께 안타깝고 동시에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한

사건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데 있어서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의 저자는 독자와 스스로에게 다시 질문을 던져본다.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탐사해야 할까.

어떤 진상도

확인하지 않은 의혹보다 값지다. (아서 코난 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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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란의 미녀
백시종 지음 / 문예바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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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모래바람을 뚫고 달리는 낙타와 이슬람 전사들이 생생하게 눈에 보이는 듯한 소설 [ 누란의 미녀 ]. 낯선 문화와 종교를 가진 민족인 위구르 족에 대한 이야기가 장엄하고도 장렬하게 그려지는, 한편의 서사시와도 같은 소설이다.

책의 시작은 소금 교회라는 곳의 선교활동에서 시작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조진표 선교사. 그는 한때 대학병원에 다니는 의사였으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염증을 느끼고 곧바로 선교활동에 뛰어든다. 오직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며 낯선 환경에서 몸 바쳐 봉사하던 어느 날, 중국 북서쪽에 있는 신장지역에 살고 있는 위구르족을 만나게 된다.

그들과의 만남은 운명이었을까? 중국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게 가하는 독재와 압박을 지켜보며 자신도 모르게 울분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끼는 주인공. 그런데 마침 부상을 입고 그의 품에 뛰어든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쟈오서먼. 마치 수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았던 [ 누란의 미녀 ] 미라처럼 아름답지만 강인한 그녀는 위구르족의 독립을 위해서 투쟁하는 여성이었고 비록 부상을 입은 모습이었으나, 그녀를 처음 본 그 순간 그는 사랑에 빠져 버린다.

소설의 대부분은 중국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쟁하는 위구르족의 이야기이긴 하다. 그러나 작가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강자가 약자에게 행하는 비열한 행태에 대한 고발이 아닐까? 중국 출신 한족이지만 아들을 잃은 상황에서도 위구르의 독립을 위해서 애쓰는 장비종, 남편 비숍칸 교수의 실종 이후로 앞장서서 투쟁하는 여인 쟈오서먼 등을 보여주며 그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독교가 점점 본래의 선한 의지를 잃어가고 하느님의 말씀에 반하는, 즉 공동체를 무너뜨리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는 특정 기독교 단체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그 예로써, 소설에 나오는 서근석 장로는 에벤에셀이라는 대기업을 이끌며 소금교회에 어마어마한 액수의 십일조를 헌금하지만 기업의 이익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들 수천 명을 한꺼번에 해고하고 거리에 나앉게 하는 불의를 저지른다. 주인공 조진표는 대목사인 오한수에게 그 일에 관해서 의논을 하지만, 오한수 목사에게 있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개미만도 못한 존재처럼 취급된다. 그들은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무리쯤으로 취급하는 오한수 목사.

한 사람이라도 존중해야 한다는 예수의 가르침, 교회의 부흥 대회 때마다 한국 교회의 타락을 부르짖던 오한수 목사의 위선과 가식 그리고 자본의 논리로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줄을 끊어버리는 서근석 장로를 보면서 조진표는 자신이 속해있던 사회에 환멸을 느낀다. 그리고 떠난다... 쟈오서먼이 있는 땅. 신장의 우루무치로...

소설의 제목 [ 누란의 미녀 ]는 중국 신장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견된 미라인데 무려 3800년 된 미라임에도 불구하고.그 형태와 옷차림이 마치 어제 발견된 것처럼 생생하게 보존되어 있다. 붉은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것으로 보아 유럽계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선교사 조진표는 아름답고 강인한 여전사 쟈오서먼을 보면서 누란의 미녀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들이 운명 공동체임을 받아들이고 이 소설은 끝난다. 자본주의 논리를 앞세운 기업과 교회의 위선을 고발하고 중국의 위구르 탄압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저자. 결국 모든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여 큰 감동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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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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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 최후의 만찬 ] 을 읽어보았다. 이 작품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 문단에 돌풍을 몰고 올 역작이라 극찬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띄지에 나와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 최후의 만찬 >에 담긴 수수께끼, 조선의 운명을 예측하다, 라는 문장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이 그림과 관계가 있는 소설일 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내 짐작이 맞긴 했지만, 매우 난해한 소설이라 읽기가 과히 쉽지는 않았다.

이야기의 시작은 천주교에 대한 박해에서 시작된다. 조정에서 내려온 사헌부 감찰어사 최무영이 윤지충과 권상연이라는 사람의 죄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천주교 신자인 그들은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갈아엎었다. 그들이 말하길, 사람의 근본은 변하지 않고 육신은 삶을 운송하는 수단일 뿐 복을 나누는 일은 영혼의 문제라고 한다. 뼈를 뒤트는 듯한 고문을 당하면서도, 권상연은 이렇게 소리친다.

" 나라의 근본이 무어란 말이오?

죽은 사람을 섬기고 죽은 사람과 더불어 사는 것이 나라의 근본이란 말이오?

사람은 살아 있기 때문에 사람이오. 사람답게 살도록 돕는 게 나라의 근본이지 않소?"

이 책 [ 최후의 만찬 ] 은 이렇게 서학과 성리학의 충돌만이 주제가 될 것 같지만 사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인 [ 최후의 만찬 ] 과 관련된 미스터리가 또다른 소재로 등장한다. 그 그림과 관련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역사적으로 실제 하는 인물들이었다!!! 물시계를 만든 것 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던 인물 장영실, 그가 이탈리아로 건너가 다빈치와 협업을 한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팩션이라서 그런지 실재한 인물이 전혀 예상치 못한 활동을 하니까 당황스럽기도 했다.

어쨌든 책이 말하려고 하는 것은 그런 것인 것 같다. 천주교와 유교의 충돌, 자유롭고자 하는 자들과 억압하는 자들, 그들은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실재한다. 억압적인 조선을 떠나 자유로운 땅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고자 한 장영실의 이야기가 바로 그런 것을 말해주는 게 아닐까? 서학과 성리학의 충돌을 보여주면서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열심히 종교활동을 하는 이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를 추구하는 이들을 통해 죽음과 삶은 무엇인가?를 독자들이 스스로 묻게끔 한다.

고뇌하는 정조, 불을 다루는 여주인공 도향과 다산 정약용의 사랑, 장영실과 김홍도의 활약 등등 이 책은 다양한 인물들의 다양한 능력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기는 하지만 책을 읽기는 쉽지 않다. 조선 시대에 사용되었던 예스러운 표현들 그리고 작가의 시적 표현과 은유적, 비유적 표현들 그리고 가야금 소리 나 향기에 대한 이야기 등 독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부분을 읽다보니, 한꺼번에 너무나 많은 내용들이 밀려들어와서 조금만 정신줄을 놓으면 다시 책에 집중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책을 덮으니 드는 생각은, 이 책은 정말 거대한 퍼즐 같다는 느낌? 처음에는 뭔지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읽다가 읽어가면서 조금씩 틀이 잡혀가는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년간 이 책을 준비했다는 작가는 정말 치밀하고 정교하게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구성하여 독자들이 마지막에 거대한 감동을 느끼게끔 해준다. 정말 다양한 소재 와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대반전을 이끌어내는 작가. 그는 이 소설을 통해서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고민하게끔 이끌어주는 것 같다. 어려웠지만 재미있었던 소설 [ 최후의 만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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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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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플루타르코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

 

이 책을 읽으며 줄곧 떠올렸던 건, 곧 다가올 미래 인간의 모습,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했던 괴물 그리고 " 나 " 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는 철학자의 모습이었다. 작가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포스트 휴먼 ( 인공 수족, 장기, 뇌를 가진 안드로이드 ) 을 제시함과 동시에 진짜

" 인간 " 을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끈덕지게 물으며, 기술과 철학이란 주제를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사실 현대인들은 평소에 " 나 " 란 인간을 정의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볼 틈이 없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고 즉,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은 가끔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 나 "의 몸이 점점 죽어가면서 신체 부위를 모두 기계로 바꿔야 한다면, 하지만 의식이 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걸 " 나 "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반대로 오장 육부는 내 것이지만 나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면 그걸 " 나 "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몸이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사실 교통사고 같은 불행한 일로 팔이나 다리가 바뀐 사람이 의족이나 의수를 달았다고 치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 건가? 액션과 SF의 스토리와 플롯을 띄고 있긴 하지만 정작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 인간 "에 대한 심오한 질문인,,, " 나 "를 규정하는 것이 바로 무엇인가? 인 것 같다.

주인공 석진환이 회장으로 있는 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은 평택 혁신도시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 샌드박스 " 지구를 형성했다. 그들은 로봇 팔, 다리 같은 인공 의체를 주로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미 합작으로 팔, 다리뿐 아니라 인공 장기 쪽으로까지 팔을 뻗어 거대한 기술 지구를 이룬 기업 트라이플래닛. 그런데 석진환의 배다른 누이 석미진이 이끌어가고 있는 (주) 바이오메디컬 기업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인공배양 수조 기술을 통해서, 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녀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배양 수조 기술은 나이가 든 이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던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생들과 친척들로 이루어진 하이에나 같은 이사회는, 인공배양수조 기술을 등에 업은 석미진을 앞세워서 진환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다.

가끔씩 인기 미드나 영드에서 반복되는 주제가 있는데, 인간의 의식을 데이터화해서 컴퓨터와 같은 채널을 통해 로봇이나 인공 몸에 업로드할 수 있는가? 혹은 영혼을 수치화할 수 있는가? USB 와 같은 하드웨어에 인간의 의식을 다운로드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제시된다.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데이터화 시켜서 업로드 혹은 다운로드할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과학을 다른 말로 하면 무한한 가능성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곧 그런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와 딸을 잃은 석진환, 그도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온몸이 인공의체로 바뀌어있다. 트라이플래닛이 가지고 있는 기술 덕분에 그는 안드로이드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깨어난 후 잠시 얼떨떨했던 그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친족회의 차명지분이 담긴 태블릿을 찾으러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것이 있다면, 하이에나 같은 친족회의 위협을 딛고 트라이플래닛을 지킬 수 있다. 인공의체 덕분에 가볍게 담을 뛰어넘고 금고가 있는 쪽으로 가던 그 순간,,, 그는 믿기 힘든 장면을 보게 된다. 자신처럼 로봇이 아닌, 인간 석진환이 멀쩡히 살아있던 것, 그는 자신이 태블릿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는데......

하나의 몸으로 여러 명의 의식을 공유한다는 소재 같은 미래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저자 이경희.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영화가 떠올랐다. 의식을 칩에 다운로드해서 영생을 한다거나 데이터화되어서 컴퓨터에 저장된 의식이 자의식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인간 세포를 배양해서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다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몸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지만 자신의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석진환과 오빠 때문에 상속을 받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끊임없이 그를 위협하는 야심녀 석미진 그리고 비밀스럽게 음모를 짜고 있는 친족회.... 액션과 로맨스 그리고 미래적 상상력이 더불어져 한편의 훌륭한 SF 작품이 탄생했다. SF 소설을 좋아하고 새로운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동시에 깊이 있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너 자신이 죽는다고 한번 상상해봐.

네가 죽어서 뇌가 완전히 정지한 다음에, 그 시신을 1년 뒤에 되살린다고 생각해 보라고.

되살아난 사람은 정말 네가 맞아? 그럼 1년 동안 네 정신은 어디에 있었지?

뇌가 정지하는 순간 네 의식은 멈춰버렸는데.

지금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네 정신은 그때 이미 소멸했는데, 되살아난 자아는 정말 네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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