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세우스의 배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9
이경희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테세우스아테네의 젊은이들이 탄 배는 서른 개의 노가 달려 있었고,

아테네인들에 의해 데메트리오스 팔레레우스의 시대까지 유지 보수되었다.

부식된 헌 널빤지를 뜯어내고 튼튼한 새 목재를 덧대어 붙이기를 거듭하니,

이 배는 철학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라는 것들에 대한 논리학적 질문’의 살아있는 예가 되었는데,

어떤 이들은 배가 그대로 남았다고 여기고, 어떤 이들은 배가 다른 것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 플루타르코스

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

 

이 책을 읽으며 줄곧 떠올렸던 건, 곧 다가올 미래 인간의 모습,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창조했던 괴물 그리고 " 나 " 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물어보는 철학자의 모습이었다. 작가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포스트 휴먼 ( 인공 수족, 장기, 뇌를 가진 안드로이드 ) 을 제시함과 동시에 진짜

" 인간 " 을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끈덕지게 물으며, 기술과 철학이란 주제를 시계 추처럼 왔다 갔다 한다. 사실 현대인들은 평소에 " 나 " 란 인간을 정의하는 게 무엇인지 물어볼 틈이 없다.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고 즉,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그러나 다가올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은 가끔 독자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인간은 무엇인가?

" 나 "의 몸이 점점 죽어가면서 신체 부위를 모두 기계로 바꿔야 한다면, 하지만 의식이 나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면 그걸 " 나 "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반대로 오장 육부는 내 것이지만 나에 대한 기억을 모조리 잃어버렸다면 그걸 " 나 "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 몸이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사실 교통사고 같은 불행한 일로 팔이나 다리가 바뀐 사람이 의족이나 의수를 달았다고 치자,,,,,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닌 건가? 액션과 SF의 스토리와 플롯을 띄고 있긴 하지만 정작 이 책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 인간 "에 대한 심오한 질문인,,, " 나 "를 규정하는 것이 바로 무엇인가? 인 것 같다.

주인공 석진환이 회장으로 있는 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은 평택 혁신도시를 기반으로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 샌드박스 " 지구를 형성했다. 그들은 로봇 팔, 다리 같은 인공 의체를 주로 만들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한미 합작으로 팔, 다리뿐 아니라 인공 장기 쪽으로까지 팔을 뻗어 거대한 기술 지구를 이룬 기업 트라이플래닛. 그런데 석진환의 배다른 누이 석미진이 이끌어가고 있는 (주) 바이오메디컬 기업은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인공배양 수조 기술을 통해서, 대기업 트라이플래닛을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녀가 주도하고 있는 인공배양 수조 기술은 나이가 든 이사회의 지지를 얻고 있던 것. 돌아가신 아버지의 동생들과 친척들로 이루어진 하이에나 같은 이사회는, 인공배양수조 기술을 등에 업은 석미진을 앞세워서 진환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시탐탐 그를 노리고 있다.

가끔씩 인기 미드나 영드에서 반복되는 주제가 있는데, 인간의 의식을 데이터화해서 컴퓨터와 같은 채널을 통해 로봇이나 인공 몸에 업로드할 수 있는가? 혹은 영혼을 수치화할 수 있는가? USB 와 같은 하드웨어에 인간의 의식을 다운로드해서 영원히 살 수 있는가? 라는 질문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제시된다. 인간의 영혼과 의식을 데이터화 시켜서 업로드 혹은 다운로드할 수 있다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겠지만 과학을 다른 말로 하면 무한한 가능성 아니겠는가? 이 책을 읽고 있자니, 곧 그런 기술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해 아내와 딸을 잃은 석진환, 그도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한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보니 온몸이 인공의체로 바뀌어있다. 트라이플래닛이 가지고 있는 기술 덕분에 그는 안드로이드로 재탄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깨어난 후 잠시 얼떨떨했던 그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친족회의 차명지분이 담긴 태블릿을 찾으러 자신의 집으로 간다. 그것이 있다면, 하이에나 같은 친족회의 위협을 딛고 트라이플래닛을 지킬 수 있다. 인공의체 덕분에 가볍게 담을 뛰어넘고 금고가 있는 쪽으로 가던 그 순간,,, 그는 믿기 힘든 장면을 보게 된다. 자신처럼 로봇이 아닌, 인간 석진환이 멀쩡히 살아있던 것, 그는 자신이 태블릿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까지 하는데......

하나의 몸으로 여러 명의 의식을 공유한다는 소재 같은 미래적이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저자 이경희.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영화가 떠올랐다. 의식을 칩에 다운로드해서 영생을 한다거나 데이터화되어서 컴퓨터에 저장된 의식이 자의식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인간 세포를 배양해서 죽은 사람도 되살릴 수 있다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린 몸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지만 자신의 기업을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석진환과 오빠 때문에 상속을 받지 못했다는 박탈감에 끊임없이 그를 위협하는 야심녀 석미진 그리고 비밀스럽게 음모를 짜고 있는 친족회.... 액션과 로맨스 그리고 미래적 상상력이 더불어져 한편의 훌륭한 SF 작품이 탄생했다. SF 소설을 좋아하고 새로운 주제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동시에 깊이 있고 철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너 자신이 죽는다고 한번 상상해봐.

네가 죽어서 뇌가 완전히 정지한 다음에, 그 시신을 1년 뒤에 되살린다고 생각해 보라고.

되살아난 사람은 정말 네가 맞아? 그럼 1년 동안 네 정신은 어디에 있었지?

뇌가 정지하는 순간 네 의식은 멈춰버렸는데.

지금 이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는 네 정신은 그때 이미 소멸했는데, 되살아난 자아는 정말 네가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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