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
이동진 외 지음 / 트래블코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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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로움을 추구하면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기획은 마법과 같은 단어이다. 사업, 전략, 마케팅, 콘텐츠, 제품, 서비스 등 어디에 갖다 붙여도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세상이 기획에 암묵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새로움’이다. 기획의 핵심은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다. 이 힘은 생각에서 나오는데 ‘생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한 소스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휴식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 생각의 재료를 구하기 위한 여행을 떠나면, 여행의 효용이 달라진다.

이 책에는 타이베이, 홍콩, 상하이, 런던,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6개 도시에서 발견한 식음료업의 생각의 틀을 깨는 매장들을 소개한다. 책을 읽다 보면 식도락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과 내가 그곳 장소에의 음식과 차 그리고 칵테일 등을 음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오리지널 레시피 없이 미쉐린 스타를 단 샌프란시스코의 레스토랑 ‘인 시투’에서는 남의 것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편집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

‘인 시투’에서는 세계 각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그들의 레시피를 그대로 카피해 맛부터 플레이팅까지 똑같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레스토랑은 자신의 레시피 없이 독창성을 인정받아서 미쉐린 스타를 달았다. 그것이 가능할 일인가? 15개의 미쉐린 스타 요리를 동시에 선보여 고객들이 찾아오게 하고, 레스토랑의 공간을 2개로 분리하여 당일 고객도 스타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대부분의 요리가 현재 원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리바이벌 형식으로 그들의 존재를 알리고 명성을 쌓을 수 있도록 윈-윈의 자세로 임하고 있다.

바텐더가 없는 타이베이의 칵테일 바 ‘드래프트 랜드’에서는 업의 핵심을 버림으로써 혁신을 얻게 된다. 이곳은 바텐더가 없는 칵테일 바인데, 미리 칵테일을 만들어서 손님들이 맥주를 따르듯이 탭에서 본인의 취향에 맞게 내려 마시면 된다. 이곳은 즉석 제조가 아니라 정확한 계량을 중시한다. 이것은 바텐더의 역량이나 스타일에 따른 맛의 다름을 보완할 수 있으며 한결같은 맛을 보장한다. 또한 탭을 이용하면 손님들이 미리 만들어 놓은 칵테일을 먼저 시음을 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보자들을 위해 숫자만 기억을 하면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칵테일을 주문해서 즐길 수도 있다.

이는 칵테일을 만드는 바텐더의 관점에서만 바라본 것이 아니라 칵테일을 즐기기 위해 오는 손님들의 입장에서 업을 다시 생각해 봄으로써 혁신을 가져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로봇 레스토랑 ‘하이디라오’는 매장 매출보다 고객 만족이 우선인 레스토랑이다. 접객의 끝판왕이었던 ‘하이디라오’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재료 준비와 매장 서빙을 하는 스마트한 식당을 문 열었다. 주방에서는 사람의 팔처럼 움직이는 로봇들이 재료의 입고, 조리, 관리 등을 담당하며, 홀에는 서빙 로봇이 음식을 손님들에게 전달한다. 로봇 덕분에 주문을 하고 2분이면 테이블에 요리가 배달된다. 이 스마트 식당을 도입한 것이 하이디라오의 핵심인 접객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니 더욱더 놀라울 따름이다. 이 정도이면 고객이 알아서 레스토랑을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여행에서 찾은 외식의 미래’라는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나요? 아무거나 하기 싫으신가요? 외식업을 하려고 꿈을 꾸고 있다거나 아님 기획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생각의 재료”를 공유해 줄 수 있는 이 유익한 책을 한번 읽어보길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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