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할머니와 나
야베 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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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그림 에세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그림은 함께할 가족이 없어서 외로운 두 사람이 집주인과 임대인이라는 인연으로 만나 참 따뜻하고 보기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내용입니다. 지은이 야베 타로씨의 원래 직업은 개그맨이지만 만화를 그리는 재주도 있었네요. 어떻게 보면 아마추어 만화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집주인 할머니와의 에피소드나 그때 느낀 감정들을 재미있고 디테일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 야베타로씨는 이사를 가기 위해 집을 알아보는 와중에, 공인 중개사로부터 신주쿠의 변두리에 있는, 아주 독특한 구조의 ( 계단이 집 바깥에 있음 ) 2층짜리 목조 주택을 소개받습니다. 그 집을 소개해준 공인중개사는 집도 독특하지만 1층에 살고 계시는 주인 할머니도 매우 기품있고 멋진 분이라고 칭찬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요?

자그마한 키에 미소를 잃지 않는 주인 할머니는 과연 독특한 구조의 집처럼 특별한 분으로 묘사됩니다. 아침에 빨래를 널어놓고 온 저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비가 온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일을 마치고 밤에 들어와서 불을 켜는 순간, 잘 다녀왔는지 문안인사를 하는 따뜻한 ( ? ) 할머니입니다. 약간 ... 소름이기는 합니다. 감시받고 있나? 이런 느낌도 들 수 있을 것 같네요.

​할머니도 할머니이지만 주인공 야베 타로도 참 무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칫하면 간섭처럼 보일 수 있는 주인 할머니의 관심을 매우 고맙게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나이가 드셔서 거동하기 힘든 할머니를 모시고 백화점 쇼핑을 함께 간다거나 함께 차를 마시러 가기도 하고 .. 하여간 좋은 길동무, 말동무가 되어 드립니다.

1인 가구가 점점 늘어나는 이 시점에서는 가족의 개념도 바뀌어야하지 않을까요? 반드시 유전자를 나누어야만 가족이라고 주장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까운 곳에 살면서 식사를 챙겨주고 건강을 염려해주는 사람이 가족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게 맞을 것 같아요.

여러 재미있던 에피소드를 골라보자면, 저자에게 장어 덮밥을 꼬박꼬박 챙겨주시는 일화였습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셔서 덤으로 주인공 밥까지 주문해주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돌아가신 오라버니에게 올리는 공양이었습니다. 이런 깨알같은 유머가 책 중간 중간에 자주 나타납니다.

​아직 싱글인 ( 77년생 ) 인 저자를 걱정하면서 동네 처자를 추천해주시기도 합니다. 근데 86세이신 할머니 보다 2번 띠동갑 아래라고 합니다. ( 86세 – 24세 = ? ) ㅋㅋㅋ 참 웃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뭐 사실 나이는 숫자일뿐... 마음이 진짜 아닐까요? ㅋㅋㅋ 하지만 난감해하는 야베씨입니다.

할머니는 용감했다! 야베씨가 토크쇼에서 특이한 집주인 할머니 이야기를 하여 히트를 치는 바람에 할머니와 함께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야베씨. 그는 할머니가 떨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웬걸... 야베씨보다 훨씬 말주변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새로 생긴 세입자 친구에 대한 얘기를 매우 재치있게 버무려서 방송국 사람들과 시청자들로부터 갈채를 받습니다.

세입자를 단지 돈을 주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고 알뜰 살뜰 챙겨주는 진짜 할머니 같은 집주인 할머니와, 고령이라 거동이 힘든 집주인 할머니가 부탁하는 일들을 ( 쇼핑하기, 차 마시러 가기 ) 귀찮아 하지 않고 해주는 착한 세입자와의 슬기로운 소통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오는 만화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집주인할머니와 주인공의 아름다운 인간 관계를 지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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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살인법
저우둥 지음, 이연희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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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아무나 몇 명 죽이려던 거예요. 그게 누구든, 몇 살이든 간에요. ”

“ 감옥에 갇히고 싶었어요. 평생. 공짜 콩밥을 먹으려고요, 평생 .”

( 57쪽 )

“ 그 사람들의 진짜 범죄 동기가 뭔지 정확히 알고 싶지 않으세요?.”

(97쪽)



대만의 번화가 가오슝의 한 오락실에서 소위 묻지마 살인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초등학생으로써 목이 난자당하여 사망한 채 화장실에서 발견되었고. 살인 용의자는 PC 방에 숨어있다가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아무 죄없는 초등학생을 죽인 범인은 천원칭이라는 사람으로, 아버지 천빙후이는 착하고 순한 아들이 그런 짓을 저질렀을리가 없다고 주장한다.


류다이화 형사는 그를 체포하고 심문하지만 명확한 살해 동기를 알 수 없다. 행동도 굼뜨고 정신적으로도 불안해 보이는 천원칭. 아이를 죽인 동기 ( 아이 가족에 대한 원한 등등 )을 캐내보려고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보지만 천원칭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살인의 동기와는 전혀 무관한 답변들 뿐이다. 일관되게 나오는 말은, 아이를 그냘 처음 만났고 그냥 사람을 죽여서 교도소에 평생 갇히고 싶었다는 답변뿐. ( 참으로 고구마였습니다 ㅜㅜㅜ )


한편, 위윈즈라는 이름의 변호사는 사무실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비서 야란을 내보내고 사무실을 정리할 생각이다. 그러나 은근히 위윈즈를 짝사랑하고 있던 야란은 끝까지 그와 함께 하겠다며 나갈 생각이 없음을 단호하게 밝힌다. 야란의 대답에 내심 흐뭇했지만 앞으로 사무실을 어떻게 꾸릴지 고민하던 위윈즈 변호사. 마침 중완칭이라는 이름의 임상 심리상담가에게서 전화가 오고 뒤이어 카페에서 만난 위윈즈를 만난 그녀는 얼마전 발생한 오락실 사건의 범인인 천원칭의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흉악 범죄가 발생하게 되면 우리들은 흔히 분노의 감정에 먼저 휩싸이게 된다. 같은 인간으로써 동족에게 못할 짓을 저지른 범인에게 당연히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비슷한 범죄가 다시 발생하지 않으려면 특정 범죄가 일어난 이유 - 개인적 문제, 사회적 배경 - 등등을 다차원적으로 분석하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다행히 이 소설 속에서는 뜨거운 분노의 감정을 차가운 이성으로 식힌, 한 변호사에 의해서 묻지마 살인, 즉 무차별 살인이 왜 발생하는지가 다각도로 추적되고 분석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중완칭 상담가의 이 부탁은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그 이유는 위윈즈 변호사가 이 사건이 발생하기 오래전, 묻지마 살인으로 약혼자였던 리팡과 뱃속의 태아를 한꺼번에 잃었었기 때문. 그 당시 살인범이었던 주젠쭝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살인 동기를 이렇게 표현한다.


“ 검사 질문 ” 왜 사람을 죽이고 싶었습니까?“

” 피고인 답변 : 그동안 살면서 좋은 일이 한 번도 없었어요.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았고 화가 났어요.

그래서 한두 사람을 죽여서 화풀이하고 싶었어요 .


” 만약 사건의 인과 관계가 강처럼 흐르는 거라면 하류에는 리팡의 죽음이 있다. 그렇다면 중류와 상류에는 도대체 어떤 상황이 있을까? 그는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 사건의 이면을 보게 된다면 강의 하류에 있는 리팡을 잊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


결국 주젠쭝이라는 살인범은 감옥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고 위윈즈는 영영 범인의 진짜 살해 동기를 모른 채 약혼자를 떠나보내야했던 것. 어쩌면 중완칭이라는 심리상담가의 부탁으로 인해 윈즈 변호사는 2번째기회를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살인범들이 묻지마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진짜 이유를 알아낼 기회를....


이 책 [ 무차별 살인법 ] 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분명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지만 왜 내 눈엔 다들 피해자로 보이는 것일까? 물론 사회가 불공평하거나 자신의 환경이 좋지 않다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자라나 공동체내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 무차별 살인법 ] 속 가해자들은 대부분 밑바닥 삶을 전전하고 있었고 여러가지 이유로 가파른 절벽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 몸을 다쳐서 일을 못 한다거나,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을 당하여 정신적 문제를 겪음 )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삶 속에서 자포자기 식으로 범죄를 저질러 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의 지나친 비약일까?


대만의 신예작가 저우둥..... 이 작가가 쓴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엄청난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원래 내가 사회파 미스터리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속도감 있고 플롯 탄탄하고 마지막에 터지는 엄청난 반전까지.... 모든 것을 다 갖춘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뿐 아니라 재미에만 치우치지 않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의 역할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무게감도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갖춘 추리 스릴러 장르물을 읽고 싶다면.... 200%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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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행
호시노 도모유키 외 지음 / 문학세계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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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에 겐자부로가 극찬을 했다는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의 소설집을 읽었습니다. 여러 다양한 주제로 쓰여진 단편들은 그의 개성을 100% 반영하는 듯, 독특한 향기를 풍깁니다. 소재와 주제는 다양하긴 하나, 소설은 공통적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매우 독창적인 소재와 주제를, 매우 신선한 발상으로 풀어놓았기에 이전에 접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들을 이끄는 작가 호시노 도모유키. 그는 어릴 때 미국에서 살다가 3살 때 일본으로 왔고 대학 때는 멕시코로 유학을 갔었다고 하니, 여러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간의 본질이나 공동체 등등에 고민도 더 깊이 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은 애써 못 본 척 하려는 경향이 있죠. 현대 사회는 여러 문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물질주의와 자본주의 속의 빈부 격차에 대한 생각을, 그는 독자들과 나눠보려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듯한 독특한 이야기의 바다 속에 풍덩 뛰어들어서 헤엄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나라와 지구와 우주를 뛰어넘어 유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인간으로 대표되는 동물과 식물의 한계 혹은 경계를 뛰어넘고 ( 단편 스킨 플랜트 속 이야기 )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듯한 사회의 경향을 드러내고 ( 단편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속 이야기 )

자본주의 세계에서 돈처럼 소비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탄식을 보여주는 듯 하다가 ( 단편 인간 은행 )

빈부 격차 문제를 이리저리 비틀고 흔들어서 유쾌하게 결론내주기도 합니다 ( 단편 선배 전설 )

가볍게 소비되는 소설들 가운데에서 성찰과 고민을 설득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런 소설집을 내기는 쉽지 않았겠지만 그 묵직함에 비해서 의외로 이 책은 술술 잘 읽히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철학자가 한편의 모노 드라마를 찍는 느낌이랄까? 여러 단편들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골라보자면,

[ 단편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

주인공은 치매를 앓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팔십대 중반의 아버지를 모시고 삽니다. 쉰이 다 된 나이에 자신을 얻은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이유를 아들에게 돌리며 언어적, 신체적 학대를 일삼았습니다. 제대로 된 훈육이나 보조를 받지 못한 주인공은 가출을 일삼거나 거리를 전전하는 등 거의 백수의 처지로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희망이 있다면 사회의 불의를 저격하는 르포를 써서 대박을 터트리는 것이죠. 노년의 아버지를 모시는 일이 나날이 힘들어진다고 생각하던 그 어느날 수상한 전단지를 발견하는 주인공. 그 전단지에는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 노인을 맡아드립니다 (... 중략 ) 간병은 가혹한 일입니다. 잠깐 쉴 수도 없습니다. (..중략 )

그런 딜레마로부터 당신을 해방시키십시오. (..중략 )

이제 한계라고 절망하시는 분, 고민하지 마시고 우선 상담부터 받아보십시오 ”

10만원이라는 초기비용만 들이면 평생 늙은 부모를 케어해준다는 수상한 센터의 전단지. 주인공은 저널리스트로서 히트작을 손에 넣고자 하는 욕심에 연락을 한다. 그리곤 몰래 그들의 뒤를 밟는데....

“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고 기억한다. 패배감에 휩싸이며 동시에 기묘한 해방감을 맛보았다.

” 죄의식이 한계에 달하더니 파열되어 흩어졌다."

“ 살아있는 생명으로서, 나는 여기에 어엿이 살아있다 ”

[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를 읽으면서 잔인하면서도 소름끼치는 결말 때문에 몸을 부르르 떨기도 했지만

실제로 저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긴 하지만요. 혹시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 사이에 터져버릴 시한폭탄을 안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작가가 말하고 있는 듯 합니다. 기괴하고 어둡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발랄하게도 느껴졌던 호시노 도모유키의 단편집 [ 인간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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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간직한 비밀
라라 프레스콧 지음, 오숙은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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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 지바고』 가 소설로도, 그리고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정확한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소련에서 금지된 소설이었다니...

19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대 진영 사이에 있었던 긴장과 대립 관계로 인해 냉전시대가 시작되었고 그 영향은 정치․경제․선전의 영역까지 미치게 되었다. 평범한 타자수로 정보국에 취직했지만 비밀작전에 투입된 이리나, 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했던 스파이 샐리. 그리고 대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연인이자 대리인인 올가 등등.. 이 책에는 냉전시대 세계사를 뒤바꿔놓은 걸작의 출간에 얽힌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걸작 『닥터 지바고』 의 작품을 반입하기 위해 정부기관까지 동원하는 미국과 그 속에서 동분서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위성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의 책이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책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문학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 )정보국은 그 목적을 앞당기기 위해 미술, 음악, 문학을 사용하는 연성(軟性)선전전을 더욱 밀어붙였다.


시인이자 작가인 파스테르나크는 그의 애독자였던 스탈린의 명령 ‘덕’에 동료 작가들이 하나둘 숙청되는 동안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파스테르나크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거부해 왔고, 당의 지침에 벗어나는 작품을 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당국은 그를 압박하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 올가를 잡아들인다.

“그자가 쓰고 있는 소설에 관해 말해주시죠. 이런저런 말이 들리더군요.”

“이를테면요?” “말해보세요. 이 『닥터 지바고』가 무엇에 관한 소설입니까?”

“저는 몰라요.” “모른다고요?” “아직 집필중인걸요.”


친구의 친구로부터 타자수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지원을 하게 되고 면접을 보게 된 이리나. 하지만 그녀에게 합격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게 만드는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면서 타자수의 운명은 그녀를 피헤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 명의 여자들과 함께 타자 시험을 보았지만 끝에서 두 번째. 2주가 지난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제가 끝에서 두 번째 아니었나요? 이렇게 되묻고는 이를 갈았다.

“맞습니다.”

“그리고 빈자리는 하나뿐이라고 아는데요?

”지금 나는 기를 쓰고 나를 방해하고 있는 건가?

“우리가 본 것이 마음에 들어서요.”

“그럼 취직된 건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성미 급한 아가씨.” 그가 말했다.

“아니, 타자 속도가 느리니 더 어울리는 별명을 지어줘야 할 것 같군요. 2시에 올 수 있죠?”

그들이 이리나의 어떤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리나는 타자수로 취직을 하게 되고, 여성 스파이 샐리와 함께 『닥터 지바고』원본을 입수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의 작전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여성’이다. 그 시대에 남성에 가려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여성들이었지만, ‘스파이’로써 자신의 임수를 완벽하게 수행하였다.


물론 그 일에는 미소 짓고 바보 같은 농담에 웃고 그런 남자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 관심 있는 척하는 이상의 기교가 필요했다.

당시에 그걸 가리키는 이름도 없었지만, 바로 그 첫 번째 파티에서 나는 제비가 되었다.

제비란 천부적인 재능을 이용해 정보를 얻어내는 여자를 가리킨다.

[중략] 남자들은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언제나 그 반대였다.

그들이 이용당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 능력이었다.

냉전 시기에 각각 동과 서를 대표하던 소련과 미국, 소련에서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연인 올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미 정보국 CIA 의 여성 직원들과 요원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생각해보면 지식인의 고뇌와 그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읽힐 수도 있을

[ 닥터 지바고 ] 가 어떤 곳에서는 출간을 막고 다른 곳에서는 요원들을 동원하여 출간을 하려할 만큼 그렇게 정치적인 무게가 있었는지 다소 의아한 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적국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문화 전쟁이 활발했던 50년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사랑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명작을 발간하는 일은 한 나라를 살리는 일만큼 중요했으리라고 본다. 라라 프레스콧이라는 작가의 손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비밀이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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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슬로하이츠의 신 1~2 - 전2권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이정민 옮김 / 몽실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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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현실을 읽고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츠지무라 작가의 신간..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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