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직한 비밀
라라 프레스콧 지음, 오숙은 옮김 / 현암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닥터 지바고』 가 소설로도, 그리고 영화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사실 정확한 내용을 알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 작품이 소련에서 금지된 소설이었다니...

190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대 진영 사이에 있었던 긴장과 대립 관계로 인해 냉전시대가 시작되었고 그 영향은 정치․경제․선전의 영역까지 미치게 되었다. 평범한 타자수로 정보국에 취직했지만 비밀작전에 투입된 이리나, 2차 세계대전에서 맹활약했던 스파이 샐리. 그리고 대작가 파스테르나크의 연인이자 대리인인 올가 등등.. 이 책에는 냉전시대 세계사를 뒤바꿔놓은 걸작의 출간에 얽힌 여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은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걸작 『닥터 지바고』 의 작품을 반입하기 위해 정부기관까지 동원하는 미국과 그 속에서 동분서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위성이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그들의 책이 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책이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문학이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 )정보국은 그 목적을 앞당기기 위해 미술, 음악, 문학을 사용하는 연성(軟性)선전전을 더욱 밀어붙였다.


시인이자 작가인 파스테르나크는 그의 애독자였던 스탈린의 명령 ‘덕’에 동료 작가들이 하나둘 숙청되는 동안에도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파스테르나크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거부해 왔고, 당의 지침에 벗어나는 작품을 쓴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당국은 그를 압박하기 위해 그가 사랑하는 여인 올가를 잡아들인다.

“그자가 쓰고 있는 소설에 관해 말해주시죠. 이런저런 말이 들리더군요.”

“이를테면요?” “말해보세요. 이 『닥터 지바고』가 무엇에 관한 소설입니까?”

“저는 몰라요.” “모른다고요?” “아직 집필중인걸요.”


친구의 친구로부터 타자수자리가 났다는 소식에 지원을 하게 되고 면접을 보게 된 이리나. 하지만 그녀에게 합격이라는 단어와 멀어지게 만드는 일들이 하나씩 일어나면서 타자수의 운명은 그녀를 피헤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 명의 여자들과 함께 타자 시험을 보았지만 끝에서 두 번째. 2주가 지난 어느 날 한통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제가 끝에서 두 번째 아니었나요? 이렇게 되묻고는 이를 갈았다.

“맞습니다.”

“그리고 빈자리는 하나뿐이라고 아는데요?

”지금 나는 기를 쓰고 나를 방해하고 있는 건가?

“우리가 본 것이 마음에 들어서요.”

“그럼 취직된 건가요?”

“아직은 아닙니다. 성미 급한 아가씨.” 그가 말했다.

“아니, 타자 속도가 느리니 더 어울리는 별명을 지어줘야 할 것 같군요. 2시에 올 수 있죠?”

그들이 이리나의 어떤 모습을 마음에 들어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리나는 타자수로 취직을 하게 되고, 여성 스파이 샐리와 함께 『닥터 지바고』원본을 입수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된다. 그들의 작전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여성’이다. 그 시대에 남성에 가려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여성들이었지만, ‘스파이’로써 자신의 임수를 완벽하게 수행하였다.


물론 그 일에는 미소 짓고 바보 같은 농담에 웃고 그런 남자들이 말하는 모든 것에 관심 있는 척하는 이상의 기교가 필요했다.

당시에 그걸 가리키는 이름도 없었지만, 바로 그 첫 번째 파티에서 나는 제비가 되었다.

제비란 천부적인 재능을 이용해 정보를 얻어내는 여자를 가리킨다.

[중략] 남자들은 나를 이용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언제나 그 반대였다.

그들이 이용당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내 능력이었다.

냉전 시기에 각각 동과 서를 대표하던 소련과 미국, 소련에서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그의 연인 올가를 중심으로, 미국에서는 미 정보국 CIA 의 여성 직원들과 요원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생각해보면 지식인의 고뇌와 그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 정도로만 읽힐 수도 있을

[ 닥터 지바고 ] 가 어떤 곳에서는 출간을 막고 다른 곳에서는 요원들을 동원하여 출간을 하려할 만큼 그렇게 정치적인 무게가 있었는지 다소 의아한 면도 있긴 하다. 그러나 적국의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문화 전쟁이 활발했던 50년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자유와 사랑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명작을 발간하는 일은 한 나라를 살리는 일만큼 중요했으리라고 본다. 라라 프레스콧이라는 작가의 손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비밀이 재탄생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