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어머니의 날 1 타우누스 시리즈 9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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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레 노이하우스 "를 알게 된 것은 " 백설 공주에게 죽음을 "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 그 책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흥미진진하여 나는 곧이어 " 넬레 노이하우스 "라는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 타우누스 ' 시리즈는 타우누스라는 독일 지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로, 귀족 집안 출신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가진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 반장과 직관에 의존하는 수사기법을 가진 강력반 여형사 피아 산더 콤비가 이 지역에서 벌어지는 강간, 납치, 살인 등과 같은 강력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다룬다.

이 [ 잔혹한 어머니의 날 ]의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범죄 사건이 갑작스럽게 세상에 드러나며 두 형사들가 주축을 이룬 팀의 긴박한 추적이 계속 이어진다. 이 추적기를 보고 있자니, 내가 책을 읽고 있는지 잘 짜인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고 있는지 헷갈릴 정도였다. 두 형사와 심리학 박사 그리고 검시관의 콜라보가 예술인 이 소설은 탄탄한 구성과 쫄깃한 긴장감을 자랑한다. 책의 플롯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 서술되는 구조로써 " 맘몰스 하인 "이라는 지역에서 변사체가 발견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혼자 살던 84세의 노인 " 테오도르 " 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자연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정황이 있다. 곧이어 노인이 키우던 개가 견사에서 발견이 되고, 거기서 발견된 뼈가 사람의 것이라는 게 밝혀진다. 이후 대대적인 주변 수사를 하게 되는데.... 우물에서 발견되는 시체, 견사 콘크리트 아래에서 발견되는 랩으로 싸인 채 익사된 시체들. 실종된 장소는 다 다르지만, 모두들 분명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5월 둘째 주 일요일인 어머니의 날 전후로 실종된 것이다. 이것은 분명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다. 보덴슈타인 반장과 피아 산더형사 팀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한편 이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변사체로 발견되었던 노인은 과거에 그의 아내와 함께 예전 수녀원을 인수하여 입양되지 못한 여러 아이들을 키웠던 것으로 드러난다. 그들은 나중에 성장하여 ' 어머니의 날 '마다 모였었는데, 혹시 그들 중 누군가가 그 시체들의 존재와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버려진 자신의 신세에 때문에 사람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홀로 자신을 길러준 어머니가 사망한 후, 아버지인 줄 알았던 사람을 찾아갔다가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는 여자 ' 피오나 피셔 ' 이야기. 그녀는 어머니가 자신의 친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친모를 찾아 나서게 된다.

크게 두 줄기로 갈라진 소설 - 노인들이 키웠던 고아들 이야기와 피오나 피셔 이야기. 각 이야기 속의 인물 간의 겹치는 부분도 없고 연관성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는 어느 시점에 다다라 접점을 이룬다. 이 책의 경우, 과거와 현재의 시점을 넘나들면서 여러 인물들과 함께 사건들이 전개되기 때문에 다소 헷갈릴 수 있지만, 날짜와 장소가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읽어나가면 이야기가 틀이 잡히면서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동독 출신 맨디가

내 첫 번째 약물 실험이었던 셈이다.

그동안은 약물이 효과를 지녔는지, 어떤 효과를 지녔는지 알아보기 위해 개에게만 실험했었다.

거의 벤스하임에 다다르자 그녀는 떠벌리기를 멈추었다. 나는 옆자리를 힐끗 쳐다보았다.

“괜찮아요? 내가 짐짓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곧 눈꺼풀이 감겼고 고개가 옆으로 툭 떨어졌다.”(1권 p. 181)

시체로 발견된 피해자들에 대한 주변 탐문 수사가 이어지고, 그 사건에 대한 살인자의 자기 고백 같은 독백이 이어지면서, 독자들은 연쇄 살인범이 과연 누구일지 계속 궁금증을 가지게 된다. 우연히 발견된 땅속의 시체 세 구. 이후 변사체로 발견된 노인과 가족들의 과거에 대한 행적 추적, 그리고 누군가가 저지른 만행들, 그리고 현재의 범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들이 굉장히 세밀하고 지능적으로 전개되는 소설 [ 잔혹한 어머니의 날 ]

이 책이 결국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이런게 아닐까? 고아들을 맡은 종교 집단이나 위탁 가정의 학대와 방임도 문제지만 결국은 아이들에게 부모를 찾을 수 있다는 헛된 희망을 내내 안겨주다가 좌절의 늪으로 빠뜨리는 이기적인 인간들.. 그 인간들이 문제라고.

추리 소설을 읽는 모든 독자들이 그러하듯이 용의자를 하나하나 제외해가면서 살인자를 특정하려고 해보았다. 그러나 역시 강력한 반전과 함께 나의 추측은 보란 듯이 틀려버렸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 제대로 된 부모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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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냥반 이토리 - 개정판
마르스 지음 / 라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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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된 캣초딩을 키우고 있는 집사라서 고양이에 관한 책이면 뭐든지 다 좋아요. 특히 이 책은 카툰이라서 더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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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버드 심리상담사입니다
웨샤오둥 지음, 강영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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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외상은 어떤 치료가 더 필요할지, 그동안 얼마나 치유되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심리적 상처의 크기와 존재 유무는 그 누구도 이렇게 저렇다 단언할 수 없다. 사회가 나날이 발전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개개인의 신체적인 상태뿐 아니라 정신적 상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역시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심리 상담은 사람들의 심리적 건강을 도모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되므로, 상담의 수준도 크게 발전해야 한다.

“심리 상담은 사람을 기분 좋게 한다. 마치 하늘을 나는 느낌처럼.”(p. 24)

심리 상담의 목표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찾아온 내담자가

자기 비하와 막막함의 늪에서 스스로 헤어 나와

자존감을 찾고 허리를 꼿꼿이 펴고 밝은 모습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다.(p. 31)

심리 상담자는 상담을 기반으로 심리적 고통과 갈등을 겪는 여러 사람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임상 심리학적으로 접근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여기 그런 심리 상담사가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하버드대학에. 하버드대 하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는 대학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학을 다니고 있는 - 누가 봐도 - 뛰어난 학생들도, 연애 실패, 환경 부적응, 인간관계 불화, 부적절한 학습 방법, 자존감 부족, 결혼생활에서 오는 갈등 등의 문제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이 책에는 여러 이론들과 함께 실제 발생한 사례들이 기술되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책에서는 10가지 사례를 제시한다. 그중에서 눈길이 가는 사례는 “나는 하버드에서 가장 열등한 사람이에요.”이다.

전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일류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 자신이 열등한 사람이라고 느끼다니??? 이 내담자는 ' 신입생 부적응 증후군 '이라는 증상을 앓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소도시 출신인 내담자는 꿈에 그리던 하버드대학에 입학을 했지만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 보이는, 소위 " 무림 고수들 " 앞에서 더 이상 우월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추락한 듯한 느낌을 느낀 주인공은 그 원망을 죄다 남에게 돌리고 매일매일 한탄하며 지내게 된다.

이런 내담자에게 상담사는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며 다가갈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담자의 심적,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도록 이끌어 최대한 공감을 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내담자로 하여금 비교 대상을 바꾸어보도록 이끄는 것이다. 남과의 비교는 도저히 거리를 좁힐 수 없는 강과 강 사이를 비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 자신에게로 눈을 돌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보도록 이끌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내담자가 대학 생활에서 부족하다고 느낀 점을 함께 찾아내어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내담자의 경우는 공부가 처지는 부분을 힘들어했으니 함께 학습 계획을 세워서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얻도록 해주었다.

2개월 동안 내담자는 성장을 하였고,

자기 비하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와 자신감을 찾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심리 상담의 예술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신은 상담에서 더 많이 듣고 더 적게 말하고,

더 많이 탐구하고 더 적게 평할 필요가 있어요.

더 많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무제를 생각해야 해요.

자신의 상담 계획을 반드시 완수하려는 생각만 하지 말고요.”(p. 329)

어떤 일이든 이론만 완벽하게 설계되어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듯 새내기 심리 상담가의 경우도 다양한 실제 상담을 통해서 경험을 쌓은 뒤 자신의 상담 기법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 또한 선배 상담가와의 소통 속에서 자신의 심리 상담 세계를 유익하고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 진정한 상담가로 점점 성장을 하게 된다.

[ 나는 하버드 심리 상담사입니다 ]에 소개된 여러 사례를 보면서 우리 모두가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겪을 수 있는 심리적 갈등, 그 원인 등을 알 수 있었고 그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심리 상담이라고 하면 다소 어렵고 거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끊임없이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면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그런 면에서 심리 상담은 매우 흥미롭고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다. 변덕스러운 나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상처를 지닌 누군가를 도와줄 수도 있으니. 벗어날 수 없는 마음의 고통으로 나에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면 " 공감 "라는 자세로 다가가야 하겠다는 것을 가르쳐준 고마운 책. [ 나는 하버드 심리 상담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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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라이프 - 인생을 바꿔드립니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47
베르나르 무라드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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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모두 지워버리고 전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면, 즉 다시 말해서 두 번째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주변 환경이 그대로라면 전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에는 아마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면?? 살던 집과 타던 차는 물론이고 직업과 가족까지 바꾸고 완전히 다른 사람의 삶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미디어가 나서서 모든 절차를 처리하고 지원해준다면 어떨까? 과연 국가 권력은 개인의 삶의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

지독한 삶의 권태와 무기력에 빠져버린 주인공 마르크 바라티에. 매일 아침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겨운 그의 머릿속엔 삶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가족도 회계일도 그에게 삶의 활력이 되어주지 않는다. 피해망상 속에서 살아가던 그는 결국 자신의 마흔 번째 생일날 자살을 결심한다. 빗속에 꾸역꾸역 출근을 하고 퇴근 무렵 사무실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순간, 띵똥, ‘구세주’라는 이름으로 매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구세주

제목: 두 번째 기회? (p. 51)

“우리가 그 메시지를 보낸 건, 당신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섭니다.

우린 당신의 삶이 아직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우린 당신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려고 합니다.”(p. 64)

그에게 메일을 보낸 남자. 대통령이 거느리는 거대한 미디어 회사를 위해 일하는 피에르 앙드레 노벨리는 마르크에게 ‘인생을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주인공은 자신을 좀먹던 절망과 고통, 공허감에도 불구하고 가슴속에 불타오르던 작은 불씨인 호기심을 발견하고 다시 살아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정부와 미디어의 계획은 이러하다. 마르크처럼 인생을 포기하려거나 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정부 프로젝트의 일환인 리얼리티쇼에 출연해 수백만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작위로 아무런 대가 없이 타인과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다. TV 방송에 출연한 열 명의 지원자들은 ‘운명의 수레바퀴 ’를 돌려 무작위로 삶을 맞교환한다. 그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기회’를 우연을 통해 공평하게 재분배하여 내가 아닌 전혀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간다.

“마르크 바라티에. 난 오늘밤부로 영원히, 당신에게 내 삶을 양도합니다.”

그는 진중한 표정으로 느릿하게 말하면서 자신의 블랙박스를 내게 건냈다.

난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상자를 건네받고 대답했다.

“아르노 드몽탈, 난 오늘밤부로 영원히, 당신의 삶을 승계합니다.”(p. 154)

정부 프로젝트의 일환인 ‘기회의 균등한 분배’ 정책에 의해서 주인공은 파리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최고경영자인 아느로 드몽탈로써 두 번째 인생을 살게된다. 하지만 신분이 바뀌는 것은 본인뿐이기 때문에 남은 가족들이 바뀐 남편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닐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남편과 아버지의 너무도 갑작스런 변화.. 낯선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가족들은 황당하지 않을까? 본인은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하지만,, 글쎄,, 정부 차원에서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이루어지는 삶의 변화. 누군가의 사적이고 내밀한 삶이 방송을 통해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송출된다. 과연... 부작용이 없을까?

인생 바꾸기에 성공한 주인공 마르크는 처음의 어색함을 뒤로하고 점점 새로운 삶에 적응을 하면서 세컨드 라이프에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그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과연 의문이다. 복지 국가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 사회가 개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적이고 내밀한 개인의 삶에 국가 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한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일 지도 모른다.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할지도..... 어쨌든 마르크의 2번째 삶은 어떻게 이어질까? 어쨌든 다시 살아볼 기회가 주어진 마르크는 행운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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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라이징
토머스 해리스 지음, 박슬라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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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양들의 침묵 > 을 통해, 꿈에 나올까봐 무서운, 섬뜩하고 잔혹한 인육 살인마 " 한니발 렉터 " 박사를 연기했던 배우 안소니 홉킨스. 날카롭게 빛나는 눈동자로 FBI 신입요원 클라리스 스탈링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던 안소니 홉킨스. 그는 한니발 렉터 박사를 연기하지 않았다. 영화 속에서 그는 완전히 렉터 박사 그 자체였다. 이 책 " 한니발 라이징 " 은 한니발 박사를 이렇게 소름끼치는 살인마로 만든 과거의 사건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미샤의 팔을 붙들고 매달린 한니발이 문 쪽으로 질질 끌려간다. 동생에게서 떨어지지 않자 ' 푸른 눈 ' 이 한니발의 팔 위로 무거운 헛간 문을 쾅 하고 닫는다. 뼈가 부러지고 다시 문이 열린다. 그가 장작개비를 가지고 돌아와 한니발의 머리를 후려갈긴다. 눈 앞이 번쩍하는 끔찍한 고통. 정신이 혼미해진다. 미샤가 소리친다.

" 아니바!"

한니발 라이징 중 90쪽

1946년 리투아니아.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독일군과 러시아군의 싸움은 민간인에 대한 폭격과 살육으로 변질된다. 한니발의 부모는 렉터 성을 버리고 숲속으로 숨어들었지만 독일군 폭격기에 의해서 한순간 잿더미로 변해버린다. 눈앞에서 까맣게 타버린 부모님과 선생님을 목격했던 어린 한니발. 그는 여동생 미샤와 함께 술 속 산장에 단둘이 남겨지는데, 어느날 들이닥친 약탈자 무리들,,,, 이후 한니발이 기억하는 거라곤 그들이 미샤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버린 것이다.

트라우마 때문이었을까? 그 사건 이후 한니발은 실어증에 걸린다. 그리고 원래 자신의 집이었던 하지만 현재는 고아들을 위한 보육원으로 변해버린 렉터성에서 다른 고아들과 함께 머무르게 된다. 밤이면 밤마다 미샤가 끌려가는 악몽을 꾸고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는 한니발.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짐승같은 자들의 손길에 끌려가던 여동생의 목소리 " 아니바! " 가 그의 귓전에 아직도 생생하다.

한편 전쟁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던 한니발의 삼촌이 감옥에서 풀려나 부인인 레이디 무라사키와 함께 한니발을 데리러 보육원을 찾아온다. 레이디 무라사키는 미샤를 잃은 충격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한니발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 아직도 미샤가 죽음을 당한 그 무의식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한니발을 그녀는 돕고 싶어 한다. 한니발은 미샤가 죽은 그 시점과 공간이라는 꿈 속에서 헤매고 있는 듯 하다. 상담과 최면요법 등등의 치료가 아무 소용이 없다. 영혼없이 껍질만 남아 있는, 그러나 복수심으로 인한 분노만이 가득한 한니발.

한니발, 악몽의 땅은 잊어버리렴. 넌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될 수 있어. 이제 그만 꿈의 다리를 건너 나와 함께 가자꾸나.

한니발 라이징 중 119쪽

정신병원의 환자를 죽이고 신체와 장기를 요리해 먹었던 엽기적인 살인마, 그러나 동시에 예술감각이 뛰어나고 저급한 인간들을 참지 못했던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그의 이중성을 만든 과거가 이 책에서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어머니 같은 숙모 레이디 무라사키에게 음란한 욕설을 퍼부은 푸줏간 주인 폴의 머리를 절단한 것이 그의 나이 13세. 잔잔한 호수를 그리는 섬세한 손으로, 전광석화같은 살인을 자행한 한니발.

이 책은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짐승같은 놈들에게 그 누구보다 소중한 여동생 미샤를 빼앗긴 일이 한니발 속의 살인 본능을 깨운 듯 하다고. 살인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이 책을 보니 둘 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인간의 무의식은 모든 걸 저장한다. 특히 한니발같이 넓은 머리 속 궁전을 지어놓은 사람들은 절대 잊지 않는다. 여동생을 위한 복수가 곧 시작된다. 피의 잔치 그리고 죽음의 향연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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