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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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고야 말았고, 찌는 듯한 더위에 맞서 싸우려는 듯 냉기를 품은 호러물들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음산하고 소름 끼쳐서 읽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이야기가 없나 하고 찾아보던 중,

이 책 [도시, 청년, 호러]를 만나게 되었다. [회색 인간]의 저자 김동식 작가와 [고시원 기담]을 쓴 전건우 작가 등등

장르물로 잘 알려진 친숙한 작가들의 면면이 보여서 좋았다. 도시, 청년 그리고 호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과연 뭘까?

어두운 배경 속 붉게 물든 도시 건물들이 이 책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경고를 하는 듯했다.

시대에 따라 공포의 대상은 조금씩 변해왔다. 고추처럼 매운 시집살이로 인해 K 며느리들이 고생고생했던

조선 시대를 다룬 호러물에는 한을 품고 죽은 며느리 귀신이 무덤에서 튀어나오고,

입시에 짓눌리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그린 어떤 영화에서는 학교를 떠돌며 몇 년째 졸업 앨범에 등장하는

학생 귀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괴담이지!!

그렇다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냉정한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토해놓을까?

눈 뜬 채 벌건 대낮에서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떤 악몽을 꾸고 있을까?

이시우 작가의 [아래쪽]은 서울시 시설 관리를 담당하게 된 한 신입 비정규직 공무원이 맨홀 아래,

즉 하수구 관리를 하면서 겪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이없는 죽음이

한눈에 그려지는 단편이었다.

김동식 작가의 [복층 집]은 갓 독립해서 꿈에 그리던 낭만적인 구조의 집, 즉 복층 구조의 집을 얻게 된 한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가장 안락해야 할 집이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때가 아닐까?

집 안에 혼자 있어도 왠지 쳐다보는 눈길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때 느낄 수 있는 그 오싹한 공포를 담아낸 작품.

허정 작가의 [분실] 은 뭔가를 계속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갓 입주한 고시원 방의 벽에 생긴 커다란 얼룩을 지우던 지우개도 분실하고 친구들과 친척들의 전화번호를 포함,

본인의 모든 정보가 담긴 다이어리도 분실하게 되는 석진. 뭔가를 계속 잃어버리며 자신의 삶까지

잃어버리는 지경에 다다르는 한 청년의 불안이 매우 날카롭게 그려진다.

이 작품은 막판 반전이 좀 충격인데, 이런 게 서술 트릭인가 싶기도 하다.

내 지갑과 개인 정보는 잘 있는지 막막 궁금하게 만든 그런 작품이다.

전건우 작가의 [Not Alone] 은 개인적으로 제일 무시무시했던 작품이다.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공포가 정말

적나라하게 잘 그려진다. SNS에서 만난 미지의 대상에게 스토킹 당하는 한 여성을 그리고 있는데,

막판 반전이 진짜 소름 끼친다.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괴물로 변해 사람을 잡아먹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도시는 삭막하다.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모른 채 도시는 잘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 [도시, 청년, 호러]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그 삭막함과 냉혹함 때문에 고통을 겪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걷고 있는 현실이라는 땅은 그리 단단하지 않고,

도시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다 못해 공격적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매달 돌아오는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전세금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괴담이 과연 별것이겠는가? 이런 비정한 도시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괴담이 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청년들에게 선사하는 공포를 그야말로 실감 나게 그린 호러물 [도시, 청년, 호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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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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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조가 나오는 나의 소설은 분명히 끝을 맺었지만

윤조의 삶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지독하게 살아남아서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녹색 갈증]을 읽는 동안 많이 혼란스러웠다. 감각적이고 섬세하지만 결코 친절하지 않은 서사적 흐름 때문에.  헤매고 헤매다가 나중에는 그냥 편하게 읽어내려갔는데, 문득 외롭고 불안했던 내 젊은 시절이 떠올랐고,  이 책의 작가 최미래씨도 젊은 날의 열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 주인공을 그려낸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세상에 발을 내딛기 전 밤낮없이 몰려오던 몹시도 지독한 막막함과 불안함... 그리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정신적 허기 또는 갈증을, 작가는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

[프롤로그]는 주인공 "나"가 완벽히 마무리 짓지 못한 소설 속 공간이다. 그 공간 속에서 할머니와 어렵게 살아가던 "윤조"는 할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나"에게 할머니가 남긴 보석함을 하나 전달한다. 겉으로 보기엔 예쁘지만 열어보면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자개 보석함. "윤조"가 주인공의 삶에서 잠시 떠나있던 그때, 즉, 주인공이 글쓰기를 잠시 그만두고 있던 그때 보석함은 그 빛을 잃지만, 그녀가 제일 힘들고 어려울 때 다시 보석함은 그녀의 삶에서 큰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이야기 [설탕으로 만든 사람]에서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나"는 "윤조"없는 삶을 견뎌내어야 한다. 그녀에게 살아갈 힘을 줬던 유일한 존재 "윤조" 없이는 모든 게 막막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403호 남자, 203호 할머니 등으로 묘사되는 개성 없고 밋밋한 손님들을 관찰하는 재미로 살아가다가 뭔가 빠진 듯한 부족함과 갈증을 느낀 "나"는 두 번째 이야기 [빈뇨 감각]에서 엄마와 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만 본인의 문제에 도취된 채 소통 없이 살아가는 그 두 사람에게서 어떤 희망도 느낄 수 없었던 "나"는 더욱더 큰 갈증을 느낄 뿐이다.

그러다가 어릴 적 옆집에 살던 무당 언니가 전해준 자개 보석함이 생각난 "나"는 이끌리듯 그걸 열어보게 되고 그녀의 삶에서 사라져 있었던 "윤조"가 갑작스럽게 보석함 속에 기어 나온다. 세 번째 이야기 [뒷장으로부터]에서는 마치 예전부터 있던 사람처럼 "나"의 삶에 완전히 정착하는 "윤조"와 그녀보다 훨씬 더 가족들과 친근하게 살아가는 "윤조"를 바라보며 다소 낯설어 하는 "나" 가 어색한 공존을 이루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그녀는 문득 깨닫게 된다. 정말로 나를 살게 한 건 바로 "윤조"와 그녀가 기어 나왔던 바로 그 보석함이라는걸.

미래가 불안한 청춘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현실은 가끔 버겁고 무겁다.

의지를 가지고 살아야 할 때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생한 에너지를 느끼고 싶어 하는 갈증이 바로 [녹색 갈증]이 아닐지... 주인공 "나"는 현실에서 도망쳐서 비 현실로 들어가고 싶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비 현실로부터 얻은 힘이 오히려 "나"가 현실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이런 책을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은 보이는 것으로만 구성된 게 아니란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지독하리만치 소설 속 인물들과 연결되고 싶어 했던 주인공 "나"는 이제 글쓰기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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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도시 속 인형들 1 안전가옥 오리지널 19
이경희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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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특별 자치시 기술 규제 면제 특구 일명 샌드 박스

미친 과학자들의 안전한 놀이터

모든 첨단 기술들이 자유롭게 거래되는

낙원이자 지옥인 도시

전작 [테세우스의 배]를 통해 만약 한 사람이 육체와 정신으로 나뉜다면 그 둘 중 진정 그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졌던 이경희 작가의 새 작품 SF 연작 소설 [모래 도시 속 인형들]이 안전 가옥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철학적이고 근원적 질문을 던졌던 [테세우스의 배]에 비해서, 이 책은 현란한 디지털 기술에 관한 부분이 더 두드러지기에 다소 가벼워 보이긴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를 꿰뚫고 있는 주요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결코 가볍지 만은 않다. 사이버 폭력에 노출되는 연예인, 음모론에 의해 휘둘리는 사회, 인성보다는 성공을 먼저 가르치는 부모들의 이기주의가 낳은 괴물들 등등등 미래 이야기지만 마치 현재 한국 사회에 와 있는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었다.

유능하고 정의롭지만 인간관계는 빵점인 첨단수사부 검사 진강우와 신출귀몰, 변장과 추적의 달인인 민간 조사사 주혜리가 콤비를 이루어 기상 천외 한 디지털 기반 범죄를 추적하고 해결한다. 사건 해결을 위해 계산적으로 서로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들의 활약은 매우 인간적이다. 맛없는 짜장면을 만드는 중국집에서 매번 회의를 하는 것도 그렇고 코믹하게 서로를 놀리거나 골려먹는 장면을 봐서도 그렇다. 중요한 것은, 인간 복제나 사이버 테러가 벌어지는, 도덕성을 점점 잃어가고 비인간화가 진행되어 가는 이 삭막한 미래 도시에서 모든 존재를 위해 올바른 방향을 찾아간다면 면에서 그들은 정말 "인간적"이다.

첫 번째 이야기인 X Cred/t, 즉 "카이 크레디트" 주인공 카이는 여러 다른 사람들의 우수한 유전자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인간, 즉 유전 공학이라는 어머니가 낳은 자식이다. 그는 뛰어난 외모와 재능으로 단번에 유명인이 되어 디지털 세계를 활보한다. 그러나 한 몸으로 뛰어다니기엔 너무 바빴던 것일까? 카이는 자신과 꼭 닮은 복제 인간 100명을 만들고 "페어런트 101"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경쟁하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진짜 "카이" 도 그중에서 속해있지만 누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죽이기 시작하는 복제 인간들,, 도대체 이곳에서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두 번째 이야기인 "저 디지털 세계의 좀비들"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의체를 지원받아 살아가는 노인들이 서로에게 폭력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지원받은 의체를 통해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사태가 발생한다. 한순간에 좀비가 되어버린 이 노인들은 인기 아이돌 Roo_D.A. 가 살고 있는 건물인 타워 팰리스를 향해 마치 개떼처럼 몰려가는데.... 의체 외엔 가진 것 없는 이 노인들이 부의 상징인 타워 팰리스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좀비화가 된다는 재미있는 설정의 이야기.

나머지 3 편의 단편인 [파멸로부터의 9호 계획], [슈퍼히어로 프로듀서] 그리고 [트윈 플렉스] 도 음모론에 쉽게 동요되는 인간들과 자식들 성공에 목매는 이기적인 부모 그리고 권력으로 소수자를 짓누르는 차별 어린 시선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들을 흥미롭게 다룬다. SF 작품답게 신체에 삽입된 통신 기기 스마트팜이나 하나의 인격이 두 개의 신체를 동시에 조종하는 시술을 가리키는 트윈 플렉스와 같은 최첨단 기술을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IT 기술 면에서 상당히 발전해 있는 우리 사회, 그러나 이 기술이 가진 위태로운 면이 곧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겠다는 경고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이경희 작가는 전작 테세우스의 배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에서도 평택 특별 자치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라는 특수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책 속에 아직 결론 지지 않은 이야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앞으로 시리즈물이 계속 나올 것이라 본다. 마치 배트맨의 고담 시처럼 선과 악이 서로 대결하며 펼치는 흥미진진한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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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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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자랑하던 대도시 뉴욕은 폐허가 되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압도적인 쥐들의 공격과, 그에 맞서는 고양이들.

과연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누가 될 것인가?

이 행성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현재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고양이 관련 서적과 유튜브 등을 통해 행동을 보고 기분 파악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진짜 성능 좋은 고양이 말 번역기가 나와서 우리 냥이와 하루 종일 대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이 책 [행성] 속에는 제3의 눈을 가진, 우주를 아우르는, 지적이고 우아한 고양이 베스테트가 나와서 인류를 멸종으로부터 구하는 대활약을 펼친다. 모든 종들을 다스리는 지배자, 그러나 너그러운 여왕님이 되길 꿈꾸는 고양이 베스테트의 활약이 대단하다.

고양이 베스테트는 정말 독보적인 존재이다. 그녀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인간이 가진 모든 지식에 접속할 수 있고 웹 서핑도 가능하다. 또한 ESRAE라는 이름으로 저장한 USB가 달린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데, 그 USB에는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지식이 저장되어 있다. 그녀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집사의 애정 문제에 관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대단한 이유는 바로 카리스마에 있다. 쥐 떼들로 인해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여러 다양한 전략을 생각해 내고 목숨을 걸고 적지에 뛰어든다. 남이 내놓은 아이디어에 대해 비웃고 조롱하기만 하고 몸을 사리는 인간들보다 훨씬 뛰어난 존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책 [행성] 속 그녀의 활약은 과연 어떠하였을까?

사악한 쥐, 티무르가 이끄는 거대 쥐 군단을 피해 프랑스를 떠나 미국 뉴욕까지 대형 범선을 타고 온 베스테트 무리들. 그들은 뉴욕에서 쥐 떼를 박멸할 수 있는 강력한 쥐약이 개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온 참이었다. 그러나 그 소식은 거짓이었던가? 뱃머리에서 내다본 뉴욕은 마치 거대한 갈색 카펫이 깔린 것처럼 새까만 쥐 떼들로 뒤덮여있었다. 그 거대 미국 쥐들은 배가 떠있는 곳까지 헤엄쳐와서 베스테트 무리가 타고 온 범선을 점령하게 되고 쥐들과 교전을 벌이던 중 많은 동물들과 인간들이 목숨을 잃는다. 최후까지 남은 몇몇의 목숨도 위험해지려고 하는 순간, 그들은 한 고층 건물에서 보내온 도르래를 타고 올라가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된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쥐 떼들은 건물까지 갉아먹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무너진 것을 계기로 피난민과 동물들은 더 안전한 건물인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로 이동하게 된다. 104층에 높이 541미터인 이 빌딩은 마치 미국의 축소판과 같다.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부족들이 각 층을 차지하고 있고 101인의 부족 대표단까지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대표단의 의장은 우리가 알고 있는 힐러리 클린턴 여사인데, 이 책에서 그리 좋게 묘사되지는 않는다. ( 말장난 좋아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전형적인 정치인으로 등장) 쥐 떼를 물리칠 방법을 논의하던 중, 한 IT 기술자의 도움으로 마비된 인터넷이 복구되고 그들은 한 미국 군사 기지와 접속하게 된다. 군사들을 이끄는 그랜트 장군은 탱크 5백 대를 이끌고 뉴욕에 오기로 약속을 하는데, 과연 그들은 쥐 떼를 몰아내고 뉴욕을 재건할 수 있을 것인가?

인류, 우주, 신... 그리고 다음은 지적인 동물? 정말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제 인간보다 더 뛰어난 지식과 전략을 갖춘 우수한 고양이의 활약을 주제로 글을 썼다. 고양이의 눈으로 인간을 본다면 정말 그렇겠다 싶을 정도로, 인간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짚어낸다. 이 책의 주된 소재는 인간을 비롯한 다른 종들과 사악한 쥐 떼들과의 대 전투이지만, 작가는 드러나는 주제 이면에 소통 불가능한 사회, 어디서나 차별을 만들어내는 인간들, 모아놓으면 싸우기만 하고 쉽게 포기하는 인간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에 대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그뿐만 아니라 약자를 억압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며 독재 정치를 찬양하는 쥐 떼들의 모습을 통해서도 인간 본성을 지적하는 듯 했다. 겉으로 보기엔 SF처럼 보이지만 사회 비판을 이끌어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진 쥐 떼들과 다른 종들의 싸움! 과연 고양이 베스테트는 인간을 무사히 멸종으로부터 구해낼 수 있을까? 몇 번이나 실패하고 좌절하지만 이 강인한 암컷 고양이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주된 이야기 외에도 각 장들 사이에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발췌한 짧은 대목을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자칫하며 늘어지고 지루해질 수 있을 만한 전체 구도에 가볍고 흥미로운 텐션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찾아 헤매고 흡수하는 베르나르 본인의 캐릭터가 잘 녹아들어 간 요소라고 생각한다. 목이 잘린 채 살아남았던 수컷 닭 마이크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지적이고 현명한 고양이 베스테트, 그녀가 내놓은 갈등 해결 방식에 깜짝 놀라곤 했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이 행성의 다른 모든 갈등에도 베스테트가 내놓은 해결책을 도입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여러 번 실패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뚝심의 베스테트. 대단한 결단력과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접속으로 인해 프랑스에 있던 사악한 쥐 티무르까지 뉴욕으로 오게 되는데, 한때 인간의 실험동물로 고통받았던 티무르는 인간에 대한 불타오르는 복수심으로 가득 찬 상태이다. 그 뿐 아니라, 베스테트처럼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불이나 폭탄과 같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하기도 한다. 과연 이 티무르의 야욕을 꺾을 수 있을까? 세계를 멸종으로부터 구하고 그들을 지배하는 여왕님이 되고 싶어 하는 베스테트, 그녀의 목표 달성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즐거웠다. 높은 의식을 가진 한 고양이가 어떤 전략으로 세계를 구하는지 알고 싶다면 오늘 이 책으로!!

* 출판사가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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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도 살인사건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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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의 생각을 읽고 조종한다!

살인이 일어나는 죽음의 수학여행에서 범인을 추리해 살아남아라

추리소설가이자 생물 선생님인 윤자영 작가의 신작 [십자도 살인 사건]은 전형적인 밀실 살인 사건을 다루는 추리 소설이다. 즐거워야 할 수학여행에 갑자기 발생한 연쇄적인 살인 사건들. 다 합해도 주민이 채 5명이 넘지 않는 이 조용한 섬 십자도에서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예상치 못한 손님들의 난입이 달갑지 않은 어떤 주민의 짓일까? 아니면 학교에서 시작된 갈등이 섬이라는 고립된 지역에서 더욱더 증폭되어 폭발한 것일까? 그러나 누군가의 연쇄적인 살인 행각에 모두들 당황하고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이 상황에, 세심한 관찰력과 풍부한 과학 지식으로 홀로 사건을 해결하는 자가 있었으니....

​고등학교 과학 선생님인 고민환은 담임을 맡게 된 반의 말썽꾼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그중에서도 회장인 장희종이 제일 골치 아픈 존재이다. 집안이 매우 부유한 탓에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장희종과 그의 어머니. 희종을 비롯한 말썽꾼들이 사건을 일으킬 때마다, 희종의 어머니는 학교로 찾아와 돈으로 교장을 매수한 뒤 모든 일을 자신의 뜻대로 바꿔버린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수학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였건만 장희종이 반 아이들의 분위기를 이끌어버리고 그의 어머니가 학교에 와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결국 섬으로의 수학여행이 결정된다.

​사실 고민환 선생님은 수학여행 이야기가 나왔을 때 즉각 반대를 했지만 교장과 희종의 어머니는 도박과 관련된 민환 선생님의 사생활을 미끼로 그를 협박했고, 어쩔 수 없이 수학여행을 오게 된 것.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걱정한 것처럼, 십자도에 도착하자마자 말썽을 일으키는 몇몇 학생들. 희종은 이장을 돈으로 매수하여 소주와 안주를 얻어내고,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등대에 들어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술 파티를 벌인다. 그런데 아이들이 등대에 다녀온 이후 저주에 걸린 듯 소름 끼치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불량 학생인 김명신 학생이 배가 아프다며 난리를 친 후 정신을 잃고, 등대에서는 이장님이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 십자도, 선생님과 아이들은 이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현직 선생님이 쓴 소설이라서 그런지 아이들의 비행과 그 때문에 고충을 겪는 담임 선생님의 상황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묘사가 된다. 아이들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여행을 온 듯한 선생님들의 불편한 모습과 학생들과 충돌하는 모습이 다소 위태로워 보였다. 비밀스러운 섬 십자도,, 5명이 채 되지 않는 주민들... 그러나 수학여행을 온 지 며칠 되었다고 벌써 살인이라니, 지극히 평범해 보였던 주민들의 모습 뒤로 드리워진 그 무시무시한 본 모습이 과연 무엇일까? 두려웠다. 하지만 만약 섬에 무시무시한 연쇄 살인범이 숨어 있었다면 먼저 당하는 쪽은 취약한 쪽인 학생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연속적으로 당하는 쪽이 주민들인 이유는 뭘까? 혹시 학생들 중 살인범이 숨어 있던 걸까?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속 주인공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하던 누군가의 뛰어난 추리가 있고, 그 추리는 독보적인 과학 지식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진다. 사실 윤자영 작가의 작품에는 어김없이 특정 과학 지식을 이용하는 살인범이 등장하고 그보다 더 뛰어난 추리력을 발휘하는 누군가가 등장하여 살인범의 계략을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미스터리를 통쾌하게 해결한다. 이 작품에서는 사건의 주범과 해결하는 인물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어서 대단히 흥미로웠다. 이야기의 결말이 오기 전, 누군가의 실종과 죽음에 연관되는 거대한 반전이 있으니 기대하시라. 약간 아쉬웠던 부분은 섬에 거주하는 주민의 수가 예상 밖으로 적었던 것과 그들의 개성이 채 드러나기도 전에 살인 사건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장, 이 씨 부부, 청년 회장과 자연인에 대한 보다 세심한 묘사가 있었더라면 범인 추리의 묘미가 더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저지른 과오는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본인에게 되돌아온다는 교훈을 주는 듯한 소설 [십자도 살인사건]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하는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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