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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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오고야 말았고, 찌는 듯한 더위에 맞서 싸우려는 듯 냉기를 품은 호러물들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너무나 음산하고 소름 끼쳐서 읽기만 해도 온몸이 얼어붙을 듯한 이야기가 없나 하고 찾아보던 중,

이 책 [도시, 청년, 호러]를 만나게 되었다. [회색 인간]의 저자 김동식 작가와 [고시원 기담]을 쓴 전건우 작가 등등

장르물로 잘 알려진 친숙한 작가들의 면면이 보여서 좋았다. 도시, 청년 그리고 호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과연 뭘까?

어두운 배경 속 붉게 물든 도시 건물들이 이 책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경고를 하는 듯했다.

시대에 따라 공포의 대상은 조금씩 변해왔다. 고추처럼 매운 시집살이로 인해 K 며느리들이 고생고생했던

조선 시대를 다룬 호러물에는 한을 품고 죽은 며느리 귀신이 무덤에서 튀어나오고,

입시에 짓눌리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을 그린 어떤 영화에서는 학교를 떠돌며 몇 년째 졸업 앨범에 등장하는

학생 귀신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런 게 바로 진정한 괴담이지!!

그렇다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냉정한 자본의 논리로 무장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이야기를 토해놓을까?

눈 뜬 채 벌건 대낮에서 도저히 현실 같지 않은 현실이라는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떤 악몽을 꾸고 있을까?

이시우 작가의 [아래쪽]은 서울시 시설 관리를 담당하게 된 한 신입 비정규직 공무원이 맨홀 아래,

즉 하수구 관리를 하면서 겪는 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스를 통해서 봤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이없는 죽음이

한눈에 그려지는 단편이었다.

김동식 작가의 [복층 집]은 갓 독립해서 꿈에 그리던 낭만적인 구조의 집, 즉 복층 구조의 집을 얻게 된 한 여학생의 이야기이다.

가장 안락해야 할 집이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질 때가 언제일까? 그것은 바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을 때가 아닐까?

집 안에 혼자 있어도 왠지 쳐다보는 눈길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그때 느낄 수 있는 그 오싹한 공포를 담아낸 작품.

허정 작가의 [분실] 은 뭔가를 계속 잊어먹고 잃어버리는 한 청년에 대한 이야기이다.

갓 입주한 고시원 방의 벽에 생긴 커다란 얼룩을 지우던 지우개도 분실하고 친구들과 친척들의 전화번호를 포함,

본인의 모든 정보가 담긴 다이어리도 분실하게 되는 석진. 뭔가를 계속 잃어버리며 자신의 삶까지

잃어버리는 지경에 다다르는 한 청년의 불안이 매우 날카롭게 그려진다.

이 작품은 막판 반전이 좀 충격인데, 이런 게 서술 트릭인가 싶기도 하다.

내 지갑과 개인 정보는 잘 있는지 막막 궁금하게 만든 그런 작품이다.

전건우 작가의 [Not Alone] 은 개인적으로 제일 무시무시했던 작품이다. 혼자 사는 여성이 느끼는 공포가 정말

적나라하게 잘 그려진다. SNS에서 만난 미지의 대상에게 스토킹 당하는 한 여성을 그리고 있는데,

막판 반전이 진짜 소름 끼친다. 도시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괴물로 변해 사람을 잡아먹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한 작품.

도시는 삭막하다.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모른 채 도시는 잘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 책 [도시, 청년, 호러]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그 삭막함과 냉혹함 때문에 고통을 겪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향해 걷고 있는 현실이라는 땅은 그리 단단하지 않고,

도시에서 맺은 인간관계는 피상적이다 못해 공격적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매달 돌아오는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전세금을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괴담이 과연 별것이겠는가? 이런 비정한 도시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다 보면 괴담이 되는 것 같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청년들에게 선사하는 공포를 그야말로 실감 나게 그린 호러물 [도시, 청년, 호러]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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