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형사 : chapter 1. 쌍둥이 수표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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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일지를 들추듯, 빈틈없이 구성된

범죄수사의 모범 답안같은 소설!"

다른 추리소설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철저하게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중심이 되는 소설이다. 지능범죄에 대처하는 형사들의 수사 정석을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이 전혀 없고, 실제로 수표 위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의 경찰들이 어떤식으로 수사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수사를 함에 있어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저자인 알레스 K의 이력을 보면 법과대학을 졸업, 사법시험 합격 후 경정으로 특채되어 실제로 지능범죄 수사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이렇게 현장감 넘치고 사실적인 필력의 이유가 있었다.

주인공 박동금은 원래는 프로골프 선수였으나 여자친구를 쫓아다니던 스토커를 패는 사고를 쳐서 골프선수 자격이 박탈된다. 클럽을 다니며 방탕한 생활을 하는 동금을 보다못한 아버지가 그에게 경찰이 되어볼 것을 권유했고 동금은 이제 경찰이 된지 1년 정도가 된 새내기 형사이다. 그러던 어느날 대한은행에서 발행한 50억원짜리 수표와 관련된 사기 사건이 발생한다. 수표의 주인인 주왕재가 그것을 현금화하려고 했을 때 이미 그 수표들은 현금화가 된 채 다른 지점에서 보관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사채업자로 다른 사람에게 잔고증명을 해주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던 왕재는 대한은행 명동지점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길길이 날뛰지만 이상하게도 경찰에 신고는 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무려 100억원대 수표 사기 사건이다! 소설 [강남형사 - chapter 1 쌍둥이 수표]는 위조 수표 발행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활력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주인공은 갓 부임한 형사 박동금인데,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건 수사 경험도 얼마 없지만 얼떨결에 사건의 담당을 맡게 된다. 그 이유는 그가 운전 실력을 비롯한 기계를 다루는 능력이 뛰어나고 추리력이 좋아서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소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그 이유는 박동금 형사가 아마도 이 사건의 피의자일 것으로 여겨지는 왕도술의 딸, 왕지혜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버리기 때문이다. 형사와 사건 관련자와의 사랑?! 다소 도발적이긴 하나 실제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일 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대한은행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후 수표를 미리 현금화한, 즉 이 사건의 피의자로 여겨지는 왕도술이란 자의 주변을 탐문하게 되면서 형사들은 서서히 사건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게 된다. 사건의 피해자인 주왕재는 소위 사채가 오고 가는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만석파라는 이름없는 조폭 집단을 이끌고 있고 사람들에게 가한 잔인하고 추악한 만행으로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가 경찰에게 이 사건에 대해서 알리지 않은 이유는 일단 100억은 최회장이라는 사람에게서 빌린 것이므로 그 사실을 최회장에게 들키지 않으려던 것이고, 두번째 이유로는 잔챙이들이긴 하지만 조폭 무리들을 이끄는 입장에서 자신이 먼저 피의자 왕도술을 잡아서 돈을 돌려받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경찰 생활을 해 본 저자의 소설이기에 사건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 후 이어지는 형사들의 추적기가 매우 생생하고 현장감있게 그려지는 소설이다. 따라서 사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이미 피의자가 밝혀진 상황에서 이후 어떤 식으로 상황이 전개가 되고 마무리가 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잠도 못 자고 잠복근무를 하는 모습이라던가, 뒤쫓고 있던 사건 관련자가 몰고 있던 차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바람에 추격을 실패하는 장면 등등 진짜 리얼한 한국 경찰들의 수사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소 아쉬운 점은 좀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범인에 대한 미스터리가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난 수사 능력에 카리스마까지 있는 경찰들의 활약은 진짜 멋있었다.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라도 해결해내는 한국 경찰들의 능력을 목격한 느낌이랄까? 수사관이 위주가 되어 이야기를 이끄는 새로운 형식의 소설 [강남형사 - chapter 1 쌍둥이 수표]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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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모든 것을
시오타 타케시 지음, 이현주 옮김 / 리드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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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의 3년 동안, 그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그런 소설들이 있다. 흥미롭게 시작했지만 결국 감동으로 끝나는... 이 소설 [존재의 모든 것을]이 바로 그러한 책이었다. 아동 유괴사건이 주제인 추리소설이라 우선 재미를 기대하게 되기에 나는 심장을 뛰게 만드는, 휘몰아치는 사건들과 그 뒤에 이어질 현란한 추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책 [존재의 모든 것을]읽고 "인간이란 무엇인가?" 나 "진실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 그리고 "강렬한 운명의 이끌림" 등과 같은 다소 묵직한 주제 의식을 떠올렸다.


사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책인가? 싶을 정도로 현장감과 생생함이 넘치는 소설이다. 그러나 장르물 특유의 속도감이나 박진감은 다소 부족할 수 있다. 유괴사건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소설이 아니라 사건이 일어난 지 30년 이후에 펼쳐지는

"진실"을 향한 추구를 다루는 소설이기에 매우 꼼꼼하고 치밀한 추적이 이어지면서 다소 호흡이 길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야말로 "매우 강력한 흡인력, 즉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힘"이 넘친다. 소설의 중심 이야기인 아동 유괴 사건은 흐지부지 마무리되지만 그 이후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굉장히 미스터리하다.  연속으로 발생하는 두 건의 유괴 사건, 그러나 먼저 유괴된 학생은 무사히 발견이 되지만, 나중에 유괴되었던 4살 아동은 3년 동안 실종되었다가 이후 스스로 보호자를 찾아온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아이가 유괴를 당하기 전보다 실종 상태였던 3년 동안 아주 사려 깊은 보호자로부터 돌봄을 잘 받은 흔적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납치를 당하기 전, 철없는 엄마에게서 학대와 방임을 당하며 아슬아슬한 삶을 유지했던 아동 나이토 료.

할아버지가 중견 기업의 CEO였기에 그의 돈을 노리고 범인들이 아이를 납치한 상황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과연 그동안 료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그로부터 30년 후,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 나카자와의 장례식이 열리고 장례식에 참석한 예전 경찰 담당이었던 신문 기자 몬덴은 그가 죽기 바로 전까지도 나이토 료 유괴사건을 수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카자와의 뜻을 이어받아 진실을 파헤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느끼게 되면서 그는 겉으로 보기엔 단서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예전 유괴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가게 되는데....


[존재의 모든 것을]은 분명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르포와 다큐멘터리를 읽는 것처럼 장면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 시오타 다케시가 실제로 기자 생활을 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기록이 아주 치밀하고 촘촘한 기자 수첩을 들여다보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사실에 기반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도 열광할 종류의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설명하기 힘든 깊고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아주 순수하고 고귀해서 그 누구도 상처 입힐 수 없는 선하디 선한 영혼을 목격했을 때 느끼는 그런 감동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들어서 아주 사악하고 탐욕스럽고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들을 많이 봐서 "역시 인간이란 구제불능의 존재인가?" 라면 혼자 투덜투덜했는데 그런 마음의 불순함을 씻어내려주는 청량한 한 잔의 물 같은 소설이다.


소설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료와 료에게 소중한 누군가가 그린 사실화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온다. 그들이 사실화에 그렇게 집착한 이유는 아마도 세상이라는 존재가 가진 한치의 거짓 없는, 있는 그대로의 완전한 모습을 포착해 내려는 그들만의 순수한 시도가 아닐지... 미스터리한 전개 끝에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운 진실을 드러내는 소설 [존재의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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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벽 - 상 민들레 왕조 연대기
켄 리우 지음, 황성연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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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란 공작새 꼬리에 달린 예쁜 깃털 같은 거야.

힘 있는 자에게는 기쁨을 가져다주지만,

새에게는 슬픔만을 가져다주지."

SF 단편집 [종이 동물원]으로 켄 리우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거기에 실렸던 소설 중에서 분명 청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고도로 발달한 기계 문명을 다룬 듯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실제로 있었던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상상력이 만나서 대단히 독특한 분위기를 띠는 소설이었다. 그러한 장르가 "실크 펑크", 즉 "기술이 크게 발달한 가상의 과거를 다룬 역사 대체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런 면에서 비행선과 열기구 등 발전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오래된 미래"를 다루는 듯한 이 "폭풍의 벽"도 실크 펑크를 대표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 [폭풍의 벽]은 민들레 왕조 연대기 중에서 "제왕의 위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발표된 소설이다. 전작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서 앞부분은 조금 헤맸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신화와 역사가 절묘하게 뒤섞인 대하드라마 혹은 서사시를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주인공 조미가 지식인인 루안을 만나서 그를 스승으로 모신 채 열기구를 타고 여러 지역을 여행하며 모험하는 이야기는 마치 영웅신화를 그대로 모셔온 느낌이랄까?

기나긴 혁명 끝에 다라 제국을 이끌게 된 제왕 쿠니 가루. 비교적 열린 사고를 가진 그는 다라 전역에 있는 재능 있는 여성을 모으기 위해서 "황금 잉어 계획", 즉 장래가 촉망되는 여자아이를 찾아내서 그들 부모에게 몰래 돈을 주고 자녀가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치르게끔 격려하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보수적 시각 때문에 그 프로젝트는 별 성공을 거두지 못하지만 사실 쿠니가 그 계획을 만든 이유는 후계자 선택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었다. 두 아들에 비해서 훨씬 똑똑하고 배짱이 넘치는 딸 세라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싶었던 것!

사실 [폭풍의 벽]은 켄 리우 작가가 역사를 재해석하기 위해서 쓴 작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역사는 주로 남성 / 지배자 / 승자 위주의 관점으로 쓰인 것이 사실이다. 사회 속에서 약자에 불과했던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 딸 그리고 정부로 등장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는 강하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적극적인 활약이 묘사된다.

우선 대표적인 인물인 주인공 조미. 그녀는 어촌 지역의 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일찍이 가족들을 잃고 어머니와 둘이서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에 바닷가에서 이상한 환상을 보고 나서 얼굴에 큰 흉터가 생기고 다리 한쪽을 절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처럼 황제의 고문이었던 철학자 루안을 만나게 되면서 자신도 몰랐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깨닫고 여러 방면의 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리고 결국 나라에서 시행한 시험에 합격하여 점차적으로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로 떠오른다.

그녀 외에도 아주 명민하고 지혜로운 쿠니의 딸 세라, 두 아들의 왕궁에서의 입지를 두고 막후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리사나 부인과 지아 황후 그리고 강력한 전투력에 게지라 지역을 이끌고 있는 긴 여왕까지...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더 뛰어난 지략과 의지를 선보인다고 해야 할까? 나는 비록 세계관을 빌드업 해나가는 [폭풍의 벽] - 상까지 밖에 못 읽었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쿠니 가루의 뒤를 이을 2세들의 성장과 정치판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건하게 다지는 조미의 활약이 기대되었다. "실크 펑크" 장르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켄 리우의 신비롭지만 매우 감동적인 역사 판타지 세계를 함께 탐험하고 싶은 독자들이 꼭 읽어봐야 할 소설 [폭풍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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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방식으로 먹기 - 익숙한 음식의 낯선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
메리 I. 화이트.벤저민 A. 워개프트 지음, 천상명 옮김 / 현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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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문제에서 영토 전쟁과 권력.

요리법과 도구, 소울푸드, 대형마트의 등장까지...

시대와 나라를 가로지르는 음식에 관한 새로운 탐구

하루 3끼, 매일 먹는 음식에는 그 나라의 문화 그리고 역사가 녹아있다. 정작 식사를 할 때는 이런 부분을 생각하고 먹지는 않지만 가끔씩 문득 스쳐 지나가는 아이디어들이 있긴 하다. 미역국은 언제부터 끓어먹기 시작했을까? 김치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기 시작했을까? 왕들의 음식은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보릿고개, 즉 음식이 부족하던 시절에 서민들은 쌀 대신에 과연 어떤 대체 음식을 먹어야만 했을까? 등등... 예전에는 우리나라 음식이 세계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제 한류가 대세가 되면서 김치를 찾는 세계인들이 많아졌다. 이렇게 시대와 역사 그리고 각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음식. 책 [다른 방식으로 먹기]는 인류 역사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형성된 이 음식 문화를 탐험하고 성찰한다.

우선 저자에 대해서 살펴보면, 메리 I. 화이트 교수는 보스턴대학교의 인류학과 교수인데, 주로 일본의 음식, 여행, 식문화 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화 인류학자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욕망과 호기심, 무모함으로 점철된 인류의 삶 속에서 음식이 과연 어떤 기능을 해왔는지, 어떤 사회적 의미를 지녔는지를 문화 인류학자의 관점으로 살펴본다. 공동저자인 벤저민 A. 워개프트는 메리 교수의 아들인데, 어머니의 영향으로 식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역사학자인 벤저민 저자는 주로 농업의 기원을 시작으로, 음식의 변천 과정을 다루고 있고, 시대별로 나라에 따라 탄생한 음식을 역사학자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 이야기하고 있다.

총 9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장 : 농업의 기원으로 보는 자연과 문화에서 시작하여 9장 : 다른 방식을 먹기에서 끝맺음이 된다. 마치 인류의 역사를 보는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장에서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농경 생활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어떤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것부터 설명이 시작되는 점 때문이었다. 2장 : 고대 세계의 주요 제국들에서는 일찍이 세계의 많은 나라들을 지배하고 큰 영향력을 끼쳤던 3개의 제국들 - 페르시아, 로마, 그리고 중국 한나라 -의 관점에서 펼쳐진 식문화를 다루고 있다. 페르시아인들의 음식에는 단맛이 빠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는 그리스인들의 식습관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점 등등 그동안 몰랐던 흥미로운 지식의 향연이 펼쳐졌다.

3장 : 중세의 맛에서는 유럽에서 특히 종교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중에서도 "맥주"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영국에서는 가족들이 먹을 맥주를 직접 만드는 "에일와이프"라는 여성들이 있었으나 맥주 제조가 가톨릭교회로 완전히 넘어가게 되면서 산업화가 되고 맥주의 질 자체도 높아졌다는 흥미로운 옛날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4장 : 콜럼버스의 교환인가, 세계의 재창조 인가에서는 부자가 되려는 욕심에 향신료를 찾기 위해서 신대륙에 도달한 여러 탐험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때 아메리카 대륙에서만 나던 식재료들이 유럽으로 넘어가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유럽에서 온 정착민들이 가지고 온 바이러스나 질병으로 많은 원주민들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과 노예로 팔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쌀 관련 지식과 아프리카 양념으로 여러 다양한 음식을 만들고 지역 식문화를 연결시켜 주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5장 : 음료, 사교모임, 그리고 근대에서는 사람들의 사교생활을 뒷받침해 주었던 커피, 차, 디저트 그리고 초콜릿과 같은 식품 위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6장 : 식민지와 카레에서는 본격적으로 전 세계적인 식민지를 구축해나갔던 영국과 네덜란드의 음식 문화에 스며든 식민지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된다. 7장 : 음식 산업혁명과 8장 : 20세기 식습관, 또는 불만족스러운 대용량 식품에서는 각각 산업화 시대의 노동 분화로 인한 요리 문화의 변화와 대형 마트와 패스트푸드점의 탄생으로 보다 자본화되고 표준화된 음식에 대해서 다룬다. 9장 : 다른 방식으로 먹기에서는 저자가 일본에 거주하여서 그런지 요리에 사용되는 다양한 일본 칼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결국엔 각 나라와 문화에 따라 음식을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먹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과 요리법 등을 다루는 책인 [다른 방식으로 먹기]를 다 읽고 나니 단 한 접시의 요리에도 얼마나 많은 지식과 요리법이 들어가 있나 싶어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책 한 권으로 이렇게 폭넓은 음식 역사와 음식 인류학에 대한 지식을 갖출 수 있다면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꼭 읽어봐야 할 책이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의 식탁에서 시작되는 너무나 흥미로운 음식 이야기 [다른 방식으로 먹기]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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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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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벌레가 필요하듯

삶에도 부정적 감정이 필요하다!

저자 크리스타 토마슨은 우리의 마음을 정원에 비유한다. 아무리 성실하게 정원을 가꾸더라도 잡초는 생길 수밖에 없는데, 바로 분노, 시기, 질투와 같은 나쁜 감정을 잡초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정원을 가꾸는 입장에서는 잡초란 제거하고 통제해야 할 대상에 불과하고, 따라서 이런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부정적인 감정은 제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녀는 우리의 부정적 감정에 대해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안한다. 나쁜 감정을 '지렁이'라고 생각하자는 것. 지렁이를 역겹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건강한 흙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존재라는 것. 지렁이, 즉, 부정적인 감정은 아름다운 정원, 즉 조화롭고 풍요로운 삶의 일부분에 속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누어진다. 1부는 그동안 우리의 사회나 문화에서 어떤 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통제하고 관리하려고 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많은 종교와 학파들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인 나쁜 감정들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되도록 긍정적인 감정만을 드러내고 부정적인 감정은 억압하거나 통제하려고만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경향을 이끈 대표적인 학파로 스토아학파가 있는데, 이 학파에 속한 사람들은 대표적인 감정 통제형 성인이고 그들은 부정적인 감정이야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마디로 그들은 무관심 혹은 부동심이라고 하는, 감정이 없는 상태야말로 최고의 경지라고 여겼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부정적인 감정의 존재를 무시하고 무조건 억압하려 한 감정 통제형 성인이 있었다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되도록 수양하거나 변화시키는 방법을 통해서 삶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한다. 매일 감사하며 잠드는 사람들, 스스로의 감정에 약간의 거리를 두는 사람들, 그리고 명상 등을 통해서 감정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그들인데, 서양에서 콘푸키우스라 불리는 "공자" 이러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인자, 즉 수양을 통해서 온전한 사람으로 변모한 자는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모두 느끼기는 하지만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진정성 있게 느껴야 한다. 말하자면 단련을 통해서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양 극단으로 치닫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 감정 수양형 성인들의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 통제형과 감정 수양형 모두에게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로 좋은 삶일까? 감정을 억제하여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인간답게 사는 길일까? 우리는 한낱 인간일 뿐이고, 자기애를 가진 존재이기에 당연히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나쁜 감정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로부터 오는 혼란과 불안도 최대한 경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듯한 저자. 2부 : 악마와 함께 춤을 에서는, 저자는 흔히들 말하는 부정적인 감정 - 분노, 시기, 질투 등 - 을 우리가 왜 느끼게 되는지, 그리고 그런 감정들을 삶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우리의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고, 누군가가 우리를 억압한다면 그건 우리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니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 ( 갑작스레 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에게 국민이 분노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

이 책 [악마와 함께 춤을]이 좋은 책인 이유는,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나쁘게 그리는 게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왜 그런 감정들이 솟아오르는지를 명확하게 짚어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분노"는 우리가 소중하게 대접받지 않을 때 주로 발생하는 감정이고, "질투"는 사랑하는사람에게 언제 배신을 당할지 모르는 우리의 "취약함"에 대한 두려움의 일부일 뿐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는 와중에 부정적인 감정을 마냥 누르고 감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느끼고 흘려보내는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 우리는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고 분노, 불안, 두려움 등 어떻게 보면 부정적인 감정을 자주 느끼며 살아가는 듯하다. 이럴 때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껴야만 하는지를 제대로 짚어주는 이런 책을 읽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감정 지능을 좀 더 높여줄 만한 좋은 책 [악마와 함께 춤을]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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