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파단자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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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독특한 책을 만났다.  기억의 상실과 조작에 대한 작가의 연구논문 같은 소설이다. 남의 기억을 조작해서 그들을 노예부리듯 할 수 있는 희대의 싸이코패쓰와 반대로 기억을 매일 잃어버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주인공 타무라 니키치는 폭력사건에 휘말려 크게 다친 이후로 전향성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는 병에 걸린다. 한마디로 방금 전 일이 기억에 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반드시 노트에 일상을 기록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하루하루가 낯설고 매일 만나는 사람도 곧 낯선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 남자 키라는 다른 이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는데 스스로를 신으로 생각하는 싸이코패쓰라 다른 이의 목숨을 파리 다루듯 한다.  머리는 또 어찌나 비상한지,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 그때 그때 임기응변으로 그 상황을 빠져나간다.

그런데 한 사건을 계기로 니키치와 키라가 만나게 되고 둘은 서로가 비정상임을 알아본다.  키라의 초능력이 통하지 않았던 니키치. 키라가 아무리 가짜 기억을 심으려 해도 곧 휘발되어 버리니까. 타무라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키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고는 깨알같이 노트에 기록한다.  그리고 그의 사진까지 붙여놓고는노트에 이렇게 기록까지 해놓는다.

" 나는 지금 살인마와 싸우고 있다 "

이 책이 특이한 이유는, 두 주인공을 통해서 작가가 인간의 기억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과 동시에 설명하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기억이 100% 맞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혹시 누군가의 유도나 냄새와 같은 감각적인 자극에 의해 기억이 뒤틀린 건 아닌지.

실제로 키라에게 당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은 키라가 물방울처럼 떨어뜨린 작은 기억의 조각을 가지고도 그것을 이어붙여서 스토리를 만들어버린다. 생각만해도 무시무시하다.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도왔다거나 성추행을 했다는 식으로 기억을 조작해버리는 사악한 키라. 읽으면서 욕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무력한 주인공 니키치. 매일 매일을 노트에 매달려야하고 카메라 작동법 같이 쉬운 것도 수없이 반복해야 하는 그가 , 초능력을 가졌고 머리까지 비상한 악인과 맞서야한다. 기적이 일어나야할텐데..... 둘 사이의 대결로 인해서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이 책을 읽는 내내 느껴진다. 마치 2분 전에 이 세상에 태어난 듯한 아기같은 니키치가 과연 악인을 이길 수 있을까? 무슨 일이 발생할 지 몰라 계속 책을 읽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반전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되는 소설. 기억 파단자. 반드시 읽어봐야 할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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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감 -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창비청소년문고 31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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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미 작가님의 존재, 감을 읽었다사실 이런 책은 읽기가 쉽지 않다책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아니다. 오히려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왜 자꾸 마음이 불편해질까그건  아마도 내가 외면하고픈, 골치아프게 느껴지는 사회 문제들을 작가님이 끄집어내셔서, 그로 인해 자꾸 불편해지는 나의 감정과 대면하게 끔  유도하셔서 그런게 아닌가 싶다. 

김중미님은 " 괭이부리말아이들 " 을 쓰신 분으로 유명하시다. 매우 오래전에 책을 읽어서 내용이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데 가난으로 인해서 상처받고 아파하는 아이들을 그린 책이라고 되어있다.   아직까지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되는 가난, 돈이 없으면 죄인이 되는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은 얼마나 상처를 받아왔을까?  우선,,뭐 나부터도,,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과정 속에서 지칠대로 지친 경험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 경제성장 을 외치며 쉼없이 달려왔다.  우선 먹고 살고보자라는 일념아래근데 그 " 경제성장" 의 혜택을  도대체 누가 받고 있는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장애를 가졌거나, 가난하거나늙었다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게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 부분은  반성하고 복지에 힘써야 한다.   정치인들을 싸잡아서 욕하는 걸로만 끝나면 안될 것 같다.   시민들 모두가 인식이 바뀌는게 옳다고 본다.

이 책 1부에는 김중미님이 강연을 한 내용 중, 작가가 공부방을 운영하면서 직접 만나봤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장애인, 외국인 이주노동자, 농민들, 길고양이 등등공동체의 배려를 제대로 받지 못 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특히 시각장애인인 진영이 편에서는, 일류 대학이라는 모대학에서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못했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꼈다과연 이런 나라가 선진국이 맞는지?

공동체를 나무라고 봤을 때, 줄기만 튼튼하면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괜찮으면 된다고.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뿌리가 썩으면 그 나무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내 생각에는 공동체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제대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는 뿌리가 썩어가는 나무와 같다고 생각한다.   뿌리가 썩어가면서 줄기도 썩고 나중에는 제대로 된 열매를 맺지 못 할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는 무너질 것이다.

2부에서는 강연 중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 위주로 쓰여져 있다.  작가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나와 있는데,  나와 많이 비슷하신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책 좋아하고 그림 좋아하고, 그리고 결정적인 건남 앞에 나서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셨다는 것!!!!   나도 활자 중독에 가까울 정도로 책을 좋아했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였다.

작가님은 어린 시절에도 사회의 모순을 꿰뚫어보고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아이로 그려진다.  그런 날카로운 관찰력 덕분에 김중미님은  어른이 되어서도,  공동체에서 부당한 취급을 받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을 남들에 비해서 많이 느끼고 그것을 공론화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 내용 중

저는 지금도 평화는 좀 시끄럽고 불편한 것이라 생각해요. 신영복 선생님은 평화를 모든 사람의 입으로 쌀이 골고루 들어가는 것, 그러니까 모두가 공평하게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이라고 했어요.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먹으려면 자기 혼자 먹으려는 사람들과 맞설 수밖에 없어요. 같이 나눠 먹어야 하는 이유를 말해야 하고 굶는 사람이 없도록 노력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평화롭게 살려면 시끄럽고 소란스러워야 하죠


오랜만에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책을 읽은 것 같다.   김중미님이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농사를 짓는 것 같은데 그런 시골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을 읽으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  사회 문제를 지적할 때는 날카롭지만 공부방 아이들을 대하고, 약자들을 대변하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이모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  모두에게,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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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의 우아한 강도 인생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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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유쾌하고 귀여운 강도단이 있다니........  이 책은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은행의 돈과 탈세하는 갑부들의 돈을 훔치는 평균 75세의 어르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노인 강도단은 단지 돈을 취하려는 욕심에 강도 사건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습니다.   은행을 털거나 갑부들의 돈을 손에 넣게 되면 그 돈을 누군가에게 나누어줍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 (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지만 쥐꼬리 같은 월급을 받는 사람들 ) 입니다.  그리고 메르타 할머니는 장기적으로는 요양원에 갇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을 위한 환희의 마을 ( 혹은 빈티지 빌 - 모든 것이 갖추어진 꿈의 마을 ) 을 짓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강도단은 범법을 저지르는 강도단 치고는 너무나 재미나게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집니다.  말 울음 소리를 닮은 안나 그레타 할머니의 웃음소리,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그리고 작은 체구지만 바나나 백으로 조폭의 사타구니를 강타하는 메르타 할머니까지...  읽다가 킥킥 거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분들은 다들 개성이 강하고 능력도 출중합니다.  비록 보행기를 몰고 다니긴 하나,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메르타 할머니 ( 기획력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 뚝딱뚝닥 뭔가를 잘 만들어내는 천재 할아버지 ( 그들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기계를 제작하십니다 ), 금융 정보에 빠삭한 안나 그레타 할머니 ( 번 돈을 잘 굴려서 눈덩이를 만들어내죠 ), 그리고 건강식과 운동을 챙기는 스티나 할머니 ( 레스토랑을 슬기롭게 이끌어내십니다 ),  마지막으로 방구쟁이 갈퀴 할아버지. ( 선원이었을 때의 경험이 톡톡히 쓰입니다 )

우리가 보통 노인분들을 생각할 땐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움직이는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에 시달리며 병원에 누워있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도 있으나, 이들은 다릅니다.   각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돈을 손에 넣기 위한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우고 ( 머리를 굴려야 합니다 ), 돈을 좀 더 벌기 위해서 레스토랑도 여는 등 ( 담대해야 합니다 ), 사업을 벌여나가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조폭들의 위협을 받기도 하지만,  메르타 할머니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을 물리칩니다.   바나나백을 이용하여 그들을 파리 쫓듯 쫓아낸 에피소드는 박장대소를 유발하지요.  

요즘 들어서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느낄 정도로, 나날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가진 사람들은 더 가지기 위해 혈안이 되어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가면서 부를 불리는 반면, 정작 공동체 내의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 가난하거나 장애를 가진 그리고 나이 많으신 분들 , 즉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피는 사람은 드문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힘들어도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힘드니까 나만 살아남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니까 당연할까요?  아닙니다.  당연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각의 차이가 있겠지요.  공동체를 우선시 하느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느냐....  뭔가 결정을 내리기 힘들긴 하나 이런 면에서 메르타 할머니는 현대의 홍길동 같습니다.  갖은 노력 끝에 은행을 털고 갑부의 요트를 훔치는 이유는 결국 소수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약간 털어서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 애쓰고 있는 성실한 대다수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겠다는 착한 마음이거든요.

이 책에는 강도사건만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좀 심심하겠지요.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인 70~80세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핑크빛 로맨스도 볼 만 합니다.  천재 할아버지는 메르타 할머니를 사랑하고 옆에 묶어두고 싶어 청혼을 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인 메르타 할머니는 결혼을 망설입니다.  이들 사이의 알콩달콩 사랑의 줄다리기도 꽤 볼만 합니다.

이들은 은행을 털고 요트를 훔치는 과정에서도 머리가 비상한 메르타 할머니의 계획을 통해서 누구의 눈에도 걸리지 않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판에 블룸베리 전 경관이 이들의 계획에 뛰어듭니다.  안나 그레타 할머니와의 로맨스를 통해서요.  그는 과거에 경찰이었지만 지금은 사설 탐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해커 수준인 그의 컴퓨터 능력으로 인해, 지금까지 모든 사건들이 들통이 날 위기에 처했습니다.  노인 강도단은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까요? 

책을 읽는 내내 너무 즐거웠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고 비록 가상이긴 하지만 탈세하는 금융 사기꾼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 메르타 할머니의 기가 막힌 수법을 보고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아.... 이 책 만으로는 부족할 듯 싶습니다.  다른 책을 통해 메르타 할머니를 다시 한번 만나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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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새소설 1
배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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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자음과 모음 경장편소설상 수상작인 [ 시트콤 ] 을 읽었다.  띠지에  나와 있는 수상 소감에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 원고를 온갖 곳에 들고 다니며 읽었다 라고 나와 있는데 나 역시 그랬다.  책 속의 사건들이 워낙  박진감 넘치게 진행되고 깨알같은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바람에 그 다음 일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에까지 들고 가서 읽게 되었다.
    
만약 누가 이 책에 대해서 떠오르는 단어가 어떤 것들이 있냐고 물으면 요절복통”, “황당무게”, “ 박장 대소 라고 이야기 할 것이다.  책 속의 사건들은 현실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은 좀 낮은 이야기들이라 좀 " 황당무계 "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사건들이 절묘한 반전을 거듭하며 이어지는데 주인공을 비롯하여 제 정신인 사람들이 하나도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 요절복통 " 시리즈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난데없이 사람을 웃기는 장면이 튀어나와서 읽다가 " 박장대소 "를 하게 된다.  카페에서 읽는다면 조금 조심해야 할 정도로.  그야말로 세상은 요지경~~ 이라는 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올정도이다.
     
경장편 소설인 이 책의 구성은 chapter 0 상담실부터 Chapter 5 각서까지 6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이 책 전체의 주인공은 연아와 연아엄마인데 고집불통인 둘 사이의 갈등과 마찰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그 사이사이에 다른 인물들의 사건들이 끼여든다. 그것도 아~~~~주 절묘하게.
 
연아는 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 모범생이다. 그러나 자신을 옥죄며 서울대에 가기를 주장하는 어머니의 통제가 그녀에게는 너무나 버겁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연아에게 방학 동안  철원에 있는 기숙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만 하기를 강요한다. 이것이 다 그녀를 위한 일이라는 핑계를 대고. 어릴 때부터 엄마의 통제를 받아야했던 연아는 이것을 계기로 폭발하게 되고 엄마에게 대들었다가 김치 한 포기로 얼굴을 얻어맞는다.
 
그렇다,,,,, 바로 그것이다.  막장드라마에 나왔던 장면.  " 김치 따귀 " 라니,  너무나 억지스러웠던 설정이지만 동시에 사람 사이의 갈등과 마찰을 이것보다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다.  그런데 이 소설에는 이 보다 더 막장스러운 장면들이 등장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든다. 아빠차로 경찰차와 추격전을 벌이는 고등학생, 원조교제를 하면서도 당당한 여학생 등등... 그러나 내용은 심각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 등장하지만 작가가 알아서 코믹하게 마무리해준다.  범죄소설이 될 뻔했다가 시트콤이 된다.
    
그러는 동시에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문다. 김치를 얻어맞고 가출하여 찜질방을 찾아간 연아에게 도로를 질주했던 남고등학생들의 이야기가 뛰어들고,  찜질방에서 돌아온 연아의 이야기에 원조교제를 하던 아저씨의 이야기가 뛰어든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시 첫 번째 장면인 상담실로 돌아간다. 이런 식으로 이 책의 이야기는 강아지가 자신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 듯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문구가 기억이 났다.  "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 라고.  멀리서 보면 연아는 전교 1등의 모범생이고 부모님은 그런 자녀를 둔 덕분에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인다.  돈 잘 버는 아버지 덕분에 어머니는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러나 연아는 자신에게 집착하는 어머니 때문에 괴롭고 어머니는 일찍 결혼하느라 펼치지 못한 자신의 꿈 때문에 항상 결핍을 느끼고 그것을 자식을 통해 풀려고 한다. 

글의 스토리는  제목 [ 시트콤 ] 이 가리키는 것처럼 다소 경박하다 싶을 정도로 가볍게 펼쳐진다.  그러나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현미경으로 책을 들여다본다면, 작금의 사회 문제에 대한 --- 원조교제, 공부만 강요하는 어른들, 생각없는 아이들 --- 에 대해서 작가가 펜을 이용하여 풍자와 해학의 굿을 한 차례 펼쳤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은 매우 가독성이 뛰어나고 재미있었다.   별점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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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잠 못 드는 시리즈
안용태 지음 / 생각의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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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이집트 여행을 간 적이 있다날씨는 덥고 파리들은 달라붙고 버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등등  좀 힘들었던 여행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힘든 여행을 상쇄시켜주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피라미드와 이집트 박물관이었다. 그 두 곳을 방문했던 기억은 십 수년이 지난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특히 이집트 박물관은 하루 종일 돌아다녀도 유물을 다 볼 수 없을 정도의 굉장한 규모였다. 투탕카멘의 가면과 거대한 왕들의 관 ( 정말 집채 만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10명의 사람들이 들어갈 정도 ) 은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그때는 그냥 유물들을 보고 감탄하기만 했었는데 지금 이 책 [ 너무나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미술 이야기  ]를 읽고 나니 이런 책을 한번 읽고 여행을 갔더라면 너무나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몇 점에 대한 감상만 늘어놓는 책이 아니다. 큰 줄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의 시작과 끝과 함께 하는 미술인류의 시작과 끝 ( 끝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 에 항상 미술이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미술의 탄생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역사, 사회, 종교, 철학적 배경을 소개하고 있다.   역사나 철학 등이 나온다고 하니 어려울 것 같지만,  절대로 어렵지 않다. 

솔직히 미학이나 미술사를 다루는 책들은 많이 어렵다.  전문적인 용어가 너무 많거나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쪽으로 유명한 교수의 미학사 책을 몇 권 사본 적 있는데 물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으나 나 같은 미술 감상의 초보자들이 읽기엔  내용이 좀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은 독자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내용 위주로 다루되, ---  원시 시대 벽화, 이집트 미라, 미켈란젤로의 천지 창조 등등 ---  새롭고 흥미로운 내용들도 가득하다.   저자 안용태님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인문학을 가르치는 분이라고 하시니,  미술을 감상함에 있어서 역사적 배경이나 관련 사조, 철학 등을 함께 아는 것이 이해를 돕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아시는 것 같다.
     

그림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개별 그림에 대한 설명이나 화가의 생애를아는 것만큼이나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그 그림을 볼 수 있는 지적 배경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되었다. 거기에 역사, 신화, 사회, 철학을 아우르는 통합된 시선을 가질 수 있다면, 비단 그림 뿐만 아니라 예술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미술에 대한 견해이다.  그의 견해가 바로 이런 책을 낳은 듯 하다.   선사 시대부터 후기 인상주의 시대까지 그 시대에 유명했던 작품 몇 점이 소개 되고 연관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종전에 몰랐던 내용들도 나와서 너무 흥미롭다.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 하자면 먼저 이집트인들의 내세에 대한 관심.  그들은 영원한 삶을 추구했다.  그리고 인간을 바 (영혼), 카(생령), 아크 (육체) 로 나누었는데 사람이 죽어서 육체가 썩어버리면 남는 카 (생령) 가 갈 곳이 없어서 미라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의 죽음의 역사적 배경.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사실은 유명하다.  그러나 그의 죽음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 것은 다름 아닌 30년 전쟁으로 쇠락해진 아테네의 국력이란 사실이 책에 나와 있다.   대답이 쉽지 않은 짜증스런 질문을 하고 다니는 소크라테스가 쇠락해진 아테네 위정자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인데 의외로 술술 읽혀나가서 너무 신기했다.   저자가 독자들을 배려해서 되도록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쉬운 문장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미술이나 조각 한점 뒤에 숨어있는 역사, 종교, 철학적 과 그 전까지 알지 못했던 미술 사조 - 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매너리즘 등등 - 를 이번에 알게 되어서 앞으로 미술 감상에 많은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 감상을 제대로 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미술에 관심 있거나 미술을 본격적으로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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