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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 지음, 이지윤 옮김 / 갤리온 / 2019년 10월
평점 :
사람들이 범죄소설에 열광하고 법정씬이 화려한 영화나 소설을 좋아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정의가 실현되는 것을 보고 싶어서가 아닐까? 나는 그 반대의 경우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범죄자가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직접 범죄에 가담하였거나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상,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보고 싶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이 책 [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 ] 에는 의도했거나 혹은 의도치않았거나 간에 죄를 지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법망을 피해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로 실려있다. 표지에 나와 있는대로 [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12가지 충격 실화 ] 이다. 지구상에 아직도 이런 일이 일어날까? 싶을 만큼 놀랍고도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는데, 현재 나는 도덕적 판단의 혼란 상태에 와 있다. 흠....
변호사를 흔히 영어로 devil’s advocate 이라 부른다. 악마를 대변하는자 라는 뜻의 번역에 맞게 변호사는 의뢰인이 누구냐에 따라서 악역을 담당해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아주 사악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아야할 거 같은데,, 그렇게 살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 책에도 그런 정신적 부담을 안아야했던 한 변호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특히 변호사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와 정신적 부담을 몰랐던 애송이였다.
이 책은 변호사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살인과 같은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유유히 빠져나간 사례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변호사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번지르르해 보이는 사법제도가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 고백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변호사의 능력에 따라 혹은 증거 불충분 등으로 악인들이 살아남았던 불공평한 사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평생을 변호사로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보면 양심 고백으로 들리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법이 의외로 주먹보다 멀다는 것을 담담히, 객관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기도 했다.
여러 가지 안타까웠던 사연들 중에서 제일 마음 아팠던 것이 동유럽 여자들이 독일로 인신매매를 당해서 겪게되는 비참한 사례였다. 이 사례에 등장하는 의뢰인의 변호를 맡게된 사람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고등교육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지만 자신의 강한 의지로 변호사자리까지 올라가게된 여성이었다. 그녀는 마땅히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해야하지만 음... 처음 그녀가 맡게된 의뢰인 때문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회의를 품었던 것 같다.
그녀가 맡았던 그 의뢰인은 겉으로는 젠틀해보이고 매우 친절한 남자였지만,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여성들을 인신매매해서 그녀들로 하여금 몸을 팔게 하고 학대한,, 정말 사악한 인간이었다. 애송이 변호인은 나중에서야 그러한 사실을 알게 되고 변호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왠걸 < 변호사 윤리 장전 제 19조 > 에 따르면 "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여서는 아니된다 " 라는 내용이 나와 있다. 어쩔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최고의 악인이라 할지라도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 결국 에송이 변호사였던 그녀는 의뢰인에게 14년이 구형되었던 1심 파기 환송을 받아내고 재판을 다시 열리지만, 첫번째 재판에서 증인을 섰던 루마니아 여성은 다시 증인석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그녀가 증언을 하기 위해 돌아왔던 그 잠시 동안, 살해 되어 버려졌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겉으로 보기엔 사고로 보일 수 있는 사건들도 있고 피고의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억울한 피해자의 한을 풀지 못한 사건들도 있었다. 그리고 증거가 충분치 못해서 범인이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간 사건들도 많아 보였다. 변호사란 직업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가끔씩 회의가 들지는 않을까? 같은 인간으로써 이게 할 짓인가?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정말 충격적이고 놀라운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 책. [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