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베스 올리리 지음, 문은실 옮김 / 살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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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가온다. 치아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추운 날씨가 찾아오면 우리 마음 속에 떠오르는게 몇 가지 있다. 시린 손을 녹여줄 따뜻한 캔 커피,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호빵 그리고 매력적인 사람들의 우연같은 필연적인 사랑 이야기...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이 마음까지 따뜻해버리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영국 작가들을 따라올 수가 없을 것 같다. 한때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 러브 액츄얼리 ] 부터 [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 그리고 코미디는 아니지만 눈물, 콧물을 쏙 빼는 [ 미 비포어 유 ] 까지......

대학에 들어가서도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은 한국 사회와는 다르게 서양의 경우는 일찍 독립을 하여 혼자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두 주인공 티피와 리언도 살인적인 물가로 시달리는 런던에서 독립한 채 겨우겨우 살아내고 있다. 둘 다 직업에 상관없이 박봉을 받는 모양인지 아니면 집의 임대료가 엄청 비싸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아이디어를 내야하는 것인지, 리언이 하나의 집을 낮과 밤으로 나누어 쓰는 기가 막힌 아이디어를 낸다.

얼마전까지 남자친구 저스틴의 집에 살았으나, 그에게 새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한순간에 노숙자 신세가 된 티피, 그리고 병원 간호사로 일하는데 주로 야간근무를 하기 때문에 저녁 6시부터 밤새도록 집이 비어있는 리언, 각자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하나의 집을 낮에는 리언이 쓰고 밤에는 티피가 쓰는, 아주 묘한 동거 관계가 시작된다.

티피는 [ 코바늘 뜨개질 하는법 ] 같은 마니아층만 좋아할 것 같은 책을 내는 소규모 출판사에 다니면서 박봉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롭고 개성이 강한 영혼이다 . 박봉을 받을 지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리언은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환자들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고 그들에게 진심어린 관심을 주는 정~~~~말 가슴이 따뜻한 남자이다. 약간 무뚝뚝해서 그렇지..

그들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메모로 안부를 나누고 있다. 짧았던 메모가 길어지고 리언은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혀있는 동생 리치의 이야기까지 티피에게 털어놓는다. 남들의 불행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까지 둘이 어쩌면 이렇게 똑같은지... 티피는 가장 친한 친구 변호사 거티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책인데,,,, 진짜 너무너무 재미있다. 뭐라고 할까? 약간 [ 브리짓 존스의 다이어리 ] 스럽긴 하다. 엉뚱하고 발랄한 여주인공, 그녀는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아름다운데 혼자서 그걸 깨닫지 못하는 캐릭터?? 그리고 리언은 또 어떤가? 2차 세계대전때 만났던 애인을 잊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환자를 위해서 그 애인을 찾기 위해서 수소문하는 남자... 왜 이리 다들 오지랖이 넓은건지.. 이상하게도 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 한구석에서 따뜻함이 솔솔 밀려나온다.

희한하게도 티피가 만났던 저스틴은 나쁜 남자의 대명사같은 행동을 하고 ( 사귀던 중에 다른 여자를 만남 ), 리언이 만났던 케이는 리언의 동생인 리치가 감옥에 있건 말건 상관도 하지 않는다 ( 리치가 범행을 저질렀을 거라는 발언까지 한다!!! 간이 배밖에 나왔던지 아님 리언을 사랑하지 않았던지 둘 중 하나 )... 이제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직까지 제대로 서로를 만나보지도 못한 두 주인공이 만난다는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심장이 두근두근 거린다.... 물론 그들이 만나서 사랑에 빠질 거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다. 그냥 친구같은 사이가 될 수도 있고 뭐 티피의 친구인 거티와 리언이 사귈 수도 있고 기타 등등등.. 하지만 그들 둘 다 개성있고 매력있고 무엇보다도 인성이 갑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이 시점에서 둘이 이어질 수 있길 간절히 바랄 뿐...

짓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쓴 리치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리언의 환자가 2차 세계대전 때 잠깐 만났던 동성 연인을 그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역시 혼자서 살아갈 순 없는 것이다. 사랑은 사랑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자기 자신보다 더 남들을 사랑하는 것 같은 두 주인공을 보면서 잠시나마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 따뜻하지만 재미있고 웃기지만 동시에 감동적인 책을 찾고 있다면 추천해주고 싶은 책 [ 셰어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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