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이경규 에세이
이경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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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는 것이 농담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도 아주 완벽한 농담."

아는 연예인은 별로 없지만 나는 개그맨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항상 남들을 웃기려고 노력하기에 가볍게 취급받는 경향이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재능이다. 번뜩이는 재치와 창의성이 있어야 하고 내 상황이 어떻든 간에 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나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더욱더 그들을 높이 평가하는 편이다. 나는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는 그 사람이 평소 하는 말이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편인데, 그런 면에서 아주 까칠해 보이지만 실속 있는 뼈그맨 ( 뼛속까지 개그맨 ) 인 이경규 씨를 아주 좋아한다.

이번에 그가 낸 책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은 "이경규"라는 인간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줬다. 우선 이 분은 "소년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영화 제작자로 훌륭하게 변신한다. 107쪽 "소년과 운명의 극장 삼거리"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영화를 보다 잠든 소년 이경규를 찾으러 극장에 오는 어머니 이야기가 나온다. 124쪽 "복수는 누구의 것인가?"에서는 그가 최초로 만든 무술영화 "복수혈전"과 관계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본인은 아주 진지한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가볍지 그지없다. 하지만 이후로도 "복면달호"나 "전국노래자랑"같은 영화를 계속 만들면서 제작자로의 꿈을 지켜간다. 순수한 마음으로 품은 꿈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추구하는 면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매우 책임감 있고 성실한 분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44쪽 "대기실의 침묵"이라는 에피소드에서 방송국 대기실에서 너무 조용히 있는 이경규 씨가 냉정하다거나 차갑다는 말이 흘러나왔지만 사실 본인은 좀 더 완성도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집중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자신의 에너지를 오롯이 방송에 쓰려는 자세가 느껴졌다. 62쪽 " 일본 유학 1년을 빼고는 40여 년간 단 한 주도 녹화를 쉰 적이 없다. 아파도 주사를 맞고 촬영에 들어갔고, 다치면 방송에 지장이 있으니까 위험한 운동도 피했다 " 일을 위해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거나 수술도 녹화가 끝나고 나서 했다는 것을 보면 직업윤리가 대단히 높은 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한 분야의 리더가 아무나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번뜩이는 창의성이나 다가올 미래를 읽는 혜안,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소탈했던 점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TV 프로가 주요 방송국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넷플릭스와 같은 OTT나 유튜브 쪽으로 플랫폼이 옮겨간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젊은이들처럼 재빠르게 현실에 적응해 나가는 면이 이 분을 오랫동안 현업에 종사하게 해 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몰래카메라"나 "양심냉장고"같은 당시 큰 히트를 친 작품들도 이 분이 시작한 것이고 그런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이후에 많이 만들어진다. 정말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많이 하시는데,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따뜻하고 인간적인 분이라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그맨들은 슬프거나 화가 나도 일단 웃음을 만들어내고 보는데, 이경규 씨도 그런 것 같다. 이 책 속에 오래된 친구와 삼겹살을 구워 먹다가 친구가 뇌출혈을 일으켜서 병원으로 달려간 일화가 나오는데, 급박했던 순간을 다룬 이 에피소드에서도 웃음을 뽑아내는 경규 옹. " 참고로 재권이는 내 앞니 두 개를 해주었다. 안동의 어느 치과에 가면 입구에 내 수술 전후 사진이 붙어 있다. 생명의 은인을 홍보에 이용해먹다니. 역시 배신자들은 가까이에 살고 있다." 롱런하는 개그맨, 히트작 제조기, 영화 제작자, 그리고 개버지 ( 강아지 아버지 ) 내가 이경규 씨에게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 정말 많다. 이 모두가 그의 재능에서 비롯되었기도 했지만 그의 인간성과 성실성도 한몫을 했다는 걸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스태프들이 같이 일하고 싶은 그런 사람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 어떤 수식어보다 "진솔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누군가의 이야기 <삶이라는 완벽한 농담>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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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역사 1 - 근현대사 사물궁이
김명재 지음, 사물궁이 잡학지식 기획 / arte(아르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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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서는 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영향력이 컸던 사건 위주로 기록되긴 하나, 사소한 하루하루가 모여서 역사의 큰 흐름을 이룬다는 점에서 우리는 일상의 사소함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역사서의 형태에 대해서 편견이 없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주로 한국의 근현대사에 초점을 맞춘 내용인데, 특정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제 3.1 운동의 모습은 어땠을까? 와 같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질문도 있지만 언제부터 사진 촬영이 대중화되었을까? 나 한국의 교육열은 언제부터 심해졌을까? 와 같은 평범하지만 뭔가 흥미를 자극하는 질문들도 많다.

나는 이 책을 쓴 저자 김명재 씨가 프롤로그에 남긴 글에 큰 공감을 했다. 저자는 작년 12월에 일어난 대통령의 계엄 선언을 두고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렇듯 역사에서 사소한 질문은 현실 사회와 사건, 사람들의 의식에 따라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게엄 선언 전과 후 사람들의 계엄에 대한 인식은 정말 달라졌을 것이다. 말하자면 과거의 유물에 불과했던 계엄, 즉 사소한 일에 불과했던 계엄이 어느덧 우리의 현실을 위협하는 사건이 되어버린 것. 나는 작년 12월 3일 이후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혼란과 소요사태 등을 보면서 일본에 지배를 당했던 한국의 근대사가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의 정치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과 6.25 이후 미국이 내정 간섭을 했던 것 등등 지금의 한국을 만든 주요 근현대사에 대한 궁금함이 생겼다.

이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은 1부 -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던 근현대사 이야기부터 5부 -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근현대 생활 이야기로 구성된다. 1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지배당했던 시절에 관한 질문으로 이루어졌는데, 3.1 운동은 우리가 상상하듯 태극기의 물결로 이루어진 집회가 아니었다는 점 ( 일제의 감시를 피해 밤새 등사기를 돌려야 했고 채색 과정이 번거로워서 대량 생산이 어려웠다고 함 ) 공격적인 독립운동의 하나였던 폭탄 투척에 쓰인 폭탄은 영국인, 중국인 등 외국인들을 통해 전수받은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 그리고 몇몇 친일파들은 조선인도 일본인처럼 대우해 주겠다는 일본의 선전 전략에 넘어간 민족주의자들이었다는 점 등등의 흥미로운 사실들이 소개된다. 사소하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들이었다.

105쪽에는 "일본인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루머를 왜 믿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있다. 1923년 관동 대지진으로 일본이 혼란에 빠지자 당시 내무 대신이었던 미즈노 렌타로가 다음 날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소문을 퍼뜨리도록 지시한다. 군대 출동과 계엄령 발포를 준비하는 동안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인 자경단에 의한 조선인 학살 사건이 벌어졌다고 한다. 사실 이 사건은 그전부터 일본 정부와 언론이 식민지 통치에 불만을 품은 조선인을 억압하기 위해서 조선인에 대한 혐오 정치를 해온 결과라고 하는데, 특정 집단이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용한 최악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들어서 주요 정치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을 분노 등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세력과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집단이 있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역사서"라고 하면 길고 지루한 책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 40개를 뽑아서 거기에 대한 답변 위주로 글이 쓰여 있는데 정말 흥미진진해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일제강점기 시대에 대한 질문이 많은데, 예를 들자면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일제강점기 조선에 살던 민간 일본인은 조선인과 어떻게 지냈을까?" 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당시 조선 사람들이 너무나 빈곤하게 차별당하며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뿐만 아니라 "자유연애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나 "여름 납량 특집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와 같은 신변잡기 위주의 질문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나와 같은 독자들이 전에는 몰랐던 흥미진진한 정보와 사실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성별이나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을 추천한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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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주의보 - 제8회 윤석중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금이 고학년동화
이금이 지음, 양양 그림 / 밤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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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마음이 너무 건조해"

아이들 마음에 켜진 '건조주의보'를 발견하고

촉촉하게 적셔주는 이금이 표 다섯 이야기

우리도 한때는 어린이였다. 사소한 일에도 기뻐하고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에도 슬퍼하는, 티 없이 해맑고 순수했던 그런 아이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현실을 좀 더 잘 아는, 성숙한 사람이 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렇게 빛났던 감수성이 조금은 무뎌진 상태로 살아간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 [건조주의보]는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쓴 이금이 작가의 작품이다. "내가 어린이 문학을 선택한 게 아니라 어린이 문학이 나를 선택했다"라고 말할 만큼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를 쓸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이금이 작가. 일종의 단편동화집인 이 책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는데, 이야기들 모두 마치 힐링 소설처럼 따뜻하게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건조주의보>

게임을 좋아하는 주인공 건우는 요즘 다소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부모님은 인터넷 강의만 들어도 성적이 상위권인 고2 누나에게만 신경을 쓰고 자신에게는 별로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뿐 아니라 아빠와 엄마는 각각 피부 건조증과 구강 건조증을 앓고 있고 누나도 안구 건조증을 앓는 등, 그들은 뭔가 하나의 끈끈한 공동체인 것 같은데, 자신만 건조증이 없으니 뭔가 불안하고 외로운 건우.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인 아윤이 집에 놀라가서도 주야장천 게임만 하고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건우에게 아윤이가 하는 말, "넌 마음이 너무 건, 조, 하다고."! 이 말에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뛸 듯이 기뻐하는 건우... 과연 이유는 뭘까? --- 초등학생인 건우 또래에게는 어쩌면 가족의 의미가 굉장히 클 수 있다. 함께 하면서도 그 안에서 외로워하고 소외감을 느끼곤 하는 아이들.... 건조증과 같은 불편한 질환도 함께 하고 싶은 건우의 간절한 바람을 읽을 수 있던 이야기였다.

<닮은 꼴 모녀>

한 달 전에 전학 온 영민이를 몰래 좋아하는 주인공 민지. 영민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파마를 하고 싶었지만 미용실에서는 커트 머리가 대세라며 민지의 머리를 짧게 잘라준다. 엄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나오는 영민이를 피해 어딘가로 숨어든 민지. 그런데 엄마도 어딘가로 사라진 상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민이는 학습지 교사인 어머니의 학생이었고 엄마는 민지의 엄마인 것을 영민에게 들키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 엄마가 자신을 부끄러워해서 그런 것이라고 오해한 민지는 자존심 때문에 영민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런데 학교에서 자신이 쓴 글을 발표하던 날, 영민이는 마치 엄마를 연상시키는 학습지 선생님이 좋다는 글을 발표하게 되는데.... ----- 가족끼리는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더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서로의 마음을 오해할 수 있지 않을까? 똑같이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해하고 있는 엄마와 딸의 다정한 이야기

<사료를 드립니다>

엄마 그리고 누나 은비와 함께 캐나다로 유학을 가게 된 장우.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키우고 있던 노견 장군이를 남의 손에 맡기게 된다. 3년만 있으면 한국으로 돌아오긴 하지만 어쨌든 너무나 불안한 장우. 그러던 와중에 요양원에 계시던 할머니가 위독해지시는 바람에 캐나다에 3개월 있다가 엄마를 따라 한국으로 잠시 오게 된 장우는 부모님 몰래 장군이가 머무르는 집에 찾아가게 된다. 이상하게도 집이 어질러져 있고 장군이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먹는 듯한데...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아버지와 함께 다시 장군이가 맡겨진 집에 오게 된 장우는 옆집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그 집의 어려운 사정을 듣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그냥 돌아온 길에 장우는 밝게 웃으며 산책에서 돌아오는 아이들과 장군이를 보게 되는데...... --- 내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장우의 간절한 마음이 절실하게 느껴진 작품. 편찮으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이인 장군이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장우의 불안한 마음이 더욱더 부각되었다. 그러나 장우는 결국 환한 장군이의 미소를 마주하게 된다.

정말 귀엽고 밝고 맑은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 <건조주의보> 책의 표지에는 이금이 작가에 대해서 이런 말이 적혀 있다. "어린이의 심장을 글로 남기는 작가." 이처럼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이 여러 사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잘 알 수 있었다. 세파에 시달리는 바람에 이제는 딱딱한 심장을 가진 어른이 되었으나 한때는 우리도 말랑말랑한 심장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자녀들과 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부모님과 학생들의 마음을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선생님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아이들의 마음과 세계를 너무나 잘 묘사해 준 책 [건조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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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어스 - ‘또 다른 지구’와 미지의 생명체를 찾아서
리사 칼테네거 지음, 김주희 옮김, 이정은 감수 / 쌤앤파커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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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우주에 우리뿐인가?"

이 질문에 '예' 또는 '아니오'라는 분명한 답이 있어야 한다.

수천 년간 우리 인류는 우주에 대한 의문을 품어왔고 그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실질적인 노력도 해왔다.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는 여러 미스터리를 가지고 있는 우주. 우리가 우주에 대해서 품고 있는 의문점 중 하나는 바로 "과연 우주에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까?" 일 것이다. 이 주제는 현재 과학계에서 맹렬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그동안 영화나 소설 등 상상의 분야에서 다루어진 것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는 앞으로 화성에 지구인이 머물 수 있는 기지를 구현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데, 만약에 우주에 인류가 둥지를 틀 만한 행성이 존재한다면 생명체가 살고 있을 확률도 당연히 있는 게 아닐까?

이 책 <에일리언 어스>를 쓴 리사 칼테네거는 현재 코넬대학교 천문학과 교수이자 미국 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이다. 우주의 빛을 해독해서 외계 행성의 환경과 생명체 흔적을 추적하는 세계적인 천문학자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외계 생명체의 가능성을 믿는 쪽이다. UFO가 찍힌 사진들도 많이 봤고 예전에 봤던 어떤 SF 영화를 통해서 인간은 지구에서 자연 발생된 존재라기보다는 어떤 외계인 엔지니어 종족 (?)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 존재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그냥 나의 뇌피셜.. ) 어쨌든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이 책 <에일리언 어스>는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가능성을 아주 과학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인 이론과 실험 등을 통해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우선 " 우주에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있을까? " 라는 관점에서 이 주제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지구에는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데 - 적당한 태양 에너지 공급과 물 그리고 대기 등 - 이와 비슷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다른 행성이 과연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일단 우주의 크기는 어마어마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태양계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 즉, 태양과 같은 항성이 에너지를 공급하고 그 주위를 행성이 돌고 있는 시스템 ) 은하도 상당히 많기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금성은 대기가 지옥처럼 뜨겁고, 화성은 물이 흐르지 않는 춥고 건조한 환경을 가졌다는 점에서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이 떨어졌다. 말하자면 기체로만 이루어진 행성도 많고 암석 행성일지라도 생명체가 존재할 조건이 완벽하게 갖추어져있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전제로 연구해야 한다는 것.

두 번째로 이 책은 "생명체란 무엇인가?"라는 관점에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탐구한다. 아직 인류는 생명체의 정확한 정의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생명을 정의하는 세 가지 원리가 이 책에 소개된다. 우선 생명체는 진화하고, 경계를 지닌 물리적 실체이며 화학적, 물리적, 정보

적 실체라는 것이라고 정의된다. 1952년 시카고대학 소속 과학자들은 지구의 고대 대기 성분으로 예상되는 이산화탄소, 메테인, 수증기를 유리 용기에 담고 번개를 모방한 불꽃을 기체 혼합물에 일으킨 결과, 갈색 유기물을 얻게 된다. 그리고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 물과 결합해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 동반된 사실도 알게 된다. 어쨌든 생명체는 빛 에너지와 물 그리고 대기 속 유기 화합물과 같은 여러 요소들이 적절한 환경과 어우러져서 탄생하게 되는 것. 저자는 이러한 이론을 통해서 우주에는 충분히 다른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논증하고 있다.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을 가진 우주.. 이 광활한 곳에 오직 인간만이 생명체로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SF 소설이나 영화 등을 통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외계인을 등장시키곤 했지만 그것은 역시 상상력의 영역일 뿐... 이 책 <에일리언 어스>의 저자 리사 칼테네거 교수는 앞으로 우리가 외계 생명체를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을 여러 관점으로 접근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지구의 탄생에서부터 보이저 1호 2호에 담긴 골든 레코드의 사연, 그리고 우리 태양계를 돌고 있는 행성들에 대한 좀 더 세밀한 정보와 보다 더 먼 우주에 존재하는 지구와 비슷한 새로운 행성의 발견 등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과학에, 특히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흥미진진한 과학 서적 <에일리언 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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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내가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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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좋은 눈물은 가장 작은 눈물일지도."

생과 사, 그 끊임없는 순환의 신비를 말하고 있는 듯한 현호정 작가의 단편 소설집 " 한 방울의 내가 ".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꿈의 세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전해주는 책이다. 화분에 갇혀있어야 하는 무기력한 존재인 식물이 피를 마신 후 말도 하고 걸어 다니기도 한다. 누군가의 눈물에서 비롯된 작은 물방울은 전생을 기억하는 독자적인 존재가 되어 세상을 탐험하며 사랑하는 그 누군가를 찾아다닌다. 삶과 죽음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샴쌍둥이 같은 것. 살기 위해 먹어야 하지만 죽어야 누군가의 먹이가 되어 그를 살릴 수 있다. 마치 거대한 수레바퀴 같은 생과 사의 이야기 - [한 방울의 내가]

<라즈베리 부루>

계단 밑 지하에 숨어서 살아가는 나. 그 누구의 눈길에도 들키지 않은 채 마치 식물처럼 살아가는 "나"는 언젠가부터 작은 라즈베리 나무에 "부루"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에게 자신의 피를 나눠준다. 피를 준다는 것은 생명력을 주는 행위. 그로 인해 마치 인간처럼 말할 수 있게 되고 걸어 다니게 된 부루는 마치 식물처럼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죽어가는 "나"를 돌봐주는데.... ---- 식물을 먹는 인간 그러나 죽은 후 우리는 땅이 되어 다시 식물에게 양분을 준다. 자연은 거대한 어머니이고 우리는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간다. 식물에게 생리혈을 나눠준다던가 하는 그로테스크한 면이 없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거대한 잎사귀 틈에 잠든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뭔가 아련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

<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

액자식 소설 같은 이야기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K와 부랑자의 대화 속 이야기. 부랑자는 아직 오지 않은 지구의 속삭임을 듣게 된다. 미래의 어느 순간 지구는 끔찍한 재난을 맞이하고 물에 잠긴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난다. 온갖 쓰레기들이 떠다니는 더러운 바다. 먹을 것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물속을 떠다니는 흰 부유물을 먹고 살아가는데, 알고 보면 그건 이미 죽은 자들의 몸이다. 재난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몸에 돋은 종기와 같은 기생체와 함께 살아가게 되지만 어느덧 기생체들은 자생체보다 더 크고 힘이 세지게 되는데...... ---- 내가 평소에 상상하던 디스토피아 속 지구를 매우 그로테스크하게 잘 그려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 원래 몸보다 훨씬 더 비대하고 강력해진 기생체들을 상상하니 머리끝이 쭈뼛 서는 느낌이랄까... 이 작품도 살기 위해 먹어야 하고 죽은 뒤 누군가의 먹이가 되는 순환을 그려낸 듯.

<한 방울의 내가>

전생에 "메이"라는 한 인간의 눈물방울이었던 "나"는 땅으로 떨어진 후 세상에 이리저리 휩쓸린다. 빗방울이 되어 다른 빗방울들과 함께 춤을 추며 세상에 스며들었던 "나"는 이생에서는 작은 웅덩이가 되었다. 오리와 이야기하고 바람의 소리를 듣는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본 결과 "나"는 물의 중심을 이루는 작은 구슬 "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원래 큰 물과 작은 물이 동화의 춤을 추다 보면 더 작은 쪽 온이 사라지게 되는 게 원칙이지만 "나"는 자신의 온을 지키기로 결심한다. 반드시 이 생에 메이를 만나야 하기에..... --- 그저 물일뿐인데 이제는 "온"이라는 생명 에너지를 가진 하나의 존재로 보게 된다.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채 거대한 흐름에 합쳐지길 거부한 물방울. 과연 물방울 "나"는 메이를 되찾을 수 있었을까?

뭔가 상당히 독특하고 기묘한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왔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삶과 죽음, 탄생과 소멸 등등 생명의 거대한 주기 혹은 순환을 말하고 있는 것 같은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탄생이라는 것,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먹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실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전개도 꿈에서는 납득되는 것이 사실이다. 연필로 만든 샌드위치를 먹거나 죽은 이의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끔찍한 상황이라도 꿈속이라면 가능하다. 라즈베리 나무가 식물 같은 인간을 돌보고, 자신만의 "온"을 품은 채 전생의 연인을 찾아헤매는 물방울의 모습이 묘사되는 이야기, 기묘하고 혼란스럽고 뒤죽박죽이지만 신비롭고 아름다운 꿈속 세상 같은 이야기로 이끄는 단편 소설집 <한 방울의 내가>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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