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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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는 매우 완성도높은 역사 추리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피해받는 민초들의 고통이 페이지 너머 생생하게 전해진다. 추리소설이라서 사건을 해결해보는 재미도 있고 풍부한 인간사를 만나볼 기회도 있다. 날카로운 추리력에 따뜻한 마음까진 캐드펠 수사의 활약을 꼭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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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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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 중 9번째 작품인 [죽은 자의 몸값]을 읽었다. 시리즈 중 이 편이 유독 내전으로 인한 시대적 혼란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연방 국가로 자리 잡기 전에 윗사람들의 권력 다툼이나 자잘한 충돌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죽은 자의 몸값]에는 전쟁 이후 포로 교환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었다. 비록 상대의 눈앞에 무기를 들이대긴 했으나 아무리 포로라도 정성껏 치료를 해주는 것은 물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는 등 상당히 신사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어쨌든 전쟁과 같은 혼란은 민초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쟁과 엇갈린 사랑이라는 주제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는 [죽은 자의 몸값]


1141년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의 갈등은 더욱더 극심해진다. 라눌프 백작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이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몸짓을 보임에 따라 참을 수 없었던 스티븐 왕은 병력을 이끌고 북부 지역으로 쳐들어간다. 탐욕에 눈이 먼 웨일스 군사들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결국 스티븐 왕이 이끌던 병력은 로버트가 이끄는 무리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어 스티븐 왕은 포로가 되고, 길버트 프레스코트 행정관은 실종이 되고 만다. 한편, 웨일스인 기습대가 쳐들어왔을 때, 미리 계획을 짜놓은 주민들의 재치 있는 반격 덕분에 여러 명이 물에 빠져 죽고 단 한 명이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은 웨일스인 엘리스는 웨일스어를 할 수 있는 캐드펠 수사에게서 치료와 보살핌을 받게 된다.


프레스코트 장관이 많이 다쳤고 웨일스 쪽에 포로로 잡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슈루즈베리 지역에서는 프레스코트와 살아남은 포로인 엘리스를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인다. 그런데 치료차 수도원에 머물고 있던 엘리스와 거기를 찾아온 프레스코트 장관의 딸인 멜리센트가 서로에게 반하고 만다. 엘리스는 사실 고향에 어릴 때부터 결혼 약속이 되어있는 약혼녀가 있었지만, 미모의 멜리센트 앞에서는 그 모든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눈 지역과 가문 출신이고, 이제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면 엘리스는 슈루즈베리를 떠나 웨일스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상처가 깊은 프레스코트 장관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수도원으로 오게 되고, 포로 교환을 돕고자 웨일스로부터 엘리스의 친척인 엘리드도 오게 되는데, 이들의 우애가 참으로 눈물겹다.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만한 사이라고 할까? 그러나 엘리스도 그렇고 엘리드의 표정도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수도원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치료를 받고 있던 프레스코트 장관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얼른 뛰어가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캐드펠 수사는 그의 치아와 입술 부분이 검푸르게 변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가 질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의 입 주위에서 파란색의 보푸라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 누군가에 의한 타살?!


비교적 공정하게 다스려왔지만 프레스코트 장관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자들이 여럿 있었다. 아주 어릴 때 가문의 토지를 빼앗기는 바람에 늙어서까지 그에게 원한을 가진 모리스 수사, 그리고 배다른 형제가 프레스코트 장관의 손에 사형을 당한 애나이언이라는 사람도. 하지만 프레스코트 장관을 살해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엘리스. 그는 장관이 묵고 있는 숙소에 갔었다는 정황도 있고, 장관이 죽어야 딸인 멜리센트와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인데... 과연 그가 장관을 죽인 게 맞을까? 


 이번에도 열심히 추리를 한끝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캐드펠 수사... 누군가의 탐욕으로 시작된 전쟁은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가족을 지키려 하고, 연인과 사랑을 나눈다. 어떻게 보면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드펠 수사의 진면목이 부각되는 9번째 소설 [죽은 자의 몸값]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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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들
최유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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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작과 동시에 영원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눈에 띄지 않는 모호한 미소.

너의 그 미소.

나는 평소에는 구조가 좀 뚜렷한 글을 즐겨 읽는다. 말하자면 서론, 본론, 결론이 뚜렷하고, 특히 광기 어린 반전(?)이 있는 글을 좋아한다. 추리 소설이나 범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문제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쏘다니는 그런 글. 가독성도 높고 치열하게 읽을 수 있는 글.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책 [환상들]은 전혀 다른 글이다. 생각의 조각, 즉 편린들을 잠은 글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 즉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글을 "시적 산문"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가 살면서 깨우친 진리나 자유로운 상상 등을 담고 있는 글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히 아름답고 밀도가 높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있기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담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저자는 세상과 삶을 관조하는 듯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실 삶을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외부로 눈을 돌린다. 그들은 현상에 관심이 더 많고 추상적인 관념이나 개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저자는 그들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인 듯하다. 자신 안의 빛을 발견하려는 사람이다.

글의 소재들은 다양하다. 혼자만의 사색, 미술관에서의 체험, 노랫말이 있는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된 이유 등등등.... 어떻게 보면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런 소재들이다. 아주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작가의 시각을 담고 있는 글인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들이 많았다. 요즘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 아니 클래식에 이끌리는 편인데, 작가님도 그러신 듯. 32쪽 "노랫말이 없는 음악은 어떤 시간 속에 고정된 감정들이 내가 있는 공간을 배회하면서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강렬한 뒤흔듦보다는 수평선의 고요가 좋아진다. (..) 어떤 말도 필요 없을 만큼 한없이 고요해지고 싶다."

32쪽에 나온 문장 말고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았다. 42쪽에 등장하는, 홀연히 사라지는 인물이 되는 상상.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심지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을 뿐, (...) 연락이 닿는 모든 수단을 닫아두고 깨끗이 고립되는, 그래서 지금껏 '나'로서 존재해온 나 자신의 초기화하는 시간." 나도 완전히 혼자인 여행을 상상해 보는데 말이다. 작가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직전의 과거를 받아 적기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뭔가 알듯 말듯 아리송한 문장이지만 공감이 갔다. 언어란 형식일 뿐... 기억도 일종의 각본일 뿐... 작가는 진정한 감각을 위해서 껍데기를 버리려는 것 같다. "나는 일기를 쓰는 대신에 들판에 모닥불을 피운다. 들개 몇 마리가 불 곁으로 둘러 모인다. 우리는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 그 사이 늦서리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 책에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억, 꿈, 사랑... 이 중에서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한 글이 많은 편이다. 102쪽 "기억의 또 다른 이름은 무덤이다. 그것이 어디론가 파묻히고 안치되기 때문에. 그러니 잘만 묻어둔다면, 다시 파내고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그곳에 영원히 고요한 안식이 있으리라. 186쪽 "다 타서 재가 된 시간들이 벚꽃잎처럼 흩날린다. 되감기와 되풀이. 맨 앞에 선 '나'는 백 년 무패의 영웅처럼 돌아선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것들 중 "기억"이라는 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이미 흩어져 버렸지만 어떤 기억들은 정말 뚜렷하게 남아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행복하게 한다. 작가님이 그런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나 싶었다.

작가님과 함께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생각하고, 멀어진 인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기분이다.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감각적이라고 느껴졌던 책 [환상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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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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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

하루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날이었다.

예전에 아주 흥미로운 미드를 본 적이 있다. 아들, 남편 할 것 없이 자기 가족에게 야금야금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돈 때문에 그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한 사이코패스 여자. 그러나 딸의 이 무시무시한 계획을 눈치챈 엄마가 선수를 쳐서 자신의 손으로 딸을 처단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손자의 안전을 위해... 당시 딸의 숨통을 조르던 엄마의 표정이 기억난다. 아무런 감흥이 없던 그 표정.. 어쩌면 사이코패스 딸의 유전자는 엄마로부터 온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 [치팅 데이]는 굉장히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평소에 진상들을 많이 대하는 서비스 직종의 독자들이나 한 번쯤 민폐적 캐릭터를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희태에게 굉장히 공감할 것이라 나는 장담한다. 누구에게든 살의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독자들은 손!

주인공 희태는 술만 마시면 자신과 엄마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어린 희태는 옥상에서 어머니에게 난동을 부리는 아버지를 밀어서 추락시킨다. 그렇게 문제 아버지가 사라져서 속 시원했던 희태와 달리 엄마는 가끔 그런 희태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희태의 반사회적 성향은 멈추지 않는다. 평소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멀쩡하게 살아가는 희태는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심정으로, 한 달에 딱 한 번 자신의 기준에 악인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삶을 살게 되는데....

띠지에 악인만 죽이는 사이코패스 한국판 덱스터의 탄생이라는 소개 문장이 있는데, 오...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인공 희태는 비록 살인자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에게 "죽음의 천사" 혹은 "악인 전문 처리사" 와 같은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중한 것은 지킬 줄 아는 자이기에 학창 시절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해준 친구 유원과 유원의 가족에게는 아주아주 잘한다. 그리고 그는 살인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특히 세상에 존재해 봤자 똥만 싸댈 악인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악인 중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고양이랑 놀다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듯한 아동을 발견하는 희태. 아동의 어머니는, 과연 그가 생각했던 대로 학대 부모가 틀림없을 듯한 혐오스러운 말과 행동을 가진 여자였다. 마침 4월이 끝나가고 5월이 시작되는 밤, 희태는 학대 부모인 수진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녀의 동선 근처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어딘가에서 나타나 수진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검은 후드티의 남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한 달에 한 번 있는 치팅 데이를 방해받은 희태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살면 살수록 인간의 본성은 잔인하다는 것을 믿게 된다. 문명으로 인해 그러한 본성이 억압되어 있을 뿐.. 특히 희태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 거침이 없다. 하지만 희태가 신중하게 악인만 골라서 사냥하는 타입이라면, 그냥 닥치는 대로 걸리면 죽인다는 진짜 사악한 놈도 등장한다. 요즘 들어서 사적 제재가 많아지고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의 철퇴가 생각보다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사적 제재가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고, 쓰레기 같은 인간을 처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악인이긴 하지만 희태에게 공감이 가능하고 ( 나만 그런 것 아니겠지..) 정말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뛰어나서 독서 시간 순삭인 소설 [치팅 데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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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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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지키기 위해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단다."

주인공 쥬네스의 직업은 배우다. 그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지만 인생이란 게 뭔지,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항상 고민이 많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자주 갈 수 있지는 않다. 고민이 생길 때마다 테니스장을 찾는 쥬네스는 그날도 땀을 뻘뻘 흘리며 테니스를 치고 있었다. 그때 만난 한 할아버지가 그에게 함께 테니스를 치자고 부탁을 하고 약 30분 정도 기쁜 마음으로 할아버지와 테니스를 치게 되는 쥬네스. 그런데 그가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마치 그를 처음 본 표정을 띤 할아버지가 다시 테니스를 치자고 부탁하고, 그 부탁은 몇 번 넘게 이어지게 되는데.......

유준상 배우, 엄청난 동안에 노래, 연기 할 것 없이 다재다능한 배우라고 알고 있던 분. 그의 이력을 살펴봤는데 이번에 읽게 된 판타지 동화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외에도 여러 권의 책을 출간한 프로 작가셨다. 30년 넘게 꾸준히 일기와 그림, 글을 쓰며 내면을 연마해오셨다고 하니, 그의 내공은 어제오늘 이루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은 테니스 코트에서 우연히 표정이 매우 풍부한 한 할아버지를 만나 반복적으로 테니스를 함께 쳐 준 주인공 쥬네스가 그의 안내로 독특한 박람회장을 방문한다는 이야기이다.

박람회장에 들어선 쥬네스는 벽돌에 그려진 다채로운 색깔의 솜사탕을 발견하게 되는데, 갑자기 그 솜사탕이 바람개비 돌 듯 돌기 시작한다. 돌아가는 솜사탕의 구심력에 의해서 마치 4차원 세계로 빨려 들어가듯이 텅 빈 어두운 터널을 날게 되는데 쥬네스, 그리고 곧 그의 기억은 사라지게 되는데....

판타지 동화책답게 이 책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의 주인공 쥬네스는 매우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박람회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술품이 전시되어 있고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한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태초의 자연이 펼쳐진 광활한 공간이었다. 쥬네스는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여행을 하며 비를 만들어내는 "비술 아저씨" , 사다리를 움직여서 수많은 별을 조정하는 "별 양치기" 그리고 구름처럼 생긴 비행기를 조종하는 "구름 맨" 등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이 중에서 눈을 만들어내는 "스노우 브라더"는 유일하게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썬 시스터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런 그에게서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 쥬네스.

"의미가 이곳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의미에 집착하면 내가 찾고자 하는 진짜 의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어쩌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유준상 배우가 캐나다와 쿠바 등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영감을 받은 자연물과 풍경, 사람과의 관계를 모색하며 차근차근 써온 창작물이라고 한다. 매우 신비롭고 광활한 자연이라는 존재를 표현하고 싶어 하는 듯한 책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에는 이야기마다 아름다운 삽화가 그려져있는데, 마치 날아다니며 산과 바다 그리고 하늘을 느끼는 것처럼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이 표현되어 있다. 꿈속에서는 내가 마음을 먹기만 해도 어디든지 갈 수 있는 것처럼, 주인공 쥬네스 눈앞에서 펼쳐지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그의 흥미진진한 모험이 매우 다채롭게 표현된다. 도시가 뿜어내는 회색빛에 젖어 우울한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힐링 판타지 동화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오늘 아침에 혹등고래가 친구들을 위해서 범고래와 맞서 싸우는 영상을 보며 천사 같은 이 동물에 감동을 받았었는데, 이 책에도 엄청난 크기의 혹등고래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왠지 작가와 통한 이 느낌......... 자연은 그 자체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서재에 가만히 앉아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 판타지 동화책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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