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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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

하루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날이었다.

예전에 아주 흥미로운 미드를 본 적이 있다. 아들, 남편 할 것 없이 자기 가족에게 야금야금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돈 때문에 그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한 사이코패스 여자. 그러나 딸의 이 무시무시한 계획을 눈치챈 엄마가 선수를 쳐서 자신의 손으로 딸을 처단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손자의 안전을 위해... 당시 딸의 숨통을 조르던 엄마의 표정이 기억난다. 아무런 감흥이 없던 그 표정.. 어쩌면 사이코패스 딸의 유전자는 엄마로부터 온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 [치팅 데이]는 굉장히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평소에 진상들을 많이 대하는 서비스 직종의 독자들이나 한 번쯤 민폐적 캐릭터를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희태에게 굉장히 공감할 것이라 나는 장담한다. 누구에게든 살의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독자들은 손!

주인공 희태는 술만 마시면 자신과 엄마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어린 희태는 옥상에서 어머니에게 난동을 부리는 아버지를 밀어서 추락시킨다. 그렇게 문제 아버지가 사라져서 속 시원했던 희태와 달리 엄마는 가끔 그런 희태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희태의 반사회적 성향은 멈추지 않는다. 평소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멀쩡하게 살아가는 희태는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심정으로, 한 달에 딱 한 번 자신의 기준에 악인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삶을 살게 되는데....

띠지에 악인만 죽이는 사이코패스 한국판 덱스터의 탄생이라는 소개 문장이 있는데, 오...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인공 희태는 비록 살인자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에게 "죽음의 천사" 혹은 "악인 전문 처리사" 와 같은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중한 것은 지킬 줄 아는 자이기에 학창 시절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해준 친구 유원과 유원의 가족에게는 아주아주 잘한다. 그리고 그는 살인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특히 세상에 존재해 봤자 똥만 싸댈 악인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악인 중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고양이랑 놀다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듯한 아동을 발견하는 희태. 아동의 어머니는, 과연 그가 생각했던 대로 학대 부모가 틀림없을 듯한 혐오스러운 말과 행동을 가진 여자였다. 마침 4월이 끝나가고 5월이 시작되는 밤, 희태는 학대 부모인 수진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녀의 동선 근처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어딘가에서 나타나 수진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검은 후드티의 남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한 달에 한 번 있는 치팅 데이를 방해받은 희태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살면 살수록 인간의 본성은 잔인하다는 것을 믿게 된다. 문명으로 인해 그러한 본성이 억압되어 있을 뿐.. 특히 희태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 거침이 없다. 하지만 희태가 신중하게 악인만 골라서 사냥하는 타입이라면, 그냥 닥치는 대로 걸리면 죽인다는 진짜 사악한 놈도 등장한다. 요즘 들어서 사적 제재가 많아지고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의 철퇴가 생각보다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사적 제재가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고, 쓰레기 같은 인간을 처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악인이긴 하지만 희태에게 공감이 가능하고 ( 나만 그런 것 아니겠지..) 정말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뛰어나서 독서 시간 순삭인 소설 [치팅 데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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