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 나비클럽 소설선
김세화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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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바란 것은 구원이 아니라 단 3학점이었다."

경찰 미스터리의 정석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타오]를 읽었다. 저자 김세화 선생님이 3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하셔서 그런지 서술 자체가 굉장히 사실적이고 현장감이 넘친다. 마치 모래에서 바늘을 찾듯, 단서가 매우 부족한 사건의 범인을 찾아야 하는 경찰들의 고생스러운 하루하루가 가감 없이 펼쳐지기도 한다. 플롯 자체도 탄탄하지만 ( 굉장히 짜임새 있다 )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배치라던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방식도 너무 좋았다. 진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면서 읽은 소설 "타오" 속으로 들어가 본다.


비가 억수같이 오던 날, K 대학 후문 근처 이슬람 사원이 있는 골목에서 누군가가 괴한에게 공격을 당한다. 피해자는 K 대학 소속 권윤정 교수. 이슬람 사원에 숨어있던 괴한은 망치를 들고 그녀에게 덤볐다. 다행히 망치가 빗나가게 되고 비명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이 모습을 드러내는 바람에 다행히 범인은 도망을 간다. 조사 결과, 동네 주민들은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했지만 권윤정 교수가 무슬림을 대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사 방향은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는 사람들 쪽으로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이혼과 맹장수술 등등 힘든 시간을 겪느라 몸 추스를 새가 없었던 오지영 형사 과장이 제대로 사건 수사에 뛰어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K 대학 운동장에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비가 오던 날, 대학교 운동장을 돌던 한 여성이 괴한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게 된 것. 피해자는 변호사였던 윤미라라는 여성이고, 그녀 역시 무슬림들을 지지하는 쪽이었다고 하는데.... 비가 오는 날에 벌어진 미스터리한 연쇄 사건, 한 명은 살아남았지만 불행히도 다른 한 명은 죽고 말았다. 그러나 그녀들이 가진 공통점이 있었으니, 깐깐한 원칙주의자에 무슬림들을 지지하였다는 것... 과연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예전에 김세화 작가님의 소설 [기억의 저편]을 읽었고, 그때 이야기에서 가정된 범인에 대해서 계속 궁금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정말 수준 높은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책 [타오]는 정말 완성도가 높다. 나 스스로가 형사 과장 오지영이 된 심정으로 그녀와 함께 사건을 추적했는데, 형사라는 직업은 아무나 못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CCTV도 많고 과학이 많이 발전해서 수사 과정이 쉬울 거라고 착각하기 쉬운데, 천만의 말씀. 형사들은 이 동네 저 동네로 발품을 발면서 사람들 하나하나 면담하고 조사하면서 그렇게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은근히 화가 났다. 우선 무조건 기사를 자극적으로 내보내려고 하는 일부 몰지각한 기자들과 종교를 내세워서 나쁜 짓만 골라 하는 종교인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정부 관리들.. 유학생 받기만 하고 처우 개선이라던가 이런 부분 신경 안 쓰나? 진짜 읽고 있자니 마음이 답답했다. 각계각층이 참 골고루 썩어있다...라는 말과 함께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소설 [타오]는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살인 사건과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서 욕망으로 부글부글 끓는 우리 사회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 실현하는 자들이 갑이고, 그들이 을의 피를 쪽쪽 빨아먹는다. 참으로 이기적이고 잔인한 인간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이야기 서술뿐 아니라 캐릭터 설정도 굉장히 개성 있고 재미있는 소설이다. 솔직히 어린이 목소리를 가진 이지혁 형사가 너무 안쓰러웠다. 제발 복식호흡을 배우길 바랄뿐. 이 책은 경찰의 수사 과정을 매우 꼼꼼하게 보여주고, 언론과의 미묘한 경쟁 관계 등등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이런 종류의 사실적인 정통 수사물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 [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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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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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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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는 매우 완성도높은 역사 추리소설이다. 전쟁으로 인해 피해받는 민초들의 고통이 페이지 너머 생생하게 전해진다. 추리소설이라서 사건을 해결해보는 재미도 있고 풍부한 인간사를 만나볼 기회도 있다. 날카로운 추리력에 따뜻한 마음까진 캐드펠 수사의 활약을 꼭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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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몸값 캐드펠 수사 시리즈 9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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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시리즈 중 9번째 작품인 [죽은 자의 몸값]을 읽었다. 시리즈 중 이 편이 유독 내전으로 인한 시대적 혼란을 많이 보여주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연방 국가로 자리 잡기 전에 윗사람들의 권력 다툼이나 자잘한 충돌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죽은 자의 몸값]에는 전쟁 이후 포로 교환이 어떻게 되는지 볼 수 있었다. 비록 상대의 눈앞에 무기를 들이대긴 했으나 아무리 포로라도 정성껏 치료를 해주는 것은 물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해 주는 등 상당히 신사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어쨌든 전쟁과 같은 혼란은 민초의 삶에 크나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쟁과 엇갈린 사랑이라는 주제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는 [죽은 자의 몸값]


1141년 스티븐 왕과 모드 황후 간의 갈등은 더욱더 극심해진다. 라눌프 백작을 비롯한 여러 귀족들이 모드 황후를 지지하는 몸짓을 보임에 따라 참을 수 없었던 스티븐 왕은 병력을 이끌고 북부 지역으로 쳐들어간다. 탐욕에 눈이 먼 웨일스 군사들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결국 스티븐 왕이 이끌던 병력은 로버트가 이끄는 무리들과의 전쟁에서 패배하게 되어 스티븐 왕은 포로가 되고, 길버트 프레스코트 행정관은 실종이 되고 만다. 한편, 웨일스인 기습대가 쳐들어왔을 때, 미리 계획을 짜놓은 주민들의 재치 있는 반격 덕분에 여러 명이 물에 빠져 죽고 단 한 명이 살아남게 된다. 살아남은 웨일스인 엘리스는 웨일스어를 할 수 있는 캐드펠 수사에게서 치료와 보살핌을 받게 된다.


프레스코트 장관이 많이 다쳤고 웨일스 쪽에 포로로 잡혀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슈루즈베리 지역에서는 프레스코트와 살아남은 포로인 엘리스를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인다. 그런데 치료차 수도원에 머물고 있던 엘리스와 거기를 찾아온 프레스코트 장관의 딸인 멜리센트가 서로에게 반하고 만다. 엘리스는 사실 고향에 어릴 때부터 결혼 약속이 되어있는 약혼녀가 있었지만, 미모의 멜리센트 앞에서는 그 모든 약속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눈 지역과 가문 출신이고, 이제 포로 교환이 이루어지면 엘리스는 슈루즈베리를 떠나 웨일스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어쨌든 상처가 깊은 프레스코트 장관이 치료를 받기 위해서 수도원으로 오게 되고, 포로 교환을 돕고자 웨일스로부터 엘리스의 친척인 엘리드도 오게 되는데, 이들의 우애가 참으로 눈물겹다. 서로를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을 만한 사이라고 할까? 그러나 엘리스도 그렇고 엘리드의 표정도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수도원에서는 충격적인 일이 발생하게 된다. 바로 치료를 받고 있던 프레스코트 장관이 죽은 채로 발견이 된 것이다. 얼른 뛰어가서 환자의 상태를 살펴본 캐드펠 수사는 그의 치아와 입술 부분이 검푸르게 변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그가 질식사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의 입 주위에서 파란색의 보푸라기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것은 바로 누군가에 의한 타살?!


비교적 공정하게 다스려왔지만 프레스코트 장관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자들이 여럿 있었다. 아주 어릴 때 가문의 토지를 빼앗기는 바람에 늙어서까지 그에게 원한을 가진 모리스 수사, 그리고 배다른 형제가 프레스코트 장관의 손에 사형을 당한 애나이언이라는 사람도. 하지만 프레스코트 장관을 살해했을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바로 엘리스. 그는 장관이 묵고 있는 숙소에 갔었다는 정황도 있고, 장관이 죽어야 딸인 멜리센트와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인데... 과연 그가 장관을 죽인 게 맞을까? 


 이번에도 열심히 추리를 한끝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되는 캐드펠 수사... 누군가의 탐욕으로 시작된 전쟁은 백성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가족을 지키려 하고, 연인과 사랑을 나눈다. 어떻게 보면 죽음이 잇달아 발생하는 가운데에서도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캐드펠 수사의 진면목이 부각되는 9번째 소설 [죽은 자의 몸값]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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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들
최유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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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시작과 동시에 영원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결 가벼워진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눈에 띄지 않는 모호한 미소.

너의 그 미소.

나는 평소에는 구조가 좀 뚜렷한 글을 즐겨 읽는다. 말하자면 서론, 본론, 결론이 뚜렷하고, 특히 광기 어린 반전(?)이 있는 글을 좋아한다. 추리 소설이나 범죄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문제가 발생하고 주인공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미친 듯이 쏘다니는 그런 글. 가독성도 높고 치열하게 읽을 수 있는 글. 그런데 이번에 읽게 된 책 [환상들]은 전혀 다른 글이다. 생각의 조각, 즉 편린들을 잠은 글이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 즉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쓴 글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글을 "시적 산문"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가 살면서 깨우친 진리나 자유로운 상상 등을 담고 있는 글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대단히 아름답고 밀도가 높다. 뚜렷한 주제의식이 있기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담은 이야기 같기도 하다. 저자는 세상과 삶을 관조하는 듯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사실 삶을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외부로 눈을 돌린다. 그들은 현상에 관심이 더 많고 추상적인 관념이나 개념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저자는 그들과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인 듯하다. 자신 안의 빛을 발견하려는 사람이다.

글의 소재들은 다양하다. 혼자만의 사색, 미술관에서의 체험, 노랫말이 있는 음악을 잘 듣지 않게 된 이유 등등등.... 어떻게 보면 사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이런 소재들이다. 아주 감각적이고 환상적인 작가의 시각을 담고 있는 글인데,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서인지 굉장히 공감이 가는 대목들이 많았다. 요즘은 잔잔한 피아노 음악 아니 클래식에 이끌리는 편인데, 작가님도 그러신 듯. 32쪽 "노랫말이 없는 음악은 어떤 시간 속에 고정된 감정들이 내가 있는 공간을 배회하면서 가만히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 강렬한 뒤흔듦보다는 수평선의 고요가 좋아진다. (..) 어떤 말도 필요 없을 만큼 한없이 고요해지고 싶다."

32쪽에 나온 문장 말고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았다. 42쪽에 등장하는, 홀연히 사라지는 인물이 되는 상상. "마치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심지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을 뿐, (...) 연락이 닿는 모든 수단을 닫아두고 깨끗이 고립되는, 그래서 지금껏 '나'로서 존재해온 나 자신의 초기화하는 시간." 나도 완전히 혼자인 여행을 상상해 보는데 말이다. 작가는 일기를 쓰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직전의 과거를 받아 적기만 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뭔가 알듯 말듯 아리송한 문장이지만 공감이 갔다. 언어란 형식일 뿐... 기억도 일종의 각본일 뿐... 작가는 진정한 감각을 위해서 껍데기를 버리려는 것 같다. "나는 일기를 쓰는 대신에 들판에 모닥불을 피운다. 들개 몇 마리가 불 곁으로 둘러 모인다. 우리는 함께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 그 사이 늦서리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이 책에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기억, 꿈, 사랑... 이 중에서 "기억"이라는 주제에 대한 글이 많은 편이다. 102쪽 "기억의 또 다른 이름은 무덤이다. 그것이 어디론가 파묻히고 안치되기 때문에. 그러니 잘만 묻어둔다면, 다시 파내고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그곳에 영원히 고요한 안식이 있으리라. 186쪽 "다 타서 재가 된 시간들이 벚꽃잎처럼 흩날린다. 되감기와 되풀이. 맨 앞에 선 '나'는 백 년 무패의 영웅처럼 돌아선다." 어쩌면 '나'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것들 중 "기억"이라는 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이미 흩어져 버렸지만 어떤 기억들은 정말 뚜렷하게 남아서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행복하게 한다. 작가님이 그런 것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나 싶었다.

작가님과 함께 아주 조용하고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서 삶을 생각하고, 멀어진 인연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기분이다. 철학적이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감각적이라고 느껴졌던 책 [환상들]

*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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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팅 데이
이현진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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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여도 되는 날, 내가 다시 착한 아이가 되었다고 믿는 엄마를 속이고,

하루쯤은 평범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는 날이었다.

예전에 아주 흥미로운 미드를 본 적이 있다. 아들, 남편 할 것 없이 자기 가족에게 야금야금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돈 때문에 그들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려던 한 사이코패스 여자. 그러나 딸의 이 무시무시한 계획을 눈치챈 엄마가 선수를 쳐서 자신의 손으로 딸을 처단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손자의 안전을 위해... 당시 딸의 숨통을 조르던 엄마의 표정이 기억난다. 아무런 감흥이 없던 그 표정.. 어쩌면 사이코패스 딸의 유전자는 엄마로부터 온 것은 아니었을까?

이 책 [치팅 데이]는 굉장히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평소에 진상들을 많이 대하는 서비스 직종의 독자들이나 한 번쯤 민폐적 캐릭터를 만나본 사람들이라면 주인공 희태에게 굉장히 공감할 것이라 나는 장담한다. 누구에게든 살의를 한 번이라도 느껴본 독자들은 손!

주인공 희태는 술만 마시면 자신과 엄마에게 잔인한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어린 희태는 옥상에서 어머니에게 난동을 부리는 아버지를 밀어서 추락시킨다. 그렇게 문제 아버지가 사라져서 속 시원했던 희태와 달리 엄마는 가끔 그런 희태를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곤 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희태의 반사회적 성향은 멈추지 않는다. 평소에는 초등학교 교사로 멀쩡하게 살아가는 희태는 마치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심정으로, 한 달에 딱 한 번 자신의 기준에 악인이라 여겨지는 사람들을 처단하는 삶을 살게 되는데....

띠지에 악인만 죽이는 사이코패스 한국판 덱스터의 탄생이라는 소개 문장이 있는데, 오... 전적으로 동의한다. 주인공 희태는 비록 살인자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에게 "죽음의 천사" 혹은 "악인 전문 처리사" 와 같은 휘황찬란한 타이틀을 붙여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소중한 것은 지킬 줄 아는 자이기에 학창 시절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해준 친구 유원과 유원의 가족에게는 아주아주 잘한다. 그리고 그는 살인에 대한 끓어오르는 욕망을 자제할 줄 알고, 특히 세상에 존재해 봤자 똥만 싸댈 악인을 처리한다는 점에서 악인 중에서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 할 수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에서 고양이랑 놀다가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듯한 아동을 발견하는 희태. 아동의 어머니는, 과연 그가 생각했던 대로 학대 부모가 틀림없을 듯한 혐오스러운 말과 행동을 가진 여자였다. 마침 4월이 끝나가고 5월이 시작되는 밤, 희태는 학대 부모인 수진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녀의 동선 근처에서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불쑥 어딘가에서 나타나 수진에게 망치를 휘두르는 검은 후드티의 남자...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한 달에 한 번 있는 치팅 데이를 방해받은 희태의 선택은 과연 무엇일까?

살면 살수록 인간의 본성은 잔인하다는 것을 믿게 된다. 문명으로 인해 그러한 본성이 억압되어 있을 뿐.. 특히 희태를 비롯하여 이 책에 등장하는 악인들은 남의 목숨을 빼앗는 일에 대해서 거침이 없다. 하지만 희태가 신중하게 악인만 골라서 사냥하는 타입이라면, 그냥 닥치는 대로 걸리면 죽인다는 진짜 사악한 놈도 등장한다. 요즘 들어서 사적 제재가 많아지고 이 부분에 대해서 사람들의 갑론을박이 많은데, 우리나라의 경우 법의 철퇴가 생각보다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알고 난 뒤부터는 사적 제재가 사회를 바로잡을 수 있고, 쓰레기 같은 인간을 처리할 수 있다면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 아닌가?라는 위험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악인이긴 하지만 희태에게 공감이 가능하고 ( 나만 그런 것 아니겠지..) 정말 가독성 높고 흡인력이 뛰어나서 독서 시간 순삭인 소설 [치팅 데이]


*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주관적으로 리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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