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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짜자잔 나타나서 눈물을 닦아주고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라이트 노벨을 표방하는, 읽기에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이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황폐한 사막과 같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마음 속으로는 외롭고 헛헛한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상상의 세계를 꿈꾸게 해준다.
우선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 다나카 쇼지는, 거리를 스쳐지나갔을 때 혹은 군중 속에 있을 때 전혀 두드러지지 않을 매우 평범한 외모를 가진 소유자이다. 주인공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전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다. 단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관리가 느슨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그래서인지, 더욱 더 평범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쇼지는 평범하지만 매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져 있다. 알바로 뛰는 편의점의 동료를 배려하고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다쳤을 지도 모를 그 누군가에 대해서 엄청 걱정을 한다.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쇼지의 일상에, 뭔가 희한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식회사 히어로즈 라는 회사에 알바를 권유받게 되고 알바를 뛰다가 정식으로 취업까지 하게 된다. 뭔가 어이가 벙벙한 상태에서 알바를 거쳐 취업까지 하게 된 쇼지는, 마치, 지하조직과 같은 히어로즈 회사에서 비밀스러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일은 다름 아닌 바로 .... 누군가를 히어로즈! ( 영웅 ) 로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인물의 생김새와 행동가지 등이 매우 뚜렷하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물론 다른 소설도 상상하면서 읽게 되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만화를 그리듯 쓴 소설이기 때문에 읽을 때도 마치 만화를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쇼지 외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사장님, 히어로즈의 전무나 이사 같은 미치노베씨, 그리고 쇼지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언뜻 보면 양아치 같은 외모의 미야비 등등 모두들 하나같이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사장님은 넓은 어깨의 소유자 -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답다. 미치노베씨 는언제나 깔끔한 정장에 차분한 모습 - 뒤에서 조용히 일을 수습하는 집사와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야비씨는 가죽바지에 가죽부츠 그리고 염색한 머리 - 동네에서 껌 좀 씹는 양아치 같다.
처음에는 공상과학소설 이라고 생각했는데 - 그냥 인간들이 영웅이 된다니....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더 갤럭시즈 처럼 너무나 공상과학소설 같은 주제인데. - 배경은 너무나 현실스럽다. 새로운 소재를 생각해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를 자해하는 만화가나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같은 자신의 생활을 개탄하는 ( 사생활이 없는 ) 여배우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힘빠져있는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줘야 하고, 만들어 줄 수 있다는게 사장님의 확고한 의지이고 그의 주위에 조용하지만 신속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미치노베가 있고 뭔가 호스트스럽지만 알고보면 진국인 미야비가 있다. 그들의 큰 도움을 받아가면서, 쇼지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만화가 도죠 선생님의 슬럼프를 함께 견뎌주고 열등감에 시달리고 스토킹을 당하는 여배우를 지켜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준다.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슬럼프에 빠져서 끙끙대며 주위에 말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잘난 사람들, 사회에서 성공한 축에 드는 사람들이 더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사회적 체면이나 지위 등등 때문에 자신의 힘든 부분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항상 평소에 자신을 무력하게 느꼈던 쇼지의 활약을 드러낸다. 그는 매우 훌륭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준다. 동시에 ( 내가 생각하기에 )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 남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웠던 문제 - 도 조금씩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와 동시에 쇼지를 둘러싸고 있던 독특한 사람들도 자신의 민낯을 쇼지에게 드러내며 그에게 의지를 하며 내밀한 상처를 조금씩 치료해 나간다.
차가운 세상, 냉정한 세상이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이러한 회사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의뢰비는 비싸겠지? 그러나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희한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로 인해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달려와서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를 내민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의뢰받을 일을 충실히 해내는 쇼지의 모습을 통해서 영웅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한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신선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더불어 일본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 독특한 개미 같은 개그, 깨알스러운 개그가 있고 ( 평소 조용한 사람이 갑자기 웃기는 듯한 개그 ), 가족 간의 사랑을 조용히 강조하는 듯한 어조를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또한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책을 읽는 순간부터 끝까지 킥킥거리며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우스꽝스럽지만 따뜻한 인물을 그린 일본 영화들 ( 대표적으로 Shall we dance? - 기억나십니까? ) 이 기억나는 것은 왜 일까? 지극히 평범하고 본인도 소심하기 그지 없는 주인공이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강한 내면을 가진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고 또한 남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쇼지는 어느 순간 자신의 히어로즈를 떠올린다. 이제는 병약하여 병원에 누워지낼 수 밖에 없는 할아버지. 자신이 어릴 적 함께 매미를 잡아주며 같이 놀아주었던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자신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깨닫게 되며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영웅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쾌한 소설 히어로즈. 인간을 나타내는 한자인 人도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이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바보같은 나도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내가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나의 영웅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깨달음이었다.
사랑해요!!!! 나의 히어로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