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터 - 언더월드
정이안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끊임없이 뭔가를 구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는 주인공 강단이의 모습이 떠오를까?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상황 묘사만 하는 것 같은?  책의 앞부분의 3분의 1 정도는 [ 부산행 ] 이나 [ 데드워킹 ] 처럼 좀비같은 괴물이 인간을 공격하고,  속절없이 당한 인간은 뜯어먹히거나 아니면 비명을 지르며 도망다니는 장면만 주구장창 등장.

그러나  조금씩 책의 중심부에 다다르게 되면서 스토리의 뼈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야기 start.
     
대충의 줄거리를 말하자면,, 주인공 스프린터 강단이,  가족같은 친구들 지태 연아와 함께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갇히게 되고,, " 이게 뭔가? "  라고 숨을 돌리려는 찰나,,,,,사방에서 덤벼드는 괴물들의 무차별 공격을 피해서 도망다니게 된다.
 
그런데 그 괴물이 진짜 그 괴물인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좀비,  뱀파이어, 고블린, 늑대인간?????

여기에 슬픈 사연이 있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된다.
 
어쨌든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피해 뛰어다니다가, 엄마를 구하러 용감하게 지하세계 ( 언더월드 ) 로 내려가는 우리 아이들,,. 제발 살아라~ 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나는 작가가 아니니까. ( 아이들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
 
한편,,, 지하철역 연쇄 테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소집된 비상 대책 회의한국의 대통령 박정근과 초국적 기업인 플루토의 사장인 이준은,,, 함께 어마어마한 음모와 비밀이 감추어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프로젝트.  그런데 그들은 그 프로젝트를 공중분해 시키려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의 욕심을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의 죽음은 그냥 개죽음일 뿐 ,,, 싸이코패스들.   웬지 한국의 몇몇 정치인들이 떠올랐다고 하면 이상한가?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 생지옥으로 변해버린 지하철역 속에서 그들은 trainking74라는 철덕 ( 지하철 덕후 ) 의 SNS 메시지로 빠져나올 출구를 찾게 되고 화니라는 노숙자 어린이의 도움을 얻어 겨우 목숨을 구한다.
 
음모를 꾸미고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유발하는 높으신 분들과 엄마와 인간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이 대비 되면서,,,,,,,   어른들의 사악함과 무능력함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미안해 아이들아...
    
처음에는 읽어보는 내내 [ 메이즈 러너 ] 가 떠올랐다.   기발한 스토리,,, 숨 가쁘게 전개되는 장면 전환,,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생생한 묘사,, 끊임없이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 아이듣. 그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혹은 자신들의 재치 ( 일렉트릭 데쓰 매치 등등 ) 로 살아남는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놓치지 않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비판 등등으로 책은 뒤로 가면 갈수록 단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인간을 고찰하는 수준높고 철학적인 SF 영화를 표방하는 느낌이다. [ 블레이드 러너 ] 가 그랬는데.....  ( 인간에 의해 생명을 얻은 인조인간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묻는 영화임,,, 슬픔 )
    
  2부가 마구마구 기다려진다.  작가의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2부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퍼펙트 마더
폴라 데일리 지음, 최필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에 대해서 가끔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혹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차에 치이지는 않을까? 아니면 길을 걷다가 낯선 자에 의해서 납치나 되지는 않을까?
 
다소 둔감한 남자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일일 수도 있겠으나 사실 감성에 의해서 많이 지배당하는 여성의 경우는 그러한 불안이 일상을 잠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쁘고 조용한 마을. 트라우트벡 에서도, 그러한 생각 속에서나 존재해야할 경악스러운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만다.
 
이 글의 주인공이자 주요 화자인 사라라는 여성은 동물보호소의 소장이자,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서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믿지 못할 사건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자신의 절친인 케이트 리버티의 딸인 루신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였다. 사라는 그날부터 죄책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루신다의 실종에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신다가 실종되기 전날, 사실 그녀는 사라의 딸인 샐리와 학교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 위해서 사라의 집에 머물기로 되어 있었다. 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사라가 마침, 여러 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대놓고 사라를 비난하는 케이트 언니인 알렉사를 비롯, 케이트의 주변 인물들의 비난어린 따가운 눈총에 괴로워하는 사라. 그녀는 자신에게 모종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루신다 찾기에 돌입한다.
 
한편 사복경찰인 조앤은 루신다 실종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에 들어간다. 그런데 그녀는 여자가 가진 직감으로 케이트 부부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고 있음을 감지한다.
 
특히, 실종된 아이를 가진 아버지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영혼 없이 사건에 대처하는 가이 리버티. 그는 아내인 케이트가 절망으로 인한 자살소동을 벌일 때도 그 자리에 함께 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러운 행적을 밝히길 꺼려한다.
    
이것을 이상하다 여긴 사복경찰 조앤은 가이 리버티를 루신다 실종의 유력 용의자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집중 수사에 들어가는데........
 
이 책은 추리 + 스릴러 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긴 하나, 처음부터 끝까지 여자들의 일상을 보여주며 거기서 벌어지는 온갖 해프닝을, 여자들만 느낄 수 있는 감성 - 자식 교육에 대한 완벽주의, 가정생활과 병행하는 맞벌이의 고통, 인간관계에서의 갈등 ( 사랑과 우정에 미묘하게 스며든 마찰 ) -을 섞어서 잘 묘사해 주고 있다. 같은 여성으로써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동물보호소 소장이자 어머니 그리고 아내로 쓰리잡을 뛰고 있는 사라는, 항상 생활고에 허덕이고 시간 부족에 치이는 자신에 비해서 부유한 부동산 사업가인 남편을 두고 있는 케이트가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완벽한 어머니 역할을 하는 것을 언제나 부러워하고 대단하다 여긴다.
 
그러나,,, 루신다 실종 사건의 추적을 계기로,,,,,,,, 부유하고 한적한 마을,, 거기에 맞는 고급스러운 사람들,, 등등의 화려하지만 웬지 가식적인 겉모습에 가려졌던 충격적 진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첫장부터 한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만큼 흡입력이 있는 이 소설. 사라의 고난에 함께 아파하고 케이트의 절망에 공감하며 충실한 사건 해결자인 조앤의 추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건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끝내는 독자가 상상하지 못할 ( 적어도 나는 ),,,,,, 추악한 민낯을 드러낸다.
    
 폴라 데일리라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대화와 상황 묘사 등을 적절히 이용하여  스릴감 넘치는 추리범죄를 써낸 가운데 소설 속 캐릭터들을 아주 개성있게 잘 표현해내었다. 딸이 실종된 상태에서도 차분히 리사를 용서하는 케이트의 미친 (?) 완벽주의, 자신들은 어디 하늘에서 떨어진 듯 잘난 척 대마왕인 케이트 언니 알렉사, 뛰어난 언변을 갖춘 동시에 세련된 남자이지만 웬지 비밀스러운 가이 리버트,,,, 그리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아줌마 리사 - 결코 평범하지는 않다, 엄마는 용감하니까.  
     
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듯 한데, 동명의 작품이 프랑스에서 드라마로 곧 제작된다고 하니 이 또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작가 뿐 아니라 역자의 힘도 크게 발휘된 책이 아니었나 싶다. 번역서를 읽다 보면 이거 좀 어색한데.... 이런 책이 종종 있는데 이 책은 그런게 전혀 없었고 마치 물 흐르는 듯이 읽혀졌다는 점에서 가독성이 매우 뛰어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발버둥치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8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족이란 뭘까? 단지 서로에게 사랑과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존재일까? 아니면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애증의 관계일까? 딱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으나 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이 글의 주인공인 서유나는 아주 호된 사춘기를 겪고 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가 뭐가 그리 별난가? 할 수 있겠지만 유나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CODA, 즉 ( Children of Deaf Adults ) 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부모님의 외동딸이어서 어릴 때부터 농인의 세계와 정상인의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의 의무를 해야만 했다.

당연히 본인이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 가정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CODA라는 굴레가 그녀에게 씌워졌던 것이다.

유나는 학교를 대표하여 나간 토론대회에 자신의 어머니로 묘사되는 누군가가 왔다는 말을 흘려듣고는 도망친 일을 계기로 본인이 서 있는 자리, ' 즉 ' 자신의 세계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다.

장애를 둔 부모라는 바늘의 실이 되기 싫다는 단호하고도 결의에 찬 의지를 가지고 더 이상 부모님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이기적인 것이 아니야! 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아님, 좀 이기적이면 어떤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 무조건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하나?
장애인 부모를 가진 서유나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서유나로써 존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유나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끊임없는 본인과의 대화에 접어들게 된다.

연속적인 부모님과의 갈등, 스스로에 대한 비난 그리고 친구들과의 말다툼이 이어지면서 유나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진정한 장애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그것에 부끄러워하는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층 성장을 이루게 된다.

유나는 그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장애인 부모라는 굴레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고 유나의 부모님도 더이상 유나가 부모님의 예쁜 어린딸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된다.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약간의 거리두기를 하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책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잣대로 다른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좌지우지 할 수 없고 이건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자식과의 건강한 분리를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자녀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식회사 히어로즈
기타가와 에미, 추지나 / 놀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힘들고 외로울 때 짜자잔 나타나서 눈물을 닦아주고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물론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일 것이다. 라이트 노벨을 표방하는, 읽기에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라는, 이 주식회사 히어로즈는, 경제적으로는 성장했지만 황폐한 사막과 같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마음 속으로는 외롭고 헛헛한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와 같은 상상의 세계를 꿈꾸게 해준다.

 

우선 줄거리를 간단히 이야기 하자면, 주인공 다나카 쇼지는, 거리를 스쳐지나갔을 때 혹은 군중 속에 있을 때 전혀 두드러지지 않을 매우 평범한 외모를 가진 소유자이다. 주인공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서도 전혀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다. 단지, 자신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있는 관리가 느슨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주인공은, 그래서인지, 더욱 더 평범하게 보이는 인물이다.

 

그러나 쇼지는 평범하지만 매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져 있다. 알바로 뛰는 편의점의 동료를 배려하고 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서 다쳤을 지도 모를 그 누군가에 대해서 엄청 걱정을 한다. 자신과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던 쇼지의 일상에, 뭔가 희한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식회사 히어로즈 라는 회사에 알바를 권유받게 되고 알바를 뛰다가 정식으로 취업까지 하게 된다. 뭔가 어이가 벙벙한 상태에서 알바를 거쳐 취업까지 하게 된 쇼지는, 마치, 지하조직과 같은 히어로즈 회사에서 비밀스러운 일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일은 다름 아닌 바로 .... 누군가를 히어로즈! ( 영웅 ) 로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인물의 생김새와 행동가지 등이 매우 뚜렷하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 물론 다른 소설도 상상하면서 읽게 되긴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했듯이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는 만화를 그리듯 쓴 소설이기 때문에 읽을 때도 마치 만화를 읽는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쇼지 외에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주식회사 히어로즈의 사장님, 히어로즈의 전무나 이사 같은 미치노베씨, 그리고 쇼지에게는 천군만마와 같은 역할을 하는, 언뜻 보면 양아치 같은 외모의 미야비 등등 모두들 하나같이 개성있는 인물들이다. 사장님은 넓은 어깨의 소유자 - 회사를 이끌어가는 리더답다. 미치노베씨 는언제나 깔끔한 정장에 차분한 모습 - 뒤에서 조용히 일을 수습하는 집사와 같은 모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야비씨는 가죽바지에 가죽부츠 그리고 염색한 머리 - 동네에서 껌 좀 씹는 양아치 같다.

 

처음에는 공상과학소설 이라고 생각했는데 - 그냥 인간들이 영웅이 된다니.... 어벤져스나 가디언즈 오브더 갤럭시즈 처럼 너무나 공상과학소설 같은 주제인데. - 배경은 너무나 현실스럽다. 새로운 소재를 생각해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를 자해하는 만화가나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 같은 자신의 생활을 개탄하는 ( 사생활이 없는 ) 여배우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런데 힘빠져있는 그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줘야 하고, 만들어 줄 수 있다는게 사장님의 확고한 의지이고 그의 주위에 조용하지만 신속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미치노베가 있고 뭔가 호스트스럽지만 알고보면 진국인 미야비가 있다. 그들의 큰 도움을 받아가면서, 쇼지는,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만화가 도죠 선생님의 슬럼프를 함께 견뎌주고 열등감에 시달리고 스토킹을 당하는 여배우를 지켜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준다.

 

우리 주위에 이런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슬럼프에 빠져서 끙끙대며 주위에 말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 특히 잘난 사람들, 사회에서 성공한 축에 드는 사람들이 더 그럴 수 있다. 지금까지 유지해 온 사회적 체면이나 지위 등등 때문에 자신의 힘든 부분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항상 평소에 자신을 무력하게 느꼈던 쇼지의 활약을 드러낸다. 그는 매우 훌륭하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준다. 동시에 ( 내가 생각하기에 ) 자신이 평소에 가지고 있던 - 남들에게는 말하기 어려웠던 문제 - 도 조금씩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그와 동시에 쇼지를 둘러싸고 있던 독특한 사람들도 자신의 민낯을 쇼지에게 드러내며 그에게 의지를 하며 내밀한 상처를 조금씩 치료해 나간다.

     

차가운 세상, 냉정한 세상이라고들 흔히 말하는데, 이러한 회사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의뢰비는 비싸겠지? 그러나 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희한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로 인해 내가 힘들 때 누군가 달려와서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를 내민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의뢰받을 일을 충실히 해내는 쇼지의 모습을 통해서 영웅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한 이 소설은 그야말로 신선한 영웅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거기에 더불어 일본 소설이 가지고 있는 이 독특한 개미 같은 개그, 깨알스러운 개그가 있고 ( 평소 조용한 사람이 갑자기 웃기는 듯한 개그 ), 가족 간의 사랑을 조용히 강조하는 듯한 어조를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또한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책을 읽는 순간부터 끝까지 킥킥거리며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책을 읽으면서 우스꽝스럽지만 따뜻한 인물을 그린 일본 영화들 ( 대표적으로 Shall we dance? - 기억나십니까? ) 이 기억나는 것은 왜 일까? 지극히 평범하고 본인도 소심하기 그지 없는 주인공이 어느새 훌쩍 성장하여 강한 내면을 가진 진정한 영웅으로 거듭나고 또한 남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쇼지는 어느 순간 자신의 히어로즈를 떠올린다. 이제는 병약하여 병원에 누워지낼 수 밖에 없는 할아버지. 자신이 어릴 적 함께 매미를 잡아주며 같이 놀아주었던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자신에 대한 엄청난 사랑을 깨닫게 되며  그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영웅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유쾌한 소설 히어로즈. 인간을 나타내는 한자인 人도 서로에게 기대는 모습이다. 책을 읽고 나서의 느낌은 바보같은 나도 누군가에게는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내가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나의 영웅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깨달음이었다.

 

사랑해요!!!! 나의 히어로즈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하루 벌어 하루 살아도 정말 괜찮아? 라고 묻고 싶은 제목을 가진 책.
 
저자는 리쓰메이칸대학 교수이자 문화 인류학자인 오가와 사야카인데, 이 분의 전문 분야가 민족과 지역의 경제활동 분석 그리고 도시에서의 삶과 생존을 고찰하는 도시 인류학이다.
 
이 분은 이 책 및 아프리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다른 여러 저서를 쓰기 위해서 직접 탄자니아에서 헌옷 행상을 하며  영세상인의 삶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관찰하였다. 한마디로 이 책은 아프리카 도시민의 경제 활동을 본인이 직접 면밀히 관찰하여 분석한 리포트라고 볼 수 있다.
 
확실히 교수님의 논문에 가까운 서적이라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각종 전문 용어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읽다가 정신이 멍해지는 현상도 겪었던 것 같다. 그러나 책 내용이 전문적이긴 하나 교수님의 관점 자체가 객관적이고 연신 유쾌한 어조라 책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교수님 본인이 직접 탄자니아 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쓴 책이므로 직접 가서 본 듯한 생생한 느낌도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아프리카에 있는 여러 국가들이 가진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 빈곤이 그들에게 불행으로 다가오지는 않을까?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마냥 그렇지 만도 않았다. 나름의 경제 체계 아래에서, 삶에 대한 낙천적인 태도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더 들었다고나 할까? 오히려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내일을 위해, 그리고 미래를 위해 오늘을 희생해야 하는 한국인이 더 불쌍해 보였다면 나의 오해였을까?
 
어쨌든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마다 내용들이 다 다르긴 하지만 그 내용을 묶어보면 대충,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주제는 오늘 벌어 오늘을 사는, Generalist ( 여러 분야에 정통한 ), 아프리카 사람들이다.
    
교수님은 한 커플의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하는데, 탄자니아의 도시민으로 살고 있는 부크와 (40) 는 돈을 모아서 운전사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사촌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운전면허를 따지만 운전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하디자의 경우도, 아프리카의 프린트천인 부룬디제 키텐게 장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다른 일에 투자를 했고 아이를 임신한 이후에는 아예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해서 설명을 잠깐 하자면, 아프리카 인들은 ( 적어도 이 교수님이 연구한 지역인 탄자니아인들은 )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는 삶을 크게 살지는 않는다고 한다. 일은 일일 뿐.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거대한 목표를 잡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안 되면 말고~ 의 사고방식이 만연하다. 이런 스타일의 삶을 앞으로 앞으로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 일은 일일 뿐이라는 것.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불행해하거나 공허해 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아프리카인들은 한 가지 영역에 전문 지식을 갖추기 보다는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들어오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 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Generalist 로의 역할을 해야 한다. , 다시 말해서 기술과 지식을 전문적으로 습득해야 되는 상황 자체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기업 자체도 매우 영세하고 언제 넘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매일 매일 해고에 마음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실제로 부크와는 건축업, 상업, 그리고 서비스업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는데 위에 설명했던 이유로 ( 영세 기업이 넘어지면 바로 해고를 당하게 됨 날품팔이 해야 함 안 되면 본인이 영세상인으로 나서야하거나 노동일을 해야 함 ) 위의 이유로 해서, 수입을 일원화했다가는 큰일 난다. 그 뿐만 아니라, 그들은 남편인 부크와가 실직을 하게 되면 아내인 하디자가 나서고 ( 재봉일 등을 하여 소소하게 돈을 번다 ), 또 아이들까지 과일을 따거나 가축을 키워서 파는 등 아버지의 실직에 대해 유연하게 대처를 한다. 
    
두 번째는 거시적 관점 (?), 다른 나라와의 교역 관점에서 교수님이 내다보고 있는 듯 한데, 다시 말하면, 아프리카는 아래로부터의 경제화 세계화에 기반을 둔 경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가리켜서 인간적인 신자유주의라는 이론을 붙이기도 하고 비공식 경제주의라고 설명을 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개발도상국끼리의 풀뿌리 비공식 교역 ( 중국과 아프리카 ) 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것은 일종의 허브 역할인 홍콩 ( 정부 규제가 매우 적은 나라 - 갖가지 무법행위가 가능함 ) 을 경유하여 중국과 아프리카가 서로 무역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신자유주의라고 해서 예전에 우리가 알고 있듯이 자기 책임을 원칙으로 하여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듯한 그런 면 보다는 정부의 규제가 최소화된 상태에서 개미와 같은 영세상인들이 생계를 모색할 수 있다는 면을 더욱 더 부각시키는 듯 하다. , 거대 자본이 갖추어지지 않은 영세 상인들이, 소규모로, 큰 욕심없이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고 해야 할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어느 정도, 저자의 의견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없지 않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화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거대 자본주의 국가들이 주도하는 세계화, 그리고 초 거대 기업이 배를 불리고 그 기업에 사람들이 고용되는 형태라는 방향으로 사람들에게 입력되어 왔던 것이 사실인데, 아프리카인들이 매우 자율적이고 야생적인 태도를 갖추고 있어서 그러한 방식의, 위로부터의 세계화를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다시 말해서, ( 이 부분은 중국과 아프리카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경제습관? 으로 볼 수 있는데 ) 중국과 아프리카에서는 어느 정도 도의적인 비합법성 ( 인간적인 면이 있는데 불법적이다 - 불법 입국이나 체류, 그리고 지하은행 사용 등이 가능하고 복제품과 위조품의 제조와 수입 수출 ) 이 허락됨과 동시에 개인이 고용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기업이 되어서 ( 개인 무역상 ) 발 빠른 움직임으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휴대폰부터 스포츠 용품까지 복제품을 가리지 않는 중국에서,, 많은 싼 제품을 들여와 아프리카에서 판매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는 무역인데, 여기서는 최소한의 규제와 최소한의 세금이 동반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비록 복제품과 위조품은 도덕적으로 결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저자인 교수님이 설명하기론, 이러한 무역을 통해서 많은 주변인들, 사회 약자들, 가난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는 것이다.
 
끝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비록 저자인 교수님이 연구하던 지역인 탄자니아에만 속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프리카인들은 보통 미래를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 , 일은 일일뿐 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일을 얻더라도 바로 해고가 될 수 있는 상황에 너무나 익숙해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에서 본,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는 정말 흥미로웠다. 복제품과 위조품을 수입해서 판매한다는 면에서 다소 위법행위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거대 기업의 경제 시스템 장악과 그 거대 기업에 인력이 종속되는 상황을 허락하지 않는다 ( 각종 외국 브랜드 만연 - 예를 들면 맥도날드, 나이키, 코스트코 등등 - 이 당연한 한국과 비교해보자면 오히려 아프리카의 경제 상황이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 않은가?  ) 는 면에서,,, 어떻게 보면 자율성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뭐 이런 생각도 들긴 했다
    

마무리를 하자면, 이 책은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읽기가 절대로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문화와 관습을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경제적 활동이 매우 흥미로웠고 또한 저자가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살면서 이 책을 썼다는 부분이 매우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저자의 지식이 농축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번 더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