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치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8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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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뭘까? 단지 서로에게 사랑과 안식처를 제공해 주는 존재일까? 아니면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애증의 관계일까? 딱 뭐라 정의를 내릴 수 없으나 둘 다 해당되는 것 같다.

이 글의 주인공인 서유나는 아주 호된 사춘기를 겪고 있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가 뭐가 그리 별난가? 할 수 있겠지만 유나의 경우는 조금 복잡하다. 그녀는 소위 말하는 CODA, 즉 ( Children of Deaf Adults ) 이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부모님의 외동딸이어서 어릴 때부터 농인의 세계와 정상인의 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다리의 의무를 해야만 했다.

당연히 본인이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다. 단지 이 가정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CODA라는 굴레가 그녀에게 씌워졌던 것이다.

유나는 학교를 대표하여 나간 토론대회에 자신의 어머니로 묘사되는 누군가가 왔다는 말을 흘려듣고는 도망친 일을 계기로 본인이 서 있는 자리, ' 즉 ' 자신의 세계에 대해서 묻기 시작한다.

장애를 둔 부모라는 바늘의 실이 되기 싫다는 단호하고도 결의에 찬 의지를 가지고 더 이상 부모님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기로 마음먹는다.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지, 이기적인 것이 아니야! 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아님, 좀 이기적이면 어떤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 무조건 희생과 헌신을 해야 하나?
장애인 부모를 가진 서유나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서유나로써 존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유나는 죄책감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끊임없는 본인과의 대화에 접어들게 된다.

연속적인 부모님과의 갈등, 스스로에 대한 비난 그리고 친구들과의 말다툼이 이어지면서 유나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진정한 장애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 그것에 부끄러워하는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층 성장을 이루게 된다.

유나는 그 동안 자신을 가두었던 장애인 부모라는 굴레에서 조금 벗어나게 되고 유나의 부모님도 더이상 유나가 부모님의 예쁜 어린딸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하게 된다.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지만 약간의 거리두기를 하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책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는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태어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잣대로 다른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좌지우지 할 수 없고 이건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아직도 우리 나라에서는 자식과의 건강한 분리를 힘들어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이 책을 한번 읽어보면 자녀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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