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실 변호사의 대마이야기
박진실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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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마에 대하여 전혀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대마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책이다. 여성인데다가 여대출신, 지방출신이라서 서울에 별다른 연고와 경쟁력 없는 변호사였던 작가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녀는 그나마 변론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국선 변호인을 신청한다.

 

이렇게 시작한 국선 변호인의 활동으로 인해서 작가는 처음으로 마약사건을 접하게 되고 이러한 마약사건의 경험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저자인 박진실 변호사는, 초보 국선 변호인 으로 시작을 하여 점점 더 마약사범들을 대변하는 변호사가 되어갔지만,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신의 호의를 이용하는 마약사범들의 거짓말에 치를 떨게된다. 그리고 동시에 마약전문변호사라는 호칭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그녀는 염증을 떨쳐버리고 다시 마약사건을 맡기 시작한다.

 

“대마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의 간극이 도무지 좁혀질 것 같지 않았다. 왜 대마를 경험한 사람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데 정작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하는지.”(p. 24)

 

 

대마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 대마는 마약이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대마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하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약이니 인생 망치는 위험한 것이라고 인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p.28)

언론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일부 연예인들의 일탈적 행동이 과연 사회적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으며 낙인까지 찍힐 정도의 수준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환각 성분이 있는 대마를 흡입한 후 다른 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대마를 오락용으로 허용하는 문제 또한 개인의 기호품 정도로 로 치부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용 대마의 합법화 – 넘어야 할 장애는 많다.

 

대마는 진통·진정에 효능을 가지고 있어 과거에는 약재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성분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용으로도 사용이 금지되어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대마 단속 48년 만에 대마를 의료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의료용 대마 합법화 소식에 가장 기뻐할 사람은 바로 환자와 가족일 것이다. 뇌전증, 자폐증, 치매 같은 뇌·신경질환 환자부터 희귀병·난치병 등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까지. 환자와 가족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은 기분이 아닐까?

 

하지만 대마의 경우, 수입 가능 품목이 제한적이고, 한국희귀필수약품센터를 통해서만 수입·공급이 이뤄지도록 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마 관련 의학품을 얻기 위해서는 처방- 승인- 주문대행- 수입까지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공급받는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의료용 대마를 꾸준하게 복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든다.

 

지금까지 대마를 바라보던 우리의 사고의 전환이 시급한 것 같다. 정부차원의 관리와 통제의 입장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의료용 대마에 대해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이미 외국의 여러 나라에서는 환자용 대마가 활발하게 유통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마는 마약일 뿐이라는 사고에 사로잡히다보면 발전할 수 있는 부분 ( 의료 ) 이 지체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가 변하면 우리의 인식도 변한다. 한국은 먀약에 있어서는 매우 엄격한 태도를 아직까지는 유지하고 있지만, 2019년부터는 의료용 대마와 관련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고 있다. 대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 사회와 사람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대마를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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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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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여행 책을 만나본 적이 없다. 이것이 과연 여행인가 고행인가?!

걷는 사람들의 동물적인 고민과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

이 책은 기름보일러에 등유 한 방울 넣지 않고 밤을 지새워야하는 서울의 한파를 피해,

대만의 땅 1,113km를 가로지른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의 리얼하고 또 리얼한, 대만 도보 여행기이다.

 

 

나에겐 편견이 있었다. 대만은 중국과 다를 바 없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거기에 정치, 스포츠문제로 격양된 반한 감정 등, 언론을 통해 대만에 대한 좋은 기사를 접한 기억이 없던 나는 대만에 대한 설렘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게 반대였다.(p. 16~17)

 

 

동쪽에서 시작된 도보여행은 목적지?? 그런 거 없다. 그저 하루 20~30km를 걷고,

지치거나 해가 지거나 새로운 만남에 이끌리면 그곳이 목적지가 된다.

그런 즉흥적인 여행을, 부부는 실행하고 즐기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이 부부는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 넉넉지 않은 예산의 도보여행이면 야영이 필수이건만,

요놈의 비가 여행의 해방군 노릇을 제대로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한 대만 사람들의 인심 덕분에, 

이들 부부는 도보여행을 완수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부는 자그마치 51회나 구호물품을 수령한다

 허락을 받긴 했으나,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 시설 숙박,

8번의 민가 초대, 7번의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잘 곳을 해결해나간다.

초면인 외국인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방을 제공하고 심지어 지인에게 연락해

다음 묵을 숙소를 알아봐주는 이네들의 인심에 감동을 제대로 받았다.

 

 

“우리는 단순히 걷기만 할 뿐이다.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온정의 손길을 뻗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다.”(p. 235)

 

 

짠내나는 도보 여행으로 육체적, 정신적 힘듦과 말다툼이 있었지만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양보하면서완주하는 이 못말리는 커플. 

 내 눈엔 너무너무 힘들어보이는 여행이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행복해보였다.

아무래도 부부가 함께 계획한 여행을,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68일간의 밀착은 하늘에서 정해준 짝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 기간을 다투면서 버텨줄 사람은 부모 형제도, 절친도 아닌 배우자였다.

우리는 서로 과소평가하던 인내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p. 340)

 

 

고생스러운 도보여행이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거나 야영을 해야되는 고된 여행.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대만의 자연을 벗삼고 대만 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뼈저리게 느낀,

 알짜배기 여행기록이었다.

찍은 사진마다 활짝 핀 미소가 아름다운 이 괴짜 커플,,,

이들의 다음 여행 행선지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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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캐롯 지음 / 문학테라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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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토마토? 토마토를 삶은 건지.. 아니면 삶은 곧 토마토라는 이야기인지..

하여간 제목에 깃든 중의적 의미를 살살 풀어내는 재미있는 만화책.

처음엔 음식에 관한 만화책이라 하여 요리하는 것을 다룬 책인줄 알았다..

만화 속에 제 2의 백종원 아저씨가 나와서 설탕 듬뿍 친 요리들을 소개하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만들어놓은 여러 음식에 관련된 기억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냥 토마토는 상큼하지만 삶은 토마토는 달콤하다.

살다보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시큼하고 얼떨떨한 기억이 남아있기도 하지만

생각만해도 군침이 흘러나오는 달콤한 추억도 있다.

저자는 특정 음식과 관련된 인물들의 기억과 추억을 때론 달콤하게, 때론 시큼털털하게 그려낸다.

그림은 세련되었다기 보다는 다소 투박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게 그려져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그림의 투박한 면이 오묘하게 음식에 대한 정감과 추억을 잘 이끌어내는 듯 하다.

< 비빔국수 이야기 >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남편과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아내 이야기.

왜 그 남자와 결혼했냐는 말에... 흰 머리 때문에? 라고 대답하는 여자.

남편은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아내의 머리칼에서 흰 머리를 쏙쏙 골라서 뽑아주는 남편.

왜 잔치국수를 좋아하냐는 말에, 그는 따끈한 국물이 있는, 노곤한 느낌의 잔치국수가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서 약간의 잔치국수를 덜어주는 남편....

“ 그의 말은 항상 잔치국수 가락처럼 부드럽게 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배 속에 차곡차곡 쌓여서

앞으로 나아갈 기운이 되어준다 ” ( 28쪽 )

국수 이야기에 등장한 신혼부부 이야기... 알콩달콩 살아가는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 떠올랐다.

읽으면서 그들이 부디 국수가락처럼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랬다..

< 바람떡 이야기 >

시골에 살고 있는 주인공 아가씨.. 도시로 나가서 학교를 다니는 애인이 해주는 빵 이야기를 유심히 듣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포슬하니 쫄깃하다는 그 말...

사실 주인공 아가씨는 방앗간 집 딸이다. 방앗간 집 딸 앞에서 빵 이야기를 하다니 생각이 있는 건지?...

애인이 도시로 떠난지 3년이 지났지만 연락이 없다. 주인공 아가씨는 애인을 생각하며 바람떡을 먹는다.

쫄깃쫄깃 말랑말랑한 떡이지만 공기만 들어있는 텅 빈 속이 드러난다.

공허해진 가슴 속에 찬바람이 스며드는 것 같아서 옷깃을 다시 여미는 여주인공..

“ 결혼식 전날 바람떡을 먹고 바람이 난 신부 때문에 엉엉 울었다던 옆 동네 총각의 이야기를 듣고 동네 계집애들과 실컷 비웃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바람떡을 좋아하던 내 애인은 이듬해 봄이 오기도 전에 소소리 바람 타고 멀리로 떠나버렸습니다 ” ( 94쪽 )

떡은 쫄깃쫄깃 말랑말랑.. 행복과 여유를 상징하는 것 같지만 바람떡은 물면 공기가 푸슉 빠져나간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애인에 대한 주인공 아가씨의 헛헛한 마음이 여기서 드러나는 듯 했다.

이외에도 유학 시절 동안 만났던 일본 여자 친구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붕어빵....

깝깝한 현실 앞에서 갈길 몰라 방황하고 있을 때 달콤함과 따뜻함을 전달해준 코코아...

설익은 파스타 마냥 설익은 사랑을 나누었던 그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준 토마토 파스타...

이 책엔 특정 음식과 관련된 추억과 기억의 에피소드들이 이런 식으로 펼쳐진다.

음식에 이렇게 많은 추억과 기억들이 깃들여있다니.... 어쩐지 자주 밥을 함께 먹는 사람과는

이상하게 빨리 친해진다 싶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다보면 추억도 함께 쌓여가는구나...

이 책을 너무 공감하며 읽다보니 옛 생각에 저절로 빠져들었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쑥떡이나 언니가 해줬던 매운 떡볶이 등등등

삶은 곧 음식이고 음식은 곧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책.과 함꼐 한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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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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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나오키에게는 매달 벚꽃 도장이 찍힌 편지가 배달된다. 답장을 하지 않아도, 이사를 가도 어김없이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편지. 그 편지는 나오키가 행복을 움켜쥐려고 할 떄마다 발목을 잡는다. 편지가 배달될 떄마다 나오키는 자신이 사회에서 껄끄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확인할 뿐이다 "

교도소의 방 구석에 앉아 편지를 정성스럽게 써내려가는 츠요시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동생에 대한 염려를 담은 편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동생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형 츠요시는, 답장이 없음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편지를 보낸다. 반면, 형 츠요시에게서 편지가 오는 족족 찢어버리는 동생 나오키. 찢어버리는 두 손에 웬지모를 절망과 분노가 엿보인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사망에 이어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세상에 오직 둘만 남은 나오키 그리고 츠요시 형제. 형인 츠요시는 어머니의 유언대로 성적이 좋았던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싶어한다. 배움이 짧아서, 이삿짐 센터에서 가구를 나르는 등의 육체노동 밖에 할 수 없었던 형 츠요시는 설상가상으로 허리를 다쳐서 당분간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다른 것보다, 동생의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던 츠요시는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해버린다. 예전에 자신이 이사를 맡아서 해주었던 어느 할머니의 저택에 몰래 들어가서는 돈을 훔쳐나오던 츠요시는, 동생이 좋아했던 텐진 군밤에 눈길이 가고,, 군밤을 들고 나오려던 순간 할머니에게 목격이 된다. 경찰에 신고를 하려는 할머니를 보고 당황한 츠요시는 마침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로 할머니의 목을 찔러버리는데....

독자의 예상을 뒤집는 반전과 트릭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님의 작품답게 추리적 요소를 찾아보려했으나 이번 작품은 약간 달랐다. 일종의 휴먼 드라마 같은 작품이랄까? 대중성과 재미를 추구하기 보다는 사회에 속한 인간으로써 한번쯤 성찰해봐야할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흉악범죄를 저지른 츠요시가 벌을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지만 범죄와 아무 상관도 없는 츠요시의 동생 나오키가 평생 받아야했던 편견과 차별의 눈길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를 독자에게 계속 물어보고 있는 듯한 저자.

책을 읽다보니 안타깝게 여겨지는 포인트가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동생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범죄를 저질러버린 츠요시. 물론 그의 잘못이 크긴 하나 그 동기가... 동생 대학 등록금 마련이라는 부분에 가슴이 아팠다. 사실 나도 가난한 집안에서 나와 내 동생 대학 학비를 걱정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완전 공감하면서 읽었다. ( 그렇다고 범죄를 옹호하는 건 아니고 ) 하지만 그런 선택 밖에 할 수 없었던 츠요시의 어리석음엔 화가 났다. 다른 선택지가 있었진 않았을까?

형인 츠요시가 저지른 범죄로 인해 나오키에게 끊임없이 쏟아지는 편견과 차별도 또한 안타까운 부분이었다. 거대한 족쇄가 되어서 나오키의 발목에 채워진 형의 범죄. 열심히 살아보려 하지만 자꾸만 세상의 구석진 곳으로 밀려나는 나오키. 음악에 재능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밴드에 입성하지만 형의 범죄기록에 의해서 프로데뷔가 무산되고 사랑하는 여인이 생기지만 그녀와의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도 없다.

나오키의 비밀을 알게 된 순간부터 사람들은 벽을 치기 시작한다. 범죄자를 증오하는 마음과 불행을 피하는 마음이 겹쳐져 슬슬 나오키를 피하는 사람들. 가까웠던 사람들과 계속 멀어지는 나오키가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에 절망과 슬픔,,, 진한 고독이 어린다.

" 하루 사이에 무척 많은 일들을 겪었다. 여러 사람이 왔다가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혼자 남았다. 예정된 결말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포기하는 것에는 이미 익숙했다. 앞으로도 분명 또 이럴 것이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게 내 인생이다 ." ( 300쪽 )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범죄자를 옹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무리 벼랑 끝에 몰렸다하더라도 인간이 지켜야할 마땅한 도리가 있고 존엄성이 있기 때문에. 그러나 츠요시나 나오키에게 자꾸만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바보같았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 범죄를 저지른 츠요시와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지만,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처럼 노력해도 해도 다시 굴러떨어지는 돌 ( 행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때마다 나락으로 다시 떨어진다. 형의 범죄기록 때문에 ) 에 맞아서 쓰러지는 나오키. 행복이라는 나비를 찾아서 뛰어다니지만 손 끝에서 자꾸 놓쳐버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범죄자의, 그것도 흉악 범죄자의 동생이라는 낙인 때문에.

이 [ 편지 ] 라는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평소 작품처럼 스릴이나 긴장이 넘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다. 흉악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에 대해서 마땅한 벌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는 모르나, 범죄자의 가족이 평생 겪어야 할 차별과 편견의 고통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들도 함께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 그러나 나오키가 겪는 고통을 들여다보니 그렇게 쉽게 판단을 내릴 수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내가 나오키였다면? ... 평생 형과 사회를 원망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500쪽이 넘는 페이지였지만 뛰어난 필력을 가진 작가의 작품답게 금방 읽을 수 있었던 작품 [ 편지 ]. 어려운 주제답게 진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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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조앤
제니 루니 지음, 허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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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가 나오는 영화나 소설은 전반에 흐르는 긴장감과 스릴감에 나도 모르게 읽는 손에 힘이 들어가요. 대학생 조앤이 어쩌다가 스파이가 되었을까요?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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