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천천히 가도 괜찮아 - 글로벌 거지 부부 X 대만 도보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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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여행 책을 만나본 적이 없다. 이것이 과연 여행인가 고행인가?!

걷는 사람들의 동물적인 고민과 현지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진솔하고 따뜻한 이야기.

이 책은 기름보일러에 등유 한 방울 넣지 않고 밤을 지새워야하는 서울의 한파를 피해,

대만의 땅 1,113km를 가로지른

한국인 남편과 일본인 아내의 리얼하고 또 리얼한, 대만 도보 여행기이다.

 

 

나에겐 편견이 있었다. 대만은 중국과 다를 바 없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거기에 정치, 스포츠문제로 격양된 반한 감정 등, 언론을 통해 대만에 대한 좋은 기사를 접한 기억이 없던 나는 대만에 대한 설렘이 없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게 반대였다.(p. 16~17)

 

 

동쪽에서 시작된 도보여행은 목적지?? 그런 거 없다. 그저 하루 20~30km를 걷고,

지치거나 해가 지거나 새로운 만남에 이끌리면 그곳이 목적지가 된다.

그런 즉흥적인 여행을, 부부는 실행하고 즐기게 된다.

 

책을 읽다보니, 문득 이 부부는 비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 넉넉지 않은 예산의 도보여행이면 야영이 필수이건만,

요놈의 비가 여행의 해방군 노릇을 제대로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후한 대만 사람들의 인심 덕분에, 

이들 부부는 도보여행을 완수할 수 있게 된다.

이 부부는 자그마치 51회나 구호물품을 수령한다

 허락을 받긴 했으나, 20번의 학교 야영, 9번의 종교 시설 숙박,

8번의 민가 초대, 7번의 카우치서핑을 통해서 잘 곳을 해결해나간다.

초면인 외국인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방을 제공하고 심지어 지인에게 연락해

다음 묵을 숙소를 알아봐주는 이네들의 인심에 감동을 제대로 받았다.

 

 

“우리는 단순히 걷기만 할 뿐이다. 이 나라를 위해 좋은 일 하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온정의 손길을 뻗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다.”(p. 235)

 

 

짠내나는 도보 여행으로 육체적, 정신적 힘듦과 말다툼이 있었지만

서로 도우며 의지하고 양보하면서완주하는 이 못말리는 커플. 

 내 눈엔 너무너무 힘들어보이는 여행이었지만 

 정작 본인들은 행복해보였다.

아무래도 부부가 함께 계획한 여행을,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수를 했기 때문인 것 같다.

 

 

“68일간의 밀착은 하늘에서 정해준 짝을 관찰하기에 최적의 시간이었다.

단언컨대 이 기간을 다투면서 버텨줄 사람은 부모 형제도, 절친도 아닌 배우자였다.

우리는 서로 과소평가하던 인내력이 결코 부족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p. 340)

 

 

고생스러운 도보여행이다.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얻거나 야영을 해야되는 고된 여행.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대만의 자연을 벗삼고 대만 사람들의 후한 인심을 뼈저리게 느낀,

 알짜배기 여행기록이었다.

찍은 사진마다 활짝 핀 미소가 아름다운 이 괴짜 커플,,,

이들의 다음 여행 행선지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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