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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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원적이고 기본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 듯한 소설을 만났다. "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 " 이 소설의 주인공은 끊임없이 본인이 어느 시공간에 놓여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 나 " 는 정신줄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 나 " 라는 정체성이 무너지고 허물어져갈때 우리는 공포를 느낀다. 네가 미쳐가고 있는 걸까? 나는 분명히 봤고 공격을 당했다라고 주장하지만 그런 나를 비웃듯 세상은 네가 틀렸다라고 주장한다. 그리곤 덧붙인다. " 넌 정상이 아니야.. 넌 미쳤어 "

독자들을 많은 혼란 속에 빠뜨리는 소설 [ 소포 ] 를 읽었다. 주인공은 엠마라는 이름의 능력있는 정신과 의사이다. 그녀는 세미나를 마치고 투숙한 호텔에서 당시 여성들을 두려움에 빠뜨렸던 연쇄 살인범 " 이발사 " 에게 강간을 당하고 머리칼이 밀린 채 거리에 버려진다. 당시 임신 중이었던 엠마는 그 사건 때문에 유산을 하고 만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려 바깥에 나갈 수도 없고 제대로 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 엠마. 그런데 마침 그녀에게 날아든 한 통의 소포. 알고보니 옆집 남자에게 온 소포였으나 그녀가 받게 되었다. 그 소포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던 엠마는 두려움을 억누른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정찰을 나가는데...

엠마는 사건 이후로 사회성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다. 즉 다시 말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모두 잃어버린다는 것. 그녀의 주위에 맴도는 남성들이 모두 그녀를 공격한 살인범으로 보인다.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이 가스불을 제대로 껐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것처럼 그녀는 자신의 주위 남자들이 자신을 공격한 그 살인범 " 이발사 " 인지 아닌지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는 일종의 병에 걸린다. 편집증과 망상 때문에 해서는 안될 일들을 저지르는 그녀... 책을 읽다가 심장이 쫄깃해지고 조마조마해서 몇 번이나 책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팔을 잡고 싶었다. 그러지마 엠마!!!!

독자들도 혼란에 빠진 채 글을 읽어내려가게 된다. 엠마의 상태가 과연 정상일까? 아니면 이 모든게 그녀가 만들어낸 망상의 연속일까? 어릴 때부터 옷장 속의 괴물 아르투어를 목격하고 대화를 해온 엠마. 사건 당시 호텔엔 1904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거기에 머물렀었다고 주장하는 그녀. 거울 속 " 도망가, 빨리 " 라는 문구를 목격했던 엠마. 옆집 남자 대신 받았던 소포가 갑자기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나고 자신에게 쪽지를 건넸던 남편의 동료 형사는 쪽지를 건넨 일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엠마가 미친 걸까? 누군가 엠마를 스토킹하면서 그녀를 미치게 만드는 걸까? 실제로 많은 영화와 책들은 아내를 정신병자로 몰아서 병원에 가두기 위해서 덫을 놓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그럼 남편이 그녀를 공격한 범인인가? 도대체... 실마리를 잡을 수 없는 소설.

사실 신경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엠마는 많은 범죄를 저지른 이후이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자신을 변호해줄 콘라트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있는 엠마. 그 대화 안에서 섬뜩하고 소름끼치는 그녀의 망상과 범죄 등이 드러난다. 우리말 표현 중에 미치고 팔딱 뛴다.. 라는 표현이 있다. 나는 분명히 봤고 들었고 경험한 것을 다른 사람이 부정해버릴 때 사람은 미치는 것이 아닐까? 소설 끝으로 갈때까지도 도저히 엠마의 상태와 범인에 대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소설... 엠마의 정신적인 불안감과 심리적 압박이 곳곳에서 묻어나온다. 살인범에게 공격당했을 때 느꼈던 그 진동소리.... 냉장고나 핸드폰의 진동소리에도 깜짝 깜짝 놀라는 그녀. 엠마는 정신병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걸까? 믿을 수 있는 변호사인 콘라트가 그녀를 둘러싼 음모를 밝혀내고 그녀의 결백을 증명해줄 수 있을까?

한편의 잘 만들어진 전형적인 사이코 스릴러이다. 두려움에 덜덜 떠는 엠마가 곁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인간의 어두운 심리를 파헤치는 소설 [ 소포 ]. 이 책을 읽고 나면 뒤를 돌아볼 것이다.... 누군가 나를 쫓아오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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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독일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
다비드 칼리 외 19인 지음, 알료샤 블라우 그림, 슈테파니 옌트겐스 엮음, 김경연 옮김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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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들어오게 하는 사람들, 세상으로 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사람들은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친구가 될 낯선 사람들과 새로운 언어, 카리브제도나 숲의 도서관 같은 낙원, 어쩌면 외계인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

 

 

독일 아동청소년문학상 60주년 기념 작품집인 < 나는 네가 보지 못하는 것을 봐 > 을 읽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싶은 작품들이 많았어요. 인종차별, 이민자문제, 전체주의 사회의 공포, 사회의 약자에 대한 차별, 등등 성찰을 유도하는 메세지를 던지는 작품들이 있어서 읽고 나서도 여운이 많이 남았습니다.

 

동화의 세계속엔 신비와 마법이 있어요.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그리고 순수한 어린이의 눈을 통해서, 함부로 이야기하기 어려운 예민한 주제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펼쳐놓고 있습니다. 어릴 적엔 너무나 잘 알고 있던 사실들, 남을 배려하고 포용하고 사랑하는 일들, 이 어른이 되면 왜 그렇게 어려워질까요? 이 책의 제목처럼, 어른들이 볼 수 없는 것을 아이들은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유달리 감각이 발달한 한 소녀가 있었습니다.

 

 

< 나의 여섯 번째 감각 > 이라는 이야기엔, 남들에 비해 과도한 감각을 가진 한 소녀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여섯 번째 감각이 유달리 발달해 있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느낌을 볼 수 있어요. 그녀는 사회적 약자 - 부랑자들, 걸인들, 노숙자들 - 에 대해서 유독 편협하고 공격적인 어른의 모습 뒤에 가려진 상처받은 아이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항상 불이 켜져있는 벤치에서만 자는 한 남자가 어릴 때부터 어둠을 무서워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에게 전등을 살며시 건넵니다.

 

 

“ 갑자기 난 남자의 엄마가 불러 주던 자장가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남자의 눈이 커다래지더니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음 주저하며 이쑤시개처럼 가느다란 손을 내밀어 손전등을 받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몇 개가 빠져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 ( 73쪽 )

 

 

상처받은 어린이를 마음에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걸 알아봐주는 어린이가 있구요. 갈수록 약자에게 냉정해지는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웠어요. 그러나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진정한 관심을 보이는 동심을 보게되어 한편으론 안심했던 이야기였습니다.

 

 

< 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다 > 에서는 태양이 가득했던 조국을 두고 온 아를리요와 엄마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햇빛을 사랑하고 수영을 즐겼던 아를리요는 시무룩합니다. 눈이 내리는 추운 나라로 와야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아를리요의 나라에서는 사람이 서로를 총과 칼로 죽이는 무시무시한 일이 발생하므로 갈 수 없어요. 눈을 싫어하는 엄마도 눈을 좋아하는 척하며 이 나라에 머무를 수 밖에 없죠. 그러나 그렇다고 아를리요와 엄마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을까요? 옆집에 사는 친구인 기젤라와 즐겁게 썰매를 타는 아를리요의 환한 미소 속에서 희망이 반짝거립니다.

 

 

“ 썰매를 언덕으로 끌고 올라가는데, 회색 구름이 갈라졌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를리요는 그 뒤의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 거기 태양이 있었다! 태양은 흐릿하고 작고 아주 멀리 있었다. 아무튼 아주 강렬하게 빛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거기 있었다. 태양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 ( 122쪽 )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징검다리인 것 같습니다. 너무 바빠서 여행을 할 수 없다면 책을 통한 여행도 괜찮은 것 같아요.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등장합니다. 인종을 차별하는 무리를 떠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쿠키들의 이야기가 있고 폭압적인 권력을 휘두른 한 리더가 없어지면서 다시 평화로운 삶을 되찾는 거북이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결국은 사람들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좀 더 조화롭게, 좀 더 평화롭게 가꾸고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죠. 동화는 치유의 능력이 있어요. 읽는 동안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 밝아지고 순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쁜 현실이지만 시간을 조금 내서, 마법과 신비 그리고 치유가 존재하는 동화의 세상으로 놀러오시지 않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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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온 Go On 1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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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각의 가족은 비밀스러운 사회라 할 수 있다. 그 가족들에게만 특별히 존재하는 법칙, 규칙, 한계, 경계의 영역이 존재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자면 도저히 말도 안되는 규칙이 어느 특정한 가족들 사이에서는 능히 통용될 수 있다 “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 빅 픽쳐 >를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작가는 겉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는 부부 사이에 곪을 데로 곪아서 곧 터져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이 도사리고 있음을,   주인공의 심리상태와 그가 저지른 사건을 통해 잘 표현했었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한시도 편하게 쉴 수 없는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가 매우 빠른 호흡으로 묘사되어서, 매우 박진감 넘치고 스릴감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었다.

이처럼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는 밖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가족 간의 갈등과 반목 그리고 가족들끼리서로  감추고 있는 어두운 비밀 등을 다루는데 특히 일가견이 있는 작가이다. 그는 그렇게 소통불능, 일그러진 가족의 군상을 미국의 역사적 흐름과 정치 상황과 연계시켜서 보여준다. 개인의 운명이 사회의 운명과 결코 무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일까? 주인공의 친구와 가족들의 일신상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당시 미국을 휩쓸던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것들이다. 

< 빅 픽쳐 > 가 다소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면 이번 책 < 고 온 > 은 다소 호흡이 긴 편이다. 긴박함과 스릴이 넘치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보다는, 여주인공 앨리스가 학생일 때부터 어른이 되기까지 일생을 따라가면서 특정 시기마다 그녀와 그녀 가족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차근차근 풀어내고 있다. 
 
시대적 배경은 70~80년대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매우 예민한 부분을 다루는데   그것은 바로 동성애 혐오. 동성애자인 엘리스의 친구 칼리와 하위가 사람들로부터 무지막지한 폭력을 당하여 칼리는 행방불명되고 하위는 코뼈가 내려앉는 사고를 당한다. 인종차별과 더불어 동성애 혐오가 도처에 널려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앨리스의 아버지는 자신의 칠레 광산을 지키기 위해 칠레 군부정권에 영합한다. 좌파 정권을 무너뜨리고 무자비하게 인권탄압을 하는 그의 뒤에 미국 정권이 버티고 있음은 당연지사. 그 무렵 비교적 도덕적인 카터 정부가 물러나고 경제를 강조하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이 취임을 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드는 미국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어찌 이렇게도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 자본의 논리가 미국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이때쯤이 아닐지? 자신이 자고 나란 미국을 강하게 비판하는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의 입장이 보이는 부분이다. 
 
처음엔 가족들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토대로 한 추리 스릴러 소설인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이것은 휴먼드라마였다.  사랑하지만 서로 이해할 수 없어 반목하고 갈등하고 배신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신경증인 어머니와 냉정한 아버지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자라난 아이들. 여주인공은 사랑에 매번 실패하고 ( 물론 아일랜드에서는 테러집단의 테러에 의한 폭발물 사고에 의해 연인을 잃기도 했지만 ) 부모님께 사랑받지 못해서 불안해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이 보였다, 큰오빠와 작은 오빠는 각각 아버지에게서 받지 못한 애정 결핍을 다르게 표현한다. 큰오빠는 칠레 군부 정권에 영합한 아버지와 맞서고 아버지를 꼭 닮은 남동생의 금융 비리를 고발하는 방식으로, 작은 오빠는 사회 속에서 성공하고 많은 돈을 벌어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 쪽으로. 결국 그의 꿈은 하루 아침에 조각나 버리지만.
     
이 책은 조금만 더 길게 쓰면 한 미국의 중산층 가족을 통해 미국의 역사, 사회, 정치의 변화와 흐름을 들여다보는 대하 소설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더글라스 케네디 작가는 조국인 미국을 싫어해서 다른 나라로 떠돌아다닌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미국의 쇠락과 영광 그리고 성공과 좌절을 대변하는 인물들을 훌륭히 잘 그려내는 것을 보면 마음은 여전히 조국에 가 있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앨리스는 끝내 아버지와 제대로 된 화해를 못 한 채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그러나 이제 짐스럽던 가족과의 관계를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면에서 그녀는 성공을 거두었다. 너무 미워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사랑하지도 않고 적당히 거리를 두고 서로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다. 비록 완벽한 가족은 아니지만 개인의 선택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시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남긴 채 이 책은 마무리를 짓는다.

“ 미래는 알 수 없어. 무슨 일이 기다리는지 절대 알 수 없어. 계획을 세우고 희망을 품을 수는 있지. 그러나 우연의 음악이 늘 기다리고 있어. 끝없이 이어지는 변수가 삶에 존재해. 즐겁고 재미있고 행복한 일도 언제든 슬프고 비극적이고 끔찍한 일로 변할 수 있지.........( 중략 )..... 그러나 아직 살아가고 있고, 아직 여행하고 있는 우리는, 우리 자신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이어갈 이야기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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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 에드거 월리스 미스터리 걸작선 3
에드거 월리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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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 살인사건은 < 킹콩 > 의 원작자로 유명한 에드가 월리스 작가의 미스터리 걸작선 중 3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품인 < 트위스티드 캔들 >을 읽었을 때도 고전적인 추리 기법이 풍기는 매력에 푹 빠졌었는데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닐 듯 싶다. 현대 추리물의 특징인 긴장감 넘치는 속도감과 숨막힐 듯한 반전은 없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복잡한 미로 속에서 범인을 밝혀내야 하는 재미가 있는 < 수선화 살인 사건 >.

 

 

수선화 한 다발이 가슴에 놓여진 채, 한 유명한 백화점의 사장이 변사체로 발견된다. 그는 살아생전 허세떨기 좋아하고 잘난척 하던 손튼 라인이란 인물이다. 그가 죽은 방식은 예사롭지 않아 언론의 집중을 받게 된다. 신발 대신에 실내화를 신고 있고 총탄을 맞은 가슴에는 여성 실크 잠옷이 칭칭 감겨져 있다. 그리고 사체 옆에는 중국어가 쓰여진 쪽지 하나가 놓여져있는데 그 의미는, ‘ 자화번뇌 ’ ‘ 스스로 일을 자초했다 ’ 라는 중국의 사자성어이다. 이 모든 것들이 살인자에 대해 말해주는 힌트일까?

 

 

용의자는 여러 명이다. 손튼의 열렬한 구애를 매몰차게 거절한 백화점 경리직원 오데트 라이더. 백화점 매니저이자 횡령을 했다는 혐의점이 있는 의뭉스런 느낌의 밀버그, 감옥에 있는 동안 손튼의 후원을 받았고 열렬히 그를 사모하고 있는 샘 스테이. 그리고 손튼의 부탁으로 오데트의 횡령죄를 조사하러 왔다가 오히려 그녀를 사모하게 되는 형사 탈링과 그를 도와 사건을 함께 수사해 나가는 중국인 링추. 희한하게도 이들은 손튼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어 한 사람도 손튼 살해 혐의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중 손튼의 변사체에서 발견된 잠옷의 주인이 바로 오데트이고 손튼이 살해당한 곳이 그녀의 아파트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가 유력 용의자로 몰리게 된다. 그러나 정작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 탈링은 오데트에게 반해서 그녀를 사모하게 된 인물. 오데트가 범인이 아니라는 증거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안심의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형사 탈링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 있다. 그 비밀을 말해야지 사건의 조사가 술술 풀릴 텐데 도통 입을 열려고 하지 않는 오데트.. 그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독자는 형사 탈링이 조금씩 밝혀내는 사건의 진상을 따라가게 된다. 오데트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가 공평성을 잃을까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사건을 추적하는 와중에 만나게 되는 비밀스러운 인물에 의한 공격 때문에 그가 해를 입지나 않을지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그런데?? 손에 땀을 쥐는 형사 탈링의 범인에 의한 추적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작 대활약을 펼치는 사람이 따로 있다. 그것은 탈링의 사건 추적을 도와주는 중국인 링추. 미스터리한 베일에 싸여있던 그는 소설의 막바지에 가서 대활약을 펼친다. 손튼의 가슴에 놓여있던 수선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점 때문에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독자의 의심을 받기도 하는 비밀스러운 중국인 링추. 그러나 그는 독자들이 형사 탈링의 활약에 집중해있던 사이 혼자서 범인을 추적하고 있었던 것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용의자로 점 찍은 인물이 수시로 바뀌게 되는 희한한 소설이다. 그만큼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비밀이 있고 그 비밀이 하나씩 벗겨짐에 따라서 그들은 사건과의 연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전 작품에 비해서 확실히 더 복잡해지고 치밀해진 구성을 보이는 추리소설 < 수선화 살인 사건 >. 초기작에 비해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독자의 손을 이끈다.. 빨리 범인을 찾아보라고. 앞으로 더 심장쫄깃한 경험을 맛보게 해 줄 에드가 월리스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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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사계절 1318 문고 119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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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 아직 완성되지 않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하는 시기. 그들은 여물지 않은 열매이기에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거나 좌절할 수도 있고 또 그만큼 더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 은 한 여고생의 성장을 다루는 소설이자 내면의 고백을 보여주는 일기와도 같은 소설이다. 인생을 준비하는 시기인 청소년 시기를 관통하면서, 한땀 한땀 옷을 바느질하듯,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그려나가듯,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주인공. 그녀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 그리고 마음의 성장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청소년 소설 [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 속으로 들어가본다.

 

주인공 서현은 똑부러지는 모범생이다. 그녀는 반에서 회장직을 맡고 있고 국어와 영어는 전교 수준의 성적을 받는다. 말까지 논리정연하게 잘해서 토론대회에서 상까지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다. 남들은 부러워할 요소를 다 갖추고 있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고민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외동딸이라 부모님의 집착에 가까운, 부담스러운 애정을 받고 있고, 가장 친한 친구가 짝사랑하고 있는 남학생이 사랑고백을 하면서 다가온다. 수학 점수는 도통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미래에 대해선 불안하기만 하다.

이쯤해선 그냥 청소년 성장 소설이구나 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는 두 가지 커다란 사랑 이야기가 자리잡고 있다. 서현이가 경험하게 되는 받는 사랑과 주는 사랑. 아이돌처럼 잘생기고 멋있어서 학교의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인 동주가 갑자기 서현이에게 사랑고백을 한다?! 자신이 너무나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서현은 처음엔 동주를 밀어내지만 가면 갈수록 햇살처럼 밝고 나무처럼 든든한 동주에게 빠져들게 된다. 뭐든지 잘하려고 애쓰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되는 서현에게 건네주는 동주의 한마디,

" 미래를 바꾸는 것도 좋지만 난 어떤 미래가 오든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 인생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잘 헤엄치는 사람."

( 90쪽 )

책을 잘 읽지 않는다는 동주의 입에서 나오는 멋진 말... 외모 뿐만 아니라 생각까지 멋진 동주에게 서현은 점점 끌리게 되고,

한편 서현이 속한 소논문 동아리의 주제가 범죄학으로 정해진 이후 교도소 수감자와의 편지 교환이 시작된다. 논문을 위해 시작된 편지 교환이었으나 점점 이에 빠져들게 되는 서현. 서현이는 현수라는 또래 수감자와 편지 교환을 하게 되는데, 큰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편지를 통해서 알게된 수현이는 여느 젊은이와 다를바 없었다. 지은 죄에 대해서 크게 뉘우치고 있고, 앞으로 훌륭한 요리사가 되고자 하는 꿈도 지니고 있다. 엄마의 가출, 아버지의 자살 등등 크나큰 불행을 겪었던 현수가 잘못된 삶의 방향으로 한때 접어들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서현은 현수와의 편지 교환을 통해서 외로운 현수의 나날에 한줄기 빛이 되어준다.

[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 을 읽는 동안 나의 청소년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서현이처럼 성적에 안달복달하고 불안한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던 걱정으로 가득했던 시절이었다. 서현이와 다른 점은 햇살같은 웃음을 지닌 남자친구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 ㅋㅋㅋ 순수하고 풋풋한 그들만의 사랑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뿐 아니라 친구와의 우정 때문에 속상해 하는 부분도 공감이 많이 갔다. 꼭 베스트프렌드가 있어야 될 것 같고 만약 친구가 없이 혼자 다니면 비정상으로 비춰질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면에서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는 독립적 성향의 아름이와 같은 인물과 친구가 되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주는 계속 든든하게 서현이의 곁을 지켜줄 것 같다는 믿음이 생긴다. 그런데 수현과의 편지 교환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하다. 계속 친구로 남아 그의 인생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고 받는 사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서현이를 보길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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