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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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풍채를 한 채, 한 손에는 앵무새를, 그리고 나머지 손에는 원숭이를 들고 있는 한 남자,,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이 인물은 바로 [ 몽테크리스토 백작 ] 과 [ 삼총사 ] 를 쓴 유명한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이다. 1802년 후작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토마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이라고 한다. 내 어릴 적 가장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는 책 [ 몽테크리스토 백작 ] 을 쓴 인물이라고 하니, 어떤 종류의 글인지 정말 기대가 되었다.

책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 글은 알렉상드르 뒤마가 어쩌다보니 몽테크리스토 성이라고 이름 붙여진 자신의 저택에 머무르면서 일어난 일에 대해서 쓰고 있다. 매우 남성답고 활동적인 성격의 뒤마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이 기르는 동물 이야기나 친구들과 함께 하는 사냥 이야기를 주고 하고 있다. 특히 선물로 받게 된 포인터 종 " 프리차드 "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 이 말썽꾸러기 친구는 목줄을 끊어버리는 것도 모자라서 먹어버리는가 하면 뒤마가 친구들과 모여서 와인과 양고기로 만찬을 벌이는 와중에 잠깐 식히려고 창틀에 둔 고기를 물고 도망가려고 한다. 뒤마는 이 말썽꾸러기 친구 " 프리차드 " 와 과연 잘 지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 프리차드 " 의 말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친구 꼬레주 씨 집에 초대를 받아서 갔을 때, 프리차드는 몰래 설탕을 훔쳐먹다가 주둥이가 설탕 도자기에 갇히는 벌을 받기도 하고 훈육을 하려고 프리차드에게 목줄을 채운 바트랑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 멀리 도망가버린 프리차드를 잡기 위해서 골머리를 앓는 친구 바트랑을 지켜보면서 껄껄 웃는 뒤마가 보이는 듯 하다.

사실 뒤마의 작품들은 매우 훌륭하다. [ 삼총사 ] 나 [ 몽테크리스토 백작 ] 같은 경우는 어릴 때 읽었지만 아직도 그 감동이 가슴에 남아 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에 관해서는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인데 이 작품을 통해서 사냥을 좋아하고 호탕한 기질의 뒤마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중간 중간에 당시 상황을 묘사하는 삽화가 그려져 있어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프리차드 외에도 어치라는 새가 다른 새의 자식들을 잡아먹는 버릇이 있었다니! 뒤마는 이 책을 통해 동물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펼쳐놓는다. 아주 재미있는 책이다.


만약 내가 당시 프랑스로 돌아가 뒤마를 만났다면,,, 음 그를 다소 꺼려했을지도 모른다. 사냥을 너무나 좋아하고 ( 나는 동물을 사랑합니다 ) 너무나 호방하고 ( 좀 허세 떠는 사람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듯 ) 약간 비꼬는 유머를 구사하는 남자 ( 남에게 약간 불쾌한 농담을 할 수도 있음 ㅋㅋ ) 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은 진정한 남성의 세계에서는 대접을 받을 분이라고 본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동물을 사랑하며 ( 동물 이야기가 엄청 많음 ) 주위에 독특하고 괴짜같은 사람들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다. 대작가가 동물과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사는, 평화롭지만 유머 가득한 일상을 접하고 싶다면 지금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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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 섹스/라이프 1
BB 이스턴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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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 스킨 ] 은 <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 > 의 스핀오프 책이다. 원작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기 떄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치도 사실 매우 높았다. 혹시나 그저 그런, 오락성만 짙은 책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독자들을 위해서 말하자면, 이 책도 원작만큼 웃기고 재미있지만 약간 다른 진지함이 묻어난다. 주인공 비비가 15세 소녀로 등장하는데, 그녀의 동네 아줌마같은 수다스러움이 깨알같은 재미를 주지만, 원작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소재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십대들에 대한 이야기 이다. 그래서인지 청소년들이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등장한다. 예를 들자면, 자살이나 거식증 혹은 약물 남용 그리고 임신까지...... 이렇게 심각한 소재들을 다루면서 동시에 독자들을 웃길 수 있다고? 그렇다! 그만큼 작가의 필력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글의 화자는 15세이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중2 병을 앓고 있고 그와 비슷한 상태의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 글을 읽으며 내 15세 시절은 어땠는지 떠올려봤다. 정말 엉망진창... 매일 외모 고민하고 체중 고민하고 죽고 싶다가도 내일 세상이 끝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었던 순간순간.. 이 책에도 고스란히 그런 내용이 나온다.

가끔 어떤 영 어덜트 소설을 읽어보면 청소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진지하고 성숙하게 그려져서 전혀 현실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 주인공인 비비와 나이트는 그렇지 않다. 그냥 십대가 어떤 세상을 겪고 있는지를 생생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호르몬이 폭발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이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고.. 너무 외롭다가 누군가가 관심을 보여주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에 푹 빠지게 되고.. 너무나 예민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그 모습.. 그 모습을 작가는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증오하고 모든 사람을 싫어하는 18세 소년 나이트, 반면에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만 나이트만 보면 심장이 벌렁벌렁 거리는 ( 무서워서 ) 비비. 나이트는 유일하게 비비에게 마음을 열지만 비비는 나이트가 정말 무섭기만 하다. 사실 이 둘의 연애 이야기는 첫 번째 책을 읽어 본 독자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것. 나이트가 심각한 또라이라는 것. 등등.. 그러나 어쩔 수 없는게 나이트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와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줄 좋은 어른이 곁에 없기 때문이다. 그의 인간 관계가 불안불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 관계를 못한다고 해서 연애를 할 수 없다? 그건 아니다. 오히려 미친 듯이 사랑에 몰입하는 나이트. 그가 청소년 시절에도, 그리고 다 커서도 안정된 현실을 살아가기 힘들 거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지만, 가끔 보이는 아기새처럼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에 비비는 반해버린다. 모든 사람을 증오하고 싫어하는 누군가가 있는데 그 사람이 나만은 공주처럼 여기고 있다면? 마법사에게 홀린 듯 끌리게 되지 않을까? 연극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하지만 심리적 문제가 다분하고 자기 혐오에 찌든 나이트와 사귀게 되다니... 폭탄을 짊어지고 전장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다. 사랑은 상처를 각오하는 것이라지만, 그리고 첫사랑은 원래 결코 아름답지 못한 것이긴 하지만 보는 내내 안타깝기만 했다. 그렇긴 해도 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때때로 심각하긴 해도 밝고 긍정적인 비비로 인해서 웃음과 재미가 보장된다. 그리고 90년대에 십대였던 사람들은 자신의 흑역사? 혹은 좌충우돌 투성이었던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고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 같다. 문화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청소년 시절에 겪을 만한 살아있는 연애를 잘 묘사해 준 책 [ 스킨 ] 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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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고민 상담부 나의 괴물님 YA! 1
명소정 지음 / 이지북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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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어둡기도 하고 다채롭기도 했던, 온갖 감정의 색깔로 물들었던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다른 아이들도도 그랬겠지만 그때 몰아쳤던 감정의 폭풍은 지금 내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의 한 X 1000 배?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도통 오르지 않는 학업성적과 갈피가 잡히지 않는 진로, 그리고 제일 큰 것은 친한 친구과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도저히 깊이를 알 수도 없는 외로움..... 그게 제일 컸던 것 같다.

[ 너의 이야기를 먹어 줄게 ] 에는 이야기를 먹어치우는 괴물, 화괴가 등장한다. 이 괴물은 학생의 모습으로 변장하여 도서관에 숨어들어 책 속 이야기를 훔쳐먹었는데, 주인공인 도서 부장 세월이에게 책을 훔쳐먹는 장면이 딱 걸리면서 책 속 이야기 대신 친구들이 잊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먹기로 합의를 본다. 사실은 괴물 화괴였던 혜성이와 도서 부장 세월이는 함께 고민 상담부라는 동아리를 만들어서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최면을 이용하여 없애준다는 활동을 시작한다. 거기에 덩달아 소원이라는 아이도 함께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 상담부의 문을 두드렸던 해원이는 집에서 아버지도 의사 그리고 형과 동생도 이미 의사의 진로를 정해놓은 학생이다. 그러나 해원이는 소설가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평생 생계 걱정을 해야 하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해서 결사 반대를 하고 있는 중이고 엄격한 집안 분위기에서는 도저히 그 단어를 꺼낼 수도 없는 형편이다. 소설가라는 꿈과 집에서 정해준 의사라는 진로 사이에서 갈등하던 해원이는 차라리 모든 것을 잊고자 하는 바램으로 소설가에 대한 꿈을 잊게 해달라면서 상담부로 찾아오는데....

청소년이 직접 친구들의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설정이 참 신선한 듯 하다. 그리고 화괴라는 괴물이 사람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뜻 들어보면 친근한 듯도 하다. 그러나 무당의 딸로서 감과 촉이 매우 발달한 친구 윤소원은, 다른 아이들은 알아보지 못했던 화괴인 혜성의 존재를 알아본다. 그리곤 세월이에게 경고를 한다. 다른 이의 기억을 먹어버리는 것으로서 존재감을 아예 상실하게 만드는, 어쩌면 아주 무시무시한 괴물인 화괴를 조심하라고... 그러나 아이들의 상담을 해주면 해줄수록 이 외로운 3명이 서로 친근해져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일까? 

과연 화괴가 아이들의 기억을 먹어주는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이들은 진로문제부터 시작해서, 짝사랑, 가족과의 갈등 그리고 학업성적 등등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마음 앓이를 앓고 있었다. 화괴가 당장은 그들의 기억을 없애줘서 겉으로 보기에 평화를 찾는 듯 보여도, 사실은 꼭 성장을 위해서는 꼭 거쳐나가할 과정을 억지로 없애버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청소년 과정은 괜찮은 어른, 혹은 그냥 평범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어두워보이는 통로가 아닐까? 옆에서 고민을 그냥 들어주는 친구만 있어도 어두운 복도를 나아가게 해주는 호롱불이 있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과연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힘들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게 해준 아름다운 소설 [ 너의 이야기를 먹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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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타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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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딴 걸 누가 정하지? ' 원본 ' 이라는 것을 싹 지워버리면,

그 자리를 꿰차는 게 곧 진짜 아니겠어?

가끔 SF 영화나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간 아닌 존재가 더 인간적인 감정을 드러내곤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 A.I ] 에서 자식 잃은 부모들을 위해 만들어졌던 안드로이드 로봇 ( 이름이 데이빗? ) 은 마치 실제 어린아이처럼 엄마 품을 몹시도 그리워한다. 끝장면에서 바다 속 성모상을 보고 엄마로 착각했던 그의 모습에 울컥했던 나... 그 아이의 복잡 미묘했던 감정 - 슬픔과 분노, 외로움과 그리움은 진짜였다. 인공 지능이 그런 걸 느꼈다면 우리와 인공 지능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일까?

전작인 네이버 웹툰 [ 데이빗 ] 에 등장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돼지 데이빗을 통해, 인간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 작가 d 몬이 이제는 에리타와 가온 1번 그리고 가온 2번 을 통해서 그와 비슷한 질문을 또 하고 있다. 인간이란 뭘까? 도대체.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이 육체 - 피부, 장기, 세포막, - 이 인간을 규정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의식 - 인지능력, 철학, 도덕성 - 이 인간 존재를 정의내리는 것일까?

지금으로 말하면 샘송이나 엘쮜와 같은 대기업 제니어스는 에드먼 박사를 통해 기적의 물질 포루딘을 만든다. 세포를 재생하는 기적의 물질 포루딘은, 그러나, 인간들 사이에서 갈등을 불러일으켰고 비싼 포루딘을 두고 탐욕스런 인간 사이에 범죄와 전쟁이 벌어졌다. 또한 포루딘은 채 1달을 넘기지 못하는 제니어스는 더 많은 포루딘을 개발하려다 세포 변종을 일으키는 물질을 만들어내고, 그 결과 인간들은 죽거나 괴물로 변하여 결국 지구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와중에 사고로 뇌사의 상태에 놓여있던 딸 에리타를 두고 심신이 쇠약해져 세상을 뜨게 된 에드먼 박사. 그러나 에리타는 다시 꺠어나게 되고 그녀의 옆에는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에 딸을 위해서 준비해놓은 집사인 인공지능 가온이 있었다. 에드먼 박사가 공들여 개발한 인공지능인 가온은 플라즈마 방어막을 이용하여 포루딘으로부터 에리타를 보호하고 외계 영역에 수신호를 보내어 멸망한 지구에 도움의 손길이 와줄 것을 기다린다. 인간보다 낫지 않은가?

고장난 부위를 고치기 위해서 부품을 찾으려고 헤매던 어느날, 에리타와 인공지능은 헤어지게 되고, 위험에 처한 에리타를 누군가가 구해주는데... 그의 이름도 바로 가온이었다!! 마치 한국인처럼 보이고 한국말을 하는 전사 ( 괴물을 해치우기 때문에 ) 가온, 어째서 그는 인공 지능과 똑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더 많은 내용은 책에 있어용~~^^

만화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 책. [ 에리타 1, 2 ] 를 통해서 작가는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 진짜 " 는 과연 무엇인가? 다리가 없다고 팔이 없다고 인간이 아닌 것인가?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인간이 아닌 걸까? 앞으로의 시대는 더 할 지도 모르겠다. 인간보다 더 섬세한 인공 지능을 만들어 놓고 인간이 아니라고 차별하는 세상이 오는 건 아닐지... 무엇이 인간임을 규정하는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게 만드는 만화였다. 무엇보다 에리타가 너무 귀여웠고 에리타를 보호하고 지켜주려는 인간아닌 것처럼 보이는 존재들 ( 하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 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만화 [ 에리타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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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마감 - 일본 유명 작가들의 마감분투기 작가 시리즈 1
다자이 오사무 외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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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 편집자들에게 원컨대 내게 보내는 청탁서엔 이렇게 써주오. 모월 모일까지 당신을 죽여달라거나 날더러 죽으라고! 그리고 덧붙여 주서하시오. 마감일을 지켜달라고! ”

이 책 [ 작가의 마감 ] 은 유명 일본 작가들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된다. 전체 글은 크게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 1장의 제목은 [ 쓸 수 없다 ] 이다. 진짜 꾀병 아니고, 슬럼프나 질병 혹은 특정 이유로 글을 쓸 수 없는데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작가의 괴로움에 대한 글이다. 유명 작가 김훈씨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들에게 글쓰기는 밥벌이의 지겨움인 것이다. 다달이 대출 이자를 갚듯,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작가들의 괴로움이 얼마나 컸으면 이런 책이 나온 것일까?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와 [ 도련님 ] 으로 일본 국민 작가로 자리매김한 나쓰메 소세키는 편집자에게 이런 문장으로 시작되는 서신을 보낸다.

“ 14일에 원고를 마감하란 분부가 있었습니다만, 14일까지는 어렵겠습니다. 17일이 일요일이니 17일 또는 18일로 합시다. 그리 서두르면 시의 신이 용납지 않아요. ( 이 구절은 시인 조로 ) 어쨌든 쓸 수 없답니다 .”

“ 내일부터 힘내서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쓸 작정이지만, 쓰려고 하면 괴로워집니다. 누군가에게 대신 써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 자네와 인쇄소가 입을 헤 벌린 채 기다리면 미안하니까 .”

뭔가 익살스러운 표현으로 편집자에게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는 듯한 대작가 나쓰메 소세키. 사실 작가같은 예술가들은 뮤즈가 손을 내미는, 혹은 번개를 맞은 듯한 영감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려야하는게 아닐까?

2장 [ 그래도 써야 한다 ] 에서는 글을 쓰는게 너무 괴로워서 위장병에 걸리거나 아니면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치질에 걸리는 극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게 자신의 숙명임을, 피를 토하듯 고백하는 작가의 글도 있다.

1916년 [ 코 ] 라는 글로 나쓰메 소세키에게 극찬받으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던 작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2장에서 괴롭지만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되는 숙명과도 같은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다.

“ 다 쓰고 나면 언제나 녹초가 된다. 쓰는 일만큼은 이제 당분간 거절하자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일주일쯤 아무것도 안 쓰고 있으면 적적해서 견딜 수 없다. 뭔가 쓰고 싶다. 그리하여 또 앞의 순서를 되풀이한다. 이래서는 천벌을 받을 성 싶다 .”

반면, 도통 글을 토해내지 않는 작가를 마냥 기다릴 수 없는 편집자의 괴로움도 있다. 4장 [ 편집자는 괴로워 ] 에는 어떻게든 책이나 잡지를 출간해야 하는 출판사의 편집자가 원고를 보내지 않는 작가에게 불만을 토로하거나 혹은 작가 스스로가 편집자와 작가의 입장에서 일문일답을 한 글도 있다. 예를 들어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는 [ 매문 문답 ] 이라는 글을 썼는데, 편집자와 작가가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면서 입씨름을 하는 내용이다.

" 편집자 : 다음 달 저희 잡지에 뭔가 써주시지 않겠습니까?

작가 : 무리입니다. 요즘 들어 아프기만 해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습니다.

( .. 중략 ..)

편집자 : 하지만 당신 정도의 대작가라면 한두 편 나쁜 작품을 낸들 명성이 떨어질 걱정은 없지 않습니까? "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얼마나 밀당이 많았으면 이런 글을 쓸 생각이 떠올랐을까 싶다. 뼈를 깎는 심정으로 글을 토해내야 하는 작가들의 하루 하루가 머리 속에 그려지고, 날짜에 맞춰서 편집을 마무리해야 하는, 그래서 낮과 밤이 없는 편집자들의 고된 생활도 눈에 훤하게 그려지는 듯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 모든 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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