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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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필요한 건 나와 함께 있어줄 사람이야 "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생에 꼭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다른 거 다 필요없고 내가 아프거나 슬플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 딱 한 사람만 있으면 좋겠다 싶다. 꼭 가족일 필요는 없다. 피를 나누진 않았더라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 안심하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단 한 명만 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 친구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다고 했을 때, 그 뿐 아니라 그 순간 함께 있어달라고 했을 때 당신은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이 책 [ 어떻게 지내요 ] 는 우정과 공감이라는 주제를 기반으로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친구의 동반자 역할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가 있어서 독자들의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 어떻게 지내요 ] 의 주인공은 이름없는 작가인데 ( 아마도 누네즈 자신일 듯 ), 한동안 암치료를 받던 친구가 회복과 재발을 반복하던 끝에 결국 회복 불능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친구는 고통스러운 죽음보다는 안락사를 통해 스스로 생을 마감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때 곁에 함께 있어달라는 부탁을 한다. 친한 친구로부터 정말 듣고 싶지 않은 부탁일터.... 이럴 때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첫 부분은 화자의 전 연인이었던 한 유명 작가의 강연과 그것을 들은 청중들의 반응에서 시작된다. 남성이고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먹은 유명 작가인 그는, 오염과 기후 변화 등으로 이제 인류는 멸망으로 치닫고 있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이제 지구가 맞닥뜨린 위기 상황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말하고 그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우리는 회복 불가하다는 무시무시한 폭탄 발언을 떨어뜨린 후 자리를 떠나버린다. 사실 이 책을 주로 차지하는 내용은 화자 ( 아마도 누네즈 일 듯한 ) 와 회복 불가능한 상황, 즉 죽음을 적극적으로 맞이하려는 친구와의 대화이다. 이런 상황이 남성인 그 작가의 강연 내용과 대비되면서 극적 효과가 난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의연히 대처하는 친구와 절망이라는 무거운 짐을 함께 기꺼이 지고자 하는 화자의 모습에서 희망과 배려, 진정한 우정 등등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주인공과 죽음을 준비하는 친구 둘다 작가라서 그런지 이 책에는 우리의 삶에 예술과 문화가 어떤 가치가 있고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그들은 이런 식의 질문을 그들 자신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던진다. 문학이 과연 세상을 바꾸는데 기여를 해온 걸까? 작가랍시고 인생을 허비한 건 아닐까? 책을 읽는 사람들이 문학에서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 걸까? 문학이 삶에 과연 의미가 과연 있는 걸까? 문학 덕분에 삶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걸까? 등등등

이 책에 정답이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 죽음 " 이라는 재앙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도 친구와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 그 담대함과 유연함이라니... 누네즈의 글은 배려심과 지혜 그리고 웃음으로 가득하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절망할 수도 또 희망을 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늙어가고 질병을 맞이하고 또 언젠가는 죽게 되는 상황... 인류가 기후 변화 앞에서 멸망할 지도 모르는 상황... 그런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기에 우리는 분노보다는 인류에 대한 연민을, 두려움보다는 담담히 받아들이는 담대함을 선택할 수도 있다. 누네즈의 책 [ 어떻게 지내요 ] 를 읽으며 글의 아름다움이 마음 속에 가득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 금빛 시간, 마법의 시간, 뢰르 블뢰. 변화하는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며 우리 둘 다 가만히 몽롱함에 잠기는 저녁 시간. 비스듬히 떨어지는 해의 빛이 잔디를 가로질러 올려놓은 우리 발에 닿는가 싶더니, 느리고 긴 축복처럼 우리 몸을 타고 올라오면, 만사가 아무 문제 없다고 당장이라도 믿을 수 있을 심정이었다. 달을 보라. 별을 세어보라. 거기 당신은 없는 모든 시간이. 그리고 영원히 존재할, 세상이 한없이. (조이스.) 한없이 풍요롭고 한없이 아름다운. 다 괜찮을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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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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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은 실존하는 또 다른 세계를 엿보는 경험.

삶, 죽음, 그리고 꿈을 관통하는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 "

한동안 계속 꿨던 꿈이 있다. 항상 어떤 대학교가 배경인데 수강 신청을 못해서 미로같은 건물을 헤매고 있다거나, 수강 신청은 했는데 나의 게으름 때문에 한 학기 수업을 몽땅 빼먹었다거나 하는 종류였다. 조금씩 꿈의 내용은 달랐지만 어쨌든 대학교에 속한 것은 여전했고 최근에 꾼 꿈에서는 마치 현실처럼 내가 나 스스로에게 ' 왜 아직까지도 대학을 다니고 있는 것이냐? ' 하면서 혀를 끌끌 차곤 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꿈을 꿀 땐 정말 너무 리얼해서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악몽 ( 수십년째 같은 대학교를 다닌다니 악몽이지요 ㅋㅋ ) 에서 깨면 평범한 일상이 있다는게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한국 공포 문학을 이끌어가는 신예 주자인 이스안 작가의 신작 [ 카데바 ] 는 이렇게 경계가 흐릿한 현실과 꿈이라는 것을 주제로 여러 편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기묘하지만 아름답고도 슬픈 감정이 깃든 그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첫번째 작품 [ 버릇 ] 주인공 소녀는 자꾸 구석에 쓰레기들을 뭉쳐놓는 버릇이 있다. 먹이를 제때 주지 않아서 굶어죽은 햄스터 시체나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까지 똘똘 뭉쳐서 서랍이나 여러 구석구석에 쑤셔놓는 이상한 버릇의 그녀. 그러던 어느날 아빠와 엄마가 부부싸움을 하게 되고 엄마가 가출하게 되는데...

예상치 못했던 것은 아니었으나 바라지 않았던 반전과 결말... 우리는 DNA 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세번째 작품 [ 악몽 그리고 악몽 ] 미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주인공은 밤마다 각양각색의 악몽을 꾼다. 좀비떼가 쳐들어와서 자신의 몸을 물어뜯기도 하고,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푸는 것이 불가능한 시험지 앞에서 절망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심지어는 꿈 속의 병원에서 의사에게 췌장암 말기라 곧 죽을 것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남자, 도대체 이 남자가 밤새도록 악몽에 시달려야 하는 이유는 뭘까?

악몽이 현실보다 낫다면 ... 그렇다면 그 현실은 바로 지옥?

다섯번 째 작품 [ 카데바 ] 태어날 때부터 어둡고 음침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이 접근을 피하는 주인공. 친구가 없어서인지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조건이 자연스레 마련된다. 우수한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한 뒤에 시체

( 카데바 ) 해부 실습을 하게 되는 주인공. 그러던 어느날, 한 카데바에게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이상한 끌림을 느낀 후, 계속 그녀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는 주인공...

▶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며 살아갈까?

이스안 작가의 작품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 말고도 다른 세계가 있음을 넌지시 들려준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어둠과 음침함 그리고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도, 말로 꺼내는 것도 싫어한다. 그래서인지 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독특한 사람들로 구분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기 마련. 아이러니한 이야기지만 죽음이 있고 죽음의 공포가 있기에 우리는 하루 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듯 하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깨닫지 못했던 죽음이 슬그머니 옆자리에 와서 차가운 손으로 내 볼을 만지는 듯한 단편소설집 [ 카데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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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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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전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살아난 남자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내 목숨을 끊으러 "

언젠가 미스터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 시간여행자 " 편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화기가 발명되지 않았던 시절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듯한 몸짓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휴대폰으로 보이는 듯한 장치를 귀에 대고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던가 스포츠 경기 관람 중 휴대폰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물론 사진이 조작되었거나 착시 현상으로 인한 잘못된 해석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실제로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중 있다면 어떨까?

이 책의 주인공 진은 사회의 낙오자 중에서도 최하급들이 몰리는 강원 카지노의 한 전당포에서 일하고 있다. 카지노는 온갖 범죄와 타락의 온상지이다.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어떤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도박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그들의 칩을 훔쳐 달아난다. 현금을 다 날리고도 미련이 남은 도박꾼들은 죽은 자리를 떠도는 지박령처럼 카지노를 떠나지 못하고 소유물 ( 시계, 핸드폰, 차 등등 ) 을 야금야금 팔아서 현금을 확보한 뒤 다시 대박을 노리기도 한다. 카지노라는 배경에서 풍기는 어두움과 SF 의 재기발랄함과 상상력이 만난다면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까? 꽤나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책 [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 를 만나보자.

주인공 장진은 성사장이 운영하는 한 전당포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도박판 지박령들이 맡기는 물건의 상태를 꼼꼼하게 체크하여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일인데, 어느날 재수 없는 일에 휘말리고 만다. 다른 전당포에서 이미 확보한 차를 확인하러 갔다가 그 전당포에서 나온 무리들에게 쫓기게 된 장진. 한참 두들겨 맞고 어느 공중 화장실에 숨어들어가지만, 화장실에 그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다. 왜냐하면 같은 시각 장진은 이미 자신이 일하고 있는 성 사장의 전당포에 가 있었기 때문.

사실 장진에게는 비범한 능력이 있었다. ' 포트 ' 를 만들어 ( 아마도 웜홀 같은 개념? ) 시공간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 무리들에게 쫓기던 날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지만 ' 포트 ' 가 형성되어 공중화장실에서 성 사장의 전당포로 바로 넘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그의 능력이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것을 그는 곧 깨닫게 된다. 성 사장의 왼쪽 손가락 중 2개의 마디가 왜 절단되어 있는지를 알게 되고 ( 포트가 닫히기 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면 절단됨 ) 아빠와 새엄마가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도 어렴풋이 느낀다. 사실 에너지는 어마어마하지만 아직 ' 포트 ' 능력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었던 장진, 그러나 능력을 키우면 키울 수록 무시무시한 힘이, 자신을 해칠 의도를 가진 힘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데......

눈깜짝할 사이에 시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대개의 독자들은 아마도 기쁨의 탄성을 지를 지도 모른다. 역사책에서나 보던 현장에 직접 갈 수도 있고 비행기 값이 없어도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능력이 나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고 간다면 어떨까? 능력 때문에 목숨을 내놔야할 상황이 온다면? 아마도 그런 능력을 심어준 신을 원망하거나 아니면 제발 살려달라고 기도를 올릴지도 모른다. 이 [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 속의 장진은 원망도 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빌지 않는다. 다만,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사투를 할 뿐. 마치 먹이를 쫓는 하이에나처럼 자신을 뒤쫓는 무리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지...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지는 소설 [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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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자 효과 - 당신이 침묵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일어나는 나비 효과
캐서린 샌더슨 지음, 박준형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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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고등학교 다닐 때 같은 학급의 친구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돕지 않았다면?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하는 동료가 있어도 침묵을 한 적이 있다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 우리는 모두 방관자라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 방관자 효과 ] 란 일종의 심리학 이론인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에서 오히려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도움을 받을 확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쓰신 심리학 박사 캐서린 샌더슨 작가는 이 책 [ 방관자 효과 ]를 통해서 위기나 어려움에 처한 다른 누군가를 돕지 않았을 때 일어날 수 있는 파급효과, 즉 나비 효과를, 실제로 발생한 사례나 본인이 직접 실시한 조사와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논리에 깊은 공감을 하고, 자기반성을 하면서 고개를 연신 끄덕이게 되었다. 동시에 깨닫게 된 것은 인간의 심리란 참으로 불완전한 것이고 끊임없는 후천적 교육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 방관자 효과 ’라는 이론은 1964년 키티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뉴욕시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바로 옆에서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만들어졌다. 당시 그 살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이 38명이나 되었는데도 아무도 그녀를 구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이 기사가 진실을 그대로 보도한 것인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지만, 어쨌건 누군가는 다른 이들의 방관 혹은 무관심 때문에 아까운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샌더슨은 아들인 앤드류가 다니는 대학교의 기숙사 룸메이트가 2주 만에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이 책을 쓸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당시 룸메이트는 술에 취해서 바닥에 머리를 부딪혔고 ( 아마도 뇌진탕이었을 듯 ) 함께 있던 아이들은 다른 모든 일을 했지만 꼭 해야 할 한 가지, 911에 전화를 하지 않아서 결국 골든 타임을 놓친 룸메이트는 목숨을 잃고 말았다. 분명 아이들은 자기들 중에 누군가 전화를 했을 거라고 막연히 믿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방관자가 되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우리의 DNA가 ( 소심함 ) 한몫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사회적 맥락 ( 타인의 시선 ) 때문에 주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반인들이 행동을 취하는 것을 꺼리는 것 같다.

[ 방관자 효과 ]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간이 살고 있는 지역이라면 당연할 것이다. 사실 다른 누구도 나서지 않는데 혼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행동을 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서 사이버 상의 폭력이 문제가 많이 되고 있다. 이 책에서 실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특히 십 대들이 단톡방에서 따돌림을 한다거나 욕을 한다거나 이상한 영상을 올린다거나 하는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럴 때 친구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건 그냥 아이들이 해결하도록 놔둬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충분히 해결될 일이다. [ 방관자 효과 ]를 우리의 후손이 물려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차별, 직장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희롱, 학교에서 벌어지는 친구들의 다른 친구에 대한 왕따, 특정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 집에서 살림과 육아를 맡는 남성에 대한 조롱 등등등... 에 대해서 "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라고 외치지 않으면 우리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과거로 돌리는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본다. 타인이 아니라, 우리의 가족, 친구, 사랑하는 사람들이 위기에 처할 수도 있고 우리 자신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 책 [ 방관자 효과 ]를 읽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성찰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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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심장을 쳐라
아멜리 노통브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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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으면서, 혹시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내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하는 별 희한한 상상을 했다. 그만큼 그녀의 글은 인간 심리의 진실을 포착하고 파고드는 힘이 있다. 우리가 어른이 되어가면서 겪는 심리 문제의 많은 부분이 양육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주제로 글을 쓴 듯 보인다. 인간 관계에서의 문제, 술이나 마약과 같은 중독 습관 등등도 어쩌면 부모로부터 적절한 양육 ( 권위에 바탕을 둔 따뜻한 애정 ) 을 받지 못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가 인간 심리를 그려내는데 있어서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1970년대 젊은 마리는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그만큼 성공적인 삶을 꿈꿨다. 하지만 그녀는 사과지만 썩은 사과였고, 꽃이지만 향기가 없는 꽃이었다. 성격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 사람들의 관심을 즐겼던 그녀는 자기 때문에 질투하며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기를 좋아했고 자기가 받아야 할 사랑을 다른 누군가가 받는 상황을 견디기 힘들어했다. ( 독사과같군요 ) 어쨌든 아름다웠던 그녀는 약사로 일하던 건실한 올리비에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을 하고 곧이어 임신을 하게 되는데 그 순간 자신이 꿈꿨던 화려하고 찬란한 인생이 ( 뭘 꿈꿨길래 ) 자신을 비껴간다는 걸 실감한다.

첫째 딸 디안을 낳고, 그녀가 다른 모든 사람 - 남편 올리비에, 자신의 부모님 등등 - 으로부터 찬사를 받고 모든 사랑을 독차지하는 걸 보면서 마리는 분노하면서 동시에 첫째딸에 대한 애정을 접어버린다. 노통브는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 같은 딸과 엄마 사이에 오고가는 미묘한 감정의 선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마리는 아이에게 애착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물론 산후 우울증일 수도 있지만, 마리의 엄마는 그것이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금방 알아챈다.

" 그간 디안의 삶에는 아침과 저녁이라는 두 번의 중요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은 아빠가 그녀를 요람에서 꺼내 연신 사랑의 말을 해가며 마구 뽀뽀를 하고, 기저귀를 갈아 주고, 우유를 먹이는 순간과 일치했다 ."

디안은 아름다운 엄마를 여신이라고 여겼다. 자신에게 애정을 마음껏 보여주지 않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둘째 니콜라가 태어났을 때 엄마가 보여준 애정도, 둘째가 아들이라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며 간신히 자신을 달랬다. 그러나 셋째 셀리아가 태어났을 때 아기에게 무한정 애정을 베푸는 엄마를 보며 디안은 그냥 얼어버린다. 바로 그때, 자기 중심적인 엄마가 남에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마음대로 행동하던 그때, 디안은 어린이가 되기를 멈춘다. ( 참 어색한 표현이지만 .. ) 그녀는 얼음이 되어버린 심장을 품고 어른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와... 하는 순간을 몇 번 느꼈다. 자식을 때리는 것만 학대가 아니고 무감정으로 대응하는 것도 학대라는 사실을 느꼈다. 가족 속에서 디안이 느끼는 고통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읖조리는 독백에서 어떤 좌절을 느꼈달까?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 중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 그 순간 디안은 아이에 머무르기를 멈추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나 사춘기 소녀가 된 것은 아니었다. 고작 다섯 살이니까. 그 상황은 그녀 자신의 내부에 구렁을 만들었고, 그녀는 구렁에 빠지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 환멸에 빠진 존재로 변했다. "

아멜리 노통브 작가는 짧고 직설적인 문체로 유명하다. 쓸데없는 묘사가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글이 내 가슴 속으로 직진하는 느낌이다. 마리가 깨닫지 못하는 무신경한 양육이 똑똑하고 밝았던 한 아이를 어떻게 구렁텅이로 몰고 가는지가 명백하게 그려진다. 인간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거의 미지의 분야가 아닐까? 엄마가 아이를 미워하게 되면서 그 아이가 자신까지도 미워하게 되는 그 모든 상황들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수작 [ 너의 심장을 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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